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2002년 9월 처음 혼자 지리산을 갔다. 그것도 1박2일로..
산행에 필요한 장비라곤 여러해전(1996년이었나 97년이었나)샀던 등산화가 전부.
산행을 하리라 계획하고 준비하던 한달이라는 기간동안..
난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
그해 받았던 성과급(몇십만원)을 전부 투자해 배낭(45리터), 얇은 침낭, 버너, 코펠, 등산바지, 야외활동용쟈켓, 랜턴, 주머니칼까지..
아마 성과급외에 약간의 더 투자가 되었을거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와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를 읽으며 산행을 차곡차곡 준비해나갔었다.
나의 첫 코스는 백무동~한신~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지리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수있는 코스였고, 지금도 여전히 많이 좋아하는 코스이다.1박2일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이 코스를 추천해준다.)
산행안내책자를 여러번보며 코스를 머리에 넣기위해 노력했다.
가장 힘들었던 대피소예약~ 처음 자려고 했던 장터목에 예약을 하지 못했다.
대안으로 세석대피소를 예약하고..출발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출발하기 이틀전 밤.
생각없이 대피소예약페이지를 기웃거리던 나.
장터목에 자리가 비어있음을 확인했다.(이때는 인터넷 예약대기자가 없었던 때라 누군가 예약을 취소하면 동작빠른 사람이 차지할 수 있었다.)
재빨리 세석예약을 취소하고 장터목예약..
내가 원하던대로 갈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집에는 친구랑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난 아침일찍 집을 나서 버스터미널을 향했다.
혼자서 해보는 그것도 하룻밤을 자고 오는 여행..그것도 산행..
떠날때부터 가슴은 두근반세근반..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백무동에 도착을 했고, 무거운배낭을 매고 산행을 시작했고, 지리산을 보았다.
천왕봉에서 떠오르는 해도 보았다. 아주 멋진 일출은 아니었지만 떠오르는 해를 본다는 그것만으로도 멋진 일이었다.
그렇게 혼자서 산행을 하고 돌아온 날부터 내가슴에는 지리산이 쿡 박혀버렸다.
시간날때마다 당일이거나 1박2일이거나 2박3일이거나 지리산을 다녔다.
등산화도 새로 장만하고 몇개뿐이던 장비는 겨울침낭에 65리터배낭에 침낭커버에 고어쟈켓까지 늘어났고,
옷을 살때도 정장이나 일상복보다는 등산복이 더 눈에 끌리게 되었다.
(정장입을일이 많지 않지만 정장을 입어야하는 자리에 갈때면 옷장앞에서 망설이는 나를 본다)
2005년 새해도 지리산을 가는 길목에서 맞이했고, 새해 첫 이틀을 지리산에서 보냈다.
하산하는길 발목을 접질렀고, 그 발목은 생각보다 쉽게 낫지를 않았다.
이주가까이 한의원을 다녔고, 2월에 잠시 치밭목을 다녀왔을때도 며칠 외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그 뒤로 긴 산행을 하지 않은 거 같다.
1박을 하면서도 가장 빠른길로 올라가 잠을 자고 또 서둘러 내려오는 산행만을 했다.
천왕봉도 작년 가을 종주이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랬던 내가 3일연휴를 맞아 지리종주를 계획하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하루종일 산길을 걸어야하는 길에 도전하는 것이다.
두려움이 크다. 제대로 걸을수있을까. 종주배낭을 맬수있을까.
그치만 또 다른 설렘이 나를 지리산으로 이끈다.
하나하나 산행준비를 한다.
비박을 할 예정이라 준비물이 더 많다.
매트리스를 둘러 배낭에 각을 잡고 침낭과 침낭커버를 넣었다.
오늘가면 여벌옷이랑 하산후 입을 옷도 챙겨넣고, 쉬면서 입어야 하는 쟈켓도 챙기고, 버너, 코펠도 챙겨넣어야겠지.
날씨가 변덕이 심하니까 우의도 챙기고..
구급약도 챙겨야하고, 혹시나 모를 발목사고에 대비해 압박붕대까지.
일출을 보겠다 계획했으니 헤드랜턴이랑 보조랜턴도 챙겨야지. 여분의 건전지도 포함해서~
쌀은 오늘 아침 씻어서 말리기 시작했다. 잘 말려서 가면 밥을 할때 시간을 많이 절약할수 있어 좋다.
오늘가면 김치를 볶고, 이번에는 멸치볶음도 좀 만들어 가리라 생각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초코바 스니커즈(펀사이즈)와 초코파이는 냉동실에서 얼리고 있고.
주유소에서 얻은 생수병은 그날 냉동실로 직행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아침엔 맥주캔도 냉동실에 넣었다. 첫날 산행에서 시원함정도는 줄수있을리라.
즉석국, 햄, 참치도 넣어가야겠지. 이번산행엔 황도캔 하나 추가했다. 산위에서 먹는 황도가 무지 맛있으니까.
참, 라면(난 무파마가 좋다. 소주안주로 딱이니까)도 넣고..쁘띠첼도 넣어가야지(쉬면서 먹으면 맛있으니까..)
근데 가져가는건 좋은데 이걸 맬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배낭싸면서 조금씩 줄이게될지도 ㅋㅋㅋ
오늘 퇴근하면서는 오이랑 물티슈를 사야한다. 또 뭐가 있었더라 .. 참 슬리퍼..
등산용샌들은 부피가 커서 그냥 편한 슬리퍼하나를 사가려고 한다. 대피소부근에서 신기위해..
음..그럼 준비가 대충 끝난건가..
아쉬운건..디카가 맛이 가버렸다.
카메라 바꾸고 싶다고 늘 이야기하고 며칠전 놀러가면서 대충 넣어갔더니 파업에 들어갔나보다
사진 많이 찍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오늘 퇴근해서 장을 마저 보고, 냉동실에 들어가있는 음식물빼고 모든 준비물을 챙겨넣고..
낼 퇴근직후 음식물을 마저 챙겨넣고, 샤워를 하고,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기차역을 향해가면 이번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힘들겠지만 꼭 하고 싶다.
산행을 준비하며 동행인을 구하지 않은건 다시 혼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해서였고..
워낙 천천히 걸어가야하니 같이 가는 동행인에게 늘 미안함을 가져야했기에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맘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맘속으로 계속 빌고있다.
오늘까지만 비가오고, 낼부터는 서서히 하늘이 깨어나기를..
그래서 산위에서 보내야하는 3일동안 하늘이 맑아있기를..
덧붙임 : 연휴를 맞아 산행준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필요한 물건 하나하나 적어놓고 챙기세요. 그래야 빼먹는게 없거든요.
제 준비물 참고하셔서 준비하시면 많은 도움 될겁니다.
산위에서는 비누나 세제사용안되는거 아시죠?
금방 생각났는데 물티슈외에도 화장지 챙겨넣어야 하고, 썬크림 그리고 녹차티백나 커피믹스도 챙겨가면 좋죠.
수저 잊어버리지 마시구요. 되도록이면 1회용대신 계속 사용할수있는 것으로.
자기 쓰레기 하산할때까지 자기가 지고 다녀야 합니다.
그리고 비닐봉지 충분히 넣어가시구요. 짐을 쌀때도 비닐봉지에 하나하나씩 넣어서 싸면 좋아요.
갑작스레 비가내려도 젖지않죠. 특히 옷가지..
배낭안에 아예 큰 비닐봉지 넣고 싸면 더 좋구요^^
산길에 쓰레게 버리지 마시고, 버려진 쓰레기 있으면 줍고..
그렇게 지리산에 많은 폐 끼치지 않게 산행하시기를 바랍니다.
혹여 산에서 절 만나면 뺏지주세요. 하는것도 잊지마시구요.
배낭에 뺏지 부착해서 사진찍어 올리고 싶었는데 디카가 맛이가서 ㅠㅠ
그럼 모두들 즐건산행, 안전한 산행 하시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진주 오실일이 있다면 디카 빌려드릴수 있는데....(요즘은 장롱속에 있지만 10배 줌에 작년에 처남이 천왕 운해 멋드러지게 찍었던 )
^^진주를 지나쳐가긴하는데..참, 가영아빠님 예전카메라가 올림푸스아니었던가요? 뮤300에 들어가는 메모리카드가 들어갈수있나?그럼 제 메모리카드가져가서 사용하고, 돌아오는날 진주거쳐서 오니까 돌려드리면 되는데..가영아빠님 안귀찮을까요?
제가 사용해보고 싶었던 렌즈 중하나를 몇일전에 가영아빠님께 받아 이번주 처음으로 성삼재로해서 피안골 비록 짧은코스지만 사용해보게 되었네요 잘 사용하겠습니다 ^^ 기대가 됩니다 ㅎㅎ
귀찮은 것은 없습니다. XD메모리죠. 낮 시간대면 아파트 경비실에서 찾아가시고 나중에 맡기시면 되구요. 밤시간대면 저녁 8시경엔 진주 차없는 거리쯤에서 시간되구요. 더 늦은 시간대에는 평거동쪽이구요. 메모리도 여유있게 가져가셨다가 제가 메일로 사진 보내드려도 되구요.
준비물 몇개 더 생각났어요. 스틱가져가면 좋구요. 모자, 손수건도 챙기세요.
ㅎㅎ 글을 읽으니 제가 마음이 흥분이 됩니다 아마 이번주 사람들이 많은것 빼고는 멋진 종주가 될것입니다 ^^
사람들..가장 큰 걱정입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금밖에 없으니^^
ㅎㅎㅎ 안전산행 하세요... 그런데 짐이 무거울것 가토요...^^
짐이 너무 무거우면 먹거리 하나씩 빼야죠 ㅠㅠ 다른건 뺄게 없으니..산위에서 2박3일을 살려고하니~~
ㅋ 초보님처럼 선글라스 잊어버리지 마시고 들고가서 잘 챙겨오세요~~~에구 또 비가 쏟아지네...안산 즐산하시고 좋은 추억 많이 담아 풀어놓으셔요~~~^^
ㅋㅋㅋ 저한테는 카멜레온 안경이 하나 있습니다. 꽤 오래된것이긴한데 이 안경만 들고가려구요. 밤이오거나 실내에선 하얀색으로 자외선이 강하면 선글라스로^^
혹시 생각있으시면 메일주세요. 연락드릴께요.
멜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가슴에 와닿은 님의 준비모습이 눈물나도록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준비과정만큼 산행도 즐겁게 잘해야하는데 요즘 통 운동을 안했던터라 걱정입니다.
어쩜 뵐지도 모르겠습니다. 월요일 치밭목에 점심때 까지는 있을 예정입니다.
치밭목에서 봐요^^월욜식사는 대충 해결이 되는군요~하산은 제가좀 빨리..그날 6시이전에 사무실에 잠시 나와야해서
즐거운 기분에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네요?.일기예보에 비소식은 없던데 아마 날씨 좋을겁니다!^^* 아마 지리산이 엄청 복잡할 것 같은데 좋은 추억 많이 만들기를 빕니다!^^*
날씨 좋아야죠..모처럼 산에 기일게 가있는건데^^
음 좋겠군...맘은지리로 몸은 설악으로 ㅎㅎ 저거 다 준비하면 65리터베낭에 다 들어갈까 ???안전산행 즐건산행 !!!아자 아자 홧팅 달맞이꽃 !!!
까마구오라버니..설악 잘 댕겨오셔용~배낭꾸리는건 저도 걱정이긴한데 쑤셔넣어봐야죠 ㅋㅋㅋ
달맞이님..안산하고 오세요~~
조금씩조금씩 설레어오네요..잘 갈수있을지 걱정입니다. 오늘에서야 갈길을 확실히 정했답니다.
무릎과 다리 조심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죠. 급히 가기보다는 안전하게 가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많이 걸으면 발목이 아직 시큰거리거든요.
안전산행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13일날-15일날을 이용해서 황석산,거망산,기백산, 금원산을 향해....
산또라님도 산행 잘하세요^^
꼭 한번 입산하고 싶은 황석산, 거망산, 기백산, 금원산이네여...안전운행 하시고, 즐산하세염..
지킴이님은 이번주말에 어디로 가실런지~언제나 즐산하시구요
작년이었나? 제작년이었나.. 지리에 사람이 많아서 한줄로 산행했다던데.. 혹시나.. 이번에도... 즐거운 산행하시고요.. 힘내세요.. 참 부상 조심하시구요.. 쁘이..
아마 낼부터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사람이 워낙에 많아서..많은 사람이 다녀가도 아니온듯 다녀가면 좋을텐데..최대한 지리산에 폐가 되지 않게 다녀오려고 합니다.
무지 부럽군여....안전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발 한번 다치면 그거 복잡하데요. 오래가고 자꾸 시끈거리고... 걷기에 자신없어지고... 좋은 산행 되세요.
^^ // 푸름이두 이번주부터 준비물... 사야겠어여...던이 좀 많이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