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엔 상가(喪家)에 문상을 가면 돌아가신 분의 사진 곧 영정사진에다 고인(故人)의 명복을 비는 절을 하거나 기도를 하게 된다. 사진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위패(位牌)를 걸어 놓고 절을 했었는데.....
늙어서 돌아가신 대부분의 영정사진은 돌아가시기 직전이나 노인이 되어서 찍은 사진이 영정사진으로 많이 쓰이는 것을 보게 된다.
문상(問喪)을 오는 사람들은 고인과 직접 인연이 있어서 오는 경우도 있고 그 자손들과 인연이 있어서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고인과 인연이 있어서 그의 일생(一生)을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영정사진이 어떤 사진이었던 간에 본인이 알고 있던 기억 속의 고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생전에 고인을 본적이 없던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고인의 영정사진이 노인의 모습이기 때문에 노인의 모습만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사진의 모습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안 좋을 때의 모습이기 때문에 사실 고인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어느 누구나 인생에서 외모가 빛나는 한 때가 있었을 것인데 문상 온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초라한 모습이니.... 차라리 영정 사진이 아닌 위패로 대신하고 싶지는 않을까?
나는 오래 전부터 이런 사진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던 사람으로 내가 죽으면 영정사진은 젊었을 때의 사진이나 적어도 중년의 모습이 있는 사진을 놓게 하고 싶다. 여행을 좋아하니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것으로...
며칠 전 TV에서 보니 김수미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드레스를 입은 사진으로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기왕 영정사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람이 죽어서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아마도 사람들은 그 사람이 죽었을 때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영혼이 있어서 영혼의 모습이 죽을 당시의 모습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늙어서 추한 노인의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세상에 그런 비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정말 영혼이 있어서 가는 저 세상이 있고 영원히 살며 죽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다면 일생에서 가장 모습이 아름다울 때인 한 창의 나이에 죽어야 하는 것이 더 좋은 셈이 된다. 그러나 존재하는지가 확실하지도 않은 영계(靈界) 때문에 미리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 같으면 정말 영혼이 있고 영계가 있으며 영원히 영혼이 존재하고 죽을 때의 모습으로 영원히 사는 것이 확실하다면 젊어서 죽는 것을 택할 것이다. 지상(地上)에서의 삶은 순간이고 영계에서의 삶은 영원하니 영원한 쪽을 택해야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뭐 골치 아프게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의 삶의 자세들은 죽어서 가는 세상이 있다는 것도 아니고 없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삶을 살고 있지 않는가?
만약 죽어서 가는 세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문상을 하면서 고인의 명복(冥福)을 비는 행동은 위선인 셈이다. 줏대 없이 사는 삶인 셈이다. 자신이 믿지도 않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남이 하는대로 따라 하는 것이니...
만약 영혼이 있고 영혼이 영원히 사는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는 모습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지상의 생활은 영원한 세계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이니.. 그런데 그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는 상가에 문상을 가서 영정에 절을 하면서 자신도 곧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는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자신의 사진이 놓이는 것이 그리 먼 훗날이 아닐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혼이 있고 영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곳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알지는 못한다. 종교계에서나 무속인들이 말하는 것들을 다 믿지는 않는다. 종교마다 서로 다른 말들을 하고 있으니...
만약 사람이 죽어서 어떤 형상(形狀)을 가지게 된다면 필요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일생의 모습이 언제라도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린아이 때부터 죽을 때까의 일생의 모습이 언제라도 필요에 따라서 바뀌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지 되지 않는다면 늙어서 죽어서는 안 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일찍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문상을 가서 영정사진을 볼 때 비록 늙은 모습의 사진이라도 그 사람의 황금기의 모습을 유추해 본다. 고인도 그것을 고마워하지 않을까?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그냥 생각 없이 살거나 나처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다가 죽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면서 사는 것이 조금은 낮지 않을까?
자신의 노년의 모습이 젊었을 때의 모습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되면 영정사진은 일생에서 가장 빛나던 때의 모습으로 놓아 달라고 자식에게 부탁해 보시기를... 나이가 든 모습이 더 중후하고 멋있어 졌다면 그만이겠지만....
뭐 되지도 않는 이런 생각을 하는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는 법.... ㅎㅎ 나와 생각이 같다면 좋은 사진을 골라놓고 자식들에게 부탁하시길....
|
첫댓글 며칠 전 TV에서 보니 김수미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드레스를 입은 사진으로 하고 싶다고..
영정사진은 일생에서 가장 빛나던 때의 모습으로 놓아 달라고 자식에게 부탁해 보시기를...
네 일리있는 이야깁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가우뚱합니다.
영정사진이 보다 젊고 싱싱하고 아름다울 때의 사진으로 했으면 하는 발상/착상이 신선합니다.
그러나 저는 고개를 가우뚱합니다.
인생 말년의 사진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위 글대로 하면 저는 이십대 사진으로 할까요?
아니면 돌잔치 사진으로? 아쉽게도 저는 돌잔치 사진이 없군요. 서해안 산골마을에 무슨 사진기가 있었을까요?
젊은 날 대학시절에 찍은 사진으로 제 영정사진으로 할까요?
돌아가시기 직전, 보다 건강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영정사진을 했으면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얼굴 사진을 찍어서 늘 확대해 둬야겠군요. ㅠ.ㅠ.ㅠ
나이 든다는 게... 가슴이 아픕니다. 자꾸만...
내가 글을 쓴 목적은 영정 사진에 대한 것만이 아니고 자신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길....
@뿅망치 깊은 뜻이 들어 있군요.
제3자가 댓글 달 때에는 각자의 느낌이나 생각에서 쓰겠지요.
댓글이 글쓴이의 마음에 흡족하지 못했군요. 조금은 죄송합니다.
저는 위 글에서 어떤 영감(글감)을 얻었기에 제 생각대로만 댓글 달았지요.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라는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나이가 많으니까요. 지난해 연말부터 내가 죽은 뒤에는 어떻게 할까 싶어서 사전증여를...
또 관청에 들러야겠습니다. 곧 죽을 수도 있기에...
요즘은 평소 망자가 좋아하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영정으로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임니다
젊은날의 추엌이 있는 멋진곳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찍은걸 영정사진으로
요즘 엘범정리 하고 있씀니다.....
지금의 사진도 아름답지만 더 젊은 시절의 사진으로
ㅎㅎ
돌아가신 어머님.
영정사진 맘에 안드신다고 재촬영하실때 몸도 불편함서 우찌?
어쩜 유난시럽다 생각도 했죠만
지금 생각하니 내두 너무 쪼그랑 망가진사진은 싫을것 같습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활짝 웃고있는
영정사진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래더 저도 그렇게 활짝 웃는 사진을
준비해두고 싶어요..
마지막 모습을 지인이나 친지들에게
보여 주는것
엄숙하고 슬픈 곳일 망정
밝고 환한 모습이면 좋겠다는
일인 입니다
공감 가는글 입니다
저는 50대 후반 모습을 크게 확대 해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내가 죽으면 이 사진을 쓰라고 시켰습니다
중국 작가 위화 소설 7일을 읽으면
죽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거의가 님이 말씀하신데로
죽기 전 형상으로 나오더군요
주인공이 사고로 죽었는데 그는 늘 빠져 나와 덜렁거리는
눈알로 부러져 뒤틀린 팔과 다리로 죽은 사람을 찾아 가더군요
글쎄 죽음후에 무슨 모습이면 어떻습니까
살아 있는 사람이 기억하는 모습의 사진이나 멀쩡하게 남기면 되지
ㅎㅎ
몇살에 죽을지 모르지만 50대부터, 60대, 70대까지 10년마다 한 번씩 찍어 두고 자식들한테 결정권을 주고 일이 닥치면 그때 가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하라고 하고 싶군요.
내 영정사진으로 쓰고 싶은 것 중의 하나
2010년도 중국의 장강삼협에서 트레킹 중에 찍은 사진 입니다.
지금은 머리가 더 빠졌지요...
ㅎㅎ
카페 등록사진입니다.
영정사진을 보사기 몮은 생각을 하셨네요
공감도 가고, 저도 젊을적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하라 할까요.
조영남은 장례식장에 쓸노래도 만들어 놓았다지요
자녀가 보기에
엄마 이미지와 가장 근접한 사진, 자녀가 좋아하는 엄마 사진을 골라 영정사진에 쓰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나중에 엄마생각날 때
그 사진 보게요~
이미 저 세상 간 엄마야
어떤 사진을 쓰던말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