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리포트] 휴먼 배터리, 사람 체온으로 배터리 충전? |
영화 매트릭스(Matrix)를 본 사람들이라면 휴먼 배터리(Human Battery)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 휴먼 배터리를 설명하는 영화 한 장면 (사진=영화 '매트릭스' 장면 캡처)
인간에게 반기를 든 기계가 사람들과 전쟁을 일으키자 사람들은 기계들의 동력의 원천인 태양광을 차단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구름을 만들어 하늘을 가리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다. 하지만 기계는 사람의 체온을 사용해 동력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사람을 기계 장치 안에 가두어 평생 꿈속에서 살게 하며 그 체온을 동력으로 사용한다. 그 꿈속의 세계가 곧 매트릭스다.
사람이 기계를 위한 배터리가 됐다고 비유하며 모피우스는 건전지를 손에 들고 네오에게 모든 사람들이 이것이 되어 버렸다고 얘기한다.
매트릭스 영화 속에 표현된 휴먼 배터리는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어버린 부정적인 스토리지만 이 아이디어는 충분히 긍정적인 방면으로 사용될 수 있고 이미 실제로 사람의 체온이나 움직임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꾸준한 연구가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체온을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매트릭스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있었던 연구 중 하나다.
▲ 한국 카이스트(KAIST)에서 개발한 플렉시블 입는 발전기 (사진=카이스트)
우리 몸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약 100에서 120와트의 전력에 해당되는 체온을 방출한다. 이 에너지를 영화처럼 모두 전력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일부라도 전력으로 바꾸어 우리가 늘 사용하는 휴대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면 굉장히 실용적일 것이다.
지난 달 한국의 KAIST에서도 손목에 달아서 체온을 통해 소량의 전력을 만들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서 발표한 바 있다.
웨어러블 제너레이터(Wearable Generator, 입는 발전기)로 소개된 이 기기는 플렉시블한 재질로 만들어져서 손목이나 발목 등에 발찌나 팔찌 형태로 입을 수 있으며 프로토타입의 장치로 40mW의 전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전화기나 태블릿을 충전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양의 전력이지만 스마트와치 정도를 구동할 수 있는 전력은 된다.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할 스마트와치의 밴드에 이 장치를 모두 장착한다면 사용자의 체온만으로도 자가 충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후지쯔(Fujitsu)에서 개발한 장치, 체온과 태양광을 모두 전기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사진=후지쯔)
일본에서도 비슷한 기술을 이미 2010년에 개발한 바 있다. 후지쯔(Fujitsu)에서 개발한 이 플렉시블 장치는 아래로는 피부의 체온을 전력으로 바꾸고 위로는 태양광을 전력으로 바꾸는 이중 구조로 되어있다. 아직은 연구단계라 체온과 태양광을 동시에 전력으로 바꾸지는 못하고 한 가지만 채택해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수준이지만 차후 두 에너지를 동시에 전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예정이다.
▲ 데이빗 캐롤(David Carroll)이 개발한 파워 펠트
미국에서도 지난 2012년에 파워펠트(Power Felt)라는 이름의 체온을 사용한 충전 제품이 소개되어 뉴스에 등장한 바 있다.
과학자인 데이빗 캐롤(David Carroll)이 개발한 이 장치의 장점을 들자면 재질이 그냥 일반 천과 같고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이 재질로 옷을 만들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재질은 보온효과도 좋아서 가정집을 지을 때 단열재식으로 지붕의 내부에 깔아 넣으면 여름에는 밖에서 들어오는 열을 차단하면서 그 열로 전력을 생산하고 겨울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열을 차단하면서 그 열을 가지고 또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의 시트를 이 재료로 사용해서 만들어도 역시 아무 때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태양광 패널은 아직도 그 단가가 비싸서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 반면 파워펠트는 그 단가가 워낙 싸기 때문에 재료비용으로 인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 상표등록을 이미 마친 것으로 보아서 시중에서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체온 말고도 사람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주는 상품 아이디어도 많이 등장했다.
안젤로 카시미로(Angelo Casimiro)라는 필리핀의 15세 소년의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은 사람이 걸을 때 발생하는 운동력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주는 운동화다.
▲ 걸을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꿔주는 운동화
운동화에 USB포트가 달려 있으며 케이블로 연결된 기기를 걸을 때 마다 충전할 수 있다. 실험에서는 400mAh 용량의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 8시간의 도보가 필요했다. 8시간에 400mAh의 충전이면 아직 아주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최소한 걸어 다니면서 전화기가 배터리가 없어 꺼지는 일들은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들의 배터리 용량이 약 2000 mAh인 것을 생각하면 8시간의 도보에 스마트폰 20%정도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게 된다.
▲ Berkeley Lab에서 발표한 Electricity-generating Viruses(전기생성 바이러스)
(사진 = http://ucs.berkeley.edu/ 캡처)
버클리대학에서도 재밌는 발상을 발표했는데 이 방법은 바이러스를 통해 만든 메커니즘으로 전기를 생성시키는 방법이다.
장치에 압력을 가해 바이러스 메커니즘의 형태가 변형되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인데 면에 단백질 가닥들이 나선형으로 나있고 이것을 누르거나 비틀면 단백질 양쪽 끝이 각각 양(+)전기와 음(-)전기를 띠면서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 방식을 신조어로 바이로트로닉스(virotronics)라고 하는데 이것도 바이러스를 사용해 만든 것인 만큼 플렉시블하고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다.
이 바이로트로닉스를 옷감의 재질로 만들어 옷에 사용을 한다면 걸을 때나 뛸 때, 어떤 동작이든 다 전기를 생산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하루의 대부분을 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을 감안해 이 바이로트로닉스와 체온으로 충전하는 두 방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스마트 기기를 다시는 벽에 달린 전기 콘센트에 꽂을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사람이 기계의 노예가 되는 날이 언제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자체가 동력의 근원이 되는 “휴먼 배터리”가 현실화 될 날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뉴욕(미국)=이상준 통신원 directorle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