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에 둔감하기 그지없는, 아예 보통 정서의 국민과 교감 자체가 안 되는 영남 출신 아저씨들만 잔뜩 모여서 당 수습이 되겠습니까. 총선 참패 후 일주일이 우리나라 보수 정치가 얼마나 엉망인지 보여주는 것이죠.”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 수도권에 출마했던 한 낙선자의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4년 전 총선 참패 후 한국사회에서 비주류가 돼온 보수가 여전히 개발경제 시절 향수에만 빠져 있다가 아예 국민과 교감하는 능력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적으로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권에 기반을 둔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현안에 대한 감수성이나 정책 모두 수도권·중도 정서와 동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 당선인 90명 중 TK와 PK 출신 의원은 59명으로 65.6%를 차지했다. PK 지역의 선전으로 4년 전보다 영남권 당선인은 3명 더 늘었다. 4년 전에는 84명의 지역구 당선인 중 3분의 2인 56명이 영남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17일 “충남·북에서 당선된 지역, 강원 영동 지역 역시 유권자들의 정서는 영남과 흡사하다”며 “보수 텃밭인 강남도 제외하고 나면 정말 51대 49 싸움에서 승리하고 온 당선인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 계열 정당에서 영남권 출신 의원의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4년 전이 처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5년 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2012년에도 영남권 당선자 비중은 채 50%에 미치지 못했다. 한 수도권 낙선자는 지금 국민의힘은 한쪽 바퀴가 완전히 망가진 셈”이라며 “남은 바퀴로만 구르려 하니 제대로 구르지도 못하고 보수 편향, 영남 편향만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당의 체질은 영남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 돼버린 듯하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보수정당 역사에서 총선 3연패는 헌정 사상 처음이고 집권 여당이 이렇게 진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며 2016년 새누리당, 2020년 미래통합당, 2024년 국민의힘 등 질 때마다 당명이 달랐던 적도 처음”이라며 “보수정당은 이제 도전하는 세력인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서울 ‘한강벨트’를 제외한 지역구,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역구에서는 제대로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인 곳조차 찾기 힘들다”며 “수도권 정서에 대한 이해,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현안에 대한 예민함 없이는 보수정당이 승리할 길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