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올림픽 무용론을 언급하는가. 올림픽이 뭔가.올림픽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국제 스포츠 경기 대회이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조국의 명예를 걸고 겨루는 대회로, 건강한 신체의 기쁨과 정정당당히 싸우는 운동 정신, 그리고 온 인류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여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 올림픽은 IOC 즉 국제 올림픽 위원회가 선정한 도시에서 개최된다.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인종이나 종교 및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 공평하고 정당한 처지에서 참가할 수 있다. 이런 인간이 만든 가장 멋진 이벤트를 왜 나같은 촌부가 폐지 운운하는 것인가.
하지만 근래의 올림픽은 그 정신이 많이 훼손된 것만은 사실이다. 개최를 원하는 국가들은 온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올림픽 유치를 노린다. 일본이 그랬다. 일본은 1964년 올림픽을 개최했다. 제 2차대전 당시 세계 전투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을 맞은 나라 그래서 항복한 나라 일본을 19년 만에 세계에 다시 내보인 그런 이벤트였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말이다. 그 영향으로 일본은 급속도로 발전했다.물론 한국전쟁이 아주 중요한 도약의 발판이 됐지만 말이다. 그때 그 영광을 다시 불러오고 싶었다. 바로 아베가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발목을 꽉 잡았다. 제2의 도약을 꿈꾸었던 아베는 심신이 지쳤다. 그래서 총리직에서 사퇴한 것이다.
결국 지난해인 2020년에 개최가 불발되고 올해 7월 개최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사상 최초로 해외 일반관중 없이 열리게 되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일본 정부와 도쿄도, 대회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등은 전날 저녁 화상 회의를 통해 올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행사에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해외에서 판매된 티켓 중 아직 환급되지 않고 남아있는 63만 장이 고스란히 환불 절차를 밟게 됐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올림픽처럼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를 유치하는 것이 국가적인 상황에서 볼 때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코 그런 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올림픽이 당초 예상보다 흑자로 진행된 경우가 몇번이나 있는가. 구체적인 통계를 들여댈 상황은 아니고 내가 알기에는 근래에 들어 단 한 번도 그런 올림픽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대충 득과 실이 반반이면 본전치기는 한 셈이다라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올림픽이 경제적인 효과만을 가져 오는 것은 아닌 것 잘 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사회적 질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확실하다. 중국 베이징 올림픽의 영향으로 중국의 화장실 문화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소식도 듣고 있다.하지만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된 것에 비하면 아주 큰 결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특히 동양권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의 경우는 아주 요상한 경기시간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은 IOC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서 경기시간도 정해진다. 주최국에서 주장하는 것이 받아드려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개최국의 일부 요구가 수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그렇다면 IOC는 무엇에 따라 경기시간을 정하는가. 미국의 유력 방송사들의 요구를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중요 방송사는 IOC에 거액의 중계료를 지불하고 중계권을 갖는다. 그러면 미국의 프라임 타임 즉 핵심 시청시간에 주요 경기를 배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바로 광고때문이다. 주최국은 경기가 열리는 곳일뿐 다른 권리를 주장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동양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 들은 소리가 있다. 왜 축구 수영 농구 등 관심있는 경기는 전부 저녁내지는 밤에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미국의 핵심 시청 시간에 맞추려고 하니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서방 중요국의 욕구에 맞게 올림픽이 진행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아마추어 정신의 올림픽일까. 하긴 요즘 미국에서 올림픽의 관심도가 많이 떨어져 미국 유력 방송사들이 중계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소리도 들었다.
올림픽 개최의 부작용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경기장 재활용 문제이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각국은 기존의 경기장을 다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명분아래 대규모 경기장을 수없이 건설한다. 그런데 그 경기장은 규모만 컷지 실제로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올림픽이 끝난 뒤 사용을 하지않고 기존 경기장을 주로 활용한다는 말이다. 특히 동계 올림픽의 경우는 정말 일회용에 거친다. 한국의 동계 스포츠가 얼마나 활성화됐다고 한번 사용할 경기장을 거액을 들여 짓느냐 말이다. 이것이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도 중국도 브라질 등 최근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들의 공통된 부작용이다. 새로 지은 경기장을 부술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올림픽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도 오래됐고 지구촌 유일한 종합 스포츠제전 아닌가. 하지만 이제는 개최를 원하는 나라나 IOC가 부작용을 없앨 방도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그런 방안 마련 말이다. 그리고 기존의 경기장을 잘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각 종목의 국제대회가 더 큰 관심을 갖게 한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세계수영대회나 세계육상대회같은 것 말이다. 올림픽을 능가하는 그런 효과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인기도 많이 떨어지고 관심도 하락한 지금 같은 올림픽에 사활을 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자신들의 위상이 하락하는 것이 두려운 IOC가 이런 지적을 받아드리기 쉽지는 않겠지만 스포츠 강국 그리고 경제 강국들이 모여 이런 이야기도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21년 3월 2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