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월 19일. 목요일.
바깥날씨는 제법 추웠다.
햇볕은 났으되 장갑을 끼고, 겉옷에 달린 모자를 써야 했다.
손과 귀가 덜 시렵도록.
아내와 함께 비뇨기과에 들렀다.
나는 신경이 예민해서 소변을 참지 못하기에 수시로 화장실로 들락거려야 한다. 밤잠도 깊이 들지 못하고. 이런 증상은 벌써 수십 년 째다.
의사의 지시대로 옆으로 눕고는 아랫도리를 벗었다.
배꼽 위에 무슨 기구로 눌러서 X레이 사진을 찰영을 했고...
의사는 말했다. '소변에 당뇨가 있고... 하체(신체)에 그다지 문제는 없는데도 화장실로 자주 들락거리는 이유는 과민성이라고.
처방으로는 저녁밥 이후에는 물을 마시지 말고, 소변을 참는 데까지 참아 보라고. 당뇨병이 있기에 바깥에 나가서 더 많이 걸어다니라고.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변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곧바로 화장실에 나간다.
나한테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성격상의 문제이다. 성정이 사나워서 조금이라도 구리고 비린 것을 보면 눈이 표독해진다. 직선적이고, 성격이 급해서 세상을 어렵게 살아간다는 뜻도 되겠다. 조그만 참으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요즘에는 춥다는 이유로 바깥나들이를 극도로 제한했고, 코로나-19 핑계를 대고는 사람이 많은 곳을 역부로 피했다.
자연스럽게 아파트 안에서만 맴을 돌았으니 소변 보는 회수는 더욱 늘어났을 터.
인터넷으로 검색한다.
신경과민성(神經過敏性) : 조그만 자극에도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는 신경계의 병적으로 불안정한 성질
서울에서 사는 나.
서울 아파트 안에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다.
오늘도 아내는 의사한테 일러바쳤다.
'이 이는요.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는 책상 앞에서 컴퓨터나 만져요.'
사실이다. 나는 의자 위에 올라앉아서는 늘 컴퓨터나 켰다. 남의 글을 읽고, 나도 잡글 쓰고.
내 신경성 과민증은 문학카페에서도 나타날 게다.
남의 글을 읽고는 어색한 단어와 문구에는 댓글 단다. 지적하는 듯한 댓글을 달아서 미움이나 받는데도 여전히 그랬다.
남이 글 잘 써서 내가 이득되는 게 하나라도 있을까?
없다. 그런데도 '꼰대짓'을 한다.
'꼰대짓'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닐 게다. 남의 글을 읽고, 어색한 문구을 보면 나는 책꽂이에서 글쓰기 관한 참고서를 펼쳐서 확인한다. 이런 과정이 몇해 오래 지속되니 나도 글 바르게 쓰는 실력이 향상되었다. 이런 부수효과도 있다.
귀가하면서 잠실 새마을시장 안을 에둘러서 걸었다.
많은 식자재도 있고, 식품도 있고, 과일들도 곳곳에 잔뜩 진열되었다.
아내가 물건을 고르는 사이에 나는 딸기상자를 보았다. 플라스틱 상자에는 딸기 12개 9,000원.
알이 조금 작은 딸기 16개 10,000원.
세상에나. 딸기 10개 남짓하게 담았는데도 가격은 10,000원대.
서해안에서 벼농사를 지었던 나로서는 입이 딱 벌어진다. 10,000원이면 쌀이 반 말(4kg)/5되 값이다.
* 2020면 11월 가을추수가 끝난 뒤 쌀 80kg 한 가마니 가격은 195,000원(20만 원이 채 안 됨).
- 한 가마니는 20kg 4푸대
- 한국인은 년간 57.5kg 먹는다(2020년).
왕딸기 10개 구입할 돈으로 쌀을 사면(5되 4kg) 쌀밥 25 ~ 30그릇을 먹을 수 있다.
특별시인 서울에서 시골태생인 나는 고개를 흔든다.
딸기 10 ~ 16개에 10,000원을 주고 사서 먹는 특별시민인 그들이 부럽다.
새마을시장 안에 있는 식자재 식품을 오래 쳐다보는 것조차도 겁이 나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은 내가 머물러서 살 곳이 아니다. 지갑 두께가 두터운 부자들이나 사는 곳이다.
첫댓글 공감 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그냥 생활일기에 불과한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