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주무대는 트레센 학원과 경기장 그리고 콘서트장이다. 학교생활과 선수 활동, 위닝 라이브가 펼쳐지는 시리즈의 삼박자다. 물론, 어디까지나 주무대일 뿐 학생들의 활동 범위가 여기에 한정된 건 아니다. 지난 수영복 이벤트처럼 외출하거나 목장에 방문하는 등 다양한 장소를 오간다.
모티브가 된 실제 말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건 경기장을 질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무대를 벗어난 장소에서도 크고 작은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번 시간은 실제 말의 두 번째 무대인 목장 생활 이야기를 준비했다. 몇몇 우마무스메의 색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으니 본문에서 내용을 확인해 보자.
우리는 친구가 적다
말은 인간이나 사자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말이 모이면 자연스레 그룹이 생기고, 친구를 맺거나 누군가를 따돌리곤 한다. 참고로 리더십 있는 카리스마 리더는 구성원들이 사이좋게 지내도록 관계를 조율한다. 헤이세이 3강으로 유명한 이나리 원이 무리를 잘 이끈 리더로 유명하다.
사회생활이 늘 그렇듯 언제나 별난 성격의 친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미호노 부르봉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말부터 독특한 성격으로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혹시 강아지들이 모여있는 걸 본 적 있는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장난을 치면서 사회성을 기른다. 망아지도 마찬가지다. 말 목장 촬영 영상을 보면 오두방정이란 단어가 떠오르곤 한다.
그럼 미호노 부르봉은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딱히 없다’라고 한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한다. 다른 망아지와 친한 것도 아니었으며,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성격까지 느긋해 관계자들은 ‘부르봉은 말이 아니라 소일 거야’라고 말했을 정도다. 부르봉이 종종 보여주는 멍 때리는 표정의 비밀이 여기에 있었다. 어찌 보면 혹독한 훈련 스케줄을 견딘 것도 강철 같은 의지가 아니라 그냥 시키니까 했던 걸지도 모른다.
망아지 시절 소란 말을 듣던 미호노 부르봉은 은퇴 후 말년 병장으로 진화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며 어딘가 구석에 누워있는 그 말년 병장이 맞다. 이 무렵엔 일어서는 것도 귀찮았는지 누워서 옆으로 이동하는 기묘한 버릇이 생겼다. 얘도 참 골드 쉽 못지않게 보면 볼수록 신기한 친구다.
트윈 터보는 정반대 성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터보의 각질은 스즈카와 같은 대도주지만, 둘 사이에는 까마득한 실력 차가 있다. 스즈카가 모든 잠재력을 발휘하는 봉인 해제 느낌이라면, 트윈 터보는 달리 고를 전략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양상이다.
원인은 터보의 성격에 있다. 우마무스메와 달리 무척 겁이 많았고, 소심해서 몸싸움은 불가능했다. 당연히 선행, 선입, 추입 각질을 고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도주를 고르자니 스타트에 약했다.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인기는 끝내줬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트윈 터보의 겁 많은 성격은 은퇴 후 목장 생활에도 영향을 끼쳤다. 새 목장에 도착한 건 좋았지만, 낯가림해서인지 말이나 스태프에게 전혀 마음을 열지 않았다. 나가서 놀라고 문을 열어줘도 반나절이나 걸렸다고 한다. 추후 목장 스태프의 지극정성 덕분에 마음을 열었다니 천만다행일 따름이다.
지능 트레이닝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우마무스메를 즐기고 있는 트레이너라면 지능 스탯의 중요함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지능이 높아야 흥분 상태에 빠지지 않고, 포지셔닝과 스킬 발동도 수월해진다. 이에 스탯 배분에 여유가 있는 단거리나 마일 주자는 스피드와 지능을 최대한 높이는 게 정석이다.
팬덤에 지능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알린 에피소드가 있다. 마루젠스키의 망아지 시절 이야기다. 어릴 적 어미 말과 함께 지낸 적이 있으며, 하루는 두 말을 방목했다. 이후 갑자기 어미가 신나게 주변을 달리기 시작했는데, 영리한 마루젠스키는 그걸 보고 함께 달렸다.
문제는 달리는 방향이었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어린 마루젠스키는 어미 말과 반대 방향으로 진행해 앞지르는 코스로 달렸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정면충돌이었다. 마루젠스키는 그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등부터 낙하해 전신 타박상을 입었다. 다행히 침 치료를 받아 어떻게든 회복했지만, 자칫하면 데뷔조차 못 했을 뻔했다.
반대로 골드 쉽은 은퇴 후 지능과 관련한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현재 유유자적한 은퇴 라이프를 즐기는 중인데, 본인(?)부터 자식까지 이슈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망아지가 태어나자마자 털도 마르기 전에 벌떡 일어나서 걷거나 연습 중 옆 말의 엉덩이에 옆차기를 날리는 기행이 대표적이다. 관계자들은 ‘골드 쉽의 자식이니 그럼 그렇지’라고 이해하는 분위기지만, 솔직히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자식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골드 쉽 본마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골드 쉽은 현역 시절부터 일부러 컨디션 조절을 하며 적당히 뛴다는 의혹이 있었다. 경기 성적의 편차가 너무 커 할 때는 제대로 하지만, 아닐 때에는 죽을 쒔다. 너무 성적이 뛰어나면 경기를 많이 뛰고, 은퇴 후 교배로 고생하는 걸 알아서 그런다는 가설이 나오기도 했다.
어땠든 골드 쉽은 은퇴 후 너무나도 유유자적한 삶을 누리는 중이라고 한다. 팬이나 목장 방문자가 작성한 골드 쉽 만남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검색해 보는 걸 추천한다. 재미있는 건 이때 보여주는 천의 얼굴이다. 견학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면 ‘기행마 아니에요’라는 듯 고고한 백마 메지로 쉽 모드에 들어간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면 이상한 표정을 짓는 건 덤이다. 아무리 봐도 분위기를 보고 상황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맞는 듯싶다.
최근 유명한 건 교배하러 갔다 오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다. 이건 또 마음에 들었는지 로데오를 비롯한 온갖 오두방정을 떨었다. 그 장면을 본 팬들은 ‘현역 시절 레이스를 뛸 때에도 저렇게 적극적이진 않았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웃긴 건 망나니 같은 이미지와 달리 상대 암말에게는 매우 신사적이라고 한다. 어쩌면 상황에 맞는 인격을 꺼내는 게 아닐까? 머리가 얼마나 좋길래 이런 게 가능한 거지? 얘는 진짜 말이 아닌 것 같다.
은퇴도 했겠다, 직업을 바꿔볼까?
메이쇼 도토는 경주마 은퇴 후 드루이드로 이직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우마무스메 메이쇼 도토는 덜렁이 기질이 심할 뿐 얌전하고 착한 말이다. 실제 말은 여기서 덜렁이 기질을 뺀 성격이다. 목장 스탭이 입을 모아 순하고 느긋한 성격이라고 소개한다. 붙임성도 좋아 사람이 다가가 스킨십을 하는 모습도 많이 촬영됐다. 말랑말랑한 입술을 만지며 장난치는 짤이 유명하다.
붙임성 좋은 성격 덕분에 생긴 별명이 염소의 왕이다. 목장에서 염소와 함께 방목해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만큼 온순하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염소가 도토를 조금 깔보는 것 같다고 한다. 친구였던 타이키 셔틀이 반장 기질이었던 것과 정반대다.
그 밖에도 유독 다른 동물과 어울리는 일이 많았다. 마방에 너구리 한 마리가 들어와 동거한 적이 있고, 고양이 메토와 친해지고 싶어 전전긍긍한 적도 있다. 후자는 일본에서 정말 유명한 에피소드라고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메토를 등에 태우는 데 성공한 영상을 공개하자 팬덤에서 큰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일반적인 말의 성격을 알고 나면 도토의 드루이드 기질이 더욱 신기하게 다가온다. 말은 대단히 섬세하고 예민한 동물이다. 잠시 지난 의상 편에서 소개한 경마용 아이템을 보자. 소리나 주변의 시야, 자신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는 도구를 쓴다. 이런 도구가 유통될 만큼 말이 섬세하다는 뜻이다. 그런 말이 다른 동물의 틈바구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굉장한 개성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우마무스메 메이쇼 도토가 고양이나 너구리와 함께 있는 팬픽을 본다면 ‘저걸 봐 친구, 염소의 왕이다’라고 아는 체를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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