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표류
은희경 장미의 이름은 장미
어떤 헌신은 당연하게 여겨져 셈에서 제외된다. 시기와 처지에 따라 개인의 욕망에 대한 도덕적 해석이 바뀌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자기애가 강하다고 해서 모두가 자신의 삶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다.
김숨 국수
반죽에 찰기가 붙으며 한덩이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차지게 맺힌 응어리와 한바탕 씨름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괜한 오기까지 뻗치는 게,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내 손가락들이 악착같이 달려들고 매달릴수록 양푼 속 응어리는 더 차져집니다. 그런데요…… 응어리와 달리 내 안의 뭔가가 풀리는 것만 같은 게…… 뭉치고 맺힌 뭔가가…… 응어리라고밖에는 별달리 표현을 못하겠는 그 뭔가가 부드럽게…… 반죽의 시간이 당신에게 가슴속 응어리를 달래고 푸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최재원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너와 먹고 싶지도 자고 싶지도 않다. 나는 너를 박제하고 싶다. 약품 처리된, 내장이 없는, 까맣게 구슬이 되어 버린 눈동자, 그런 박제 말고 너의 가장, 가장 표면에 있는 것들이 너의 가장 아득한 곳을 담을 수 있도록, 가장 표면에 있는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숨도, 생명도, 심지어 내장이라 할지라도. 너만은 시간의 흐름에서 구해 주고 싶다. 그것은 박제와 가깝지만 박제는 아니다. 그것은 어떤 흔들림의 보장, 니가 하루 종일 거울 앞에 서 있을 자유, 니가 끝없이 스스로에게 빠져들 자유, 끝없이 자신을 소모할 수 있을 힘.
조남주 서영동 이야기
“아버지가 버렸는지 먹었는지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아요? 그 사람한테 이제 아버지는, 경비들은, 물러 터진 사과 넙죽넙죽 받아먹는 존재겠지. 버리면 뭐하고 딸한테 욕하면 뭐해요?”
최진영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사랑한다는 말은 어떻게 표현하지? 오랫동안 그 문제로 고민을 했지만, 사랑한다는 걸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결국 할머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은 할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벽에 그 글자를 붙여두기만 했는데, 할머니는 가끔 그 글자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맛있다. 밥 먹어. 잘 잤어. 할머니가 ‘사랑해’란 글자를 보며 상상하는 어떤 단어든, 결국은 다 사랑에 포함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원래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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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작가들의 신작부터 새해를 맞이해 나온 리커버
그리고 김수영문학상 수상작까지
반가운 여성작가들의 신간을 모아봤어
이 글 속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여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기를 바라
마침내 책으로도 만나게 되기를 바라
첫댓글 헉 책 사야지 맘에 들어!
헉 최진영 작가 신작 나왔구나 몰랐네 당장 봐야겟다 글 쪄줘서 고마워 여시야!! 발췌들도 다 너무 좋다 다 찬찬히 읽어봐여겟어
저건 2010년에 나온 구판 리커버해서 나온 건데 최진영 작가가 상대적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나온 소설이라 다들 잘 모르더라고... 우울함의 정수 같은 소설이야 난 너무 좋았어 재밌게 읽기 바라
헐 은희경작가 신간 나왔구나 새의선물 최애책인데.... 최진영소설은 전에 읽어봤는데 넘 좋았어ㅠ
다 읽어보고싶당
다 읽어봐야지..
이거 보니까 책이 막 읽고싶어진다~~ 내일은 서점에 가봐야겠당
와 은희경 작가 저만큼 글도 너무너무너무 좋다 내일 서점가서 사와야지
나한텐 1월이 너무 추운 달이라 좋아하지 않는 달인데, 여기 있는 책을 사면서 아주 오랜만에 산 종이책이라 되게 신나고 설렜어! 또 언젠가는 1월이 그저 추운 날로만 기억될지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아주 기분 좋은 1월로 기억될 것 같아서 여시한테 고마워
책으로 인해 어떤 달이 여시한테 좋은 기분이 됐다는 게 멋있다 나 역시 지나칠 수 있는 글 기억하고 또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줘서 고마워 여시 댓글로 난 3월 1일을 기분 좋게 시작해 언젠가 1월이 그저 추운 달로 돌아간다 해도 그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행복들을 많이 찾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