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교외선의 한 역으로 운행되었다가, 현재는 멈춰진 폐역 장흥역이다. 장흥역은 1963년부터 2004년 중단되기 전까지 8,90년대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엠티(MT) 장소였다. 그렇다고 장흥유원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흥역 폐역으로부터 도보 30분 정도, 차로 5분 거리(1.6km)의 장흥유원지에는 지금도 미술관, 놀이동산, 캠핑장, 조각공원 등이 늘어서 있으니 놀거리는 지금도 풍부하다. 장흥역이 멈춘 것 뿐이다.
초행길이라 주차장을 찾지 못한 나는 어느 할머니께 양해를 구해 집 담벼락 앞에 세워두고, 걸어서 한적한 폐역에 도착했다. 아래 사진 오른쪽으로 역사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의 흔적을 곱씹어보러 간다.
역사 맞은 편의 논과 밭이다. 한가로이 평화스런 모습이다. 또 다른 맞은 편은 역과 더불어 만들어져 운영되었던 시설들이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데, 곧 사진과 함께 소개하겠다.
장흥역은 교외선의 한 역으로서, 1963년 개통되었으나 2004년 운행이 중단되었다. 경기 북부의 동서구간을 연결하는 총 10개역의 교외선은 본래 관광열차로서의 운행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교외선 노선(능곡역~의정부역)까지의 구간 31.8km는 미군부대들이 가까이 주둔하고 있어 군사 관련 화물을 싣는 용도로도 설치되었었다.
역사의 한 쪽은 논과 밭이었고, 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그 반대편의 모습이다.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역전다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그 뒤로는 응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초록색 산을 배경으로 노랑 바탕의 빨강 글씨의 '역전다방'이 절묘하게 색이 대비된다. 언뜻 보면 세트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사에서 첫번째 건물이 '도깨비꽁방'이라는 곳이다. 현재는 아무도 없는 비어 있는 집 한채이다. 지붕이 날라가지 말라는 듯이 폐타이어 여러개가 기와지붕 위에 올려져 있다. 2004년 폐역이 되었으면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언제부터 운영이 중단되었을까..
'도깨비꽁방'에서 찍은 맞은 편 건물이다. 분명히 소유주는 있을 터인데, 텅텅 비어 있다. 오히려 조용해서 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건물은 장흥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아마도 열차가 다녔을 때는 상업 시설이었을 것이다. 이곳에서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었다. 충분히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주변을 여기저기 돌아보았다. 집들이 깨끗한 페인트로 칠해져 있으면 오히려 운치가 덜 했을 것이다. 여기저기 군데군데 찢긴 듯한 캔버스로 보였다. 날아가는 새가 그려져 있는 옥탑방의 내부는 어떨까 궁금하다.
옥탑방이 있는 건물은 장흥역 바로 앞에 있는 '역전다방' 건물이었다^^
역쪽에서 바라본 마을 모습으로, 식당들과 보살집이 눈에 띈다. 폐역이 생기면 주변에서 함께 동거동락한 상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역사는 계속된다. 폐역이 된지 18년이다. 지금도 과거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있을 터이고, 바뀔 것은 계속해 바뀌어 왔을 것이다.
아래 사진 나무 때문에 장흥역 팻말이 안 보인다. 왼쪽의 부흥식당 간판은 깔끔하니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여러번 주인이 바뀐 식당일 것이다.
다시 역쪽으로 돌아와 주변 탐방을 계속했다. 나무에 빨간색으로 크게 써붙인 '개조심'이라는 팻말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에어콘 실외기가 있으니 분명히 누가 사는 집이다. 햇빛을 막는 검은 장막과 폐타이어가 지붕에 듬성듬성 놓여 있다.
'개조심'의 주인공 개 한마리가 목에 철사줄을 두른 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어차피 철사줄에 묶여 있으니 위험하지 않겠지 하면서 나는 집의 골목 사이로 들어갔다. 뭐 촬영할 것이 있다고 남의 집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지, 아래 사진 골목으로 들어가자마자 개가 으르렁 짖기 시작했다. 허름해 보이는 집인데, 수십년 된 이러한 곳을 보면 수없이 많은 과거의 모습이 왔다갔다 한다. 덕지덕지 과거의 때가 묻어 있다.
장흥역 폐역을 주변으로 이리저리 골목들을 후비면서 돌아다녔다. 아래 사진 벽에 초생달과 프로펠러 달린 헬리콥터가 그려져 있고, 그 위로 공그란 갈색의 물체가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게 뭔가 가까이 다가갔다.
농사일을 하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엉덩이에 매고 다니는 간의 의자다. 그 아래 장갑이 널려 있고, 호미가 2개 걸려 있다. 미국 농장을 지나다 보면 우리나라처럼 사람이 직접 앉아서 노동을 하는 경우는 볼 수 없다.
넓디 넓은 농장을 기계가 경작한다. 땅덩어리 문제인지 아니면 농민 보호차원일 수도 있겠다.
장흥역 폐역 주변의 밭들과 마을을 한바퀴 돌고 다시 장흥역으로 되돌아왔다.
녹 슬어 페인트칠이 벗겨질랑말랑하는 철조물을 보며, 사람의 인생도 별 차이가 없을진대 저 떨어져 나가는 페인트를 박박 문질러 새로운 페인트칠을 하는 것이 낳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얼룩덜룩한 과거의 흔적을 드러내는 것이 낳은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에도 어김없이 개발 붐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검색창에 '장흥역'을 치면 제일 앞에 나오는 것이 '장흥역 경남아너스빌 북한산뷰 분양내용'이다.
처음엔 장흥역 역사 주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철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다른 포토스팟이 있다고 누군가 알려줬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계속하여 철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계속 철로 위를 걸어갔다. 위태롭게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다리도 지나야 하나 보다. 사전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지 불확실했지만, 그냥 따라 걸어가보기로 했다. 아래가 철판이라서 삐걱삐걱 소리와 함께 흔들리기까지 했다.
다리를 건너자 이제는 본격적으로 숲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이어진다. 철로 위에 자란 풀들을 보니 더 이상 운행되지 않는 철로라는 것이 더욱 실감났다.
여기구나 포토스팟이^^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있다. 사람의 앞머리처럼 덩굴이 내려와 있다. 일부러 가운데만 저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했다.
위의 사진에서 뒤를 돌아보면 아래 사진의 풍경이다. 오늘의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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