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전문가 “북한 방사포, 탄저균 공격 가능…ICBM 고체연료 개발 수단”
VOA(미국의 소리)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거듭 시험하며 한국과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 역량과 고체연료 기술을 동시에 진전시키고 있다고 워싱턴의 미사일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가 장착된 방사포로 한국의 항구 등을 타격해 미군 증파 통로가 마비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우려했습니다. 또한 방사포에 사용되는 고체연료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확대 적용될 경우 미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지난 2일 발사가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지난해 선보인 무기 시스템을 계속 시험하고 있다는 의미로 봅니다. 올해 첫 시험이라는 점, 그리고 어떤 공백도 없이 미사일 시험을 이어간다는 점을 중요성으로 꼽겠습니다. 올해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분주한 한 해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도 볼 수 있고요. 역사적으로 북한은 늘 3월 초에 미사일 발사를 시작했습니다.
기자) 연발 간격이 지난해 11월 발사 때보다 10초 단축된 20초였다는 사실이 특히 주목받고 있는데요.
윌리엄스 부국장) 여러 발로 집중포화를 퍼부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거죠. 북한이 연발 간격을 얼마나 더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발사체의 크기를 고려할 때 연발 간격 20초는 상당히 빠른 속도입니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가 워낙 특이한 시스템이어서 이런 능력을 다른 무기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은 방사포, 즉 다연장로켓으로 활용하려고 하지만, 사거리가 매우 긴 대형 발사체입니다.
기자) 북한이 잇단 발사 시험을 통해 특히 어떤 역량을 개선시키고 있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고체연료 기술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고체연료 생산 역량을 계속 키우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역량을 장거리미사일에 확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단거리 전술미사일용으로 위장해 고체연료 역량을 높인다면 아예 장거리미사일용으로 개발할 때보다 덜 문제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식으로 개발 토대를 구축한 뒤에 장거리미사일용 고체연료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미국에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할 고체연료를 확보하는 상황입니다.
기자)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이죠?
윌리엄스 부국장) 액체연료는 기본적으로 산화제와 케로신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산 공정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반면 고체연료 생산은 다량의 중금속을 필요로 하는 매우 어렵고 ‘지저분한’ 공정입니다. 액체연료에서 결국 고체연료로 옮겨가려는 게 북한의 목적이고요. 북한처럼 작고 면밀히 감시당하는 나라는 전쟁 발발시 빠른 발사 능력이 필요합니다. 스커드미사일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느라 3~4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이번 발사로 생긴 포연의 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탄두에 ‘확산탄’을 탑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데요.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은 그동안 폭발력이 큰 단일 탄두를 탑재해왔습니다. 아직까지 자탄(submunition)을 사용했다는 증거는 못봤습니다. 확산탄, 집속탄으로 불리는 클러스터 폭탄과 같은 개념으로, 단일 목표물을 강하게 타격하는 대신 상공에서 자탄을 뿌려 광범위한 범위에서 여러 소규모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입니다. 항공기 격납고나 지하의 지휘통제시설 등 단단한 개별 목표물을 겨냥할 경우엔 단일 탄두를 사용하고, 전장의 병력이나 차량, 항공기 이착륙장 등을 공격할 때는 화력을 분산시키는 자탄이 유리하죠. 하지만 탄도미사일에 자탄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미사일이 궤도를 비행하는 도중 무엇인가를 분리시켜야 하는 훨씬 복잡한 과정입니다. 탄두 부분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도 어렵고 개별 폭발력도 줄어듭니다. 북한이 아직 이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기자) 서울처럼 밀집된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선 북한이 확산탄 기술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지 않나요?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이 서울을 위협하려고 할 경우 제작이 훨씬 어려운 자탄 로켓 생산을 택할지, 아니면 이미 많은 양을 비축하고 있는 방사포를 집중 발사하는 방식을 택할지 생각할 겁니다. 제한된 자원을 고려할 때, 훨씬 복잡한 기술을 요하는 자탄 미사일 쪽으로 움직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수많은 포대로 서울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기자)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에 핵무기 장착도 가능할까요?
윌리엄스 부국장) KN-25로 불리는 초대형 방사포에 핵무기를 장착하기에는 탄두 부분이 다소 작습니다. 따라서 얼마나 핵무기를 작게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가능한 시나리오이지만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역량 측면에서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핵무기 경량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략 핵무기의 무게는 500kg 정도인데,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가 이 정도 무게의 핵무기를 얼마나 멀리까지 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훨씬 가벼운 핵무기가 장착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가 한국과 주한미군에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확실한 위협이라고 봅니다. 정확한 명중률을 볼 기회는 없었지만, 만약 명중률원형공산오차(CEP)가 100~200m 수준에 이르렀고 이번에 보여준 것처럼 빠른 속도로 집중 포화를 퍼부을 수 있다면 한국군과 미군기지 운용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란이 (지난 1월)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미사일 수십 발로 공격했을 때 미군기지는 6시간 동안 폐쇄됐습니다. 이후에도 한참동안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요. 실전 상황이었다면 해당 기지는 몇 시간 동안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한반도에서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이 굳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런 종류의 무기로 충분히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죠?
윌리엄스 부국장) 미 국방부는 북한이 로켓에 탄저균을 탑재해 공격하는 상황을 악몽 같은 시나리오로 꼽습니다. 부산과 현지 항구처럼 미군 병력의 증파 통로에 탄저균 공격이 이뤄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몇 년 전 탄저균 편지가 미 의회에 배달됐을 때도 상원 건물을 몇 달 동안이나 폐쇄했습니다. 소량의 탄저균 가루로 그 정도 피해를 입혔다면 항구와 같은 넓은 지역이 탄저균에 오염될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항구엔 아예 접근이 안 되고 미군 증파는 항공기나 다른 작은 항구 등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겁니다. 탱크와 같은 중무기 파견 속도도 덩달아 늦어질 것이고요.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가 필요한 겁니다.
기자) 현재 한국과 주한미군이 북한의 방사포 공격에 맞설 미사일 방어망을 갖췄다고 평가하십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저고도 방어망인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북한의 방사포보다 작은 에멘의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을 (지난달) 막아냈으니까요. 옛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을 개량해 만든 저고도 비행 탄도미사일을 패트리어트로 효과적으로 요격한 겁니다.
기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양상을 볼 때 올해 어떤 개발 움직임을 예상해볼 수 있을까요?
윌리엄스 부국장) 고체연료 엔진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적용시키는 상황입니다.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은 이미 새 전략무기 공개를 예고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당장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열병식을 통해 뭔가 공개할 수 있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으로부터.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