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 (我是他非)
일전에 고양이를 입양한 적이 있습니다.
순하게 살라고 순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지요.
그런데 이넘이 쇼파 뜯기 신공을 시전하는가 하면
식탁 의자 뜯어내는 데 진심이어서
일주일 만에 150만 원가량의 시설 훼손을 감행하였습니다.
순이라는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은 행동으로 슬펐던 저는
견디다 못해 파양을 결정하였고
고양이는 결국 원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지요.
우린 고양이의 나쁜 성질을 탓했지만
강아지를 기르다 보니 고양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주인에게 더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양이 장난감을 사 주고, 스크래처를 설치하여 마음대로 뜯도록 해주고
캣타워를 설치하여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시골에서 쥐잡이 사냥용으로 그냥 기르던 것을 답습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지요.
우린 가끔 문제 행동이 일어났을 때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을 아시타비(我是他非)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즉 자신만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논어에 文過飾非(문과식비)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허물도 꾸미고 잘못도 꾸민다."라는 말씀이지요.
자기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뉘우침 없이 숨길 뿐만 아니라
도리어 외면하고 잘난 체한다는 뜻입니다.
자기 집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을 문제 삼지 않고
남의 집 우물이 깊은 것만 탓해서는 안 됩니다.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따져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요.
모든 문제의 출발점엔 자신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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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갑진년 첫 글이네요.
금년에 지킬 좌우명으로 삼겠습니다.
첫댓글 https://youtu.be/5JdBs5GN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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