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독- 장광규
그마 그냥 살지 그래
그 정답던
잉꼬부부가
어느 날 난데없이
이른바 황혼이혼을 했다는 소식 듣고
참말로 깜짝 놀랐네
잉꼬끼리
뭔 이혼을?
그 이혼
사유 듣곤
뒤로 넘어갈 뻔했네
신혼 땐 손만 잡아도 전기가 팍 통했는데
아무리 용을 써봐도
통 전기가
안 통해서
입이 딱
벌어졌네
나이 무려 일흔다섯
더 이상 늦기 전에 통 큰 결단 내렸다니…
참말로 오래 통했네
그마 그냥
살지 그래
시 낭송- 황만성
묵 값은 내가 낼게
그해 가을 그 묵 집에서 그 귀여운 여학생이
묵 그릇에 툭, 떨어진 느티나무 잎새 둘을
냠냠냠 씹어보는 양 시늉 짓다 말을 했네
저 만약 출세를 해 제 손으로 돈을 벌면
선생님 팔짱끼고 경포대를 한 바퀴 돈 뒤
겸상해 마주보면서 …… 묵을 먹을 거예요
내 겨우 입을 벌려 아내에게 허락 받고
팔짱 낄 만반 준비 다 갖춘 지 오래인데
그녀는 졸업을 한 뒤 소식을 뚝, 끊고 있네
도대체 그 출세란 게 무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출세를 아직도 못했나 보네
공연히 가슴이 아프네, 부디 빨리 출세하게
그런데, 여보게나, 경포대를 도는 일에
왜 하필 그 어려운 출세를 꼭 해야 하나
출세를 못해도 돌자, 묵 값은 내가 낼게
시 낭송- 황만성
내 비로소 철이 들어
그때가 떠오른다 저 광활한 바닷물이 강물에 물을 조금씩
나눠준다 착각했던 일곱 살 여덟 살 무렵 철이 조금 덜 들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세상에 바닷물이 조그만 강물마저 다 빼
앗아 가는 것에 뜨겁게 분노하면서 머리띠를 둘렀던,
그때가 떠오른다 놀랍게도 바닷물이 조그만 강물들을 죄
수탈해 가는데도 강물이 여전한 것을 의아하게 여겼던,
이제 좀 알 것 같다 내 비로소 철이 들어 저 광활한 바닷물
이 구름 되고 비가 되어 강물에 물을 조금씩 나눠주고 있다는
걸
닫는 무대- 황삼연 시인, <숨어우는 바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