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판타지 동화 '마루 밑 바로우어즈'를 만났습니다. 작가의 기발한 생각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분명히 제 자리에 있었던 지우개나 자, 가위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 그게 바로 바로우어즈의 소행이었구나... 그러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10cm 바로우어즈 종족을 찾아다녔던 기억..... 바로우어즈 종족은 키는 연필만하고 생김새와 생활 방식은 인간과 똑같은 아주 작은 사람들이며 그들은 훔치는 것을 '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버터가 빵을 위해 존재하듯이 인간은 바로우어즈를 위해 존재한다'고 우기며, '세상의 중심은 바로우어즈다'라고 큰소리를 뻥뻥 치기도 하는 종족이랍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가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에 가슴이 콩닥콩닥....두근두근 설레었지요.
아주 오래전부터 마루 밑에서 행복하게 엄마, 아빠와 살고 있던 소녀 아리에티...... 인간 세상으로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인간은 위험하다'는 말을 엄마, 아빠에게 늘 듣지만 이 소녀의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었지요.
심장병으로 시골로 일주일 동안 요양을 오게 된 인간 소년 쇼우... 엄마 아빠의 이혼, 그리고 바쁜 엄마.... 심장병 수술을 앞둔 소년은 아리에티를 발견하게 되고, 둘은 서서히, 아주 느릿느릿 친구가 되어갑니다.
일본을 넘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만들어낸 스튜디오 지브리...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어린 관객들은 다소 지루했나 봅니다. 지브로가 만들어낸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들보다 2% 부족하다고 하는 관객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섬세하게 드러난 지하 세계 바로우어즈 종족들의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모두 경이롭게만 느껴졌습니다. 못 하나, 벽돌 하나, 나뭇잎 하나 그 모든 것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결과를 이미 알고 보는 영화여서 기대감은 없었지만 눈도, 귀도 오랫만에 호강했습니다.
▶ 동화 작품 내용 호밀리, 팟, 그리고 그들의 딸 아리에티는 한적한 소피 대고모네 부엌 마룻바닥 밑에 사는 바로우어즈들이다. 호밀리는 집 꾸미기를 좋아하고 약간은 신경질적이고 겁이 많은 여자이고, 팟은 강직하고 검소하고 빌리는 기술을 일종의 예술로 생각하는 남자이고, 아리에티는 껌껌하고 답답한 지하 생활이 갑갑하고 무료하고 외로워 새로운 환경을 찾고 싶어하는 열네 살짜리 여자 아이이다. 호기심이 강한 아리에티는, 여자는 나다니며 빌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바로우어즈족의 관습을 깨고 바깥 세계로 나가 인간인 한 남자 아이와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리에티네 가족은 들판으로 쫓겨나게 된다. |
첫댓글 난 이거 심상우샘 작품 생각났는데요.
나도 그랬어요. ‘마루 밑 바로우어즈’ 읽고 깜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