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나눈 수업 이야기를 공유해주셨어요.
1. 불편할 때 코끼리로 표현하기
“저리가!”, “싫어!”, “하지마!” 하는 말 하기를 꺼리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성별 구분 없이 사람마다 다르다. 그럴 때 돕기 위해 코끼리를 가져오는 것이다.
코끼리는 ‘코’로 의사소통을 한다.코로 밥도 집어 먹고 생명을 보호하고 새끼를 돌보아 주기도 한다. 덩치 큰 힘 있는 동물이기도 해서 나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코끼리를 쓴다. (비폭력대화의 ‘기린’과 같은 맥락의 설명이라고 한다.) 애들도 재미있어 하니까 코끼리를 쓴다.
예) 나 지금 코끼리 3만큼 불편해. 코끼리 1만큼 불편해.
이렇게 표현하면 서로 민망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거절할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강도를 알아차리고, 그 강도를 표현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2.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1, 2학년과 같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할 때는 여러 관점에서 보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좋은 것은 너희들 아니까 불편한 것만 말하자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감정을 다룰 때는 반드시 좋고 나쁜 것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예) 나는 수박을 좋아해.
얼만큼? 1만큼?
아니, 3만큼
“아니 무슨 수박이 3만큼이야, 엄마 아빠도 있는데? 왜 수박이 3이지?” 하거나
“수박은 별론데? 나는 안 좋은데?”
하면 이때가 이야기해줄 시간이다.
“사람마다 다른 거야.”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를 수 있고,
한 사람이라 해도 때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눠야 불편한 감정도 잘 나눌 수 있다.
아이들은 ‘짜증나는 거, 놀지 못하는 거, 소리 지르는 거, 허락 없이 내 거 만지는 거’ 등을 말했다.
어떤 사람은 1만큼 불편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코끼리 3만큼을 100번 외칠 만큼 괴로울 수 있고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게 왜?” 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한다.
사람들이 ‘나는 괜찮은데?’라고 이야기할 때 선을 잘 넘는다.
나는 그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때 주로 선을 넘는 것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다가 실제 경험했을 때는 예상과 달리 엄청 불편할 수 있다. 이를 ‘정서 예측의 실패’라고 한다.
예1) 롯데 월드 가면 얼마나 재밌을까? 난 이거랑 이거 타고 저거 먹고…어쩌고저쩌고
그러나 실상은… 기구 하나 타는 데 한 시간 넘게 기다린다. 두 개 타면 세 시간 지난다.
“엄마, 나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하면 바로 그때 이야기해 줄 때다.
“세상이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지?”
예2) 맛집이라고 여섯 시간 걸려 찾아갔더니 집앞 음식점만 못했다.
예3) 반대로 정말 끔찍할 줄 알았는데 막성 해보니 괜찮은 거(주사 같은 거)
“그러니…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어.”
너는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걔는 엄청 화를 냈다고? 네가 경험해 보면 다를 수 있어. 그걸 예민하다고 말하면 안 돼.
가족끼리도 해본다. 엄마 아빠는 뭐가 1, 2, 3만큼일지 맞춰 보게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이 때 짜증내는 거 같아서 그게 제일 싫은 줄 알았는데 그거보다 더 싫은 게 있었네?” 하며 신기해 할 수 있다.
그 뒤 그러면 그때 어떻게 해주면 좋겠는지도 함께 나눈다.
한희 선생님의 수업에 부모가 살 붙여 도울 이야기를 나눠주셨어요.
3. 불편함을 참지 않기
코끼리 1만큼의 불편함을 참으면 어떻게 될까? 1이면 사람들은 대부분 참는다. 이야기하기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코끼리 1만큼이 세 번 쌓이면 3만큼 불편함이 된다. 그때 갑자기 화를 내면 상대는 몰랐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그러니 친한 사람 사이에서도 1만큼의 불편함일 때 이야기해준다. 이것을 미리 홧김을 뺀다고 말한다.
예) 아이가 사이다를 냉장고에 넣지 않는다. 세 번째 말하게 되자 이렇게 말했다.
“야~!!!! 너 내가 우스워? 말이 말 같지 않아? 너 나 무시하지? 넣으라고 몇 번 말해?”
아이는 울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을 뿐인데 내가 언제 아빠 무시했어?” 한다.
사실은 나를 우습게 생각한 게 아니라 그냥 ’사이다를 냉장고에 넣지 않았음‘이 끝이다.
잔소리는 곧잘 언어 폭력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참지 말고 꼬옥 이야기해야 한다. 3만큼 화났을 때에도 3만큼만.
확대해서 과거 미래 다 가져오지 않는다.
영혼 빼고 단어만 말한다.
“사이다~~!”
질문: 대답만 하고 안 할 때는 어쩌죠?
답: 어느 수업에서나 듣는 단골 질문이다.(^^)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상대가 내가 원하는 걸 지금 이 순간 하라고 말할 때다.
상대는 10분 뒤, 한 시간 뒤 등 언젠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기는 할 거다. 하지만 내가 원한 그 시간 그 분에는 안 하고 싶을 수 있다. 그 순간 지옥이 된다. 막장 드라마가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내가 몇 번 이야기했어? 언제까지 이래야 돼! 나 이러고는 못 살아.”
하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걸 원하는 때에 하게 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그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잘 생각해 보면 나 스스로도 내 마음대로 못하지 않는가?
(상대가 폭력을 쓰는 상황 외에)
상대가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내가 속상해 할 때는 기억하자.
‘아! 내가 선을 넘고 있구나!’
아이들과 함께 동의 하에 만든 규칙이 있어야 지켜진다.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한 규칙은 아이들이 절대로 안 듣는다. 중요한 것, 겁 줘서 하는 건 동의가 아니다. 합의나 동의도 두려운 상황에서 만들어진다면 자발적으로 지키기 어렵다.
4. 부모도 표현하기
내가 원하는 게 있을 때는 말한다.
‘엄마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해 줘~’
나는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고, 아이는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끝이다.
아이가 안 하니까 나도 안 해야지 하는 것도,
아이가 안 하니까 나도 요구하지 않아야지 하는 것도 아니다.
애한테 뭘 하라고 하는 게 아니고 내가 뭔가 하는 거다.
책 ‘미움받을 용기’에 있는 과제를 다섯 번 읽으니 나는 이해가 되었다. 추천한다.
어떤 날이냐에 따라 다르다. 아이가 똑같은 행동을 했을 뿐인데 나의 반응도 달라진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도 “알았어~ 우리 뭐하고 놀까?” 바로 나올 때가 있는가 하면, “엄마 설거지 하는 거 안 보여? 아빠한테 가 봐!” 할 때가 있다.
질문: 지난번에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자기 전 마사지’를 해줬는데 며칠 전에 해주려니까 ‘또 하는 거야?’ 했다.
답: 아이들은 ‘엄마가 나 마사지해줄 때 행복해 하는 거 같다’ 하고 그냥 있어주는 경우도 있다. 혹은 ‘엄마 오늘 기분 좋은가 보다.’ 하고 마사지를 받아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아이가 어떨 때에 사랑받는다고 느끼는지 부모가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 아이는 엄마의 마사지를 받는 것보다, 자기가 겪은 일이나 생각 등 자기의 이야기를 엄마가 들어주는 게 사랑이라 느끼고 있을 수 있다. 그때는 그렇게 들어주면 충분하다.
질문: 아이가 자기 감정 표현을 어려워한다. 모른다고 하거나 말로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답: 마음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어른이 그 아이의 시작과 끝을 보고 있어야 한다. 걔가 노는 장면을 자세히 보고 있다가 레퍼토리를 그대로 말해주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 위해서는 맥락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예) 아이가 친구의 가슴을 밀어 넘어진 상황. 친구는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가 아무런 말도 못하는 상황. 이때 엄마가 아이와 앉아 아이에게 상황을 되짚어 준다.
- 너가 나비를 했어. 그 친구는 나비 집는 역할을 했고. 그 친구가 너를 채로 잡으려 했지? 그때는 괜찮았어? (어, 그때까지는 괜찮았어.)
- 좋아. 그리고 그 뒤에는 그 친구가 채로 머리를 탕탕 쳤어. 그때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어? 아팠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밀게 된 거지? 엄마가 알아.
- 근데 네가 민 건 어떻게 생각해? (민 건 나빠… 내가 알면서도 했어.)
- 어떡하고 싶니? (사과하고 싶어.)
- 그래, 가서 사과하자.
사과를 했는데 그 아이가 받아주지 않았다.
- 사과하는 건 너의 선택이고, 그 뒤는 그 아이의 선택이야. 이따가 기분 좋아보일 때에 한번 다시 사과하러 가 볼래?
- 그 아이가 초코 우유를 먹더니 기분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서 “지금이야. 가서 해 봐.” 그 아이가 받아줬다.
5. 아이들에게 알려줄 때(3번, 중재, 입밖)
아이의 표현을 고쳐주고 싶을 때 1, 2, 3번으로 알려줄 수 있다.
예) 아이들이 한발뛰기를 하고 있었다. A는 이기고 싶어서 엄청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이때 B가 뛰었는데 쫙 미끄러지면서 A보다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A는 반칙을 했다고 생각해서 엄청나게 화를 냈다. B는 넘어지면서 얼굴로 미끄러진 상황이라 뺨을 많이 다친 상황이었다. B는 A를 향해
“야! 네가 사람이냐?”라고 소리 질렀다.
자 선생님이 지금부터 잘 들어줄 거야. 기회를 똑같이 주고 순서대로 들을 거야. 중간에 끼어들지 않아. 상대가 말할 때는 듣는 시간이야. 다른 친구 이야기도 충분히 들을 거야. 누가 먼저 이야기할래? A가 먼저 할래? (B를 보며) 괜찮니?
듣고 나서
선생님이 정리할 테니까 틀린 거 있으면 말해줘.
이런 일이 있었고 너는 이래서 서운했고 너는 이래서 화났어. 맞니?
자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어? 좋은 방법이 있을까?
이야기해 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서 돌보는 어른의 컨디션이 좋을 때에 가능하다)
마음을 읽어주면 이성이 깨어나 상대 말을 들을 수 있다.
네가 오늘처럼 억울했을 때
1번: 나 지금 다쳤는데 못 봤어? 나 많이 아파.
2번: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
라는 선택지도 있어.
그런데 너는 오늘
3번: 네가 인간이냐?
를 선택했어.
다음 번에는 1번이나 2번을 택할 수 있을까?
억울하다고 ‘인간이야?’ 하지 말고 우리는 즐거우려고 하는 거잖아. 이기는 것도 우리 안에서 이겨야 재미있는 거지.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함께가 아니면 놀 수가 없어. 사람도 좀 봐주자. 다시 할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1번이나 2번을 실제 입밖으로 꺼내보게 하는 것이다.
“한번 말해 볼래?”
분노할 때 적절하게 표현하는 건 사회적인 것으로 어른도 쉽지 않다.
사회성 훈련은 반복되어야 하는 거다. 아이들도 반복적으로 AI처럼 읊어서 한다. 하지만 미리 훈련되어 있으면 순서대로 하면서 성공 경험을 한다. 연습 된 어른이 들어가 있으면 바로바로 아이들도 연습시킬 수 있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 있을 때도
아이들이 민망하지 않게
다른 아이들이 “저 아이 혼내는구나” 알지 않게
수치심이나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게
어른이 알려줄 수 있다.
그냥 “1번이랑 2번 어디 갔나~?” 하고 넌지시 물으면 그만이다.
아이들을 수치스럽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들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6. 할일을 알려줄 때
아이에게 할일을 알려줄 때는 스스로를 인간 시계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나를 알아차리게 해줄 도우미로 알람을 쓴다. 30분마다 삑삑 소리가 나게 해두었다.
나 역시 알람처럼 그렇게 하는 것이다. 감정, 영혼 빼고 그냥
“7시야.”
“7시 십 분이야.”
“7시 반이야.”
하는 거다.
7. 어른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
관찰하면서 같이 놀기를 바란다. 내가 해본 것 중 그게 가장 좋은 효과가 있었다.
놀이를 잘 하는 아이가 되면 사회적 기술을 자연스럽게 모두 섭렵하게 된다.
양보, 갈등 중재 모두 다 놀이에서 나온다.
골목길, 삼팔선 놀이, 이랑(?) 놀이, 한 발 뛰기, 콘텐찐빵(?) 등이 모두 그렇다.
다치게 미는 것은 아이들이 놀아본 경험이 없을 때 그러는 거 같다. 재미있게 놀고 싶을 때 친구가 다쳐서 집에 실려가면 게임은 끝나버린다. 그래서 아이들은 많이 놀다 보면 밀 때도 살짝 민다, 요령 껏.
놀이 중에 누군가를 살려주는 놀이가 있다. 그 놀이를 하면 끈끈해진다. 한 아이가 넘어졌을 때 울면 “야, 빼!” 하던 아이들도, 그 아이에게 살림을 한번이라도 당한 아이라면 절대 빼지 못한다.
주말이면 바닥에 분필로 그려서 아이들과 노는 걸 많이 해보시면 좋을 거 같다.
첫댓글 어른들도 생각해볼 이야기들이 많네요. 정리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