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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금싸라기 땅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인근에 한강이 보이는 곳에 한옥 수십여채가 사람이 살고 바둑이도 살고, 꽃과 나비, 잠자리가 나돌고 볕에 잘 드는 곳이라며 사람에게 어떤 행동이 나올까.
정답은 욕심이 없어지고 흉악한 마음이 들지 않게 된다.
이미 심리학자들은 자연친화적인 공간에 머물게 되면 가장 변화중 하나가 심신이 선하고 순수해진다고 한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는 야심차게 한옥마을을 조성해 일반에 분양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밋밋하고 분양 성적도 썩 좋지만 않다.
너무 빠른 물질중심의 주거공간이 한옥이라는 우리의 보물 한옥이 뒷전에 밀려나 경제원리에 찬밥이 됐다.
그렇다고 한옥을 버리는 것은 우리 건축문화를 버리는 것이며 우리 문화의 근간이 되는 정신을 일제강점기로 회귀하는 꼴이다.
한옥과 과학의 미학은 놀라울 정도다.
그 숨겨져 있는 한옥이 아이돌이나 걸그룹의 엉덩이춤을 추는 듯 노쇄적인 눈빛과 손짓처럼 도시에 지친 사람들을 흔들어 놓고 있다.
종로구 북촌에 관광객들의 고정 코스로 자리잡은 한옥마을에 열광하는 외국사람들은 우리 한옥에 푹빠진 반면 우리는 편견으로 냉소적인 반응이다.
한옥에 치과가 들어서고 한옥에서 사무를 보는 회사는 그 자체가 멋스럼을 떠나 일에 능력과 아픔의 치유가 더 빠르다는 사실, 한옥의 진정한 미와 가치를 과학적으로 접근해 불편하다고 느낀 한옥의 장점을 파악해준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을 책을 펴내 이가 있다.
저자 임석재씨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국내 건축학계의 젊은 피다.
건축사학자로 불리우는 그가 한옥을 재조명한 책을 펴낸 이유는 단 하나, 책에 대한 욕심보다는 우리만이 가진 건축역사에서 가장 큰 맥인 한옥이 무엇이며 한옥으로 인해 21세기, 더 나아가 22세기에 한옥이 가져다 줄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다.
그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는 저서를 통해서도 한옥이 왜 사람인가에 엉뚱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저자소개서에서 탄탄한 종합화 능력과 날카로운 분석력, 자신만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독특한 학문 세계를 일구며 저술 업적을 남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석재 교수는 주 전공인 건축 역사와 건축 이론을 주제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주제를 다뤄왔다.
또한 현실 문제에 대한 문명 비판도 병행하고 있다.
좀 더 진보한 것은 차가움에서 따듯함을 불러주는 공간이 한옥이라는 정의다.
이번 책에서는 '해가 잘 드는 집'에서 과학적인 집이라는 출발로 한옥의 피부 창호지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한옥은 촉각과 시각 오감으로 삶의 질을 끌어오리는 분명함이 있다고 전한다.
그 분명함은 한옥에서 살고 싶어도 더 이상 살수 없는, 즉 경제적 빈곤이나 여력, 여건 등의 법적 테두리에 구속된 현재의 건축문화의 천편일륜적인 시공에 이르기 까지 우회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아파트에 염증이다. 아파트에서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고 호소하는 저자는 이 책을 쥐는 애독자에게 한옥의 사랑을 심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책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대리만족할 공간을 내주는 여유도 엿보이는 저자의 힘이 바로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에서 보여주고 있다.
초미세먼지가 극성이고 온갖 날벌레 기어다니는 벌레 뛰는 벌레 사람을 무는 벌레가 우글거리는 것같다고 생각하는 한옥은 반대로, 아파트 주거공간은 그야말로 생명이 없는 죽은 공간이라고 한다.
햇빛은 기후라는 중요한 과학 요소인데 감각적 감상과 즐김의 대상으로 발전시킨 한옥, 그런 한옥의 내부와 외부, 그 구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고 안정이 되는 것, 아마도 한국 사람이라면 분명히 한옥만이 가지고 있는 서정적임 멋을 느낄 수 있겠다.
방과 방 사이, 대청마루가 있고 툇마루가 있는 한옥에서 바깥세상을 관음할 수 있는 우리는 욕구충족이 충분하게 누리도록 한옥은 제공하고 있다.
큰 대자로 팔다리를 쭈욱 펴고 누워 하늘을 보는 휴식의 공간 한옥에서 흙내음, 하늘색은 어찌 병이 생길 수 있겠는가.
저자 임석재 교수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한옥은 신기한 집, 추위와 더위가 강함까지 덤으로 준다고 역설한다.
한옥은 통의 원리를 잘 지키는 건강한 집, 자연의 원리를 잘 지키는 것이니 곧 친환경적이다.
그 통의 원리가 통풍, 환기, 군환과 일맥상통하다.
여름 햇빛과 비오는 날 처마으로부터 내려오는 빗방울, 낙엽으로 이어지는 깊은 정서, 퇴의 끝트머리에서 걸쳐 앉아 흰 눈에 머무는 사계절의 진수를 보여주는 한옥이다.
흙벽 사이에 숨쉬는 공기층이 사람에게 이롭게 하고 손발에 오그라드는 벌레 해충으로부터 천연 살충제 역할까지 하는 한옥은 자연친화적 우리가 바라는 2014년 삭막한 도시의 벽을 깨는 한옥이다.
출처 [환경미디어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