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여의도가 파업분위기라...'라고 표현한다. 그런 우스개 말이 있(었)다. 여의도에서 돌던지면 양복쟁이가 맞던가 점퍼쟁이가 맞던가 한다고. 양복쟁이는 증권,금융 종사자를 표현하는 것이고, 점퍼쟁이(양복을 입지 않은, 캐쥬얼 차림 정도...)는 방송장이를 뜻하는 말이다. 대표적인 복식의 상대성을 통해 방송장이들 흔하다는 표현으로 쓰던 말이다.
나는 내 분야에 맞게, 그냥 '여의도가 파업분위기'라고 한다. 예전 개국초기의 SBS(당시엔 SBS가 아닌 sbs라고 표기했고 법인명도 '서울방송'이었다)도 여의도에 있을 땐, 어떤 매체에선 여의도를 '방송의 섬'이라고도 한 적이 있었다. MBC는 DMC쪽으로 튈려고 준비 중이고 SBS도 멋진 건물, 목동에 올려 옮긴 지가 한참이 됐지만, 그래도 여의도는 '방송의 섬'이고... 내 표현의 '여의도'엔 방송가를 뜻하는, 그런 의미다.
파업이다. MBC가 선빵을 텄고, KBS도 돌입했다. 일일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2일엔가 지역MBC도 했다고도 하는 것 같고 타방도 일시적으로든 (몇 차..이런 식으로) 파업에 들고 난다.
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SBS는 파업에 동참할, 현재는 사내적 상황 명분이 좀 약하다고 한다. 스테이션(일종의 브랜드?) 인지적으로, '지상파 3사'의 한 축의 총 본산이기에 언론노조적 연대차원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을, 동조파업의 뜻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난 이 쪽(두리뭉실하게도) 일을 하지만 TV를 거의 안 본다. 어떻게 만드는 지 알기 때문에 별로 땡겨하지 않는, 그런 케이스다.고로 파업을 해도, 일종의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하는 지 마는 지 체감되지 않는다. 또는 좀 거하게 표현하면 현재의 왠만한, 모든 문제들은 TV에서 비롯된 형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쩜 자승자박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예? 영웅시대를 통해 이명박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나?)
방송사는 참 많은 문제를 갖고 있으면서 그 자신에게 내포된 문제를 갖고 있는, 사회의 다른 부분을 신랄하게 다루곤 한다. 감히 방송사의 문제를, 방송사가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만큼의 힘으로 비판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조선일보? 그네도 방송(혹은 영상제작, 중계, 콘텐츠 유통 등)이라는 업태를 통해서 돈벌려고 방송국이란 가게 차린 것이겠지만 '방송국'이라는 간판따서 '방송의 영향력'을 갖고 싶어한 것 아니겠는가.아닌가요? ex-방통위원장님? 저는 잘 몰라서...)
단상을 나열하려 했는데, 폭이 넓어질 조짐이 있군... 줄여야지. 단상으로...
파업이 끝났으면 좋겠다. 정상화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너무 대립각이 예리하다. 두 김 사장님들이 전장에 낙하산 타고 오셨다면, 그 전까지는 Recon.이었다면 올해는 실전인데... 올해 '일'하라고 HALO 하신 건데, 물러날 수 없을 때 물러나길 걸었으니, 정말, 상황이 불꽃튀겨야 하지만, 관망자의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신상털이를 통한 비방과 쟁의의 접점이 형성되지 않는 지리멸렬한 싸움의 상황이다. '노사 서로 대치(눈팅)하지 말고 일단 한 판 붙어보자!'의 분위기는 KBS같고(그런데 KBS, 남들보기가 그래서 그렇지 방송운영에 큰 차질은 없다) MBC는 이웃의 관망(사실상 도울 일이 없다.공동의 콘서트 기획외엔)속에 크고 작은 상처만 내는 표창질...
시민들? 지상파TV안봐도 볼 것 많고, 취업, 먹고 살 일... 걱정이 많다. 약간 불편?은 하겠지만. 외주제작이라는 것도 '관점의 다원화'에서 비롯된 바도 있건만, 스테이션 입장에선 수급의 다원화가 된 셈이니...
개인적으로 이번 정권은, 날좋을 때 광화문 앞에서 공개처형시켜야 할 놈들이지만 지금 방송가,언론가의 상황은 너무 사생결단이다. 굽혔으면 하는 건 아니지만 현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재철 사장님? 어차피 이 분의 용도는 MB재임중엔 보도막고, 선거관련 보도 잘 관리(?)애서 퇴임 후에 뒤탈없을 정권창출에 일조하는 것 아니겠는가. 1년도 안되는 기간 버티기만 해도, 버티느라 수고했단 소리 들을 사람이다. 다른 김 사장님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어쩜... 아쉬운 건 우리다.
첫댓글 그렇구나 잘읽었다.
잘 읽었다니 다행이다.
회사에 벤츠타고 와서 구호 몇 번 외치고 놀러가거나 애보러 가는 일은 아무 회사에서나 할 수 있는 짓은 아니죠.
주인없는 회사의 행복함을 느껴요.
저도 파업 들어간다고 했을 때 어차피 임기 말년인 사장 나가고 다음 사장 올때 잘 해보자 했고, 굳이 총선 앞두고 오해 살 일 있냐고 했는데 노조 수뇌부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들어가자고 했으니까 들어가는건데 굳이 사생결단 안 해도 될 시기에 사생결단 모드로 접어든다는 건 썩 맘에 들진 않아요.
관심없는 관망자의 후일담 - 무주 덕유산에 수련회 가 있는 동안 K는 파업을 접는다는 한줄뉴스가 TV의 하단에 흘렀고 며칠 후 신관에서 보기에 당시의 김 사장님은 한 무리의 수행자들과 저녁 편안히 드니고 뒷짐지고 평안하게 회사에 들락거렸다. 그리고 어느 노조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파업도 접어줘서 그랬으려나... 조용히 임금협상 건이 진행됐었다. 윤창중은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적절한 포장에 숨어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