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6년 2월에 퇴직하니 이제 조금씩 제 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합니다. 원래부터 전 자연친화적 성격인지라 할 수만 있다면, 강원도 오지마을로 들어가서 약초·나물 채취, 천연 조미료(청, 발효식품) 담그기와 가축 기르기 등이 일상의 코드였으면 제일 좋겠습니다. 허나 저의 집사람은 워낙 도회지 風인지라, 저의 ‘高度 자연적 드림’은 한갓 일장춘몽에 불과한 셈이지요! 해서 우리 내외는 집은 의료시설·문화공간에 손쉽게 근접할 수 있는 도심에 두되, 제가 매일 출퇴근할 수 있는 농막을 하나 구해 보기로 오래 전부터 말을 맞춰 왔더랬습니다. 농막 가서 오전에는 평소 소흘히 해 왔던 책도 좀 읽고 오후엔 운동과 텃밭 가꾸고 산에 나무하러 가고 …
부산 근교의 농막들은 대개 비닐하우스 형태이지요. 근데 혼자서 이산 저산 산길을 달리다보니, 몇몇 하우스들이 하우스 안에 또 하나의 하우스(겉엔 검은 보온 덮개로 포장되어 있음)를 만들어 놓은 걸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 이너하우스(?)는 온돌을 깔아 놓은 경우가 많습디다. 참~ 좋죠! 흐린 날엔 ‘이너’에서는 몸을 찌지기도 하고 명상과 여행에 관한 책을 읽기 좋고, 반면 ‘누드’에선 홍상추랑 쑥갓 등속을 사시사철 길러먹기도 하고 …. 때로는 정다운 벗들, 제자들을 불러 맛있는 점심을 끓여먹기도 하고 …. 근데 문제는 경비·(대지)규모·근접성 등이 맞춤한 곳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지요.
지난 투표일에는 음료수 등을 허리쌕에 챙겨 넣고서는 신천마을 주차장에서 이른 10시쯤 산지마을로 즐달하러 갔지요. 참고로, 전 이 코스를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선동에서 이어지는, 억새가 한들거리는, 아주 깨끗하게 정돈되었으며 또 인적이 한산하기에 차분한 둔치 주로! 온갖 번뇌와 잡념을 잊게 해주는 영천초등 뒤편의 오르막 코스! 그리고 정상에서의 툭 터진 조망과 암자에서의 한잔의 감로수! 이날은 특별하게 정상 너머로도 함 가봤습니다. 드문드문 농원들 사이로 그 풍광이 참으로 고즈녘합디다. 만족스런 맘으로 되돌아 나와 다시금 영천초등 뒷산으로 올랐습니다. 그랬는데, 약간의 오르막 다음의 정상에서 무심코 조금 더 진행했는데, 왠지 길이 낯선 겁니다. 아이쿠! 제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길로 들어서고 말았네요. 어쩔까나? 마~ 차제에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함 가보자 싶었지요. 우리가 항용 가는 코스에 비해 평지가 엄청 많아서 밭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이 계십디다. 老壯 2대가 작물을 수확하거나 노부부가 매실을 수확하고 계시기도 합디다. 개울물이 좁은 콘크리트 도로를 넘쳐흐르는 곳엔 앙증맞은 징검돌이 놓여 있기도 합디다. 근데 이 길이 왼쪽으로는 법기수원지와 연결되는 듯싶습니다. 하여 오른쪽 길로 밑으로만 내려 왔지요. 나중에 보니, 뒷산 주로 중 세 번째 갈림길의 오른쪽 길입디다. 즉 우리는 첫 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두 번째 갈림길에서는 왼쪽 길을 택한 다음 세 번째 갈림길에서 또 왼쪽 길로 가지 않습니까? 이 때 그 오른쪽 길이 바로 이 코스입니다. 근데 세 번째 갈림길로 거의 다 와 갈 무렵에 내가 상상하던, 내 처지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 같은 농막이 떠~억 자리하고 있는 겁니다. 문패가 '無心텃밭'입디다.
오늘 오전에 집사람과 답사를 갔더랬습니다. 내외가 잔디 깎고 풀 솎아주고 노고가 땡볕에 보통이 아닙디다. 방문한 연유를 말씀드리니, 내 또래의 사업한다는 바같 양반이 단번에 차 한잔 하자면서 아래 계곡으로 가자고 권하는데, 숨겨진 계곡을 보는 순간 '스몰' 무릉도원입디다. 약 300평인데, 토목과 조경에만 약 1억 정도 들었다네요.
집사람이 홀딱 반했습니다. 우리 여건으로 보아 가장 적지라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네요! 오히려 제가 흥분하지 말라면서 말렸습니다. 1년 후의 저의 일상이 대개 그려지네요! ㅋㅋ. 전 요즈음에는 닭발을 매콤하게 볶아 먹거나 오뎅탕을 얼큰하게 끓여 먹습니다. 울창한 녹림 속에서 매콤한 닭발, 얼큰한 오뎅탕에 이슬이 한잔! 어째 그림이 그려지시는지요? 아니~ 이게 아니라 실은 라면 하나 끓여놓아도 꿀맛이겠지요? 해서 지금부터 예약을 받겠습니다. 이 글에 대한 댓글 다는 것을 예약하신 걸로 하겠습니다. ㅋㅋ
'無心텃밭'의 중앙입니다. 분재 형 잘생긴 소나무! 실은 사진은 원근감이 떨어지고 색조가 모호합지요. 그래서 직접 가보시면 감탄하실 겁니다. 멋지죠! 오른쪽 보온 하우스 바로 뒤편에 '누드'하우스(절반의 크기)가 있으며 또 그게 판넬로 된 샤워장으로 연결됩디다. 차양막이 접혀져 있죠! 그 뒤편에 조그만 철문이 보입니까?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잘 정비된 계곡으로 내려가는 문입니다.
왼쪽이 출입구인데 한켠에 5~6 개의 이랑에 각종 채소가 심겨져 있습디다.
외부 임도에서 본 무심텃밭의 정경입니다. 주인 내외의 차가 참 소박합니다. 왼쪽 입구에 남근이 세워져 있죠. 이런 풍습은 야수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려는 고대 시절부터 전해져 오는 문화라고 해석해야겠지요. 주인장이 야한 성격이라고 저수준의 해석을 해서는... ㅋ. 즉 자신과 집의 파워를 상징하는 겁니다.
자~ 이제 계곡으로 내려 왔습니다. 포크레인으로 땀 꽤나 흘렸답니다. 웅덩이 깊이는 성인 목까지랍니다. 오른쪽은 석간수 형태로 다듬었답니다.
한여름에 풍덩~ 정말 운치있게 가꿨지요!
웅덩이 바로 옆에 정자와 평상을 만들어 놨습니다. 그 곳에서 바베큐 장, 한 컷! 주인장 왈, 제자들과 회식한다면 언제든지 이용하라 합디다.
계곡에서 올려다 본 텃밭!
출입구를 향해 찰칵!
감동 받은 나머지 지체없이 매물로 나온 땅들을 둘러 봤습니다. 여긴 그린벨트인지라 최소 300평 단위로 매매한답니다. 무심텃밭 위에 매물로 나온 땅을 우리 집 재무장관이 둘러보고 있습니다. 도로 변이기해도, 너무 길쑥해서 효용성이 떨어지네요. 그래서 좋은 물건 나오면 연락해 줍시사고 명함만 드리고 왔습지요.
첫댓글 둘러보고있는 터도 잘 다듬어 놓으면 괜찮겠느데요, 요는 현재 그 상태를 얼마나 유지시키면서 쓸모있게 꾸밀수 있는가는 연구를 많이 해야될것 같네요,. 빨리 적당한 땅이 나와 꿈이 이루어 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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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탕 생각이 납니다.ㅎㅎ. 효마클에 전원주택 붐이 일겠습니다.
나도 언능 달아야겠네~^^~
좋습니다~이루시기를~~
그집 제목 무심도 좋고 농장 꾸밈이 멋있습니다. 교수님도 꼭 더 멋있게 만들어 보이소. 우리들도 보고 참고하게요...
꾸며 놓은거 보니 有心인데..ㅋ! 보안이..
명당 찾은 것 축하드립니다.
친구하나는 이른바 都 園주택을 찾더라구요, 도심의 혜택,편리와 전원의 호젓함,,, 담도 없어야되고, 맥주집도 가까이 있어야되고, 지하철도 가까워아되고,,, 정신차리라고 했습니다.
ㅎㅎ 주택이 아니라 리조트급을 찿으시내요.
전원주택의 매력은 노동의 즐거움, 적당한 불편함,하나 하나 꾸며 나가는 기쁨이 주이고...
부가적으로 문명의 혜택, 맥주집, 지하철이...
정신 차려야 겠네요. 잘 얘기 했습니다.
로망을 이루시길~~~^^
소원성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