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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근데…여자애한테 반했다는게 무슨말이야?"
L "아 그래 맞아. 나 이성애자 아니야. 나는 양쪽성별에게서 다 매력을 느낄수 있어"
L은 바이섹슈얼이었습니다
저는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적이 없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성정체성에 관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L은 아우팅에 거리낌이 없다고는 말했지만 핀란드에서도 역시나, 특히 윗세대 어른들이나 종교인들 일부는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경우도 있고, 자라면서 동성애는 죄라고 배워 자기혐오를 하게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동성애를 전혀 문제시하지 않는게 굉장한 축복이라고도 얘기했어요
핀란드에서도 얼마 전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는데요 핀란드처럼 성숙하고 차별없는 사회에서도 LGBT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구나 싶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봤어요 혹시 내가 L과 만난다면 이성애자가 아니라서 다른 점이 있을까?
여자애랑 다정하게 얘기해도 질투 엄청 나겠네~ 애인단속이란걸 하려면 아무도 못만나게 해야되는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어 피식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어떠한 성적지향이라서가 아니라 어떠한 사람이라서 일건데, L은 좋은 사람이니까 괜찮겠다 생각했습니다
이제 다시 최근의 시점으로 돌아와 이 이야기도 완결을 내보려 합니다
2편 마지막에 끊겼던 부분에서 이어지는데 복습하고 오시면 훨씬 읽기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Sitsit에 다녀온 L과 새벽까지 시내를 배회하다 너무 추워져서 L을 집에 다시한번 데려다주고 기숙사에 들어왔습니다
다음날 L은 고향에 내려가는데 버스를 타기 전에 잠시 만나기로 약속이 돼있었습니다 전날 만난건 즉흥적이었구요
L이 제 기숙사 근처에서 Sillikset을 마치고 연락을 했는데 고향 갈 짐을 아직 못쌌다고 하더군요
버스시간이 두시간 남짓 남았을 때라 저는 담에 보자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L은 짐싸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집에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매번 집에 데려다주긴 했지만 L의 방에는 처음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고향집에서 가져다주신 크리스마스 전구가 있었는데 도저히 이쁘게 걸리지 않는다기에 L이 짐을 싸는동안 커튼 레일 집게를 이용해 파동 그래프처럼 넘실대는 모양으로 걸어보었습니다
집을 나와서 창가를 보니 의외로 괜찮았고 L도 좋아하더군요 그뒤 버스터미널까지 따라가 배웅을 하고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
살짝 설레는 기분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동안 애매했던 L에 대한 제 마음에 어느정도 확신도 생겼습니다
다음에 보면 좋아한다고 얘기를 해볼까 생각하는데 L에게서 항상 데려다줘서 고맙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간단히 장을 보고 집에 들어가서 버스타고 가는동안 들으라며 L에게 노래 한곡을 보냈습니다
평소에도 종종 듣지만 설레는 마음일땐 꼭 들어야하는 노래였거든요
L을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만났다는 이야기를 1편에서 했었죠?
그 동아리에서 Pikkujoulut(삑꾸요울룻: 작은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습니다
(L을 버스터미널에 데려다주고 일주일 후, 지금으로부터 열흘 전이네요)
서양에선 대개 그렇듯 핀란드에서도 24일 Joulu (요울루: 크리스마스) 저녁은 모두가 가족과 함께합니다
하지만 그 날을 제외하면 Pikkujoulut파티가 사실상 12월 내내 많이 열리고, 이때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파티를 합니다
여기서 D라는 핀란드 친구 얘기를 해야겠네요
마찬가지로 동아리에서 연 지난 할로윈파티때 애플사이다를 한캔 사려고했는데 현금이 없어서 D가 돈을 대신 내준적이 있습니다
저는 너무 고마워서 꼭 보답하겠다고 했지만 밥을 사겠다고 하거나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기는 뭐해서, 입만 산 놈이 되고싶진 않은데 하면서도 별수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고향에 다녀온 L에게, 신입생 여자애들인 D, J, L 그리고 E라는 친구가 Pikkujoulut 파티에서 퀴즈와 경품추첨을 준비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들었을때, 저는 이거다 싶어서 D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하기로 했습니다
유자차를 선물하기로 정하고 아시안마트에 들렀을 때 가끔 컵라면을 먹는 L에게 주면 좋겠다 싶어 너구리와 꼬꼬면 한컵씩 샀습니다 크리스마스때 L의 고향집에 들고갈 선물도 샀구요
기말고사가 있는 날이라 마트에서 봉투를 바리바리 싸들고 학교로 돌아가던중에 L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가는 길에 L의 집이 있었기 때문에 컵라면을 바로 주는게 낫겠다 싶었거든요
문앞으로 내려온 L에게 컵라면을 주면서 한번 먹어봐 나중에 또 올게 하고는 바로 헤어져 시험보러 갔습니다
조명이 살짝 어두워서 그랬는지 계속 환하게 웃고있어서 그랬는지 그날따라 이뻐보이대요
또 온다는 말은 D에게 줄 유자차 포장지를 L에게 빌리기로 해서 그렇습니다 저 생일선물 줄때 썼던 포장지가 남아있다고 했거든요
다음날 L의 방에서 선물포장하고 같이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솔직한 얘기를 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설레기도하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그날도 늘 그랬던거처럼 서로 친구사이라는 전제로 겉도는 이야기만 할 뿐이었어요
돌이켜보니 그때 타이밍을 놓친거구나 싶었습니다
다음날 Pikkujoulut에 가서 D에게 무사히 선물을 잘 전달하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L은 파티프로그램에 신경을 써야되는 입장이라 자주 돌아다녔고 저는 처음만난 사람들 틈에 껴서 우노카드게임을 하고있었습니다
와중에 A도 근처에 서있다 가고 L과 E도 와서 서있길래 카드게임하랴 얘기 나누랴 난감했습니다
저한테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옆에 온 친구를 무시할순 없었는데
게임에 집중을 못하고 차례가 돌아오는걸 자꾸 못알아차려서 게임하던 사람들에게 많이 실례를 범했습니다
(방향바꾸기카드가 자꾸 나왔는지 한두마디밖에 안했어도 다시 제 차례가;;)
여튼 카드게임을 할때 L이 저한테 E를 소개시켜줬습니다 정신없어서 이야기는 제대로 못나눴지만요
카드자리를 파하고 나서는 살짝 뻘쭘하게 반대편 홀에 앉아있었는데 E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어쩌다보니 그날은 집에 갈때까지 E와 이야기를 오래했어요
L은 음악나오면 춤추기도하고 저랑 E의 대화에 같이 참여하기도 했는데 신나보이긴 했어도 제가 E랑 대화에 너무 몰입해서 L을 못챙긴거 아닌가싶어 마음에 좀 걸렸습니다
E는 내일아침에 알바간다고 아쉬워하며 자리를 떴고 저도 다음날 일정이 있어서 곧 집에 왔습니다
다음날은 포켓몬고 연말 결산 이벤트가 있어서 아침부터 나가 열심히 나무지기랑 아공이를 잡고 별의 모래를 잔뜩 모은 뒤 약속장소로 이동했습니다
L과 점심먹고 쇼핑몰에 가기로 한거였는데 그날따라 분위기가 예전과 달랐습니다
사실 그날은 기회 봐서 고백해야지 미리 생각했었지만 아침부터 체력을 다 빼서 그런건지 고백 때문에 부담감이 있던건지
아님 너무 질질 끌다 타이밍을 놓친건지 그냥 L이 저한테 실증이 난건지, 대화 잇기도 쉽지 않고 즐겁지가 않더군요
보통 일러도 저녁먹기 전까지는 같이 있는데 L은 피곤하다며 금방 집에 들어가버렸습니다
헤어지기 싫다는 말 들을때도 있었는데 그게 좋은거였구나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이틀 후에도 점심약속으로 만났지만 분위기가 애매했고 L은 또 일찍 들어가더군요 고백같은걸 할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날도 집앞까지 데려다주고 기숙사에 들어오는데 마음이 좀 착잡했어요
L은 며칠 후 고향으로 떠났고 이번엔 연말 내내 머물 예정이었습니다
오늘 12월 23일 저는 L의 고향으로 떠납니다 말씀드렸듯 L의 고향집에 초대받아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으니까요
L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편지를 썼습니다
전에 L이 크리스마스 선물 뭐 받고싶냐고 물어봤어요 생일선물까지 주고 또 주냐고 물어보니 또 그러겠대요
L은 프로증정러거든요 가족, 친구들에게 무슨 날만 되면 꼬박꼬박 선물을 하더라구요
저도 선물을 나름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제가 안주면 도의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는것이고요ㅎㅎ
편지는 진심을 담으려 노력하며 퇴고를 정말 많이했습니다
저는 아직 사랑에 빠졌다고 하기엔 좀 부족해요 그래서 제가 어떤 감정인지, 어떤 면에서 제가 호감을 느꼈는지, 앞으로 우리 사이가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는지에 집중했습니다
고백은 이미 사귀고 있을때 하는거라던데 저는 그게 안되네요 친구 이상의 행동은 잘 못하겠습니다 고백부터해야 그 이상으로 나갈수 있어요
L이 무슨대답을 할지 전혀 감이 안잡히네요 거절도 긍정도 잘 상상이 안가요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닐까하는 것들은 많았지만 분명 절반은 제 헛다리였을거고 나머지 절반은 어떨까요?
고백으로 혼내주기…이걸 가족들 다있는 집까지 찾아가서 하면 아아…어찌나 악랄한 것입니까
모르겠습니다 올라오기 전날 밤에 이야기를 하거나 안되면 헤어지기 전에라도 편지는 주고오겠지요
당당하고싶어요 근데 잘 안될거같아요
처음 연애할땐 별짓 다했는데 지금은 뭐만 할라치면 뭐가 그리 민망하고 웃겨 죽겠는지 자꾸 손 뒤에 숨고싶어져요
고백과는 별개로 너무 부담갖지 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지내다 오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댓글 달아주신것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 후기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되도록 에필로그를 작성하는걸로 해보겠습니다
핀란드 처가집 가는 얘기 끄-읕
첫댓글 트롤로지가 끝났는데 열릴 결말이라니요 이건 아니잖아요~~
죄송합니다ㅋㅋㅋㅋ 계획없이 막쓰다보니 너무 허무했나요
스토리가 아직 진행 중일 줄이야 --ㅋ
그러게요 너무 질질 끌었네요 팍팍 진행했으면 말씀드릴게 더 있었을텐데ㅎㅎ
에필로그 기대하겠습니다^^
기분좋게 쓸수 있으면 좋을텐데요ㅎ 떨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