奉使關東聞杜鵑(관동 사행길에 두견새 울음을 듣다)
이견간(李堅幹, ?~1330) 고려 후기의 문신이자 시인. 본관: 벽진(碧珍). 자: 여직(汝直)·직경(直卿). 호: 국헌(菊軒)·산화(山花). 충렬, 충헌, 충숙 3대에 걸쳐 통헌대부등 여러 직을 지냈고 봉사로 원에 다녀왔다. 星州汶谷書院(성주군 초전면 월곡리), 密陽龍安書院에 배향되었다.
旅館挑殘一盞燈 여관도잔일잔등
使華風味淡於僧 사화풍미담어승
隔窓杜宇終宵聽 격창두우종소청
啼在山花第幾層 제재산화제기층
奉使(봉사): 임금의 명을 받들어 사신으로 가다, 사명을 받들다.- 이 시에서 奉使는 단순히 ‘사신을 보내다’가 아니라, 시인 자신이 조정의 명을 받들어 사신의 임무를 수행한다는 뜻
關東(관동): 관동 지방
挑殘(도잔): 挑는 등잔 심지를 돋우는 것, 殘은 거의 다 타버린 상태로
挑殘一盞燈은 꺼져가는 등불 한 점의 심지를 돋우다.
使華(사화): 사신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 杜宇(두우): 두견새. 자규(子規)·두견(杜鵑)
終宵(종소): 밤새도록, 第幾層(제기층): 몇 번째 층, 몇 겹쯤.
여관방에 홀로 앉아 꺼져가는 등불을 돋우니,
사신의 밤은 산승의 삶보다도 담박하구나.
창 너머 두견 울음 밤이 다하도록 듣노라니,
꽃 핀 산 몇 겹 그 어디에서 우는 것일까.
이견간을 후인들이 ‘山花先生’이라 부른 것은
啼在山花第幾層
“산꽃 몇 겹 어느 곳에서 우는가.”
두견새를 직접 보지 않고 소리만 듣고 그 위치를 상상한다. 그런데 단순히 “산속에서 운다”고 하지 않고, 산꽃이 피어난 산을 마치 층층이 포개진 공간처럼 보아 第幾層이라고 했다.
이 구절 때문에 이견간은 후대에 山花先生(산화선생)이라 불렸다고 전한다. 벽진이씨 계보 자료에도 이견간이 사헌집의로 관동에 봉명하여 갔다가 두견새 소리를 듣고 이 시를 지었으며, 이 때문에 이름이 높아져 세상에서 산화선생이라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견간의 「奉使關東聞杜鵑」은 관동 지방에 사신으로 나가 객지에서 밤을 보내며 두견새 소리를 듣고 느낀 쓸쓸한 심회를 읊은 칠언절구이다.
첫 구의 “旅館挑殘一盞燈”은 여관방에서 등잔 심지를 돋우며 쇠잔해가는 한 점 불빛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려, 깊은 밤 객지의 적막함을 잘 드러낸다. 이어 “使華風味淡於僧”에서는 화려해 보이는 사신의 행차도 실제로는 승려의 담박한 생활보다 더 쓸쓸하다고 하여, 벼슬길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자조적으로 표현한다.
후반부에서는 시인의 시선이 두견새 소리로 옮겨간다. 창 너머로 밤새도록 들려오는 두견새 울음은 객수와 향수를 더욱 깊게 하는데, 마지막 “啼在山花第幾層”은 ‘저 두견새는 산꽃 핀 어느 산 몇 겹쯤에서 울고 있는가’ 하고 묻는 형식으로 끝맺는다. 새의 모습을 직접 보지 않고 소리만 좇아 아득한 산속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시의 여운을 크게 살렸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잔등불·객관·깊은 밤·두견새·산꽃이라는 정감 어린 소재를 통해, 사신이라는 공적인 신분 뒤에 감추어진 한 인간의 고독과 객수를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시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마지막 두 구의 청각적 이미지와 공간적 상상이 어우러져 맑고 쓸쓸한 정취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