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빵
글·그림 | 이나래
양장본 185*244
ISBN 978-89-5618-687-0 73800
쪽 52쪽 값 13000원
발행일 2015년 10월 12일
펴낸 곳 반달
왜 잘 구운 빵을 먹지도 않고 잘라 둘까?
똑딱똑딱! 빵이 익어 갑니다. 통! 통통한 줄무늬 꼬리가 찍힌 빵이 튀어 나옵니다.
똑딱똑딱 똑딱똑딱! 빵이 익어 갑니다. 청록빛 줄무늬 빵이 통통 튀어 나옵니다.
이번엔 기다란 귀가 찍힌 빵이 통통 튀어 나옵니다.
똑딱똑딱 똑딱똑딱 똑딱똑딱 똑딱똑딱! 어, 무슨 일일까요? 빵이 안 나오네요.
앗, 드디어 통 하고 나왔어요. 그런데 이런! 빵이 까맣게 타 버렸어요.
다시 빵이 익어 갑니다. 이번엔 기다란 빵이에요. 참 잘 익었네요.
이번엔 까맣고 튼튼한 날개 빵이 통통 튀어 나옵니다.
슥삭슥삭 슥삭슥삭! 빵을 다 구운 친구들이 자리에 앉아 빵을 자릅니다.
한 조각씩 한 조각씩. 그런데 아직도 자리를 비운 친구가 있네요. 누구일까요? 그 친구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걸까요? 다른 친구들은 왜 빵을 한 조각씩 잘라 접시에 담아 두는 걸까요?
다섯 조각 알록달록 빵, 그리고 탄 빵 한 조각!
이런! 거북이 빵이 타 버렸네요. 거북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탄 빵을 들고 자리로 돌아갑니다. 모두 여섯 친구들 가운데 세 번째로 빵을 구우러 갔지만, 맨 꼴찌로 자리에 앉습니다. 그마저도 까맣게 타 버린 빵을 들고서 말이지요. 그 사이에 친구들은 자기 빵을 잘라 여섯 접시에 골고루 담았습니다. 참 먹음직스럽네요.
이번엔 거북이 빵 차례입니다. 까맣게 타 버린 거북이 빵도 한 조각씩 여섯 조각으로 잘라 접시에 담았습니다. 음, 까만 빵이 있어서 좀 먹음직스럽진 않지만, 검은 빛깔이 들어가니까 빛깔만은 참 예쁘네요. 친구들은 조각 난 빵들을 맛있게 먹습니다. 부스러기 하나 안 남기고 맛있게 맛있게!
이나래 작가의 첫 책 <<탄 빵>>입니다. ‘잘 익은 빵’도 아니고 ‘먹음직스러운 빵’도 아니고, 잘 팔렸던 ‘구름빵’은 더더욱 아닌 새까맣게 ‘탄 빵’을, 작가는 왜 독자 여러분께 봉지째 선물하고 싶어 할까요?
탄 빵을 바라보는 참 따뜻한 눈길!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하는 일마다 느리고 서툴지요. 그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마다 이어집니다.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거북입니다. 거북은 아침마다
빵을 태우나 봐요. 몸이 느려서 빵을 늦게 넣고 늦게 빼는 것이죠. 그러니
날마다 태울 수밖에요. 게다가 고집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잘해 보려고
날마다 애를 쓰지요. 그렇지만 타고난 느림보가 토끼는 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날마다 빵을 태웁니다. 이 지점에서 작가의 따뜻한 눈이
빛을 발합니다.
우리는 보통 거북이 빵을 태운다면 어떻게 도와주려 할까요?
처음부터 빵을 굽지 않게 배려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만히 자리에 앉게 하고, 몸이 빠른 토끼더러 하나
더 굽게 하는 것이죠. 다른 방법이라면 거북이 스스로
빵을 굽되 알맞은 시간이 되면 옆에서 빵을 빼 줄 수도
있습니다. 어떤가요, 괜찮은 방법인가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새로운 제안을 합니다. 탄 빵을 함께 나누자!
거북 혼자만 탄 빵을 모두 먹는 게 아니라 여섯 동물 모두 탄 빵을 조금씩 나눠 먹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날마다 탄 빵을 먹어야 하는 거북은 탄 빵을 조금만 먹을 수 있고, 잘 익은 빵만 먹던 다른 아이들은 거북 혼자 먹어야 하는 탄 빵을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는 비 맞고 길을 가던 친구에게 우산을 받쳐 주는 게 아니라
쓰던 우산을 접고 함께 비를 맞고 간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나래 작가는
이 말을 되새기길 바라며 이 책을 지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다들
집에 들어가시지 전에, 책방에 들러서 ⟪탄 빵⟫ 한 봉지
사 가시길 바랍니다. 거북이 더 태우기 전에 말이죠.
작가 소개
이나래
규칙이 없는 드로잉과 초록색을 좋아하며,
주로 아크릴 물감과 오일파스텔을 섞어 그림을 그립니다.
세상을 조물조물 뒤죽박죽 바꿔 보고 싶어 그림책을 짓습니다.
⟪탄빵⟫은 이런 작가의 마음을 담은 첫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