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던 외국인 대상 주택임대시장이 경기악화를 이기지 못한채 얼어붙었다. 외국기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주재원들의 본국 송환이 잇따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대를 많이 하는 서울 이촌동•한남동•방배동 일대에는 물건이 남아돌면서 임대료가 지난해보다 10~20%가량 내렸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하거나 외국 임차인을 찾지 못해 일반 월세로 돌리기도 한다. 특히 대형아파트가 많은 한남동 고급 빌라촌의 임대료가 가장 많이 내렸다.
대형아파트가 임대료 많이 떨어져
한남동 유엔빌리지는 보안이 철저한 데다 한강조망권을 가진 대형아파트가 많아 고급수요가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의 힐탑트레져 297㎡짜리 한달 임대료는 850만원으로 지난해 이맘보다 250만원 정도 내렸다. 하얏트호텔 주변이나 한남동 순천향병원 일대 231~264㎡ 빌라의 한달 임대료는 450만원으로 지난해초보다 20% 정도 떨어졌다.
서초구 방배동과 반포동 서래마을 주변 빌라촌도 임차 문의도 줄고 거래가 끊기면서 지난해보다 월 20만~50만원 떨어진 물건을 구할 수 있다. 일본인 수요가 많은 동부이촌동도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많이 끊겼다. 경기악화 탓도 있지만 지난해 인근에 새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수요가 많이 옮긴 탓도 크다.
주한미군도 평택 이전하면 수요감소 가속
이촌동 국일공인 관계자는“그동안 외국인 임대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던 집주인들이 임차인을 붙잡기 위해 먼저 가격을 내려주는데도 떠나는 외국인이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 임대는 흔히 깔세라고 보증금 없이 1~2년치 월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기 때문에 이를 노린 투자자들이 많다. 또 월세보다 수익률이 높고 집을 깨끗이 사용하므로 임대 놓기를 원하는 집주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외국인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실물경기가 침체돼서다. 외국인 임차인은 대부분 외국기업의 한국 주재원•교수•주한미군 등이다. 특히 기업 주재원들이 금융위기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시장 위축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한남동 베스트공인 관계자는“외국인 주택임대 시장에서 공실률은 10% 미만이었는데 최근에는 30%선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고 글로벌 기업들의 철수 혹은 감원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든든한 수요층을 형성했던 미군들이 평택으로 옮겨 가면 시장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료원:중앙일보 2009.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