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근의 산길을 가다 보면 노란색 비닐을 감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나무를 잘라 쌓아놓고 비닐로 덮어놓은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참나무시듦병 때문이다.
이 병은 2004년에 경기도 성남·광주·여주, 강원도 철원·화천 등에서 발생했다. 이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번져 한해 수만~수십만 그루가 피해를 봤다.
지난해 북한산과 도봉산에서만 7만5천 그루 이상에 대해 조처를 취했을 정도로 전파력이 왕성하다.
이 병은 광릉긴나무좀이라는 벌레가 옮기는 라펠리아라는 곰팡이균이 번식하면서 생긴다.
물과 양분이 올라가는 물관을 막아서 나무를 말라 죽게 만드는 것이다. 참나무 가운데서도 추위에 강한 신갈나무가 잘 걸리는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도 늘면서 병충해에 약해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큰 나무의 밑동을 주로 공격했지만 최근에는 작은 나무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나무 속에서 자라는 탓에 방제가 쉽지 않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나는 나무를 잘라내거나 비닐을 감아 확산을 막는 방식으로 사후 대처를 해왔다.
천적을 활용하는 게 좋은 대안이지만, 이 병 자체가 기후변화로 천적이 바뀌면서 번진 것이어서 새 천적이 생기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해법은 나무가 스스로 저항력을 갖는 것이다.
이미 10년 가까이 지났으므로 곧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나무는 식물 가운데 가장 진화가 진전된 생명체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적응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진화는 과학보다 강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과학(사람)의 구실이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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