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인의 향기> 포스터였는데 거기엔 이렇게 써 있다.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그 문구를 읽는 순간 , 내 앞에 벌어진 모든 상황들이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로맨틱한 뭔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탱고를 배우려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는다. 내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손수건을 꺼내 너의 구두를 닦아 주려고 하는데 너는 그러지 말라며 내 손을 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 구두 콧등을 쓱쓱 닦아낸다. 너는 고맙다고 웃으며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차례로 나가 스텝을 익히고 나자 10분간의 휴식 시간이 있었고 강사는 특별히 시범을 보여준다면서 조수쯤으로 보이는 여인과 탱고를 추기 시작했다.
춤을 추는 두 사람은 잔잔한 호수를 걷는 새들처럼 부드럽고 날렵하다. 나는 순간 탱고의 의식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한다. 조금이라도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절대 출 수 없는 춤, 저런 춤을 추는데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순간, 벽에 붙은 포스터의 글씨가 이렇게 읽히기 시작한다.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이병률 산문집 <끌림> 중에서.. 어쩌면 탱고
첫댓글 꼿꼿한 발걸음, 부자연스런 옷매무새, 흔들리는 중심 속에서
나는 움직이지 않으리라, 나는 동요하지 않으리라, 똑같은 상처 받지 않으리라,
수 없는 다짐에도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음악에 이끌려 간다.
다 안다고 했었고 그래서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던 그 사랑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