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시인의 청소년시집 『학교에서 기적을 만났습니다』(푸른사상 청소년시집 6).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오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힘겨운 삶과 그들의 내밀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고 있습니다. 이 시집은 청소년들의 일상에 기적을 꿈꾸게 합니다. 2022년 9월 15일 간행.
■ 시인 소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된 뒤로 아동,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2회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아빠와 숨바꼭질』, 동화책 『일어나』 『엄마를 돌려줘』 『사랑 예보, 흐린 후 차차 맑음』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아빠가 가출했다』, 청소년 시집 『난 학교 밖 아이』 『보란 듯이 걸었다』, 청소년 소설집 『수상한 연애담』 『꿈 찾기 게임』 등이 있습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시골의 빛나는 시간은 내 글이 제대로 빚어질 수 있게 느려터진 걸음으로 지나는 듯 마는 듯 지나갔지요. 늙은 부모님처럼이나 느리고도 느리게 말이에요.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황홀한 시골의 편린이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내 글을 기다려 준 것처럼, 또 그렇게 내 부모님이 기다려 준 것처럼, 우리 청소년들에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과 공포를 함께 느끼면서 느리게 자라라고요. 천천히 걸어가라고요. 많은 시간이, 어른들이, 친구들이…… 함께 기다려 줄 거라고요.
■ 작품 세계
김애란 시는 우릴 뜨겁게 해. 아무리 비좁은 방, 창문 없는 방이라도, 이처럼 따뜻하고 눈물이 가득한, 뜨거운 시는 퍽 오래간만이야. 몇 번이고 읽고 되뇌고, 나도 모르게 또 읽고 있어. 김애란 시인을 만나면 꼭 말하고 싶어. “이 시집에는 또 다른 나의 한쪽이 있어요”.라고.
김애란 시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독백을 듣게 돼. 가끔 가끔 시집을 펼치면, 우리를 위로해 주는 시인의 따뜻한 눈을 만나게 돼.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아픔과 아픔이 서로 이어지려고 해. 그러다가 피식, 함께 웃어 줄 것만 같은 시들이 가득이야. 학교와 사회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야 하는 청소년들. 우리는 서로 닮은꼴이야.
- 장정희(아동문학가·방정환연구소장)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고시원에서 창문 달기
김애란
우리 몸에 눈이 없다면 어떨까요?
답답할 거예요, 그죠?
내가 사는 고시원엔 창문이 없어요
창문은 방의 눈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아저씨, 왜 창문이 없어요?
창문 있는 방은 오만 원 더 비싸
당연히 오만 원 싼 방을 선택했죠 난
알아요 벽을 뚫어 창문을 낼 순 없죠
대신 창문을 하나 그려 넣기로 했어요
사각형의 하늘에 뭉게구름도 띄우고
새도 날리고 분홍 커튼도 달았죠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창문
닫히지 않는 창문을 통해
나는 매일 하늘을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