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명상> 알아차림 무엇을 알아차렸느냐?
“알아차렸다고 할 때 무엇을 알아차렸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눈으로 보고(眼), 귀로 듣고(耳), 코로 냄새 맡고(鼻), 혀로 맛보고(舌), 몸으로 촉감을 느끼고(身), 머리로 생각하는(意), 이 여섯 가지 감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합니다. 느낌이 일어날 때 바로 알아차리기 여섯 가지 감각과 사물이 부딪힐 때 느낌(수, 受)이라는 작용이 일어납니다.
느낌에는 기분이 좋다거나(쾌, 快), 기분이 나쁘다거나(불쾌, 不快),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덤덤하다거나,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느낌은 즉각적 반응이에요.
북채로 북을 때리면 바로 울림이 일어나듯이, 딱 부딪히면 바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느낌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이렇게 일어나는 반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람마다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감정의 습관, 생각의 습관, 말의 습관, 행동의 습관에 따라 반응이 서로 다릅니다. 이것을 인도말로는 ‘까르마(Karma)’라고 하고, ‘업식(業識)’이라고 합니다.
일상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나 행동만을 습관이라고 생각하는데, 사고하거나 마음이 작용하는 것도 습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습관이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으로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느낌이 일어나는 과정은 마치 두 개의 부싯돌이 부딪쳐 불이 나는 것과 같습니다. 한 개의 부싯돌은 내 몸에 있는 여섯 가지의 감각기관[眼耳鼻舌身意]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른 한 개의 부싯돌은 밖에 있는 여섯 가지 인식의 대상[色聲香味觸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부딪혀 불이 반짝하고 일어나는 것이 느낌[受]입니다. 느낌이 일어난 다음에 일어나는 정신작용이 감정입니다. 긍정적인 느낌이 일어날 때는 좋다는 감정이 일어나고, 부정적인 느낌이 일어날 때는 싫다는 감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좋아하면 사랑하고 집착하게 되고, 싫어하면 미워하고 피하게 되는데, 이것을 마음이라고 합니다.
좋고 싫은 감정이 세게 일어나면 거기에 상응하는 말이 튀어나오게 되고, 그다음에는 행동으로까지 나오게 됩니다. 말과 행동이 격하게 나올 때는 마음이 굉장히 흥분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는 화가 막 일어나는 걸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이미 불이 붙은 상태에서 알아차렸기 때문에 알아차렸다고 해서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이미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밖으로 말과 행동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제재를 가해야 됩니다. 일어나는 감정을 좀 눌러 놓으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신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참으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터트리면 나는 스트레스를 안 받지만 타인으로부터 그에 대한 과보를 받게 됩니다.
마음이 격해져서 욕설을 했다면, 속은 시원한데 상대로부터 반격을 받게 되어 손실이 커집니다. '조금만 참을 걸 괜히 욕설을 하고 주먹다짐을 해서 손해를 많이 보는구나' 이렇게 후회가 생깁니다. 행위가 밖으로 나와 버리면 과보가 따르고, 그래서 손실이 크면 후회를 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후회할 것이 아니라 행위가 일어나버린 것에 대해 ‘아,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하고 참회를 해야 합니다. 부싯돌이 탁 부딪쳐서 불이 반짝하듯이 느낌이 일어나는 순간 바로 알아차렸다면, 알아차림과 함께 느낌이 금방 사라지고 감정으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이때 못 알아차리면 감정으로 옮겨 붙게 됩니다. 그래서 명상의 목표는 느낌이 일어날 때 바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느낌에 깨어 있지 못하고 자동으로 반응을 해서 감정으로 발전해버립니다. 감정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조기에 알아차리면 더 이상 확대가 안 됩니다. 불이 붙었을 때 금방 알아차리면 곧바로 발로 밟아 꺼버릴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좋고 싫음이 일어나는 순간 '좋아하는구나’, ‘싫어하는구나' 하고 금방 알아차리면 조금 있다가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불이 활활 타올랐을 때는 양동이에 물을 담아 와서 아무리 부어도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느낌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감정으로 옮겨 붙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감정으로 옮겨 붙었을 때도 조기에 알아차린다면 즉시는 아니라도 조금 있다가 사라집니다. 이때까지는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감정의 불이 아주 심하게 타올랐을 때는 알아차린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아요. 그때는 불을 끄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감정이 너무 커져버리면 제어도 할 수 없습니다. 말과 행동으로 표현이 되고, 그로 인해 과보가 따르고,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됩니다. 이미 말과 행동으로 폭발을 했다 하더라도 ‘어, 잘못했구나’ 알아차리고 ‘다음부터는 안 해야지’ 하고 멈추어야 합니다.
후회하고 있을 게 아니라 ‘아, 놓쳤구나’ 하고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비난을 하면 ‘죄송합니다. 제가 비난받을 짓을 했습니다’ 하고 참회를 하고, 누군가가 욕을 하면 ‘죄송합니다. 제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서 당신을 화나게 했습니다’ 하고 참회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과 행동까지 뱉어놓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러니까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겁니다. 그래서 느낌이 일어날 때 초기에 알아차리면 노력을 따로 할 게 없습니다. 부싯돌에 불이 일어나지만 사라지듯이 반응이 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설령 감정으로 옮겨 붙었다 하더라도 조기에 알아차리면 금방 사라집니다.
그러나 이미 많이 옮겨 붙었다면 알아차린다고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 때는 더 커지는 걸 막아야 합니다. 바깥으로 표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 약간 제어를 해야 됩니다. 제어가 안 되고 밖으로 터져 버렸다면, 터져 버린 걸 알아차리고 참회를 해야 합니다.” 후회하는 마음이 반복될 때는 어떡하죠 “마음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짜증, 화남, 누군가에 대한 원망의 마음들로 인해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 전에 감정이 앞섭니다. 늘 후회하는 마음이 뒤따르는데, 연습과 후회를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후회를 반복하는 건 연습이 아니에요. 참았다가 터뜨리고 후회하고 다시 참고, 이것을 반복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림이 아니에요.
첫째, 느낌을 초기에 알아차려서 감정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만약 느낌을 놓쳐서 감정으로 옮겨갔다면, 다시 감정을 아주 초기에 알아차려서 제어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알아차림입니다. 둘째, 감정이 격앙되었을 때 알아차렸다면, 제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억제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그래도 억제하는 것이 터뜨리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셋째, 제어를 못하고 터뜨려버렸다면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참회를 해야 합니다. 죄의식을 갖는 게 참회가 아니에요. ‘아, 내가 놓쳤구나’ 알아차린 후 ‘다음에는 되풀이하지 말아야지’ 하고 원을 세워야 합니다. 이것을 참회라고 합니다.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과하기 이미 일을 저질렀다면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보를 안 받으려고 하니까 후회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화를 벌컥 냈다면 상대는 내가 싫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나한테 다시 화를 내겠죠. 그럴 때 내가 ‘죄송합니다. 아직 제가 명상이 부족해서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사과를 할 수 있다면, 이런 성격을 갖고도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어요. 이것도 하나의 명상입니다.
그래서 자꾸 연습을 해야 합니다. 놓치면 ‘아, 놓쳤구나’ 하고 다시 해보고, 또 놓치면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해보고, 이런 식으로 계속 연습하면, 당장 개선이 안 되더라도 상대에게 누적이 덜 되기 때문에 친구나 부부 사이를 유지하는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쟤가 성질은 더럽지만, 그래도 자기 모습을 금방 인정하고 참회하니까 같이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