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전몰군경미망인회 회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은 태어나 나이를 먹게 되면 자신의 마음과는 관계없이 몸이 늙어가고, 사회적으로는 어른이라 불리게 된다. 오늘날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꼰대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치만 나는 오직 내 말만 옳다고 고집부리는 다른 곤대 어른들과 달리, 이해하고 용서하며 나누고 베플 줄 아는 '라테 어른' (나 때는 하며 과거를 이야기 하지 않고 '카페라테'처럼 부드러운)이란 말을 듣고 싶었다.
어느날 아침이었다. 동네 마트에 가서 마늘 한 접 (100개)을 샀다. 집에 와서 개수를 확인해보니 94개였다. 나는 즉시 마늘을 가지고 가서 갯수가 모자란 물품을 파느냐며 항의 했다. 그때 학생으로보이는 젊은이가 나와서 "여기는 백화점이 아니어서 산지에서 가져온 것을 그대로 팔기 때문"이라며 이해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손자에게 말하듯이 젊은이에게 "어디가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하면서 물건을 바꿔줘야지"하며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그때 상황을 보고 있던 주인이 미안하다며 같은 마늘 한 접을 개수에 맞게 교체해주었다. 다음날 불현듯 마늘 한 접에 불과 몇 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손자 같은 젊은이를 야단친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박카스를 사들고 찾아가 젊은이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어제 내가 화낸 것이 미안합니다"고 말했다. 젊은이는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오늘 일은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하겠습니다"라고 울먹였다. 마트 사람들도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예쁜 미소를 지으며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어느덧 짙은 황혼길을 걷고 있다. 지금까지 거친 세상을 살아 오면서 오직 내 갱각만 옳았는가를 생각했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언행과 마음이 잘 익었을 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으로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배우고 익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