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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J 프레시안 15일 숙성 동치미 물냉면
면발 데칠 때 젓가락으로 재빨리 휘저으면 가는 면발이 공단 치맛자락처럼 펄럭거린다. 얇은 면발 덕에찬물에 헹굴 때도, 젓가락으로 집어 후루룩 빨아 당길 때도 입 안이 풍성해진다. 실제로 양도 넉넉해서 배고플 때 허겁지겁 먹어도 모자라지 않다.
육수 담백하다. 평양냉면집의 무심할 정도로 담백한 그 맛과는 물론 정도가 다른 담백함이다. 포장 냉면특유의 새콤한 맛이 돌지만 전체적으로 튀진 않는다. 냉면집에 가면 식초와 겨자를 밥숟가락으로 퍼 넣는 취향이라면, 오히려 좀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다.
총평 냉장고 속 열무김치 국물과 섞어 ‘우리 집식’ 냉면을 만들기 좋은 맛.
2. 풀무원 생가득 평양 물냉면
면발 유난히 굵고 짧다. 데칠 때 계속 젓가락으로 다급하게 찔러주지 않으면, 포장지에서 일러준 40초가 지나도 면발이 힘을 꽉 준 채 풀리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면발이 쫄깃해서 씹는 맛은 좋다. 젓가락으로 건져 먹을 때는 면이 짧아 새로 이발한 것처럼 가뿐하고 간편하다. 훅 빨아 올리는 맛으로 냉면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육수 CJ 동치미 물냉면과 비교하면 간이 세고 육수 맛에서 감칠맛이 난다. 채소 우린 맛이 구수하게 나고 끝 맛에선 살짝 계피 향이 돈다. 대신 나트륨 함량도 꽤 높아 접시를 뒤집어 국물까지 모두 마시는 건 참아야 한다.
총평 무절임이 들어있지 않아 아쉬운 마음은 가지김치나 오이소박이 같은 밑반찬으로 대신한다.
3. 아워홈 손수 함흥 물냉면
면발 유일하게 함흥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물냉면이다. 면발이 가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인데, 정말 면발 두께가 0.8밀리미터다. 원낙 가늘어서 딱 20초만 데쳐야 한다. 면이 얇아 입 속에서 쉽게 뭉그러질 것 같았지만 씹었을 땐 기대보단 탱글탱글했다. 입술에 닿을 땐 극세사 이불처럼 면이 부드러운데 계속 먹으니 오히려 입 속에서 부대끼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른 반찬 없이 면만 먹으면 어쩐지 좀 덥다.
육수 새콤한 맛이 강하다. 하지만 워낙 면발이 한입 가득이라 육수 맛을 느낄 새가 없다. CJ 동치미 물냉면과 비교하면, 단맛은 덜하고 신맛은 더 강하다.
총평 입 속에선 면의 질감만 두드러져, 아삭하게 씹을 수 있는 재료를 더 넣어야 맛이 산다. 다진 양념이나 달걀, 오이채, 편육, 깨소금 같은 부가 양념과 고명이 절실하다.
4. 오뚜기 면사랑 김장 동치미 평양 물냉면
면발 색깔이 초콜릿색처럼 진하다. 색이 가장 연한 아워홈 손수 함흥 물냉면의 면발과 비교하면 바둑돌을보는 것처럼 확연히 차이난다. 진한 색을 보며 메밀 향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데칠 때 보관 면 특유의 냄새가 올라올 줄은 몰랐다. 면을건질 때도, 그걸 다시 찬물에 헹굴 때도 그 냄새가 나서 여러 번 빨 듯이 박박 헹궈야 한다.
육수 CJ 동치미 물냉면처럼 심심한 맛인데, 새콤함보다는 단맛이 툭 두드러지는 편이다. 담백함과 밋밋함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맛이라, 처음으로 함께 들어 있는 연겨자를 풀고 싶었다.
총평 동치미 육수치고 새콤함이나 짠맛이 느껴지지 않아 오히려 제품명이 좀 부산스럽게 느껴진다. 마음이 앞선 느낌이랄까?
5. CJ 제일제면소 평양냉면
면발 쫄깃해서 어금니에 힘을 주고 몇 번을 씹어야 넘어간다. 동시에 좀 진득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차졌는데 썩 상쾌한 느낌은 아니다.
육수 화려한 포장지를 뜯었을 때 나온 육수의 포장지가 어쩐지 낯이 익어서 확인했더니‘, CJ 프레시안 횡성한우 육수 평양물냉면’과 모양이 똑같았다. 첫 입부터 후려치듯 새콤한 맛도 같았다. 신 맛은 함께 들어 있는 무절임보다 강하다. 무절임이 다른 브랜드의 것보다 단맛이 강하기도 했지만….
총평 케이블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마케팅으로 공세하는 면 브랜드의 신제품이라기엔 구성도 맛도 안일하다. 면, 육수, 무절임이라는 구성품의 틀을 깰 생각도 없고, 맛을 확실히 개선할 의지도 없이 포장만 그럴싸하게 바꾼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입 안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