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失敗)한 동탁(董卓)의 응징(膺懲) -
뜻하지 않았던 조조(曹操)의 장담(壯談)에 자리해 있는 대신(大臣)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면 그대가 이제부터 동탁(董卓)을 제거(除去)할 계획(計劃)을 결행(決行)할 자신이 있단 말이오?"
"그만한 자신(自信)이 없다면 어찌 경망(輕妄)되이 여러 대신들 앞에서 장담(壯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음... 그러면 그 결심(決心)을 단행(斷行)해 주기 바라오!"
왕윤(王允)이 머리를 수그리며 간청(懇請)하자, 조조(曹操)는 정색(正色)을 하며 허리를 굽히면서 말한다.
"그 일을 단행(斷行)하는 데는 대감(大監)께 한 가지 부탁(付託)이 있습니다."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그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듣자옵건데 대감 댁에는 옛날부터 전해 오는 칠성 보도(七星寶刀)가 있다 하던데 그것을 저에게 주시면 소관(小官)이 그 칼로 동탁(董卓)을 베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동탁(董卓)을 베는데 굳이 칠성 보도(七星寶刀)가 필요(必要)한 이유(理由)라도 있소?"
"듣자 하니 칠성 보도(七星寶刀)는 바위는 물론이고 무쇠솥도 깨뜨릴 정도로 날카롭고 튼튼한 보검(寶劍)이라고 들었습니다. 동탁(董卓)은 평소(平素)에도 겉옷 속에 갑(甲)옷을 입고 다니는 자입니다. 그런 자를 베려면 칠성 보도와 같은 명검(名劒)이 반드시 필요(必要)합니다."
"조공(曹公)이 그만한 뜻을 이루어 준다면 내가 무엇을 아끼겠소. 내 보검(寶劍)을 기꺼이 내드리리다."
왕윤(王允)은 몸소 내실(內室)로 들어가 집안 전래(傳來)의 명도(名刀)인 칠성 보도(七星寶刀)를 가지고 나와 조조(曹操)에게 친(親)히 쥐어주면서 신신당부(申申當付)를 한다.
"만(万)에 하나라도 실수(失手)가 없게 하시오!"
"소관(小官)도 생사(生死)를 걸고 하는 일이오니 소관을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는 조공(曹公)만 믿겠소. 자, 그러면 성공(成功)을 비는 축배(祝杯)를 받으시오!" 조조(曹操)는 왕윤(王允)이 손수 따라 주는 축배(祝杯)를 마시고 칠성 보도(七星寶刀)를 허리띠에 찔러 넣었다.
칠성 보도(七星寶刀)는 단도(短刀)보다는 길고 장도(長刀)보다는 짧은 중도(中刀)의 크기로 가슴에 품고 숨기기에 적당(適當)한 크기였다. 조조(曹操)는 술잔을 내려놓고 좌중(座中)을 향(向)해 경건(敬虔)히 하직(下直)을 고(告)하고 물러 나왔으니 이때 그의 나이는 35세 였으며 젊은 무장(武將) 조조(曹操)는 치세지 능신(治世之能臣) 난세지 간웅(亂世之奸雄) 이었다.
아울러 이때의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時代)는 나관중(羅貫中 : 중국 원대(元代)의 소설가(小說家)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쓰여지면서 “삼국연의” 또는 “삼국지 통속연의” 등의 이름으로 불렸을 뿐 사실상(事實上)의 삼국지(三國志)의 진짜 주인공(主人公)은 조조(曹操)라고 보아도 전혀 손색(遜色)이 없을 것이다.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조조(曹操)는 평소(平素)보다 훨씬 늦게 칠성 보도(七星寶刀)를 품안에 숨기고 승상부(丞相府)로 출근(出勤)했다. 평소부터 동탁(董卓)이 있는 승상부 출입문(出入門) 앞에는 무장(武裝)한 호위병(護衛兵)들이 출입자(出入者)의 몸수색을 통하여 일체(一切)의 무기(武器)를 승상부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그러기에 조조(曹操)는 무장(武裝)을 하지 않은 채로 항상(恒常) 출근(出勤)해 왔었다.
이날도 조조는 품속에는 칠성 보도(七星寶刀)를 숨겼지만 겉으로는 무장을 하지 않은 채 노쇠(老衰)한 나귀를 끌고 늦은 출근을 하였다.
호위병(護衛兵)이 조조(曹操)를 보고 물었다.
"오늘은 출근(出勤)이 늦으셨사옵니다."
"그렇게 되었네."
그러면서 조조(曹操)는 나귀를 승상부(丞相府) 앞에 묶어 놓은 뒤에 양 팔을 벌리며 호위병에게 말했다.
"승상부(丞相府)로 들어가려니 몸수색(搜索)을 하게나."
그러자 호위병(護衛兵)이 말한다.
"그냥 들어 가십십오. 하루 이틀 오시는 것도 아닌데."
"고맙네."
승상부로 들어간 조조(曹操)는 승상부(丞相府) 관리(管理)에게 물었다.
"승상(丞相=동탁)은 어디 계시냐?"
"지금 소각(小閣)에서 휴식(休息)을 하고 계시옵니다." 조조(曹操)는 대답을 듣자 바로 소각(小閣)으로 들어갔다.
동탁(董卓)은 와탑(臥榻 :침상)에 앉아 차(茶)를 마시고 있었고 여포(呂布)가 곁에 시립(侍立)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출근(出勤)이 늦었나?" 동탁(董卓)은 조조(曹操)를 보기가 무섭게 나무라는 말을 하였다.
사실(事實) 보통 때에는 일찍 출근하던 조조가 이날은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나왔던 것이다.
"죄송(罪悚)하옵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말이 워낙 노쇠(老衰)해서 걸음을 제대로 못 걷기에 이처럼 늦었습니다."
"응? 자네의 말이 그렇게도 노쇠(老衰)했는가?"
"네, 생활(生活)이 군색(窘塞)해서 말을 바꿀 형편(形便)이 못 되옵니다."
"그래?" 동탁(董卓)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곁에 있는 여포(呂布)에게 말한다.
"여포(呂布)! 마구간에 가서 좋은 말을 한 필(匹) 골라다가 맹덕(孟德)에게 주도록 하여라."
"넷, 아부(亞父)! 곧 말을 골라 오겠습니다."
여포(呂布)
여포(呂布)가 명령(命令)을 받들고 밖으로 나가자 조조(曹操)는 속으로,
(인제 됐다! 지금이야말로 절호(絕好)의 기회(機會)로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동탁(董卓)은 워낙 기력(氣力)이 탁월(卓越)한 용장(勇將) 출신(出身)이므로 조조(曹操)는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고 기회를 옅보며 주저(躊躇)하고 있으려니까 일이 제대로 되는라고 동탁(董卓)은 비대(肥大)한 몸을 와탑(臥榻) 위에 눕히더니 벽(壁)을 향하여 돌아눕는 것이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조조(曹操)가 동탁의 뒤에서 품속에 있는 칠성 보도(七星寶刀)를 슬쩍 뽑으려니까 그 모습이 동탁(董卓)이 돌아누워 있는 벽에 걸린 거울에 비쳤다.
동탁(董卓)은 조조(曹操)가 품속에서 칼을 뽑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자 황급(遑汲)히 일어나 앉는다.
"맹덕(盟德)은 왜 칼을 뽑는가?"
조조(曹操)는 순간(瞬間) 가슴이 철렁했으나 이내 침착(沈着)한 모습으로 이렇게 대답(對答)하였다.
"제가 며칠 전에 명도(名刀) 한 자루를 입수(入手) 하였사옵기에 승상(丞相)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진상(進上)하려고 가져왔습니다. 한번 보아주시옵소서."
"아, 그래?... 어디 한번 보여 주게."
조조(曹操)
동탁(董卓)이 조조(曹操)에게서 받은 칼을 보고 있는 동안에 여포(呂布)가 돌아왔다.
동탁(董卓)은 칼이 마음에 드는지 감탄의 고개를 끄덕이다가,
"여포(呂布)! 이 명도(名刀)를 구경해 봐라!" 하고 자랑삼아 내밀어 보였다.
조조(曹操)는 동탁(董卓)의 그 같은 기색(氣色)을 보자 얼른 품속에서 칼집을 꺼내어 여포(呂布)에게 주면서,
"칼집은 여기 있소이다. 여장군(呂將軍)이 보다시피 과연(果然) 명도(名刀)가 틀림없지 않소이까?" 하고 말하였다.
여포(呂布)는 명도(名刀)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탁(董卓)에게 정중(鄭重)히 건네주며 말한다.
"과연(果然) 좋은 검(劍)입니다."
동탁(董卓)은 보도(寶刀 : 보배로운 칼)를 선사받은 것이 고마워서 조조(曹操)에게 말했다.
"내가 자네에게 명마(名馬)를 한 필(匹) 줄 테니 밖으로 같이 나가지!"
세 사람이 마당으로 나오니 마당에는 여포(呂布)가 끌어온 준마(駿馬)가 한 필 매어 있었다.
"이봐, 맹덕(孟德)! 이 말을 자네에게 주지!" 동탁(董卓)이 기분 좋은 소리로 말하자,
조조(曹操)도 흔쾌(欣快)히 웃으며 말 목을 두드리며 말한다.
"이런 좋은 말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눈에 보아도 과히 명마(名馬)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죄송(罪悚)스러운 말씀이오나 승상(丞相) 앞에서 한번 시승(試乘)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게! 어서 타 보게." 동탁(董卓)의 입에서 허락(許諾)의 말이 떨어지자 조조(曹操)는 몸을 날려 마상(馬上)에 오르더니 채찍을 휘갈기며 문(門)밖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두 사람은 조조(曹操)가 곧 돌아오리라 생각하고 선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번 문밖으로 달려나간 조조는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올 줄을 몰랐다.
"이 사람이 웬일일까?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니?" 동탁(董卓)이 의아(疑訝)스럽게 중얼거리는 말에
여포(呂布)가 의문(疑問)의 말을 한다.
"아부(亞父)님! 암만해도 조조(曹操)의 거동(擧動)이 수상(殊常)했습니다. 조조(曹操)가 아부(亞父)를 해(害)치려고 왔다가 일이 뜻대로 안 되니까 짐짓 보도(寶刀)를 선물(先物)로 드리고 도망(逃亡)을 간 것이 아닐까요?"
"네 말을 듣고 보니 딴은 수상(殊常)쩍은 것이 없지도 않았어! 그렇다면 그놈을 살려둘 수는 없으니 이유(李儒)를 급(急)히 불러라! 어서 이유를 부르란 말이다!" 동탁(董卓)이 노기충천(怒氣衝天)하여 소리를 지르자 이유(李儒)가 즉시(卽時) 달려왔다.
이유(李儒)는 자세한 사정(事情)을 듣고 나더니 무릎을 치며 탄식(歎息)한다.
"그야말로 큰 실수(失手)였습니다. 조조(曹操)가 진작부터 처자(妻子)를 멀리 보내 두고 사처(私處)에 혼자 살고 있었던 것을 보면 그놈이 아버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좌우간(左右間)에 그놈의 진실(眞實)을 알아 보기 위해 사처로 사람을 보내 보겠습니다. 물론 지금쯤은 종적(蹤跡)을 감췄으리라고 보옵니다만..."
"어쨌든 그놈을 당장 잡아오너라!"
이유(李儒)의 말대로 십여 명의 병사들을 보내 보니 과연 조조(曹操)는 사처에 있지 않았다.
"집에서는 언제 나갔다고 하더냐?"
"얼마 전에 준마(駿馬)를 타고 동문(東門)으로 나갔다고 하옵니다. 수문장(守門將)이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며 통과패(通過牌)를 보여 달라고 하니 승상(丞相)의 급(急)한 명령(命令)을 받고 나가는 길이라고 하면서 <지체(遲滯)되면 네가 책임(責任)을 져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합니다."
동탁(董卓)은 그 소리를 듣고 더욱 분노(憤怒)하였다.
"내가 저를 그토록 아껴 주었건만 그놈이 나를 배반(背反)하다니 이런 나쁜 놈이 있단 말이냐! 이유(李儒)! 너는 그놈의 화상(畫像)을 그려서 전국(全國)에 배부(配賦)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놈을 잡아들여라!"
"넷! 곧 분부(分付대)로 거행(擧行)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조(曹操)를 잡아 오는 자에게는 만호후(萬戶侯)의 벼슬과 상금(賞金) 천 냥을 준다는 것도 공포(公布)하여라!"
"곧 분부(分付)대로 전국(全國)에 수배령(手配令)을 내리겠습니다."
이유(李儒)가 밖으로 달려 나오려 하자 동탁(董卓)이 분에 넘쳐 다시 부른다.
"이유! 암만해도 이번 일에는 반드시 공모자가 있을 것이 분명하니 그런 놈들도 조사해서 모두 극형에 처하라!"
"물론 그래야 합니다."
"조조(曹操)를 붙잡는데 정신(精神)이 팔려서 공모자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일이 없도록 하란 말이다."
"네! 조조란 놈과 공모자(共謀者)들을 기어이 체포(逮捕)하도록 긴급조치(緊急措置)를 취(取)하겠습니다."
이유(李儒)는 즉시(卽時) 밖으로 달려나가 조조(曹操)의 인상(人相)을 화공(畫工)을 불러 그리게 하고 군사(軍士)들을 동원(動員)하여 몽타주(요것은 불란서(佛蘭西) 말인데... 근데 왜? 여기서 나와~! ♬ ♪~)와 현상금(懸賞金) 내용을 전국적(全國的)으로 배부(配付)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조조(曹操)는 전국적인 지명(指名) 수배범(手配犯) 이 되었으니 장차(將次) 그의 운명(運命)은 어떻게 될 것인지 오직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삼국지 - 37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