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3.11.14. -
힘의 가치는 생명을 파괴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데에 있다. 그러려면 힘은 관계의 파괴에 능할 것이 아니라 대상과 자신의 균형을 맞춰 공존하게끔 만드는 데에 있어야 할 것이다. 직진과 돌파보다 원만과 조화로 만물을 기운생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일 터이다.
이러한 힘은 일면적 인식을 벗어난다. ‘기차를 세우는 힘’으로 ‘기차는 달릴’ 수 있다고 했을 때 이는 인식의 전환, 즉 역설적 사유를 의미한다. 생각을 입체적으로 하고 시선을 전(全)방위에 둔다는 뜻이다. 그럴 때 ‘멈추는 힘’이 ‘달리는 힘’이 된다. 멈출 수 있는 힘이 곧 생성의 힘이라는 것이다. 노동자 시인 백무산은 이를 ‘씨앗’에서 발견하고 있다. 씨앗이 가진 정지의 힘은 확산의 힘으로 나타나는 줄기, 꽃, 열매 등의 한 세계를 창조한다. 그렇게 보면 부조리함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민중의 힘이야말로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생성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