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상징하는 '칼'
도(刀·blade)는 외날로서 베는 기능을 주로 하며 검(劍·sword)은 주로 찌르는 용도로서 쓰인다. 도는 외날이라 만들기 단순하기 보여도 잘 만들기는 어렵고, 검(劍·sword)은 양날이라 만들기 어려워보여도 요구되는 기술의 수준이 도(刀·blade)보다는 높지 않다. 석기에서 청동기, 그리고 철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칼의 발달과정을 보면 찌르는 것보다 베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 기술상으로도 확실히 어려운 듯 싶다. 또한 검은 도에 비해 대체로 무겁다.
칼을 나누는 일반적인 분류법은 도와 검·장단(長短)과 대소(大小)의 길이와 크기·재질·칼날의 형태나 칼자루의 장식 등등이다.
고대 한국의 검을 분류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특히 조선시대에 이르러 검과 검술, 더러는 기관이나 일정한 관리가 차는 칼 등에서 그 이름이 혼동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검'이 그 검을 쓰는 검술을 말하기도 하고 혹은 그 검을 다루는 자를 말하거나 그 자가 속한 기관을 말하기도 하니 이 때문에 도검의 유물에 이름이 잘못 붙여진 경우도 실제 있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칼을 논할 때 칼 자체를 중심으로 놓고 봐야 할 것이다.
고대 한반도의 선사 이래와 삼국시대에서는 전쟁터에 나가 전사로 싸운다는 것은 신분이 높고 선택받은 자만이 나갈 수 있는 명예로운 행위였다. 신분이 낮고 천한 사람은 노동으로 떼워 전사들의 뒷바라지 했을 뿐이다. 삼국시대의 전투는 적과 적의 대군들이 서로 만나자마자 우르르 떼거지로 맞붙는 천박한 전투나 의미없는 전쟁이 아니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중원의 전투방식처럼 우리도 고대 원삼국과 삼국시대에서는 장군들이 나와 서로 맞짱을 떠서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현명한 전투, 진정한 용기와 힘을 지닌 전사만이 장군과 영웅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그런 멋들어진 전쟁을 벌였다. 이렇게 맞장을 떠서 적의 깃발을 뺏으면 반은 이겼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철갑을 두른 기병대로 밀어붙이든 도끼부대로 적을 까부수든 한다.
서로 일대 일 승부를 벌이는 명예로운 승부에서도 칼은 잘 쓰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엉켜 벌이는 전쟁터에서 창이나 활이 더 나았다. 상대가 튼튼한 갑주를 입고 있다면 칼의 효력은 그만큼 더 떨어졌다. 또한 좋은 칼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세월이 흘러 진정한 힘과 용기를 지닌 전사의 시대가 가고 배경만 있고 운만 좋으면 장수가 되는 시대가 온다. 적장하고 일대 일 진검승부 한번 안해보고 장군이 되고 영웅이 되는 그런 이상한 시대다. 궁노부대가 빗발치듯 화살을 쏘아 엄호를 할 동안, 병사들은 긴 창을 들고 박박 기고 뛰며 적을 도륙한다. 전쟁의 승리로 이끄는 장본인들은 이들 이름없는 병사들이지만 이들을 지휘하는 것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장검을 빼들고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는 자 ― 피 한번 손에 안 묻혀보고 장군 노릇한 자일 수도 있다.
이런 의구심 속에서도 특히 판타지 장르에서는 무기로서의 도와 검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그것은 전장을 떠났을 때의 상황, 즉 일상에서 닥칠 수 있는 위기라는 것이 평범한 인생에서는 더 많고 비중이 있기 때문이다. 도와 검은 이러한 일상적 난세에서 개인이 들고 다니는 무기로서의 그 가치가 단연 으뜸이다. 원수를 갚기 위해 혹은 괴한을 만났을 때,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르기 따지기 힘든 전장판이 아닌 좋은 놈 나쁜 놈이 확연히 구분되는 상황에서 도와 검은 그 전설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복수의 순간을 맞은 한 용사가 외친다 ― 이 원수야, 내 정의의 '창'을 받아라!
아니면 ― 내가 이 날을 위해 십년 동안 '화살촉'을 갈아왔다. 각오해라!
뭔가 좀 이상하다. 누가 절대 악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창으로서 내리겠는가. 원수를 없애겠노라며 누가 십년 동안 활촉을 다듬고 활시위를 당기고 있겠는가. 한 맺힌 영웅이란 폭포수 아래에서 내공이 담긴 커다란 도를 펑펑 내려치며 소리 한번 크게 지르는 것이 어울리며 멋있다. 판타지나 무협소설의 주인공은 설정이 허락한다면, 꼭 보검을 썼으면 하는 것이 M16도 구닥다리 총이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심지어 현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종종 보검을 들고 설친다. 칼이 모든 총알을 막아내고 초능력을 실현하는 도구가 된다.
혹자는 다음처럼 말한다.
뭐 아무려면 어때? 멋있잖아 ― 맞는 소리다.
어차피 현실세계의 잣대로 들이대면 설정의 무리가 따르는 게 판타지다. 그래서 멋진 칼을 든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에 끌리고 칼을 쓰면 질 상황에서 칼로 써서 이기는 게 재밌나 보다.
판타지 무기로서의 칼의 분류
여기서는 판타지 장르의 소재가 될 만한 칼들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 이 분류는 단지 용어로 사용됨을 위함이 아니라 칼의 상징성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서양이든 한국이든 고대의 분위가 풍기는 판타지에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게 하는 신비한 검(혹은 도)이 있기 마련이다. 대개는 도가 아닌 검의 이름으로 또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검이 도보다 상징적 의미가 뛰어나다. 서양에서는 양날의 곧고 큰 검을 거꾸로 꽂은 것이 십자가와 비슷하다고 하여 그렇게 여겼다고 하는데 그런 신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던 시대의 고대 한국에도 검을 상징적인 도구나 주술의 목적으로까지 사용을 했다.
단지 찌르거나 베는 것 이외의 신기한 특성을 지닌 칼은 다음처럼 특성이 나뉜다. 세세한 설명을 위해 각 용어를 넓은 뜻이 아닌 좁은 의미로 풀어본다.
우선 '보검(寶劍·precious sword)'의 사전적 의미는 값이 비싸거나 귀한 검을 말한다. 시대의 오래됨을 떠나 동시대로 취급하여 전자는 온갖 보석과 금으로 치장된 신라의 장식보검, 조선의 사인검·삼인검 등이 있다. 인검류(寅劍)는 그 제조과정이 특수하고 많이 생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석을 박지 않아도 귀한 보검이 된다. 보검은 그 상징적 가치만 있을 뿐 칼과 칼이 맞부딪치는 실전용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반면, '명검(名劍·excellent blade)'은 실전용 ― 서구의 칼문화에서조차 'sword'가 아닌 'blade'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으로서 단지 유명한 칼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칼로서의 기본기 중에서도 '베기'에 매우 충실한 칼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번의 공격으로 단단한 바위를 두 동강이 낼 수 있다면 이 또한 명검인 것이다. 이러한 검은 일반적으로 훌륭한 장인(匠人)에 의해 만들어진다. 동양의 도검 문화에서는 검과 그와 적합하게 칼 부리는 기술 즉 검술과 그것을 부리는 사람을 하나로 일체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무기와 심신이 하나된 조화는 무예인의 바라는 경지이다. 따라서 검을 쓰는 기술이 뛰어난 유명한 영웅에게도, 그 전사들이 썼던 칼에도 이 '명검'이라는 호칭이 따른다. 우리 나라에서도 검이라 하면 검과 검술 혹은 그 검을 부리는 자를 통틀어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 분류부터 칼에 판타지 무기다운 아주 특수한 능력이 부여된다.
'영검(靈劍·ghost sword)'은 귀신이 붙은 검이다. 어떠한 사연으로 원주인의 혼이 검 속에 들어갔거나 죽은 자의 영혼이 칼 속에 깃들여 있는 칼이다. 영검은 반드시 보검이나 명검이 아니라 평범한 칼도 될 수가 있다. 기준은 그 안에 깃들여 있는 영적인 힘의 존재유무다. 영검은 대개 주인의 의지에 따라 복종하는데, 더러는 주인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절대 선악의 기준에 의해서 활동하지 않는다. 영검은 거의 주인과 교감하며 베거나 찌르는 것을 기본으로 아주 특별한 영적인 능력을 더해 파괴력을 보인다.
영검과 유사한 것으로 '성검(聖劍·divine sword)'이 있다. 성검은 절대 신이나 선한 편의 신령이 내려준 검이다. 선택받은 자만이 성검의 주인이 된다. 성검은 신과 인간을 잇는 단지 매개체로서 선택받은 자와 교감한다. 따라서 악한 자가 성검으로 위력을 발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마검(魔劍·sword with evil spirit)'은 영적인 힘을 내려준 세력이 악한 신이다. 마검은 중용을 지킬 줄 모르고 주인을 타락과 파괴의 화신으로 몰고간다. 고대 한국의 기록에서는 이 성검과 마검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한민족의 정신문화는 서구처럼 선과 악으로 양분되는 가치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검(神劍·sword of god)은 신이 하사해 준 검이 아닌, '신의 검' 즉 신이 무기로서 사용하는 칼이다. 이를테면 신장(神將)들이 사용하는 칼이라 하겠다. 이런 칼은 인간이 거의 만져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오직 신만이 쓸 수 있다. 그러나, 일개 나무꾼이 선녀의 옷도 가져가는 판에 신검인들 못 가져가랴.
아래에 열거되는 항목들은, 철기 원삼국 시대부터 조선의 임진왜란 직후까지 한민족이 사용했던 도와 검의 목록이다. 이에 앞서 칼에 대한 설명 중 필수적으로 그 부위를 나눠야 하기에 다음과 같이 약식으로 부위를 정한다.
<그림> 칼의 각 부위 약식 명칭. 칼몸통(도신), 칼집, 칼코등이, 칼자루, 칼날, 칼끝,
가장 이해되기 쉽도록 나눈 것이며 전문적으로 따지자면 더욱 세분화된다.
다음에 소개되는 도와 검들 중에는 상당한 고증을 거쳐 정리한 것도, 자료의 미비로 필자의 작위적인 과정과 상상의 산물로 살이 붙여진 것도 있다. 읽다보면 어느 부분이 필자의 개입이 들어갔는지 확연히 이해되고 구분될 것이다.
항목별 요약에서 길이는 아주 길다(140cm이상)·길다(110cm내외)·중간(80cm내외)·짧다(50cm내외)·아주 짧다(20cm이하)로 하였는데 이것은 같은 종류의 도검이라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할 때 무게의 부담정도, 집도시 한손과 양손의 혹은 던지기의 가능여부, 찌르고 베는 기능별 충실도, 빠르기와 살상력 등으로 나타내었는데 이것은 현실적인 여건상 정확한 측정이 불가한 지라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한 작가의 추정에 의한 것이며 일부는 판타지로 가공된 허구라는 것을 참작하길 바란다.
골검 [ 骨劍·Born Sword ]
□ 정의 : 뼈로 만든 검 □ 재원 : 짧다·가볍다·한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약함 □ 위력 : 빠름·약함 □ 비고 : 선사시대로 추정
골검은 실제로 존재했고 또 특정용도로 사용하던 칼이다. 대개 관절을 손잡이로 하고 다른 쪽을 갈아서 뾰족하게 만든 형태이나 어떤 부위의 뼈를 선택하여 가공하느냐에 따라 검이나 낫과 같은 형태를 이룰 수 있다. 생활용이나 전투용이라기보다는 주술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뼈의 조직이 치밀해야 되는 탓에 거대한 가축, 혹은 주술적 의미로 사람의 뼈, 맹수의 뼈를 재료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김유신의 검 [ Fantasy Weapon : Divine Starlight Sword ]
□ 정의 : 신라 명장 김유신의 검 □ 재원 외 : ?
원래는 보검이나 하늘의 별빛을 받아 영검(靈劍) 혹은 성검(聖劍)으로 진보된 검이다 ― 보검을 난승(難勝)이라는 도인에게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삼국사기의 기록에는 난세의 비법을 전해주었다 한다. 김유신의 보검 이후를 여기서는 편의상 '성광검(星光劍)'이라 하겠다.
"건복 29년(진평왕 34년 : 612)에 이웃 나라 적병이 점점 닥쳐오자, 공은 장한 마음을 더욱 불러일으켜 혼자서 보검(寶劍)을 가지고 열박산(咽薄山) 깊은 골짜기 속으로 들어갔다. (중략)이어서 천관(天官)께서 빛을 드리워 보검에 신령을 내려달라 기도하였다. 3일째 되는 밤, 허성(虛星)과 각성(角星) 두 별의 빛 끝이 빛나게 내려오더니 칼이 마치 흔들리는 듯하였다."
―《삼국사기〉김유신 열전 中
성광검의 길이는 동 시대의 다른 것으로 추정하여 전체길이 80cm∼110cm. 인간이 만든 보검 이상일 경우 거의 도인 경우는 없으나 김유신이 열박산에 오른 것은 신령으로부터 영적 계시와 힘을 받음과 동시에 수련을 위함이니 당시 유행하던 환두대도의 형태로, 보검인 경우 대개는 양날이라 있는 그대로 검의 형태라 추정한다. 칼몸통은 적당히 넓고 곧으며 그 단면은 버드나무 잎 같고 칼끝은 완만한 곡선으로 미려하다. 칼손잡이는 환두형이며 장식이 화려히 꾸며지거나 특수한 과정을 통해 단련된 칼이다. 두 성스러운 별빛을 받아 단련되니 보검이었을 때도 가지지 못했던 상서로운 기운을 가득하다. 칼집에서 빼면 신비로운 성광의 광채가 사뭇 적병들의 사기를 꺾는다.
성광검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인 김유신과 영적으로 교감한 사실이다. 다음은 김유신 검의 신령스러움을 말해 주는 기록으로서 계백장군과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당나라와의 약속에 늦은 것으로 당이 꼬투리를 잡았을 때이다.
"(당나라의 장군에게 김유신이) "황산(黃山)에서의 싸움을 보지도 않고 약속 날짜에 늦은 것만을 가지고 죄로 삼으려 하니, 나는 죄없이 모욕을 받을 수 없다. 반드시 먼저 당나라 군사와 결전을 한 후에 백제를 깨뜨리겠다." (김유신이) 이어 큰 도끼를 잡고 군문(軍門)에 서니, 성난 머리털이 곧추 서고 허리에 찬 보검이 저절로 칼집에서 튀어나왔다. (후략)"
―《삼국사기〉신라본기 태종 무열왕 中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 하여, 사실대로 기록할 뿐 지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진 삼국사기에서 이러한 기록이 여럿 등장함은 김유신의 신령스러운 검이 역사적으로도 분명 실재했음을 말해준다.
단검 [ 短劍·Short Sword ]
□ 정의 : 짧은 칼의 통칭 □ 재원 : 짧다·가볍다·한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보통 □ 위력 : 빠르기·살상력 보통 □ 비고 : 긴 칼이나 창에 약함.
한국에서는 고대 선사의 마제석검과 동검과 초기 철검에는 유난히 단검이 많다. 칼이 길어지는 것은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발전하면서부터이며 선사의 실전용 무기로는 칼보다 도끼와 창이 많이 쓰인다. 한국의 역사상 단검과 단도는 전쟁병기로서의 무기는 아니지만 모든 도와 검의 원조이자 호신을 위해서도 꾸준히 사용된다. 고대 한국의 청동단검은 서양의 대거(dagger)처럼 찌르기 전용의 것으로서는 너무 투박한 점이 있다. 베거나( : 날로 상처를 입히는 행위) 자르는( : 토막이 나게 하는 행위) 기능이 더 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검의 폭이 넉넉하게 넓고 곧고 끝은 뾰족하지 않고 완만한 형태를 이룬다.
단도 [ 短刀·Short Blade ]
□ 정의 : 짧은 외날의 도 □ 재원 : 짧다·알맞다·한손 □ 기능 : 찌르기 보통·베기 우수 □ 위력 : 빠르다·살상력 중간 □ 비고 : 조선의 중국식 단도
단도는 단검보다 실제로 많이 쓰여 베거나 찌르는데 사용한다. 철기시대에 이르러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하자 예리한 날을 가공하는 기술이 좋아져 단검은 사라지고 단도가 지배한다. 그러나 칼날이 길어지고 삼국의 기병대들이 등장함에 따라 환두대도가 등장하고 전통적인 단도는 실전에서 호신용으로 사용된다. 시대가 흘러흘러 단도는 중국의 요도와 유사해진다. 칼코등이도 있고 도신도 알맞게 휘고 폭은 칼끝으로 갈수록 좁아져서 단도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양손을 부리기도 좋은 형태로 발전한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단도들은 이름과 달리 길이도 길고 칼자루 중간에 구멍이 뚫어져 수술같은 장식을 단다. 단도는 요도라고도 하여 말을 타고 칼부림을 할 때와 쌍검술을 할 때도 사용한다.
도자 [ 刀子·Korean Nife ] ― 손칼
□ 정의 : 외날의 작은 호신용 칼. □ 재원 : 매우 짧다·매우 가벼움·한손 □ 기능 : 찌르기 보통·베기 약함 □ 위력 : 아주 빠르다·살상력 아주 약함 □ 비고 : 휴대 용이
칼코등이는 없고 칼집이 있으며 칼자루와 칼몸통의 비율은 거의 같다. 도신은 대체로 곧은 편이고 끝이 날카로워 찌르기가 더 좋다. 원삼국시대에는 30cm 내외로 컸으나 시대가 흐를 수록 작아져 조선시대에서는 장도(粧刀)류와 거의 같아진다. 장도와 차이점은 단지 장식이 없다는 것이다. 도자는 조선시대에는 실용적인 것으로 발전되어 칼집에 쇠나 은젓가락 등을 넣을 수도 있게 된다. 실제로 나그네들 ― 주로 남자들이 실제 호신용으로 요긴하였던 칼이다. 이 경우에는 요샛말로 여행용 칼이라 해도 무난하다.
실전에서 도자의 사용은, 주로 장딴지 같은 살이 넉넉한 부위에 푹 찌르거나 휘둘러 베는 행위로 겁을 주는 것이다. 상대를 단번에 죽이기에는 다른 무기들보다 버겁고 여차 방심하면 적의 발길질에도 당하기 쉽다.
비수 [ 匕首·Bisu ]
□ 정의 : 단도의 일종으로서 자객용 칼 □ 재원 : 짧다·가볍다·한 손 □ 기능 : 찌르기 보통·베기 보통 □ 성능 : 빠르다·살상력 우수 □ 비고 : 낮은 소음
팔꿈치를 넘을 듯 말듯한 길이로서 소매 속에 넣고 품에 감추기 좋은 크기. 외날이 굉징히 예리하고 그 끝이 뾰족하여 찌르고 베기 좋으며 도신이 대개 곧다. 날이 예리하고 숨기고 다녀야 하는 만큼 칼집이 있다. 칼집과 칼자루는 같은 재질의 나무로 만들어야 칼을 빼거나 집어넣을 때 소리가 않고 칠을 자제해 밤의 달빛도 반사시키지 않게 한다. 또한 칼자루에 장식이 없고 칼코등이가 없다. 일대일의 결투용 아니라 암살용이기 때문에 칼과 칼이 맞붙힐 일이 별로 없으므로 칼부림 속에서 손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 원수에게 복수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떳떳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는게 비수의 운명이다. 소리를 내지 않고 살금살금 뒤로 다가가 등쪽에서 심장을 찌르거나 목을 가로로 단번에 그어내기 좋다.
사곡검 [ 蛇曲劍·Snake Sword ]
□ 정의 : S형으로 검신이 구불구불 휜 검 □ 재원 : 중간·무거움·한손 또는 양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보통 □ 위력 : 빠르기 보통·높은 살상력 □ 비고 : 방어력 상승
사곡검은 양날로서 수회 굽는다. 구불구불한 검신을 펼 수 있다면 족히 배 이상 넘어갈 길이로서 다른 검보다 그만큼 무거운 편이라 하겠다. 사곡검은 비단 장식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막고 찌르는데 특별한 설계로서 고안된 무기이다. 구불구불한 검신은 적의 무기와 맞부딪힐 때 미끄러뜨리지 않는 저지력을 지닌다. 상대의 배를 찔렀을 때를 상상해보면 상처를 내는 단면적이 넓어 그 살상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찌르고서 빼낼 때 주변의 창자가 주르르 끊기는 등 상처가 더욱 확산되는데 베는 행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반면 단점은 쇠를 다루는 기술이 발달해 가볍고 얇게 만들지 않으면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빠르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뱀 형태의 검은 고대 일본에서 많이 발견되며 백제에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도 이와 유사한 사검(蛇劍)이 있다.
운검 혹은 별운검 [ 雲劒·Woon Sword ]
□ 정의 : 조선의 임금을 호위하는 무사들의 칼 □ 재원 : 중간·보통 무게·한손 □ 기능 : 찌르기와 베기 모두 우수 □ 위력 : 빠르고 높은 살상력 □ 비고 : 가진 자의 용기를 북돋운다.
칼로서의 운검과 별운검은 도(刀)다 ― 그런데 왜 검(劍)이라 할까?
별운검(別雲劍)은 조선시대 왕의 호위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별운검은 정규군과 독립된 특무기관으로서 왕의 호위를 맡았고 운검은 그 기관에 속한 무사들을 일컫는다. 임금은 그 무사들을 부를 때 운검 혹은 별운검이라고 했다. 조선시대에는 단지 검이라 하여 그 칼을 지칭하지 않고 검술도 포괄하는데 이 때는 그 기관명을 딴 것이라 생각된다.
조선의 검은 그 기본과 대표가 환도(還刀)라 운검도 그 재원이 환도와 거의 같다. 차이가 있다면 장식과 색깔 등, 그리고 재원상의 융통성이다. 조선의 모든 공식적 전투병기는 장식을 자제하고 검은 칠을 했는데 민간의 것과 구분하고자 함이며 무신(武神)인 현무를 상징하는 주술적 의미도 있다. 반면 운검은 전쟁병기가 아니라 의전용 호위검이라 치장이 필요하다. 임금의 행렬과 어울리게 칼집에는 밝고 붉은 빛이 돌고 수술도 밝고 붉은 것으로 달고 구름문양을 새겨넣는다.
왜검 [ Nitpondo ] ― 일본도
□ 정의 : 일본의 칼에 대한 통칭 □ 재원 : 중간·무게 중간·한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아주 우수.
□ 위력 : 빠르고 높은 살상력 □ 비고 : 조선시대 수입된 일본검
왜검은 한국 전통의 칼은 아니다. 그렇다고 왜검을 들여와서 우리의 것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 '知彼知己'면 '百戰百勝'이라는 관점에서 다룬다.
왜검에는 우리 도검의 몇 배나 많은 수많은 종류가 있다. 좋은 일본도는 그 제조공정이 각 도장(刀匠)가문마다 비법이 있어 매우 독특하다. 이러한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장인들이 혼을 넣어 거의 명검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대물림과 전문가 시스템이 일본도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다. 이처럼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동시대 조선의 도검과 왜검이 다른점이다. 굳이 외견상으로 차이점을 꼽자면, 일본도의 칼날에는 인문(印文 : 칼날의 얼룩)이 있다. 인문은 도의 깃들인 장인의 혼을 상징하며 그 도장가문을 나타내는 문장과 같다. 인문이 없더라도 잘 만들어진 검에는 반드시 만든 사람이 누군가 하는 글귀를 새긴다. 자신의 혼과 가문의 명예를 걸고 만들어진 일본도. 그 소장적 가치뿐만 아니라 기능과 위력에서도 뛰어나서 강성과 연성을 고루 갖추고 그 날이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예리하다.
☞ 만약 칼이름이 새겨져 있으면 그것이 고유한 그 칼 이름이 되는데 한국의 칼은 주인이 될 사람이 도장(刀匠)에게 부탁을 하지 않는 한 명문은 거의 없다. 조선의 유명한 도장(刀匠) 태귀련이 만든 명검의 경우는 예외다.
용광검 [ 龍光劍·Fantasy Weapon : Yong Gwang Sword ]
□ 정의 : 해모수의 칼 □ 재원 : ? □ 비고 : 《한단고기(桓丹高記)〉고구려국본기 중
해모수(解慕漱)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아버지이자 천제의 아들이다. 용광검은 그가 가지고 내려왔다는 성스러운 보검이다. 이 검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나 피를 묻힐 목적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용광검은 해모수가 자신이 천제의 자손임을 증명하기 위해 들고 온 검이다.
해모수가 역사적 기록에 등장한 연대는 BC 80년 경으로 철기문화가 본격적으로 급속도로 전파될 때다. 신의 아들이 가지고 내려왔다는 용광검은 일단 철기로 봄이 타탕하다. 신의 아들이 들고온 검의 재질을 놓고 청동이니 철기니 따지는 것도 우습지만 용광검은 초기의 고리 자루 큰칼의 즉, 환두대도와 유사한 재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양날이냐 외날이냐 하는 것인데 검이라 하고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칼이니 양날로 본다. 그리 길지는 않고 80cm 정도 내외로 아주 잘 제련되고 단조되어 칼날에 광채가 휘황하며 곧고 바르다. 칼자루에는 용문양의 장식이 되어 있고 칼자루 끝에는 고리가 있다.
☞ 해모수는 스스로를 천제의 아들이라 하며 지상으로 내려올 때 다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에 용광검이라는 칼을 차고 삼천여 명의 선남선녀들을 대동하고 왔다고 한다. 해모수가 퍼뜨린 씨앗은 동부여의 해부루가 있다. 해부루의 아들은 '금와(金蛙)' ― 황금 개구리라는 것은 세발 까마귀와 더불어 태양의 상징 ― 다. 금와왕이 주몽을 품은 유화부인을 보호했던 것도 이러한 해모수로 시작된 미묘한 관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해모수가 뿌린 태양의 정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월도 [ 月刀·Moon Blade ] 류
□ 정의 : 장대에 커다란 도가 달린 무기 □ 재원 : 크고 길다(전체길이 2미터 내외, 도신 0.7미터 내외)·약간 무겁다·양손
□ 기능 : 찌르기 보통·베기 매우 우수 □ 위력 : 느린 빠르기·매우 높은 살상력 □ 비고 : 왜인들에게 강함
《무예도보통지〉― 18세기 정조 때 만들어진 무예 훈련서로 총 24개 무예와 각종 무기를 소개한다. 이 무기들의 대부분은 고려시대 11세기 때 무신 박원작의 건의로 전방에 실전배치되던 것으로 추정된다. 먼 훗날 조선의 기효신서나 무예도보통지는 왜구에 대처하기 위한 병법과 무예가 그 중심이 된다 ― 에서는 우리 나라 월도가 중국의 것과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데, 날이 낙엽처럼 얇고 무게는 적정히 무겁다 한다. 칼날의 모양은 여러 가지 변용이 있으며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 즉 청룡도도 이의 일종이다.
월도는 '마상월도'라 하여 달리는 말에서도 사용하고 군졸인 병사들도 사용한다. 작전에 따라 사용하는 전술병기라기보다는 적들이 도망칠 때 여세를 몰아 더욱 내칠 때 사용한다. 즉, 속된 말로 물불 안가리고 끝장을 볼 때 제격이다. 월도를 휘두르면 그 위세가 용맹하고 노도가 치는 듯할 것이다. 사납게 달려오던 적 떼거지도 월도가 한번 바람을 가르면 움찔하여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 특히 왜구들이 이 월도를 무서워하여 임진왜란 때 맹활약을 하고 당시 백병전의 근력무기로는 이 월도만한 게 없어서 칼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친다.
* 단월도
□ 재원 : 중간 길이·무겁다·한손 또는 양손 □ 기능 : 찌르기 약·베기 우수 □ 위력 : 보통 빠르기·살상력 크다
조선시대에는 단월도라는 것이 있다. 무신칼로도 불리우는데 자루까지 칠을 하고 이름처럼 보통의 월도보다는 짧고 뭉툭하며 매우 육중해 보인다.
* 협도(狹刀)
□ 재원 : 중간 길이·약간 무겁다 무게·한손 또는 양손 □ 기능 : 찌르기 약·베기 우수 □ 위력 : 보통 빠르기·살상력 크다
조선시대에 주로 쓰이던 협도는 더러 장도(長刀)라고도 하며 월도와 매우 흡사하나 칼날의 넓이가 월도보다는 모양새가 더 날렵하다. 월도와 마찬가지로 자루가 긴편이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베고 내리치는 이러한 칼들의 위력은 공격을 받는 칼이 댕강댕강 부러지기 쉽상이며 그 기세도 엄청나게 살벌하다고 전해진다.
☞ 패월도라는 것은 월도와 이름이 유사하나 다르다. 패월도는 주로 의식용으로서 운검이나 환도와 재원과 기본특성이 동일하고 장식이나 문양만 조금 차이를 보인다.
성웅 이순신 장검 ― 태구련(太九連)의 검 外
□ 정의 : 이순신 장군의 장검 (2기) □ 재원 : 매우 길다(197cm)·보통 무게·한손 또는 양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강 □ 위력 : 빠르기 중·살상력 강 □ 비고 : 현충사에 현존
이순신 장군이 전장에서 직접 쓰던 것. 우리 나라 칼로서는 아주 드물게 만든 이의 이름과 제작 년월일이 있는데, 다름 아닌 당대 최고의 도공(刀工)인 태구련(太九連) ― 혹은, 태귀련(太貴連)이라고도 한다 ― 이 제작한 것이다.
두 자루 중 하나에는 이순신이 직접 새긴 시구가 있다.
'三尺警天 山河動色 一揮掃蕩 血染山河'
― 삼척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떨고,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이 박력 있는 시구처럼 이 아름다운 장검의 혈도는 붉은 칠로 채워져 귀기마저 넘친다.
현존하는 칼에 판타지의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대단히 경계해야 될 일이나 판타지 작가들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인 무기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이순신 장검과 관련된 아이템은 이뿐만 아니라 다수 현존하는데, 명나라 황제가 이순신에게 하사하였다는 명조팔사품(明朝八賜品) 중 칼로서 귀도(鬼刀)와 참도(斬刀)도 있다. 귀도는 칼자루가 칼날만큼 긴데, 끝에 귀신의 조각이 새겨져 있어 주술적 의미도 있는 호신검이며, 참도는 우리 나라의 환도와 일본의 왜검의 형태와 유사하다.
인검 [ 寅劍·Tiger Sword ] ― 사인검, 삼인검, 이인검
□ 정의 : 호랑이의 기운이 서려 있는 보검 □ 재원 : 중간·무거움·한 손 또는 두 손 □ 기능 : 찌르기 보통·베기 보통 □ 위력 : 느리다·살상력 보통 □ 비고 : 악귀퇴치
검의 정의에 충실한 칼 몸통은 폭이 적당히 넓으며 곧다. 너비가 거의 균등하게 유지되다 칼끝에서 완만한 각도로 모아진다. 칼자루와 칼몸통의 비율은 1대 3 정도. 칼코등이는 장식적인 측면이 강하다. 눕혀진 칼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편평하게 봉오리나 구름을 연상시키는 문양이 주류를 이루고 칼자루 끝도 장식적인 문양으로 치장한다. 이와 다른 모양이나 형태라도 다음의 조건만 충족시키면 인검으로 분류한다. 사인검은 왕만이 지닐 수 있으며 네 마리 호랑이 기운이 깃들어 있는 검이다. 인년(寅年)·인월(寅月)·인일(寅日)·인시(寅時)인 때에 맞춰 60년마다 한 자루밖에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왕족들이나 임금이 장군에게 하사하여 지니게 되는 삼인검은 사인검의 조건 중 인시를 제외한 세 마리 호랑이 기운을 깃들인 검으로 사인검보다 동일한 모양과 크기 혹은 그보다 작다. 이러한 인검에 칠성검의 특성을 부여하여 주술력을 높이기도 한다.
장검 [ 長劍·Zang Do ] ― 쌍수도 (雙手刀·Two Hang Sword)
□ 정의 : 매우 긴 칼 □ 재원 : 아주 길다(전체길이 2미터 내외)·약간 무거움·두 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우수
□ 위력 : 보통 빠르기·매우 높은 살상력
장검은 사람의 키마저 넘길 듯하다. 장검은 형태상으로는 매우 미려하고 아름답다. 그 도신이 매우 날렵하고 예리하고 칼몸통의 너비도 좁아 바짝 독이 오른 것 같다. 장검은 다만 장대에 안붙어 있을 뿐 창이나 월도에 가까운 도다. 주로 지휘용이라는 쓰인 것 같아 검으로 칭하지 않나 싶은데, 엄연히 실전용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두 손으로 들 만큼 무거운 편은 아니나 그 길이가 워낙 길어 두 손으로 다루지 않으면 그 기술을 부리기 여의치 않다. 서양의 유사한 재원보다는 훨씬 빠르고 훨씬 예리하고 가볍다.
이렇듯 부르기는 검이라 하나 도의 형태로서 장도(長刀)라 해야 정확한데 협도 등이 더러 장도라 불려 이와 혼동되는 걸 피하기 위해 장검이라 칭한 것으로 짐작된다.
☞ 장검과 혼동되는 장도(長刀)에는 동음이의어로 여인네들의 노리개와 호신용으로 알려진 장도(壯刀)도 있다.
칠성검 [ 七星劍·Chil Sung Sword ]
□ 정의 : 칼날에 일곱 개의 별이 박혀 있는 보검 □ 재원 : 보통 길이·보통 무게·한손 □ 기능 : 찌르기 보통·베기 보통 □ 위력 : 보통 빠르기·살상력 약 □ 비고 : 주술적 상징. 수명을 늘린다.
칠성이란 원래 북두칠성을 뜻한다. 칠성신이라 하여 민간신앙에서 신으로서 그 영험함이 높다. 따라서 칠성검이라 하면 인검(寅劍)처럼 칠성의 그 영험함을 깃들이는 독특한 제조공정 혹은 의식을 거쳐야 할 것인데 그 과정에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단지 검신에 일곱 개의 별문양을 박았을 뿐이다. 독립적으로 칠성검이라 하는 칼의 형태를 보면 완전한 검의 형태로서 직도이며 칼자루와 검신의 비율은 1대 3.5 정도다. 칼자루는 다분히 장식적이고 칼 코등이도 마찬가지다. 칼날과 칼끝 모두 무딘 편이라 실전용으로는 가치가 없다. 임금이 보검을 하사한 일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무렵이 많은 데 박숭원, 신립, 정립 등이 장본인이다. 조선 후기에는 삼인검에 칠성을 금으로 새겨넣어 장검으로 제작해 공신에게 하사한 기록이 있다. 이렇듯 칠성검은 다른 검들과 융합될 수 있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칠지도 [ 七支刀·Fantasy Weapon : Chil ji Do ]
□ 정의 : 백제. 일곱 개의 가지날이 있는 칼 □ 재원 : 중간·약간 무겁다·한손 또는 양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보통 □ 위력 : 느리다·중간 살상력 □ 비고 : 모든 재앙을 회피할 수 있다.
칠지도는 시대적으로 아주 희귀하고 세계적으로도 고유한 보검이다. 도(刀)라고 하나 외날이 아니라 주검신과 가시날 모두 양날 검의 형태다. 칠지도의 철제 검신은 고도의 단련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며 독특한 조형으로 좌우로 세 개의 가지날이 있다. 길게 쭉 잘 뻗은 주검신 좌우로 'ㄴ'자 형태로 꺾인 검이 엇갈려 세 개가 있다. 주검신의 앞뒤로는 금으로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백제의 왕이 일본의 왕에게 칠지도를 준다는 내용이다. 보검으로서의 가치가 너무 커서 실전으로 사용하기에는 아까우나 만약을 가정하여 그 상황을 유추할 수는 있다.
☞ 판타지 무기로 분류하였으나 엄연히 실존하는 유물이다.
환도 [ 還刀·Hwan Do ]
□ 정의 : 조선의 대표적인 칼 □ 재원 : 중간·무게 중간·한손 □ 기능 : 찌르기와 베기 모두 우수 □ 위력 : 빠르고 높은 살상력 □ 비고 : 군도로서 전투병기
환도는 군에서는 어엿한 병기로 취급되며 민간의 것과 구분하기 위해 검은 칠을 한다. 칼집과 장식수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칼날까지 검은 빛을 띤다. 칼코등이는 거의 원에 가깝게 둥근 형태로 손을 보호한다. 이러한 칼코등이의 형태는 다른 칼들에 비해 적과의 칼부림에서 손을 다칠 위험을 최소화시켜 준다. 의전용이나 상징적 의미의 검들이 칼고등이가 단지 장식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칼자루는 납작하게나 아주 동그랗지 않고 손에 쥐기 좋을 만큼 적당히 둥글고 칼자루 끝도 적당히 둥글다. 칼자루와 칼몸통은 전체길이가 길든 짧든 1:3 정도다. 도신은 칼자루에서 올라오면서는 거의 곧다가 칼 끝에 이르를 때 완만히 휜 편이라 동시대의 보편적인 왜검보다는 그 휘어지는 정도가 덜하다. 도신의 너비는 한동안 일정하다싶을 정도로 아주 완만하게 좁아지면서 칼 끝에 이른다. 한국. 칼집의 등쪽에는 두 개의 작은 고리가 있어 끈을 매달고 허리에 차거나 어깨에 메기가 좋다. 이러한 환도의 모습은 요도와 왜검 등 외래 칼들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며 개량된 결과로 보인다. 색채를 제외한 모든 재원은 조선 검의 표준사양이 된다.
☞ 일단 기본적인 상식을 알고 전통도검을 구분할 때는 (감상법이 아님을 유의) ① 칼의 길이나 크기를 봐서 장·중·단을 따진다. ② 양날인지 외날인지를 따져 검인지 도인지 구분한다 ③ 칼자루를 중심으로 재질·칼자루 끝의 모양과 장식, 칼코등이의 모양을 본다. 유사한 도검들을 구분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칼자루의 장식과 칼코등이다. 일반인들이 ③까지 정도 살피면 굳이 만지거나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강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도신이 곡선을 이룬 정도, 칼의 시대적 발달 정도를 나타내주는 칼날의 단면, 칼 몸통의 폭과 칼끝으로 여며지는 정도, 칼자루와 칼몸통의 비율, 칼날에 새겨진 문자나 문양, 칼집의 재질·색깔·수술장식·칠 등은 도검 전문가의 영역이다.
환두대도 [ 環頭大刀·Hwan Doo Dae Do ] ― 고리 자루 큰칼
□ 정의 : 칼자루 끝에 고리가 있는 칼 □ 재원 : 약간 짧은 것부터 긴 것까지·보통 무게·한손 또는 양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중 또는 강 □ 위력 : 빠르기 중·살상력 중 또는 강 □ 비고 : 원삼국시대에서 고려 초까지 주력 도검
대도(大刀)라 하나 보통 길이의 도검만 하다. 원삼국 시대에 칼이 보통 50cm내외의 단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치면 대도라고 불릴 만하다. 시대적이나 지역적으로 오래 그리고 널리 사용되고 실전과 의전에 두루 쓰인다. 환두대도는 도신의 칼심을 칼자루에 박아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도신에서 칼자루 끝 고리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골조가 되는 칼자루 부분에 가죽이나 천등으로 단단히 휘감아 손에 쥐기 좋은 형태로 만든다. 도검의 무게중심은 칼자루에 있으므로 쓰는 사람에 따라 쇠나 나무 등을 덧대어 칼자루의 무게를 달리 했을 수 있다. 도신은 곧다. 외날에 충실하고 도신의 등은 한쪽이 완전히 무디다. 시대가 흐르며 환두대도가 발전을 보이는 점은 장식이나 외형보다도 이 도신의 단조와 제련에 있던 것 같다. 고리가 아주 크고 안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것에서부터 안에 용모양의 문양을 넣은 것까지, 그 칼자루 고리의 모양이나 장식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다. 찌르기도 좋고 베기도 좋고 의전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고대 한국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유행된 도검의 형태이다.
특수도검들 및 기타 류
언제부터인가 여러 가지 형태의 갖가지 도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도와 같은 것들은 중국에서는 아주 흔한 것으로서 손잡이 끝에 둥근 고리가 달린 것도 있다. 이 밖에도 참수할 때 망나니가 쓰던 칼, 대나무로 자루와 칼집을 만들어 교묘히 위장한 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은 사용하고자 하는 용도에 따라 재원이나 형태를 변용하고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으로서 널리 쓰인 보편적인 것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의식적 성격이 없고 호신용의 실용적인 것들은 전문 장인인 도공(刀工)의 손이 아닌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에서도 만들어진다.
* 고려시대 박서의 대우포(大于浦)
□ 재원 : 커다랗고 무거운 칼 □ 용도 : 공성병기인 운제를 파괴한다.
몽고와의 항쟁때 박서라는 장수가 만든 것. 대우포는 일반적인 도검의 형태는 아니다. 그 크기가 엄청나게 크며 무게도 육중하며 날이 일부 톱처럼 되어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독특한 형태는 사람이 아닌 운제라는 공성병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함이다. 운제는 일반 사다리와 달리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난간을 잘라내야만 적의 성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 ―「수레 및 공성무기」 편 '운제' 항목 참조 ― 따라서 대우포처럼 커다랗고 무거운 칼이 유용한 것이다.
* 조선시대 임진왜란의 장병검(長病鎌)
□ 재원 : 자루와 낫 모두 쇠. 3인용으로서 매우 길고 무겁다. □ 용도 : 아군의 선박에 오르는 적의 목을 친다.
장병검은 해전 시 배와 배끼리 근접전 시 유용한 특수검이다. 전체를 쇠로 만든 거대한 긴자루 낫과 같은 형태로서. 3인의 장병이 자루에서 나온 손잡이를 잡고 함께 호흡을 맞춰 휘두른다. 아군의 갑판에 오르는 적의 수군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에 3인이 횡으로 크게 휘둘러 치는 이 위력적인 장병검은 적의 목이며 몸통을 그야말로 벼 베듯 숭덩숭덩 동강낸다. 그러나 칼부림이 이루어지는 근접전에는 의외로 쉽게 당할 수 있다.
중국을 상징하는 무기 '창'
창의 기본 형태는 긴 자루에 침처럼 뾰족한 칼날을 단 것이다. 창은 두손으로 잡고 사용하는 게 기본이다. 선사와 원삼국 그리고 삼국시대는 가히 창의 전성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타의 이유가 있겠지만 강력한 기마병이 있었기 때문에 기마병을 잡는 병기가 필요했다. 그 중 어떤 것은 중국으로부터 전래가 된 것이고 어떤 것은 우리 고유의 창들이다. 그 기능은 주로 찌르기(:spear) 아니면 던지기(:javalin), 더러는 찍어 끌어당기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서 전장에서 창 던지는 전술을 사용한 기록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중국은 창이고, 한국은 활이고, 일본은 칼이라. 뛰어난 궁과 노가 있는데 우리가 창을 던질 때는 일종의 편법이었을 것이다. 이를 입증해주듯 중국으로부터 던지는 전문 창인 표창이 유입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로서 크고 작은 전란을 겪으며 다양한 무기체계의 필요성과 그 교육이 대두된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앞선 표창을 들여왔어도 삼국 이래 조선 군사체제의 전술운용에 사용된 기록을 찾기 힘들고 뒤에 나온 무예도보통지에서는 투창이 보조무기 정도로 소개된다.
동양의 무기는 철기시대가 도래하기도 전에 활 문화가 뛰어나게 발달했다. 이것이 서양과 동양의 고대 무기체계를 가늠짓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궁과 노 등 장거리 무기가 월등히 뛰어나고 전문화된 무기이기 때문에 굳이 창을 힘들여 던질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활 문화가 발전하지 못한 문화권에서는 창을 던진다.
활이 발달한 우리는 일단 던지기보다는 찌르는 기능의 창(:spear)이라고 본다.
한편 고려나 조선의 창은 대부분이 중국의 것과 유사하다. 중국은 창과 장대형 무기에 있어서는 동시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또한 그들은 근력무기 중에서 창이 단연 최고라 여겼으니 좋은 것으로 써 먹을만 했다. 찌르기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창은 월등히 오래 그 유행이 지속된다. 그러나 고려나 조선시대 사용하던 창들의 원형은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라기 보다는 고대의 원삼국 시대에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원삼국 시대에는 창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척 다양하고 발달된 창 무기체계를 보인다. 당시에는 우리도 선사와 원삼국 시대에 투겁창, 극, 모, 과 등 중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다양한 창과 장대무기들이 사용되었다. 찌르는 기능뿐만 아니라 때리고 치고 걸고 베는 등 거의 창인지 장대무기인지 도무지 무엇에 쓰던 무기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창은 강하다. 그렇다면 판타지에서도?
싸움터에서의 효과적인 살상무기는 일단 긴 것이 단연 최고다. 서로 엉키다 보면 병사들끼리의 명예는 없다. 멋들어진 도검으로 폼 잡을 상황이 아니다. 상대가 등을 보이고 있어도 일단 찌르고 본다. 창은 한쪽으로만 찌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발달된 창들은 뒤쪽에 '물미'라는 것이 있어 뒤쪽으로도 찌를 수 있으니 한데 뒤엉킨 아수라장에서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기에, 또한 기마병에게는 창이 제격이다.
병졸들은 성능 좋은 도검을 지니기 어렵다. 사람과 사람이 맞붙는 백병전에서 칼을 들고 방어하기는 힘들다. 칼을 들고 공수를 적절히 하기 위해서는 막을 것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방패가 있어야 하거나 무예가 뛰어나야 적의 공격에 대응하다. 그러나 긴 무기는 길기 때문에 방패의 필요성이 별로 대두되지 않는다. 권투에서도 린치가 길수록 상대의 공격을 맞을 확률이 적고 먼저 찌르고 먼저 피할 수 있듯이 창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에 충실하여 견제하거나 회피한다.
한편으로 창과 장대형 무기들은 그 창날의 변형이 자유롭다. 커다란 도를 달면 언월도나 협도, 철추를 달면 쇠도리깨, 찌르고 베고 거는 다목적의 창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즉 창의 형태로는 무기개발이 손쉽고 용이한 것이다. 커다란 전란 중에서는 필요에 따라 창의 개조가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가 전란이 끝나면 이내 빠르게 자취를 감춘다.
이렇듯, 창은 무예로서의 무기보다는 병기와 병법에 의해 운용되고, 이 때문에 판타지 무기로서의 가능성에 장애가 된다. 영웅이 쓸만한 상징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 모양이나 설정에 더 많은 변형을 거쳐야 한다. 또한 병졸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시시하다는 잘못된 편견, 혹은 사탄이나 들고 있는 삼지창 정도로 생각하고 드랴큐라 백작이 사람들을 꼬치처럼 꿰어 전시하던 그런 흉악한 무기로 여긴다는 서구적인 발상들 ― 우리는 이런 편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어차피 한국적인 것은 개성이 있는 것이므로 얼마든지 창에 매력을 부여할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항목들은 한국의 역사상 사용된 기록이 있는 창들이다. 재원에서 길이는 자루길이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므로 단창 중간 창 장창 등으로 융통성 있게 적용시킬 수 있다 ― ex. 갈고리 창에서도 긴 것과 중간 것 짧은 것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명칭 및 각종 세부사항이나 설명 등에서는 미규명의 것이 아직도 많은 만큼 적절하게 가공을 하였으며 모(矛)나 과(戈), 극(戟) 등의 중국식 분류를 우리 나라에서 생산된 창이나 장대형 무기에 맞게 뾰족창·꺾창·넓적창·가지창 등으로 분류했다.
아래 내용들을 기초로 여러분들이 상상해낼 수 있는 한국적 판타지 무기로서의 창은 더욱 다양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갈고리창 [ Hook Polearm ]
□ 정의 : 갈고리 형태의 날을 붙인 창 □ 재원 : 3미터 내외·무게 보통·한손 □ 기능 : 찌르기 중·찍기 중 □ 위력 : 빠르다·중간 살상력 □ 비고 : 대 기마전에 유리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 갈고리 창은 낫을 매달아 베는 형태의 장대무기와는 다르다. 갈고리 창은 대 기마전이나 갑주를 두른 적을 사용할 때 유용하다. 삼국시대에는 기마병이 주력으로서 가공할 기동력과 공격력, 방어력까지 갖춘 철갑부대였다. 철갑을 두른 말과 긴 창, 그리고 자신도 갑주로 무장한 적 기마병이 있다. 적을 쫓아 돌진하다가 갈고리 창을 든 보졸 하나가 튀어나와 냅다 갈고리 창을 찍는다. 기마병을 말에서 떨어뜨리는 것 말고도 적의 성을 기어오를 때 성 위에서 걸리적거리는 적 병사들을 찍어서 떨어뜨릴 수도 있다.
기창 [ 旗槍·Flag Short Spear ]
□ 정의 : 깃발을 단 단창(短槍) □ 재원 : 2미터 내외 □ 기능 : 찌르기 상 □ 위력 : 빠르다·중간 살상력 □ 비고 : 깃발로 아군사기 진작
기창의 가장 큰 특징은 창날 아래의 작고 네모난 깃발이다. 의전용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실전에도 쓰인다. 창술의 동작이 찌르는 동작뿐만 아니라 길쭉한 곤봉처럼 휘두르거나 내치는 기술도 있으므로 기창을 힘차게 휘두를 때는 그 작은 깃발에서 팡팡 박력있는 소리가 난다. 적진 한복판에서 아군의 깃발이 휘날린다면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효과일 뿐, 다른 창에 비해 실전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고려의 태평성대와 조선시대에 두루 쓰였다.
꺾창과 가지창 [ 戈, 戟 ·GGuck Chang & Gazi Chang ] ― 과와 극
□ 정의 : 찍는 창의 일종 □ 재원 : 다양한 길이·가벼운 편·한손 또는 두손
창날을 창대와 수직이 되게 장착한다. 물론 찌를 수도 있게 창대 끝에는 뾰족한 날을 단다. 꺾창도 역시 기마병 잡는 창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백병전을 할 때도 유리하다. 어깨나 머리통을 찍으면 훨씬 박력 있고 성처럼 높은 곳에 있는 적을 거꾸러뜨리기 용이하다. 중국에서는 이런 창들을 과(戈)라고 한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꺾창(과 : 戈)과 뾰족창(모 : 矛)의 기능을 합쳐놓은 갈래창 혹은 가지창(극 : 戟)이 있다. 가지창은 찌르기도 하고 찍어 당기기도 베기도 하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중국의 여포의 주무기인 '방천화극'이 유명하다. 극의 종류는 창 중에서는 고급품으로서 주로 장수들의 주문에 맞추어 그 모양이 다양하다.
낭선창 [ 낭선창·Lang Sun Spear ]
□ 정의 : 가지창의 일종. 장대에 나뭇가지 날들이 여럿 달린 것 □ 재원 : 4미터 내외·무겁다 □ 기능 : 찌르기와 휘두르기 □ 위력 : 느린 편·중간 살상력(살상 범위가 넓다) □ 비고 : 낭선독창 (살상력이 높고 확산된다)
무성한 대나무나 침엽수의 나뭇가지를 꺾어놓은 듯한 창. 실제로 그 모양에서 고안된 듯 보인다. 자루는 쇠나 대나무로 만든다. 가지에 대나무 잎처럼 작은 날들이 붙어 있다. 모두 쇠로 만들 경우 무게가 적지않게 나가고 휘두를 때 저항을 많이 받게 되어 다른 창에 비해 느린 편이다. 가지는 9개에서 11개까지다. 살상의 깊이는 낮지만 그 살상반경이 워낙 넓고 또한 효과적이다. 사용되는 기술도 단순하다. 단지 흔들고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적들이 함부로 접근할 수가 없는데 탄성을 지닌 대나무로 자루를 만드는 것도 이런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적의 진영을 흐트러뜨리고 돌파하는데 낭선의 위력이 있다. 낭선의 날들에 독을 묻혀 사용할 경우 살상의 깊이도 높아지고 살상효과가 지속되어 그 살상력이 매우 높아진다. 통제하기 힘든 무기이고 살상범위가 넓기 때문에 자칫 아군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고, 갑주를 꼼꼼히 두른 적에게는 약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넓적창 [ ] ― 도끼날창·끌날창
□ 정의 : 끌같은 날을 자루에 단 창. 넓적창의 일종 □ 재원 : 길이 ?·가벼운 편·한손 또는 두손
넓적창은 장대를 찌르듯 밀어서 살상력을 가하는 무기다. 고구려의 화살촉 중에서는 적에게 타격을 크게 입히기 위해 도끼날 모양으로 된 것이 있다. 서유기의 사오정이 사용한 무기인 월아산에서 넓적한 쪽도 이 창날과 유사하다.
넓적창의 끝은 검날처럼 날이 서있고 반듯하다. 다른 창으로 찌르면 구멍이 나지만 이 넓적창은 효과가 더 크다. 날카로운 수평의 날로 강하게 찌르듯 '밀면' 흡사 도끼로 찍은 것처럼 아주 깊숙한 상처가 날 수 있다. 만약 적의 목을 치면 그대로 밀리듯 잘려나가게 된다. 휘두르는 것이 아닌 찌르듯 밀던 것이라 투창도 효과적이다. 투창된 넓적창에 맞으면 칼이나 도끼에 당한 것과 같아서 사지가 잘리기 쉽다.
다지창 [ 多指槍·Barb Spear ] 류 ― 이지창·삼지창·사지창
□ 정의 : 미늘살이 둘 이상 나 있는 뾰족창의 일종 □ 재원 : 길이 2미터 이내·보통 무게·한손 또는 두손 □ 기능 : 찌르기 우수·중단거리 던지기 보통 □ 위력 : 조금 느리다·던지기 살상력 보통·찌르기 살상력 보통 □ 비고 : 던지기·방어력 향상
다지창에는 삼지창 말고도 두 갈래로 난 이지창과 네 갈래 창살로 된 사지창이 있다 ― 당파창은 날의 형태가 검날이므로 이에 속하지 않는다.
'이지창'은 주살에 옆으로 살이 튀어나와 올라간 형태라 대칭은 아니다. '사지창'은 삼지창과 거의 같은데 단지 살이 네 개일 뿐이다. 이런 다지창은 고구려 뿐만 아니라 신라나 백제에서도 간간이 보인다. 극(戟)과는 달리 모든 날이 작살 형태이며 그 겨냥하는 바가 모두 찌르려는 한 방향이다.
이러한 다지창들은 살이 많을수록 날을 작게 만들고 길이도 다른 창들 보다 작고 가볍다. 당파창과 달리 날이 없고 다른 뾰족창처럼 매끈한 쇠침이 아닌 것, 또한 창끝이 '∧형'인 이유는 이 창들이 투창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모양의 촉은 살에 박히면 빼내기가 힘들고, 억지로 빼내면 상처가 커진다. 들고서 싸우는 걸 전제로 하되 위급할 때 중단거리에 한하여 던진다.
뾰족창 중에 살이 하나로서 이런 작살형 날을 지닌 것은 투창(投槍·javalin)이라고 한다. 거의 화살과 같은 날을 이룬다. 서양 판타지 무기에서 자벌린(Javalin)과 거의 유사하다.
외촉형의 투창에서 창끝 가지가 둘 이상으로 만든 것은 근접전에서도 사용한다는 증거다. 상대의 공격을 막을 기회가 높아진다. 공격의 찌르는 동작이 곧 상대의 칼을 막는 수비형 동작이 된다. 이러한 방어적 기능에서는 두 개의 창살을 지닌 창보다는 네 개를 지닌 사지창이 더 확실하다.
☞ 미늘창은 끝이 두가지 또는 세 개로 갈라져 있는 창으로서 서양의 핼버드(halberd)와 유사하다. 미늘의 첫째 뜻이 낚시바늘 끝에 있는 가시랭이 모양의 작은 갈고리라고 하여 삼지창 등과 혼동할 수 있으니 주의. 한편 극(戟)의 경우 워낙 그 형태의 변형이 많아 미늘창, 갈고리도끼창, 가지창이나 갈래창 등으로도 일컬어진다. 위의 이지창 삼지창 사지창 등은 뾰족창 계열로 이와 구분하기 위해 임의의 '다지창'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린 것이다.
당파창 [ 당파창·Dang Pa Spear : Trident ]
□ 정의 : 자루 끝에 세 개의 날 혹은 침이 달린 가지창 □ 재원 : 2.5미터 내외·약간 무겁다 □ 기능 : 찌르기 □ 위력 : 보통 빠르기·높은 살상력(형태에 따라 다르다) □ 비고 : 방어력 향상
날이 세 개인 창으로서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사극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 관아의 병졸들이 들고 다니는 창이 바로 이 당파창이다. 삼지창으로 오인을 하나 삼지창과 당파창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삼지창은 초기에 서양의 악마가 들고 있는 유형의 화살촉 모양의 끝날을 지닌 것에서부터 칼날을 달아놓은 것까지 크고 작은 돌연변이를 거쳐왔다. 또한 무속에서는 무구(巫具) 중 하나로서 무당이 신명이 크게 났을 때 삼지창을 들고 돼지머리를 푹푹 찌르기도 한다. 저팔계도 이 삼지창을 쓰는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삼지창은 그렇게 미련하고 사악한 무기는 아니다. 원삼국시대의 삼지창은 가지에 날이 없어 뾰족한 쇠침에 가깝고 끝에는 낚시바늘 같은 촉이 있다. 이런 모양은 철을 다루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날로 바뀌어 간다. 길어진 가운데 날과 좌우 날이 바깥쪽으로 조금 휜 형태의 당파창은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한다. 가지 사이로 적의 칼날을 막을 수 있다. 당파창은 적의 공격을 회피하지 않고 막을 수도 있는 가장 기능적인 창이며 삼지창이 고도로 진화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이 있다. 옛 삼지창이 가지고 있던 투창력이다.
동예모 [ Dong Yae Mo : Very long & Great spear ]
□ 정의 : 동예의 매우 길고 거대했던 고대 창 □ 재원 : 길이 9미터 이상·무겁다·한손 또는 두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우수 □ 위력 : 매우 느리다·살상력 높다 □ 비고 : 2∼3인용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소개된 동예 고유의 창. 찌르기에 충실하고도 양날이 있어 마치 거대한 칼을 보는 것과 같다. 창날만 해도 족히 2미터가 넘는다. 동예모는 워낙 길고 거대해서 장정 두 세 사람이 붙어서 휘둘러야 거뜬히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동예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했음을 말해준다. 창날은 무디지만 세 사람의 힘이 하나로 된 만큼 그 위력이 가공하다.
그런데 이런 창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 동예의 마을에 오랑캐가 몰려온다. 한 두명이 아니라 우르르 떼거지로 몰려온다. 동예모를 다루는 마을의 세 장정은 삼위일체가 된다. 그들은 동예모를 들고 적들의 한복판으로 돌진한다. 즉시 적 네 다섯명이 동예모에 뚫려서 꼬치처럼 된다. 빼내는데도 협동심이 필요하다. 약간 여의치 않자 적들이 이 틈을 노려 도끼를 들고 달려온다. 셋이 뒷걸음질해서 쑤욱 창을 빼내고 이번에는 옆으로 휘두른다. 부부우웅-! 거인이 통나무를 휘두르듯 대기가 육중히 갈라지며 또 금새 여럿이 땅바닥에 나뒹군다. 적들의 사지는 제대로 붙어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 이런 상상은 동예모를 든 세 사람이 호흡이 신기에 가깝게 잘 맞을 것을 가정하고 있다. 이를 엄호하는 전술이 필요할 것이다.
뾰족창 [ 矛·Normal Spear ]
□ 정의 : 날이 없어 찌르기만 하는 창 □ 재원 : 길이 다양·한손 또는 두손 □ 기능 : 찌르기 강·중장거리 던지기 중 □ 위력 : 빠르다·살상력 찌르기 보통·던지기 보통 □ 비고 : 쇠침형·작살형·마름모형
모(矛)는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창이다. 원래는 찌르는 기능만 있다가 창살에 검날이 생기면서 베기도 하는 창으로 발전되는데 찍어 끌어당기듯 베는 꺾창(과 : 戈)와는 다르다. 고려나 조선의 장창, 기창도 크게 보면 이 뾰족창의 범주에 들어간다. '모'는 장대에 끼우는 투겁형과 날 아래의 심지를 자루에 박는 두 종류이다. 혹은, 찌르기만 하는 형태(쇠침형·작살형·마름모형 검)와 창살에 양날이 있어 찌르기뿐만 아니라 벨 수도 있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후자는 검을 긴 장대에 단 것과 같아 검과 장대가 융합된 결과로서 우리가 흔히 창이라 하는 것은 이런 검날의 창살을 가진 것이다. 반면, 검날이 없는 찌르기 전용 창은 태초의 원시인들이 장대를 뾰족하게 깎아 만들다가 발달한 것이므로 모(矛)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조 뾰족창들은 중단거리 투창용으로도 쓸 만하다.
사모 [ 蛇矛·Snake Spear ] ― 장팔사모
□ 정의 : 구불구불한 날이 달린 긴 창 □ 재원 : 길이 3미터내외·보통 무게·한손 또는 두손 □ 기능 : 찌르기 중·베기 중 □ 위력 : 보통 빠르기·살상력 좋다.
사모는 삼국지의 장비의 주무기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는데, 그것은 유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반 사병들이 쓰기에는 희귀하고 귀한 창이었기 때문이다. 사모는 구불구불한 날로 만들기가 어려운 대신 적에게 타격을 입히면 그 살상면적이 매우 높다. 장수들이 쓰기에 적당한 창이나 우리 나라의 장수들은 중국과 달리 창보다 칼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었으므로 문헌상에도 사모가 실제 전투에 쓰였다는 기록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다. 중국의 경우에는 아주 오랫동안 사모나 극처럼 창날의 변용이 널리 유행한 반면, 우리 나라에서는 원삼국과 삼국시대를 제외하고는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를 추구하였다. 그것은 창이 사병들의 무기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삼발이창 [ Tripod javelin ]
□ 정의 : 세 개의 길죽한 쇠침이 뻗어나온 창 □ 재원 : 2미터 내외·가볍다·한손 □ 기능 : 찌르기 낮음·중장거리 던지기 우수 □ 위력 : 빠르다·던질 때 살상력 약함·찌를 때 살상력 보통 □ 비고 : 투창시 명중률이 높다. .
원래는 바다 근해나 강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작살이다.
고대 원삼국 시대에는 전투에도 사용된다. 찌르기의 기능을 함과 동시에 중단거리용의 투창으로 사용한다. 경량의 쇠침이므로 던지기에 부담도 없고 쇠침이 삼발이형의 세 갈래이므로 어지간히 겨냥을 하면 다 꽂히게 되어 있다. 명중률이 대단히 뛰어나지만 관통력이 약해 살상력은 떨어진다. 들고서 싸울 때의 전투력은 심하게 떨어진다. 쇠침의 한 끝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으므로 침이 박혀도 위력이 떨어지긴 하나 상대적으로 적을 찌를 확률은 높게 된다. 상대의 창이나 다른 무기의 공격을 막는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양지창 [ Yang Zi Chang ]
□ 정의 : 양 갈래로 난 장대형 무기 □ 재원 : 5미터 내외·무겁다. □ 기능 : 말 탄 기병 거꾸러뜨리기와 성 수비시 도구 □ 위력 : 보통 빠르기·살상력 약.
양지창은 날카로운 검의 양날도 갈고리처럼 생긴 창살도 지니지 않는다. 대신 'Y'나 'U'자형의 창살은 말 달리며 질주해오는 적 기마병을 거꾸러뜨리기에는 제격이다. 삼국시대의 기마병들은 목을 보호하는 경갑주를 반드시 착용한다. 양지창은 당시 기마병 목의 경갑주를 재끼기에 딱 적합한 형태다. 양지창에 걸리는 즉시 갑주를 찬 것도 소용없이 목이 부러질 수도 있다. 양지창은 성의 수비에 있어서 적의 망루형 공성병기를 밀치거나 병사들의 목을 채서 떨구거나 하는데도 사용된다. 안쪽에 날을 갈거나 창살을 뾰족하게 갈면 그만큼 살상력도 생긴다.
장창 [ 長槍·Josun Long Spear ]
□ 정의 : 긴 창 □ 재원 : 3미터에서 4미터·약간 무거운 편 □ 기능 : 찌르기 우수·베기 보통 □ 위력 : 빠르기 보통·살상력 높다. □ 비고 : 조선의 장창
일단 위력이 검증된 창의 형태는 그 어떠한 무기보다도 오래 유행이 지속된다.
장창의 원형은 이미 원삼국 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장창은 자루의 재질이나 철을 다루는 기술 등이 발전하여 성능이 점차 개선되며 조선 후기까지 면면히 이어진다.
한국의 대표 창이라고 할 수 있는 장창은 칼만큼 섬세한 면이 있다. 자루로 할 나무의 선택도 무게의 경중과 탄력을 따져 까다롭다. 뾰족하면서도 베기도 가능한 창날에는 피가 흐르도록 홈( : 血漕)이 나 있다. 이 홈의 역할은 비단 피가 검신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피가 터지는 압력은 창이 깊숙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데 이 홈이 있음으로 해서 피의 압력이 밖으로 손쉽게 분출된다. 즉 창으로 찔렀을 때 순간적으로 창이 더 빠르고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칼날과 자루 사이에 적정한 크기의 코등이가 있어 적의 무기와 맞부딛힐 때 적의 공격이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을 저지한다. 또한 자루 끝에는 뾰족한 물미로 마감되어 있다. 훌륭한 창술을 구사하는 주인과 만난 장창은 어떤 무기도 제압하는 훌륭한 성능을 발휘한다.
죽장창 [ 竹長槍·Bamboo Long Spear ]
□ 정의 : 대나무로 자루를 만든 긴 창 □ 재원 : 길이 6미터내외·가벼운 편·한손 또는 두손 □ 기능 : 찌르기 중 □ 위력 : 매우 빠르다·살상력 중 □ 비고 : 좋은 대나무를 사용할 것
여기에서의 죽창은, 절간 대나무 밭에서 밑둥 잘라 챙겨들고 상단 비스듬히 베어 생긴 뾰족날로 탐관오리 원님 배를 쑤시는 그런 죽창은 아니다. 장인에 의해 탄생된 죽장창은 실제 전투에도 쓰인다.
죽창의 생명은 날이 아니라 그 자루로서 대나무가 생명이다. 대나무는 특유의 탄력이 있으면서도 강해야 하니 그 재료 고르기가 까다로워 병기로서의 죽창은 대량생산은 되지 않는다. 일단 재료를 구했다 하더라도 생으로 쓰는 게 아니라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적의 칼도 막아내는 병기로 탄생된다. 죽창은 창살의 길이가 한뼘 정도로 짧아서 적의 베는 공격에 자루가 동강 날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단창으로서 호신용으로 지니거나 투창으로 삼는 편이 더 좋다. 신령의 기운이라도 받은 훌륭한 대나무민 있면 명기(名器)가 탄생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톱창 [ Toup Chang ] ― 미늘쇠창
□ 정의 : 양날 톱처럼 생긴 넓적창 □ 재원 : 길이 ?·약간 무겁다·한손 또는 두손 □ 기능 : 찌르기 약·치기 □ 위력 : 보통 빠르기·살상력 중
오늘날 양날 톱의 원형처럼 보인다. 갑주를 입지 않은 적에게는 특별한 상해를 입힐 수 있다. ― 무기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어떤 것은 제구(祭具)로 쓰이지 않았나 의심이 될 정도이다. 미늘쇠라는 말이 원칙이나 여기서는 무기로 간주하여 톱창이라고 한다. ― 톱창에는 그리 칼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대신 가시같은 게 있어서 만약 맨살인 옷을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뜯어져 나갈 수 있다. 톱창은 찌르기보다는 후려치거나 때린 뒤 당기는 동작에서 큰 상해를 입힐 수 있다. 단 한번의 가격으로 죽일 만큼 강력하지는 아니지만 적에게 끔찍한 고통과 부상을 줄 수 있다. 이런 창으로 얼굴을 가격당한다면 이목구비가 다 떨어져 나갈 것이다. 단, 갑주로 무장한 상대에게는 약하다.
표창 [ Korean Javelin ]
□ 정의 : 던지는 목적의 투창 □ 재원 : 2미터 가량·약간 가벼운 편·한손 □ 기능 : 찌르기 약·중장거리 던지기 우수 □ 위력 : 빠르다·던질 때 살상력 강 □ 비고 : 칼과 방패와 같이 쓸 수 있다.
일본 닌자들이 쓰는 표창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닌자들이 쓰는 암기들은 창이 아니라 수리검이다)
이 창은 던져서 적을 찌르는 투창(投槍·javelin)이다. 그러나 손에 들고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관통력을 극대화시킨 다른 문화권의 것은 날이 없고 길죽한 침처럼 뾰족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표창은 손에 들고 서도 싸울 수 있도록 날이 있고 좌우에도 날이 돋아 있다. 자루의 무게중심은 창날 끝에 있고 뒤쪽으로 갈수록 차차 가늘어서 던질 때 힘이 앞으로 쏠림으로서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자루는 나무나 대나무로 만들고 방패와 같이 쓸 수 있다. 칼과 방패와 같이 쓸 수 있다 하여 일단 창을 던져 적을 선제할 목적으로 쓰였던 것 같다.
한국을 상징하는 무기 '활'
우리 나라 영웅의 비범했던 일화를 보면 활을 무척이나 잘 쐈다는 얘기는 하나같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고구려에서도 활을 잘 쏘면 제왕이 될 특출한 인재로 우대했으며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신궁에 가까웠다.
우리나라의 고대 무기체계에서는 활에 대한 아주 특별한 애착이 칼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서양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비단 조선에 이르러 유교의 영향으로 칼이 쇠퇴하는 듯한 경향이 보였던 것은 사실이나 활은 태초 이래 지금까지 우리 민족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주는 무기다.
그렇다면 왜 도나 검이 아닌 궁인가?
첫째는 우리는 무기를 사람을 죽이고 전쟁에서 이기는 목적이 아닌 심신을 수련하는 방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궁은 비전시에도 가장 가까운 무기다. 사냥을 하고 시합을 한다. 즐기면서 기예를 닦을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다.
둘째는, 우리는 기마민족의 후예라 말 달리며 쏘는 기술이 특히 강했다. 말 달리며 이동 중 겨냥하며 몸을 틀며 뒤로 쏘는 정교하고도 역동적인 궁술로서 특히 고구려인들이 매우 뛰어났다. 말 달리면서도 쏘는데 가만히 겨냥하면서 쏘는 걸 못할 리 없다. 활 잘 쏘는 민족이라 하여 중국에서 동이(東夷)족이라 했던 것은 유명하다. 피는 못 속이는 법이라, 현대에서도 우리 나라의 활 솜씨는 단연 세계 최고다.
셋째로, 우리의 활을 만드는 기술은 그 기예만큼 뛰어나다. 태고 이래로 언제나 당시대 최고 비단 동양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수준을 가졌다. 우리 나라의 궁은 고대일수록 더 뛰어나고 그 명성이 높다. 비록 조선의 궁이 그 명맥을 잇는다 하나 전설적인 궁들의 명성과 성능에는 미치지 못한다 ― 컴퓨터 게임에서 많이 등장하는 판타지의 무기체계들은 칼보다 활이 대부분 약한 듯 보인다. 한국적 판타지에서도 그럴까?
활은 한민족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걸린 무기다. 중국이 창(槍), 일본이 도(刀)라면, 우리는 당연히 활이다. 판타지 장르의 고전무협에서 아주 극적인 장면이 있다면, 중국적인 판타지에서는 창을 든 장수들이 활개치고, 일본의 판타지에서는 사무라이들이 일본도비슷한 것을 들고 설친다. 우리의 영웅들은 어떠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유명한 장수들의 전기나 설화를 읽어보면 그 답을 알 것이다. 활을 못 쏘면 영웅이 못될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한국적 판타지 장르에서 활의 상징과 그 의미를 간과한다면, 아무리 한국적 판타지의 무기체계를 늘어놓고 영웅을 설정한다 하더라도 진정한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한편 쇠뇌 즉 노(弩)란, 기계적 매커니즘을 이용한 궁이다. 서양에서는 손에 들고 쏠 수 있는 석궁(石弓·crossbow)의 개념이나 우리의 노라 함은 그런 일반적인 석궁도 포함하면서 훨씬 크고 성능도 다양한 중장병기로서 전쟁터에서 주로 쓰인다.
궁(弓)의 종류
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궁에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전문가 영역까지 짚고 넘어가지는 않으나 다음의 항목만 잘 알면 판타지 무협 장르를 개발하는 게임 이나 애니메이션 기획자, 영화 관계자나 소설 등의 관계자들은 그 설정이나 용어를 개발하는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① 길이로는 시위를 달았을 때를 기준으로 팔 하나 길이 안쪽이면 단궁(short bow), 사람 키만큼 크면 장궁(long bow)이라 한다. 다른 특성은 거의 같고 길이만 다르다면 장궁일수록 사정거리가 늘어나고 겨냥한 대로 화살이 향하는 정확성도 높아진다.
② 만드는 과정이나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는 단순궁·강화궁·합성궁으로 나눈다.
단순궁(simple bow)은 활몸체를 만드는 재료가 한두 가지로서 형태만 다듬은 후에 시위를 감아서 쓰는 가장 단순한 활이다. 여기서는 비단 나무로 만든 것뿐 아니라 철로 만든 것도 포함한다. 강화궁(strengthen bow)은 단순궁인 활의 몸체에 가죽이나 여타 부재료로 감고 조여서 그 탄성을 보강한 것이다. 합성궁(composite bow)은 그 제작 전반에서 아주 까다롭고 섬세한 공정을 거쳐서 태어난다. 활 몸체도 다양한 재료로 부분적으로 대고 합치고 덧붙여 만들며 부재료도 많다.
강화궁 단계를 합성궁에 넣은 두 가지 단계도 있는데 환목(丸木)궁과 복합(複合)궁 혹은 단일(單一)궁과 복합궁이다.
③ 시위를 풀었을 때 활의 형태로서 직선형·반곡형(反曲形)으로 나뉜다. 직선형은 원래 약간 휜 형태였다가 시위를 풀면 거의 일직선이 되는 경우이며 대개 단순궁이 많다. 반곡형은 특이하게도 역으로 완전히 둥글게 휘는 형태를 이룬다. 그만큼 탄성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다시 시위를 감았을 때는 탄성력을 잔뜩 품고 있다가 활을 쏠 때 뿜어낸다.
그림0. 시위를 벗겼을 때 직선형과 반곡형
시위를 걸었을 때 모양으로는 만궁(彎弓)형·직궁형으로 나뉜다. 직선형은 사실은 완만하게 굽어진 것이다. 합성궁에서는 반곡형의 성질 때문에 끝에서 처마모양으로 쳐 올라가듯 미려한 곡선을 이루는 만궁형이 된다.
여기서 만궁형은 반곡형과 같은 성질이고, 직선형과 직궁형 또한 같은 성질에서 비롯되니 결국 시위를 매기거나 벗기거나 형태로서는 만궁형·직궁형으로 나뉘는 셈이다.
그림0. 만궁과 직궁
④ 재료로 구분하자면 무척 많은데 주재료로 나누면 목궁(木弓·wood bow)·각궁(角弓·horn bow)·철궁(철궁·iron bow)·죽궁(竹弓·bamboo bow) 등이다.
위의 분류대로라면 가장 위력적인 활은 장궁·합성궁·만궁형(반곡형)·각궁·군용궁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활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군용이나 수렵용 등의 용도에 따라, 활을 당기는 근력의 정도에 따라, 검은 칠을 한 노궁과 붉은 칠을 한 동궁 등 색깔이나 장식별로도 나뉜다. 목궁의 예를 들어도 장궁과 단궁이 있을 수 있고 여기에 각각 단순궁과 강화궁이 있을 수 있으니 이와 같은 조합에서 탄생될 수 있는 종류와 그 성능은 대단히 다양하다.
한국형 쇠뇌는 중장병기
쇠뇌는 기원전에 가까운 아주 고대에서부터 사용되었다. 쇠뇌란 기계적 장치를 이용하는 활이라 보면 된다. 우리의 쇠뇌와 유사한 게 서양의 석궁인데 쇠뇌보다는 그 의미가 훨씬 좁다. 우리에게는 활처럼 들고 다니면 쏘는 석궁은 쇠뇌라는 큰 범주에 속하는 일부일 뿐이다.
서양에서는 석궁이 갑옷을 뚫기 때문에 요긴하게 사용되자 석궁이 궁을 대체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 '로빈후드'나 '윌리엄 텔'은 일반적인 궁이 아닌 석궁을 쓰는 자로도 묘사된다. 서구에서 석궁이 궁을 훨씬 압도하는 것은 그들의 문화에서는 궁(弓)의 위력이 석궁에 비해 형편없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나라는 궁시의 제조기술와 궁술이 고대부터 뛰어나기 때문에 석궁이 궁을 대체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쇠뇌는 기계적 장치를 이용한다는 것 때문에 궁이 할 수 없는 특별한 장거리 공격 즉, 다연발 발사무기로 사용된다. 화약이 아닌 시위, 총알이 아닌 화살을 발사할 뿐 오늘날의 기관총이나 미사일이나 다름없다. 무겁고 큰 화살, 더러는 창까지 멀리까지 날릴 수도 있다. 그 뿐이랴, 돌도 탄환도 날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쇠뇌는 주로 성채를 공격하거나 수비할 때 사용되었다. 또 쇠뇌는 힘이 좋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갑주에 강하고 다른 병기를 부수는데도 사용된다.
궁을 다루는 자들과 별개로 노수(弩手)와 노사(弩師)로 따로 불릴 정도로 그만큼 궁과는 독립된 영역이다. 노를 만드는 사람들은 장인이라기보다는 발명가에 가깝고 노를 쏘는 사수는 무사라기보다는 병사다. 궁을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까 골몰한다면 노를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적을 많이 죽일까 혹은 어떻게 하면 적의 병기를 부숴 버릴까 하는 문제에 골몰해 있었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 쇠뇌는 완전한 전쟁병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궁이나 칼이 얽매었던 상징적 가치에서 자유로워 실용적인 혁신이 가능했다.
뒤에서 소개되는 항목들이 우리 활의 전부가 아니며 더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아두길 바란다. 또한 일부내용은 판타지 아이템으로의 발전을 위해 필자의 유추(類推)와 작위적인 상상을 개입시켰다는 것을 밝혀둔다.
각궁 [ 朝鮮角弓·Horn Bow ]
□ 정의 : 조선의 각궁 (조선시대 정량궁 기준) □ 재원 : 장궁·복합궁·만궁형(반곡형)·각궁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길다 □ 위력 : 정확성 높다·살상력 높다 □ 비고 : 쏠 때 반동 주의
맥궁의 기본 특성과 모양은 면면이 이어져 내려와 조선까지 내려온다. 평원이 아닌 성채 중심의 전쟁이니 기마형태로 전투를 벌이지 않는다. 전쟁양상의 변화에 따라 각궁도 변화될 수밖에 없지만 맥궁의 기본 특성은 유지한다. 크기에 따라서는 단궁에 가까운 일반 각궁(角弓·horn bow), 장궁에 가까운 정량궁(正兩宮·super bow), 거대해서 의전용으로 주로 쓰이는 예궁(禮弓 혹은 大弓·great bow)이다. 소뿔이 없으면 녹각궁(鹿角弓)이라 하여 사슴뿔로도 만들었다 한다. 크기와 일부 재료만 다를 뿐 각궁의 형태는 같다. 또한 활 몸체를 모두 뿔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무가 주가 된 복합몸체에 납작하게 자른 뿔을 부분적으로 대어 탄성을 준다. 각궁은 이러한 합성궁으로서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는 바 노련한 궁장(弓匠)이 아닌 자는 만들지 못한다. 각궁은 성능이 다른 활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특히, '정량궁'은 크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무거운 화살도 거뜬히 쏘고 성능도 탁월하다. 정량궁으로 쏠 때는 반동이 강하여 힘이 부실한 자는 튕겨져 나가니 힘 센 궁수들이 쓴다.
거타지 [ 居陀知·Guttazi ]
□ 소개 : 신라의 궁수 □ 특기 : 활쏘기 □ 비고 : 삼국유사 기이편
거타지는 하늘에서 내려온 여우요괴를 쏘아 떨어뜨린 명궁이다.
옛날 당나라로 가는 신라 왕자의 행렬에 있었다. 당나라로 항해하던 배가 곡도 근해를 지날 때, 물살이 심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상황이 되어 왕자인 양패가 걱정을 하였는데 그의 꿈속에 한 노인이 나타나 활 잘 쏘는 이를 섬에 놓고 가면 풍랑이 곧 멎을 거라 했다. 이 노인은 서해의 용왕인데 간을 빼먹는 아기중에 의해 일가가 거의 몰살되어 있었다. 왕자가 거타지를 곡도에 놓고 당나라로 떠나버렸다.
요샛말로 왕따가 되어 섬에 홀로 남겨진 거타지.
노인이 나타나 여우요괴를 없애달라고 하자 거타지는 승낙하고 다음날 아기중을 맞혀 떨어뜨렸다. 정체를 보니 다름 아닌 여우요괴였다. 외로운 거타지는 용왕의 딸을 달라하니 용왕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딸을 매화가지로 변하게 하여 건네주었다. 거타지는 용녀를 품에 넣고 용을 타고 당나라로 일행의 뒤를 쫓아가니 당나라의 황제와 양패의 일행들이 이를 보고 영웅으로 대접하기에 이른다.
* 거타지의 활 (판타지 무기)
□ 특성 : 장궁·강화궁·목궁·보통 빠르기·사정거리 멀다 □ 위력 : 살상력 중간·100% 정확성
낙랑단궁 [ Nang Lang Dan Goong ] ― 단궁(檀弓)
□ 정의 : 낙랑지대에서 난 박달나무 활 □ 재원 : 단궁·강화궁·직궁형·목궁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중간 □ 위력 : 정확성 높다·살상력 높다 □ 비고 : 단순궁이자 직선형인 일반 목궁 vs 강화된 M형 목궁
고구려의 맥궁과 함께 고대 선사의 대표적인 궁으로서 박달나무로 만든다. 재료와 산지(産地)의 이름을 따 '낙랑단궁'이라 불리운다. 그 원형은 고조선의 단순궁이다. 단순궁인 상태로 사정거리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활의 몸체가 아주 긴 장궁으로 만들어야 썼다. 그러나 말을 타며 수렵 등이나 기마전투에 쓰기 위해서는 장궁이 불편하므로 성능을 개선시켜 크기를 줄일 필요가 있다. 활 몸체 중 가운데를 약간 들어가게 하여 시위를 맬 때 날개를 더 많이 굽게 하고 몸체를 감고 조여 탄성을 개선한다. 여기에 낙랑단궁 특유의 비법이 어딘가에 더했을 것이다. 이렇게 탄생된 낙랑단궁은 날카로운 눈과 훌륭한 활솜씨를 가진 주인을 만나면 날아가는 기러기 쯤은 거뜬히 맞출 수 있다.
목궁 [ 木弓·Wood Bow ] 류 ― 호(弧·Ho) & 고(古·Go)
□ 정의 : 나무로 만든 활 중 진한의 호(弧) □ 재원 : 단순궁·직궁형·목궁 □ 기능 : 쏘기 중간·사정거리 중간 □ 위력 : 정확성 중간·살상력 중간 □ 비고 : 수렵용
호(弧)는 진한에서 사용한 활로서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소개된 바 있다. 박달나무로 만드는 동시대의 단궁(檀弓)과는 다른 것으로서 만든다. 진한의 호는 단순궁 혹은 강화궁으로서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 조선의 호(弧)
□ 재원 : 단순궁·복합궁·만궁 □ 기능 : 쏘기 중간·사정거리 중간 □ 위력 : 정확성 중간·살상력 중간 □ 비고 : 군용
조선시대에도 이를 계승한 호가 있는데 그 성질이나 구조가 개량된 것으로 복합궁에 가깝다. 또한 조선에는 옛날 원삼국이나 삼국시대처럼 말 타며 쏜다 하여 고궁(古弓) 혹은 동개궁이라는 것이 있다. 말 타며 쏘니 당연히 짧고 가볍다.
* 조선의 고(古) 혹은 동개궁
□ 재원 : 단순궁·직궁형·목궁 □ 기능 : 쏘기 중간·사정거리 중간 □ 위력 : 정확성 중간·살상력 중간 □ 비고 : 군용
제대로 된 목궁은 참나무 뽕나무 대나무 등 여러 가지 나무를 적절히 사용한다. 따라서 좋은 목궁 하나를 만드려면 주재료인 나무를 고르거나 부재료를 가공하는데도 전문가적인 손길이 필요하다. 각궁(角弓)보다는 성능이 못하지만 굳이 목궁이 쓰는 것은 비교적 빨리 만들어지고 수고도 적기 때문이다.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대에서야 목궁만한 게 없고 이런 연유로 목궁은 민간의 수렵용이며 병사의 연습용으로 애용된다.
맥궁 [ 貊弓·Mac Goong ]
□ 정의 : 고구려 맥족의 각궁 □ 재원 : 단궁·복합궁·만궁형(반곡형)·각궁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길다 □ 위력 : 정확성 높다·살상력 높다 □ 비고 : 고구려
각궁의 원조이자, 고대 활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났던 전설적인 활이다. 고구려 맥족이 만들었다 하여 맥궁인데, 벽화에도 등장하는 활이다. 말 타면서 쏴야 하므로 단궁(short bow)이며 각궁이자 합성궁에 만궁이다.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를 자세히 보면 마치 뼈들을 이어 만든 듯 관절처럼 마디가 보인다. 또한 그 색깔이 매우 흰 것으로 보아 중국의 검고 큰 물소뿔이 아니라 우리 나라 소의 뿔로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뛰어난 성능의 맥궁은 말달리며 쏘는 궁수가 주로 애용한다.
애기살 [ Baby arrow ] ― 고려전·편전
□ 정의 : 대롱에 담아 쏘는 작은 화살 □ 구성 : 아기살·퉁아·활장갑 □ 기능 : 쏘기 매우 우수·사정거리 매우 길다. □ 위력 : 매우 빠르다·높은 명중률과 살상력(한방에 사살) □ 비고 : 보이지 않고 소리도 나지 않는다 → 저격용
아더왕이 '엑스칼리버'를 백 번 휘두르는 것보다 잘 날린 우리의 '애기살' 한 방이 세계를 구할 수도 있다.
― 여기 원수가 있다. 그는 수많은 군대를 거느리며 요새같은 성곽 안에 은거하고 있다. 그는 당신의 복수를 우려해 아주 단단한 갑주를 입고 있다. 사방은 아주 고요하다. 경계하는 병사가 알려오길 멀리 천(千) 보 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다. 원수는 아무나 값나, 놈은 당신을 이렇게 비웃으며 술이나 한잔 먹으러 방을 나가는데, 갑자기 윽! 하고 쓰러진다. 이내 부하들이 달려온다. 대장이 다혈질이더니 드디어 중풍을 맞았구나! 이런 짐작도 사라진 부하들의 얼굴엔 경악이 찬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작은 화살이 이 사람의 갑주를 뚫고 심장에 박혀있다. 주위를 살피지만 적의 흔적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이 앙증맞으면서도 가공할 위력을 지닌 화살이 어떻게 날아오고, 어디서 날아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고려전이라 하는 이름처럼 수세기 전 고려시대부터 유명했다. 편전 혹은 아기살은 고려전이라 하여 고려시대부터 중국사람이 붙인 것이다. 근데 왜 하필 유독 '화살(箭)'을 지칭해 유명해졌을까? 그건 위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아기살 빼고는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기살은 '통아(桶兒)'에 담겨 좋은 궁으로 쏘아진다. 고려전은 천 보밖에서도 갑주를 능히 뚫는다며 적들이 두려워한 가공할 비밀병기다. 고려전은 아무나 쏜다고 혹은 비슷하게 본떠서 만들어서도 그 만큼 위력적으로 멀리 날아가지도 않는다. 아기살뿐만 아니라 아기살을 쏘는 관인 통아, 보조장비로서 활장갑 그리고 고려전을 쏠 줄 아는 궁수가 필요하다. 고려전의 사수가 눈이 좋아 천 보 밖의 것도 볼 수 있다면 위의 이야기처럼 저격수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고려전의 구성과 고려전 저격수의 양성은 나라에서 극비로 취급했다.
죽궁 [ 竹弓·Bamboo Bow ] 류
죽궁은 대나무로 만든 활이다. 일반 서민들도 쓸 만큼 대중적인 무기이다. 더구나 뒷산을 누비는 마을 사냥꾼인 당신에게 활은 밥줄이다.
불행히도 당신은 어제 깊은 산 속에서 굴러 떨어져 목궁이 부러지기 말았다. 화살을 잔뜩 담아두었던 동개도 잃어버렸다. 재빠른 토끼를 곡괭이나 식칼 들고 쫓아갈 수는 없다. 먹고는 살아야 되고 돈은 없다. 어쩌겠는가, 직접 활을 만드는 수밖에. 당신은 눈썰미와 손재주가 좋아 초보적인 죽궁 정도면 직접 만들 수도 있다. 텃세하는 중 몰래 절간 뒤 대나무밭에 들어가 좋은 놈을 슬쩍 낫으로 베어온다. 시위로 쓸 소힘줄은 푸줏간 개똥이네 고모하고 물레방앗간에 가서 방아질 몇번 하고 얻어 쓴다. 쓱싹 뚝딱하고 만들어 놓고 보니 막막하다. 너무 간단해 허탈하다. 활보다 화살 만드는 게 도리어 일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 화살대도 대나무살로 만드니 남은 짜투리를 쓰면 된다.
* 단순궁으로 제작된 죽궁
□ 재원 : 중궁·단순궁·직궁형·죽궁 □ 기능 : 쏘기 중간·사정거리 단거리 □ 위력 : 정확성 낮다·살상력 중간 □ 비고 : 민간인 호신용. 수렵용
죽궁은 언제부터인가 민간에서 만들어졌다. 민간에서 만들기에 목궁보다 죽궁이 더 용이하다. 죽궁들은 장인의 손을 거치지도 않고 손쉽게 만들어졌으며 길이는 다양하고 직궁이며 단순궁이다. 단순궁이므로 어떤 대나무를 선별해 몸체로 삼느냐가 중요하다. 재수가 좋아 좋은 대나무가 걸리면 그만큼 좋은 활이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너무나 심플한 죽궁을 든 자에게 나라의 안녕을 맡기기에는 미덥지 않다. 무기로서의 가치가 있는 죽궁은 강화궁이며 최소한 중궁 이상의 재원을 지닌다.
* 강화궁으로 제작된 죽궁
□ 재원 : 중궁·강화궁·직궁형·죽궁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중거리 □ 위력 : 정확성 높다·살상력 높다 □ 비고 : 궁장이 만든 군용
철궁 [ 鐵弓·Iron Super Bow ] ― 철태궁 ?
□ 정의 : 철로 만든 활 □ 재원 : 단순궁·만궁형(반곡형)·철궁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중장거리 □ 위력 : 정확성 높다·살상력 높다 □ 비고 : 전사용
철궁은 부재료 모두 철로 만든 것이고, 철태궁은 활 몸체만 철로 만든 것이다.
시위를 풀어도 시위를 감은 듯 그대로인 불변형은 탄력을 품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는 철궁이다. 제대로 만든 철궁은 몸체를 철이라는 단일 재료로 만든 단순궁이면서도 시위를 풀면 반곡형을 이룬다. 시위를 감아도 만궁처럼 매끄러운 곡선을 이룬다. 이러한 철궁은 각궁과 그 모양이 흡사하고 시위를 풀면 탄성으로 반대쪽으로 둥그렇게 휘어 반곡(反曲)형을 이룬다. 철에서 이런 만궁형과 반곡형의 탄력을 얻기 위해서는 철을 다루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야 하고 활의 몸체가 판판하고 얇아야 한다. 잘 만든 철궁은 그 위용이 멋지고 각궁에 필적할 정도로 성능도 뛰어나기 때문에 용사의 기상을 노래한 시구에도 그 이름이 종종 인용된다.
화살 [ 矢·arrow ] 류
좋은 활과 좋은 화살, 그리고 좋은 궁수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명궁(名弓)이 나고 신궁(神弓)도 난다.
전쟁에서 화살은 비단 궁으로 쏘지만 않는다. 쇠뇌용이나 화약무기의 대포로도 쏘지만 쇠뇌용 화살은 2미터가 넘는 것도 있는 등 기본적으로 크기와 무게면에서 구별된다. 여기에서는 주로 궁에 쓰는 화살을 말한다. 같은 형태라도 시대별 나라별로 고유한 이름을 붙여 말한다. 모양에 따라, 용도에 따라, 재료에 따라 화살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화살 촉의 모양에 따라서는 작살형·유엽(柳葉)형·도끼날형·쇠침형·마름모형·검날형·삼날형 등이 있다. 작살형은 한번 꽂히면 빠져나오지 않아 자칫 무리하게 뽑으려 하다가는 화살대가 부러져 상처가 더 심해지고, 도끼형은 빼기는 용이하나 흡사 칼에 찔린 듯 상처가 베인다. 삼날형 등의 화살에 맞으면 구멍이 난 것보다 출혈이 심하다. 각 기본형에도 마치 돌연변이처럼 다양한 모양들이 있다. 이러한 변형이 이루어지는 것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함이나, 단순하고 날렵한 쇠침형이 갑주를 뚫기에는 도리어 더 용이하다.
용도와 특징에 따라서는 불화살·소리화살·연습용 등이다. 불화살은 불을 붙여 날리기 좋게 뭉특하게 심지를 감아놓은 것이고 소리화살 ― 명적(鳴鏑)·울고도리·효시 등과 같은 말 ― 은 화살을 쏘면 그 날아가는 압력과 둥근 통에 뚫린 소리구멍으로 인해 새가 울듯 소리가 난다. 소리화살은 전시 때 신호용 혹은 수렵 때 화살이 날아간 방향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쓰인다. 고구려에서는 수렵활동에서 소리화살을 많이 쓴다. 연습용은 날이 뾰족하지 않고 뭉특하여 오늘날로 치면 서바이벌 훈련용 쯤으로 쓰인다.
화살대의 재료에 따라서는 이 중 싸리나무 화살인 호시(弧矢)가 최고라 고구려에서는 이 싸리나무 화살을 쓴다. 호시와 함께 신라 이래로 내려온 죽전(竹箭)도 유명하다. 버드나무와 철 등으로 만든다. 이 밖에도 화살 길이와 무게에 따라서 나눈다.
강노 [ 强弩·Kang No : Super crossbow ]
□ 정의 : 쇠뇌를 강력하게 개량한 것 □ 재원 : 1인 작동·틀과 찰탁 가능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길다·5발 동시발사 □ 위력 : 정확성 높다·살상력 높다·살상범위 중간
시위를 잡아당기는 방법은 근력으로도 가능하고 틀에 있는 장치를 돌려서 감을 수도 있다. 틀과 분리할 수도 있다. 강노는 동시에 화살 여러 개를 발사할 수는 있는데 순차적으로 연달아 발사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다발성 쇠뇌에는 장전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문제인데 강노는 단발형 쇠뇌보다는 느리고 다연발 쇠뇌보다는 짧다. 방아쇠를 잡아당기면 우르르 다발로 발사되는데 방아틀쇠에 끈으로 연결하여 당겨서 나갈 수도 있다. 높은 지대에서 장착한 뒤 떼거지로 몰려오는 적군을 향해 발사하기에 좋다. 다연발이 아닌 동시다발형은 작은 범위에 있는 둘에서 셋 정도에게 확실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틀에서 분리하여 쓸 때는 발로 당겨서도 쓰는 등 상황에 맞게 변형해서 쓸 수 있다.
수질구궁노 [ 繡質九弓弩·Suzilno no. 9 ] ― 구궁노
□ 정의 : 다연발 쇠뇌 □ 재원 : 고정형, 크다.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길다·9발을 연속적으로 발사 □ 위력 : 정확성 낮다·살상력 높다·살상범위 크다 □ 비고 : 장전시간 길다.
고려의 박원작은 전쟁병기개발에 관심이 많아 크고 작은 많은 병기를 개발한다. 박원작의 병기들은 조선시대의 무기체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수질구궁노는 구궁노라는 이름으로 사용된다. 수질구궁노는 박원작의 수질노(繡質弩) 시리즈의 최종산물로서 왕의 격찬을 받으며 전방에 실전배치된다. 다연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다발형보다 어렵다. 수질노를 횡으로 3, 층으로 3으로 쌓으면 9개의 다연발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층마다 시위를 당기는 기계를 놓는다.
구진천의 천보노 [ 千步弩· ] ― 목노(木弩)·천보뢰(千步雷)
□ 정의 : 구진천이 만든 목노 □ 재원 : 중대형·고정형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매우 길다 (1000보 이상)·최대 3발 다발 □ 위력 : 정확성 중간·살상력 높다·살상범위 중간 □ 비고 : 창처럼 길고 큰 화살을 쓴다.
신라 유명한 노사(弩師) 구진천(仇珍川)의 브랜드 가치가 부여된 쇠뇌명. 그는 당나라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신라의 첨단 쇠뇌 제작기술을 누출시키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정한 주로에서 발사되는 쇠뇌살이 멀리 날아가려면 궁으로서의 탄성이 극대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천보노의 비밀은 바로 나무로 만든 궁의 몸체로서, 목궁으로서 만궁의 형태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창과 같은 쇠뇌살을 날려야 했으므로 궁은 무척 컸을 것이다. 그렇게 거대해도 쇠뇌의 구조상 궁으로서의 본래의 특성을 잃어버리기 쉬우나 구진천의 천보노는 그대로 이 특성을 유지한다.
팔우노 [ 八牛弩·Pal Woo No ]
□ 정의 : 다발형 거대한 쇠뇌 □ 재원 : 대형·고정형 □ 기능 : 쏘기 매우 우수·사정거리 길다·최대 백여발 발사 □ 위력 : 정확성 중간·살상력 매우 높다·살상반경 매우 넓다. □ 비고 : 여덞 마리의 소가 시위를 당긴다.
여덟 마리의 소로 시위를 당겨야 만큼 강한 궁체를 지니고 있다. 궁체는 하나가 아닌 셋으로서 앞에 두 개, 뒤에 한 개로서 뒤의 것은 앞의 두 개와 줄로서 연결시켜 역방향이지만 탄성의 방향을 앞으로 주게 한다. 이로서 최대 백여 발에 이르는 화살을 날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적의 중병기를 부수기 위해서 거대한 화살을 여러 개 날릴 수도 있으며 백여 발에 이르는 작고 가벼운 화살들을 통속에 넣어 한꺼번에 날린다. 시위가 워낙 강해 방아나 줄을 잡아당겨서는 쏠 수 없고 짧은 방망이로 방아틀쇠 부분을 쳐서 쏜다. 통에 있던 화살이 허공에서 일제히 산개하듯 날아가다가 비오듯이 쏟아지게 되는데 오늘날의 융단폭격과 비슷해서 살상범위가 매우 넓다. 팔우노의 또다른 장점은 힘이 좋은 탓에 곡사형이 아닌 거의 직선형으로 화살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정확성이 뛰어나고 돌에도 깊이 박힌다는 것이다. 거대한 화살을 적의 성벽에 발사해 계단처럼 만들 때도 사용된다.
포노 [ 砲弩·Po No ]
□ 정의 : 구진천이 만든 목노 □ 재원 : 중형·2인·고정형 □ 기능 : 쏘기 우수·사정거리 길다·최대 5발 다발 □ 위력 : 정확성 중간·대인 살상력 높다·구조물 파괴력 중 □ 비고 : 2미터 내외 쇠뇌살 사용
포노는 주로 수성용으로서 기계를 돌려서 시위를 당긴다. 커다란 강노라고도 할 수 있다. 고정형이며 뒤의 돌리는 기계로 감아서 시위를 끌어 당겨 방아쇠와 연결된 고리에 건다. 고정용 틀. 여러 개의 선로를 갖춘다.
연노 [ 連弩·Youn No ] ― 수노(手弩)·탄노(彈弩)
□ 정의 : 개인휴대용 단발형 쇠뇌 □ 재원 : 소형·1인용·휴대용 □ 기능 : 쏘기 중간·사정거리 중간 □ 위력 : 정확성 중간·살상력 낮다 □ 비고 : 자동장전·사용이 매우 용이
연노는 편전에 가까운 작은 화살들은 통 속에 넣은 다음에는 흡사 집게를 벌렸다 오므리는 식이며 자동 장전되어 그대로 발사된다. 따라서 별도로 당길 방아쇠가 없이 장전과 더불어 사격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화살은 요즘의 탄알개념이다. 연노는 개인이 휴대하며 다니기 좋고 다루기 쉬워 아녀자나 어린이들이 사용하는데도 무리가 없다. 시위를 당기는 힘이 일정하여 일정한 사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나 발이나 기계로 감아서 시위를 당기는 다른 쇠뇌보다 그 힘이 약하여 멀리 나가지는 못한다. 또한 탄으로 쓰는 화살이 작고 짧으며 깃이 작아 먼 거리의 명중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단발식으로 발사하여 연발의 효과를 내므로 단거리에서는 위력적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