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현악기
가을은 유독 현악기의 계절이다.
봄의 피아노가 반짝이는 물방울이라면,
가을의 바이올린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숨결이다.
서걱이는 소리와 함께 가늘게 이어지는 선율이
마치 낙엽이 흩날리는 오후처럼 마음을 파고든다.
신화 속에서 아폴론이 연주하던 리라의 현은
시간을 건너 만돌린과 바이올린으로 이어졌다.
그 선율에는 인간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계절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악기의 음색이 주는 따뜻한 울림은
가을의 쓸쓸함과도 묘하게 닮아 있다.
가을이면 자주 떠올리는 곡이 있다.
비탈리의 샤콘느(Chaconne) —
줄 하나로 삶의 비애와 구원을 오가는 그 곡은
가을 하늘 아래 울림을 더한다.
또한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는
프랑스의 세련된 감성과 화려한 기교 속에서도
가을의 낭만과 열정을 함께 품고 있다.
얼마 전 에펠탑 아래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연주한 그 곡을 영상으로 다시 들었다.
쇠빛 하늘 아래 울려 퍼지는 선율은
마치 파리의 낙엽 사이로 스며드는 시간 같았다.
바이올린의 현 하나에서 계절이 시작되고,
그 끝에는 여운이 남았다.
가을은 어쩌면, 사라진 소리를 기억하는 계절이다.
현악기의 한 줄 떨림 속에서
우리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듣는다.
그리움은 음악이 되고,
음악은 결국, 가을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김봄소리 에폘탑공연
첫댓글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스쳐 지나간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 낯선 언어의 간판들.
차 소리, 발소리, 커피향이 어지럽게 섞인다.
그 속에서 나만은 조용히 멈춰 서 있다.
창문 너머 누군가의 일상이 스쳐 보이고
어디서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새삼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