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했듯이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이고
매일같이 지는 해이건만 한 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지는 해는 뭔가 아쉬움을 남겨두고 서쪽으로 사라지고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 첫날 1월 1일에 떠오르는 태양은 뭔가
희망을 잔뜩 안고 동쪽에서 불끈 솟아오른다.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일출과 일몰에 이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해넘이는 못내 아쉬운 자기 회한의 살풀이이고
해맞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라 할지라도 빌어보고 싶고
기다려보고 싶은 인간들의 접신 잔치이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회색 콘크리트 숲에 갇혀 푸른 하늘 한번 제대로 쳐다볼
여유조차 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도시 탈출을 꿈꾼다.
열심히 뛰어봤지만 뒤돌아보면 회한만 쌓이는 지난날을
훌훌 털어 버리고 동해에 불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새해엔 뭔가 이루어보려는 자기 다짐이리라.
연말 연시엔 동해안과 서해안에 있는 전국의 일출, 일몰 명승지와
태백산과 지리산을 비롯한 명산은 도시를 빠져 나온
도회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한뉴스'에 애국가와 함께 나와 유명해진 동해안 촛대바위,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유명세를 탄 정동진 그리고
포항의 호미곶은 온 국민이 인정하는 일출의 명소이며
서해안의 꽃지와 강화 석모도는 사진작가들이 추천하는
일몰 명소이다.
이러한 명승지에서 일출과 일몰을 맞이하기에는
대단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여름 휴가철은 짧아야 5일이지만 연말 연시 일출 일몰 맞이는
단 하루이기 때문에 혼잡스럽고 예기치 못한
소동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오가는 도로는 국도든 고속도로든 주차장으로 변하고 현장은
인파로 뒤덮여 짜증스럽고 즐거워야할 여행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 아차산 표지석
서해안에서 일몰을 보고 밤을 세워 차를 몰아 동해안에서 일출을 보는
극렬파도 있는 세상에 그러한 불편쯤이야 감수하고
굳이 그러한 곳으로 가겠다는 사람은 말릴 수야 없지만
연말 연시를 가족과 함께 조용하게 보내며
새해를 설계하고자 하는 분을 위하여 서울에서도
훌륭한 일출 일몰 명소가 있어 소개한다.
서울에서 일출 일몰 보려면...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장신대역) 1번 출구로 나와 10분쯤 걸으면
아차산 공원 주차장이 나옵니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조금 걸으면 약수터가 나오고
경사 10도 정도의 언덕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구리시와 서울시의 시 경계 안내판이 나타납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야 해맞이 광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 서울시와 경기도 시계 표지판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아차산성(城)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한성 백제가 고구려 군을 맞아 수도를 방어하던 전략적인 요충으로
백제 개로왕이 친히 고구려 군을 맞이하여 전투를 벌이다가 전사하여
백제가 한수(漢水) 이남으로 밀리며 패퇴의 길로 들어섰으며,
한반도의 중심축을 장악하여 한반도를 호령하던 고구려도 용맹을 떨치던
평원왕의 사위 온달장군이 신라군을 맞이하여 싸우다가 전사한 후
신라군에 쫓기어 북으로 밀리는 계기가 되었던,
사적 234호로 지정된 역사의 유적지입니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해맞이 광장으로 방향을 꺾어 5분쯤 가면
솔밭 사이로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 길을 선택하면
잘 만들어진 나무 계단이 나옵니다.
약간은 가파른 듯한 계단을 따라 5분 정도 가면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고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해맞이 광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전엔 한 군데였는데 관할 광진구청에서
한 군데를 더 마련하여 두 군데가 되었지만
전망이 좋은 곳은 예전에 만들었던 윗쪽이랍니다.
▲ 해뜨기 직전, 동쪽 하늘과 한강 물이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북한산이나 도봉산 그리고 북악 스카이웨이에서 바라보는 일출도
아름답지만서울의 제일 동쪽 끝
아차산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장관입니다.
지하철 역에서 도보로 불과 40분 거리에 있는
아차산 일출 전망대에 올라서면
탁 트인 공간에 눈부시도록 새파란 한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멀리
북한강 물과 남한강 물이 합수되는 팔당댐이 아스라이 보입니다
▲ 아차산 해돋이
기다리던 태양이 동쪽 하늘을 열고 불끈 솟아오르며
찬란한 햇살이 한강에 부딪힐 때
그 아름다움에 전율마저 느낍니다.
도시에서 맛보는 해돋이의 신선한 충격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아직 잠들어 있는 도심 하늘에는 둥그런 보름달이 떠 있고
동쪽 하늘엔 눈부신 태양이 떠오를 때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 동쪽 하늘엔 해가 떴는데 서울 도심 하늘에는 둥근달이 떠있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한반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싸웠던 역사의 현장 아차산은 일출도 아름답지만
일몰 또한 일품입니다.
수많은 군상들이 북적이는 거대 도시를 비추던 태양이
남산에 우뚝 선 서울 타워를 옆구리에 끼고
서산으로 꼬리를 감추는 모습은
바닷가나 깊은 산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도회지의 숙연한 일몰을 연출하고 있답니다.
첫댓글 丁亥年 해돋이를 미리한것 같습니다. 글 그림 너무 좋습니다. 새해는 더욱건강하시기를 빕니다.
부지런하시기도 새해의 첨병이 되시어 현지답사를 하셨네요. 항상 선구자는 다르십니다. 가까운 곳에도 이렇게 명소가 있는 것을, 파랑새는 집안에 있는 것도 몰랐군요. 丁亥年에는 우리 전대장님의 건강회복 팡파레가 울려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