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입학 40주년 기념이었고 2박3일 일정이었다.
제주공항에 도착 후 15인승 '솔라티'를 렌트했다.
12명이 탑승했음에도 '솔라티' 내부는 넉넉하고 쾌적했다.
나는 2박3일 간 계속 운전을 하면서 일정표에 맞게 재미있는 여정을 이어갔다.
모두가 즐거워 했다.
첫날 오후, '가파도' 트레킹을 마친 뒤 '켄싱턴 리조트'에 여장을 풀었다.
그때 제주도 교육청에서 넘버 투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부부가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귤상자 12박스를 싣고 왔다.
반가운 해후였다.
친구의 예상치 못한 선물과 후의에 모두가 감동하고 말았다.
'제발연'(제주 발전 연구원) 원장으로 근무 중인 다른 친구는 바쁜 일정이 있어 합류하지 못했다.
리조트 부근의 '흑돼지 전문 식당'에서 14명이 맛있게 만찬을 즐겼다.
소주와 맥주가 한 순배씩 돌아갔다.
왁자지껄했다.
환한 미소에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마치 40년 전의 대학 새내기들의 M.T 분위기 같았다.
식사자리가 점점 무르익어갈 무렵, 입담과 유머가 좋은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깜짝 이벤트'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를 가운데로 불러 세웠다.
"이번 행사 준비를 비롯해 지난 40년 동안 열정과 헌신의 모범을 보여 준 친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패와 봉투 하나를 건넸다.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나는 갑작스런 '서프라이즈'에 어안이 벙벙했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여행 출발 2주 전에 나를 제외하고 친구들이 서로 상의했던 모양이었다.
나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노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섬김과 봉사의 마음으로 친구들을 위해 헌신해 준 삶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봉투 안엔 '신세계 상품권' 100만원 어치가 들어 있었다.
심쿵했다.
그동안 무얼 바라고 관계를 형성했던 건 아니었다.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았다.
대학친구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매순간 솔선수범하고자 노력했다.
각 구성원들과 동고동락 하면서 내가 먼저 마당을 쓸고, 밥을 짓고, 설거지하며 지냈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에게 거창한 철학이나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배려와 헌신의 삶'을 살겠노라고 소싯적부터 하나님께 기도했었다.
오랜 세월을 그렇게 간구했으므로 그렇게 실천할 따름이었다.
'언행일치'와 '지행합일'을 내 삶에 녹여내고 싶었다.
그런 순수한 마음 하나 뿐이었다.
콧등이 찡했다.
감사패를 준비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건넸다.
아름답고 훈훈한 밤이었다.
제주에서 3일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귀가했다.
'감사패'와 '상품권'을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아내도 친구들의 그런 마음이 읽혀져 너무 감동스럽다고 했다.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에 심쿵했는데 아내도 그랬을 터였다.
당연하다 싶었다.
'상품권'은 모두 아내에게 주었고, '감사패'만 내 사무실 책상머리에 올려두었다.
더 사랑하고, 더 배려하라는 당부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지구별에 잠시 여행 왔다가 홀연히 떠나는 것이 인생이다.
넓은 마음과 낮은 자세로, 투명하고 즐겁게 살면 되리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실천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인생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도 최고의 하루가 되길 빈다.
오늘은 11월 13일 수요일이다.
어느새 11월도 5부 능선 부근을 지나고 있다.
시간이 총알 같다.
힘내자.
파이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84학번이 멋진 사람들이 많지요.
저는 졸업 40주년 챙기느라 바쁜데
입학 40년을 준비하신 분들도 계셨네요. ㅎㅎ
언제 어디서나 즐겁고 행복한 동기들의 만남이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