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고있다. 제법 많이 오는 비다. 한 달간 여행 중 처음 만나는 비다. 이스탄불에서 흐린 날씨에 몇 방울 비가 오다가 그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많은 비가 오기는 처음이다. 아침식사를하고 9시10분에 숙소를 나섰다. 흩어져 있던 모든 물건을 배낭 속에 넣고 몇 번을 확인한다. 떠나고 나면 다시 오기 어려운 곳이다. 카쉬라고 해서 특별한 곳이 아니다. 어디든 찾아 왔다가 익숙해질 때까지 머무르고 즐기고나면 남김없이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 수지엄마는 우산을 쓰고 나는 그냥 비을 맞으면서 오토가르로 갔다. 10분 이내 거리다. 10시에 출발하는 표를 예매한 상태이다. 30분에 한 대씩 있는 9시 30분차가 막 오토가르를 나서고 있다. 우리에게 이 차를 타고 가라고 한다. 굳이 30분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 그냥 차를 탔다. 30인승으로 좌석 배정이 없이 손님이 있으면 어디라도 타고 내릴 수 있는 차다. 카쉬에서 안탈랴까지 거리는 약 190키로이다. 운행시간은 4시간이다. 높은 산을 넘고 해안 도로를 달리기를 2시간 정도 지난 다음 범상치않은 산을 넘는다. 무슨 이유인지 정상에 차를 세우고 여권과 신분증을 경찰이 걷어간다. 마치 국경을 넘을 때 여권 검사를 하듯이 한다. 한참 후에야 신분증을 돌려준다. 정상부터는 우거진 숲 사이로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에 보이는 산이 올림프스 산인 모양이다. 이 지역 이름이 올림프스 이다. 일년 내내 꺼지지 않은 불이 있는 곳이다. 산을 다 내려오니 산세가 많이 달라졌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기슭 위로는 바위뿐인 험한 산이다. 마치 설악산 천불동 계곡을 바다를 향해 펼쳐 놓은 모양이다. 더 멀리 보이는 산는 임계선 위인 모양이다. 아직 눈이 골짜기를 따라 흰선을 긋고 있다. 정상 언저리는 나무 한그루 없는 돌산으로 마치 용암이 흘러내린 듯하다. 앞에는 지중해가 있고 위에는 하늘을 바치고 있는 산이 있는 곳이 안탈리아이다. 유럽인들이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이 곳이라고 했던 곳이다. 아마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험준한 산과 푸른 소나무 숲을 보고 천국을 생각한 모양이다.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따뜻한 날씨 역시 한몫하지 않았을까 한다. 안탈리아는 인구가 200만이 넘는 대도시이다. 오토가르는 도시의 변두리에 있는 듯하다. 처음 도착한 도시의 낮설음은 방향감각까지도 상실하게 한다. 올드시티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지나가던 중년 부인이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한다. 본인도 올드시티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본인은 칼칸에 살고 있고 여기에 살고 있는 동생을 만나러 왔다고 한다. 트렘을 타면서도 자신의 카드로 우리 몫까지 지불한다. 돈을 주려고 하니 손사레를 한다. 트렘으로 8ㅡ9정거장 거리다. 쉽게 올드씨티에 왔다. 그리고 부인은 히드리안 게이트까지 우리를 안내해 주고 떠났다. 다시 천사를 만난 셈이다. 찾아간 숙소는 생각보다 좋는 숙소였다. 가격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몇 일간 연속해서 쓸 빈방은 없다고 한다. 2틀간만 투숙할 수 있고 그 후는 방을 비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트립어드바이스에서 찾아 본 다음 숙소로 갔다. 한골목 건너이다. 풀장이 있는 호텔이다. 오늘 하루만 80리라에 가능하고 내일 부터는 가격을 미리 정할 수 없다고 한다. 프론트에 적힌 가격표는 200 리라이다. 성수기 가격인 모양이다.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려놓은 가격은 80리라이다. 비수기에는 6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오늘은 공실이 있지만 내일부터는 제값을 다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미리 대폭 할인 가격으로 장기 투숙객을 받을 수 없다는 거다. 80리라가 150리라로 올라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다음 숙소를 찾기위해 골목을 나와보니 바로 옆에 하멜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전형적인 백팩커 수준의 숙소이다. 방에 작은 주방이 있는 아파트형 방을 일주일에 400리라에 결정했다. 짐을 방에 놓고 클락타워로 갔다. 올드타운의 상징적인 도로 공원인 셈이다. 사람들이 그냥 벤치에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 트렘에서 느낀 도시의 인상은 거리에 이동하는 사람이 많고. 걸음이 바쁘지않고 여유롭다는 거다. 이즈미르를 떠나 거의 보름만에 찾아 온 대도시인 셈이다. 돌아 오는 길에 대형 수퍼에서 물과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을 샀다. 숙소를 찾아 해매다가 특별한 두 사람을 만났다. 우리 말을 아주 잘하는 일본 여자이다. 병 치료차 이 곳에 방을 얻어 일년간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안탈리아는 너무 살기 좋고 조용하고 물가 저렴하고 칭찬이 끝이 없다. 본인은 여호와 증인 교인이라고 한다. 다시 그녀와 해어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빵집 옆 작은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한국 부부를 만났다. 이란에서 7년간 살있고. 이곳에서 관광에 관련된 일을 계획하고 있는 부부이다. 남자는 포항.여자는 서울 사람이지만 살기는 세계인으로 살고 싶어하는 부부이다. 이란과 조지아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안탈리아 주변 관광지에 대한 정보와 사는 이야기 그리고 터키음식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하다 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