남해 여행이라면 이것만은 꼭 맛봐야 하고 이곳만은 꼭 가봐야 한다. 멸치쌈밥과 보리암, 상주은모래비치는 꼭이다. 때 묻지 않은 남쪽 끝자락, 그곳을 여행하다보면 번잡하지 않은 고요가 함께하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해안선의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오른 산중의 암자에서 바라본 절경은 말을 잊게 만든다. 은빛 윤슬이 흔들리는 해변가에 서면 그저 바다와 나만 있을 뿐이다. 남해여행은 힐링의 끝판왕이다.
남해는 가볼만한 곳이 꽤 있다. 바다를 끼고 죽방렴이 발달하여 멸치요리가 대세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낀 해안지역답게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에 와~ 소리를 터뜨리며 옆 사람을 두들겨 대기 바쁘다. 멀어서, 또는 유명하지 않아 망설였다면 서둘러 남해여행을 계획해보자. 다랭이마을에 유채가 어우러지는 봄날도 좋지만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는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해에서 꼭 가야하는 곳, 첫 번째 보리암
보리암 일출이 워낙 유명하다.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는 양보할 건 양보해야한다. 일출 사진이 아무리 탐난다 해도 아침잠이 중요한 사람에게 일출은 관심 밖이다. 백번 양보해서 해가 떠오른 후, 그나마 오전에 보리암을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노닥노닥 20분 정도 오르면 보리암 암자 주차장이 나온다. "아니 왜 여기에 차를 세우는 사람들은 뭔데?" "얘들아 이곳 신도들이란다. 기도를 하러 온 거지"
평탄한 길이어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은 코스다.
보리암을 다녀오고 나서 주차장에 서있는데 어머님을 모시고 온 젊은 부부가 묻는다. "저희 어머님께서 얼마 전 관절 수술을 하셔서 잘 걷지 못하시는 데 갈 만할까요?" "조금 힘들 수는 있지만 꼭 가보세요. 아주 천천히 걸어가면 괜찮을 거예요." 보리암은 충분히 보상을 할 만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암자가 나온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 위에 암자가 서있고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곳은 천연 전망대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대한 풍경에 답답한 속을 풀어내듯 커다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친구들은 걷는 걸 싫어한다. 등산 젬병이다. 짧은 시간 산책하듯 올라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면 가성비 갑인 곳이다.
보리암은 신라 신문왕 3년(683)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 주변에 뛰어난 바위들이 에워싸고 있다. 관음봉이다. 보리암은 우리나라 3대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꼭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보리암에서 가장 기가 강한 곳이 해수관세음보살상이 서있는 자리다. 해수관세음보살상 앞에 염원을 담아 오랫동안 기도를 하는 이들이 보인다. 그 옆에는 자그마하게 고려시대의 보리암전 3층 석탑이 있다. 바위 지대에 세워진 절이다 보니 대지가 넓지는 않다. 바위틈이나 바위 위로 난 계단, 그 사이 샛길을 오르고 내리며 전각이 자리한다.
대웅전 역할을 하는 보광전과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인 극락전이 있고 산신각, 간성각, 범종각이 곳곳에 은거하다시피 하고 있다. 장엄한 바위들이 보리암을 호위하고 지키는 것처럼 보이며 바위 아래로 펼쳐지는 남해는 인간 시름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보리암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다면 위쪽으로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 갈래길이 있으며 보리암에서 좌측 길로 올라가면 금산 정상까지 7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 정상에서 우측으로 내려오면 보리암 주차장이다.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니니 조금 체력이 된다하면 올라보도록 한다. 남해에 왔다면 보리암은 첫 번째로 가봐야 할 곳이다. 해가 떠오를 무렵에 찾는다면 감동은 훨씬 커질 것이다.
*보리암
경남 남해군 상주면 보리암로 665
055-862-6500
입장료 어른 1,000원(현금만 가능)/ 주차료 중소형 5,000원(복곡 제2주차장에 주차)
남해에서 꼭 가야하는 곳, 두 번째 상주은모래비치
남쪽 해안 마을에 가면 바다앞 모래사장에 가기 전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떤 곳은 커다란 활엽수림이 조성되어 있고 또는 솔숲이 울창하게 자리하고 있다. 상주은모래비치는 방풍림으로 소나무가 심어져있다. 시간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솔숲을 지나면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이 나온다.
2km에 이르는 반달형 백사장이다. 그 위에 은빛 고운 모래가 덮여있다. 고운 모래 너머 잔잔한 바다 위로 태양 빛이 비쳐들어 은빛 비늘같은 반짝임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며 시선을 붙잡는다. 그리 긴 시간을 머물지 않아도 충분히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한 것 같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넉넉하게 만드는 곳이다. 여름에는 100만 가까운 사람들이 찾는데 겨울에는 한적하고 고요할 뿐이다. 모래사장 앞에 커다란 그네가 있다. 은빛 모래사장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존이다.
남해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 멸치쌈밥
죽방렴이 발달한 남해. 죽방렴은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길목에 V자 형태로 나무 기둥을 박아 넣고 그곳에 그물을 쳐서 멸치를 잡는 전통 어업방식이다. 남해를 여행하다보면 바다 위에 V자 형태를 띠는 구조물이 보이는데 바로 죽방렴이다. 이곳에서 잡은 멸치가 그 유병한 죽방멸치다. 다른 멸치보다 훨씬 가격이 높다.
남해에서는 꼭 멸치쌈밥을 먹어줘야 한다. 큼지막한 멸치와 야채를 넣어 푹 끓인 찌개에서 멸치를 꺼내 상추에 싸서 먹는다. 혹시 커다란 멸치인데 뼈가 씹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 워낙 푹 졸여서 뼈가 걸리는 일은 없으니 마음 놓고 싸먹어도 된다. 멸치쌈밥은 남해의 토속음식으로 매콤한듯 간간하여 쌈을 싸 먹으면 간이 알맞다. 멸치쌈밥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멸치회를 새콤 매콤하게 무쳐내오는 회무침을 맛보면 좋다. 멸치쌈밥이 밥도둑이라면 멸치회무침은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동천식당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286
055-867-3560
영업시간 09:00~21:00
'멸치쌈밥 + 멸치회무침 + 국'이 나오는 세트메뉴 15,000원 추천(2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