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낭만파 계관시인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1770-1850)는 호숫가에 핀 수선화(Daffodils)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자연과 인간 사이에 영적 교감을 나누는 수선화를 마음에 평온을 제공하는 위로자의 역할을 하는 자연의 무한한 힘을 노래한다.
호숫가에 핀 수선화는 감각적 미의 대상으로서 시인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적 즐거움은 당분간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이러한 감각적 미의 한계는 다음 구절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나는 유심히 바라보고 또 보았노라/ 그러나 이러한 장관(壯觀)이/ 어떤 값진 것을 가져다주었는지/ 나는 미처 알지 못했노라.’
시인이 찾고자 하는 ‘값진 것’은 자연 속에 있는 수선화를 바라볼 때 다가오지 않고 속세의 번잡함으로 인해 삶에 회의를 느낄 때 그의 마음을 두드린다. 마음의 눈에 반짝이는 수선화는 이제 ‘보는 즐거움’을 뛰어 넘어 시인의 마음을 달래주는 정신적 위안자로 변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마침내 지정의(知情意)를 통합적으로 엮어 하나의 단일한 도덕적 개념을 형성시킬 수 있는 철학적 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수선화 (Daffodils)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1850)
1. 골짜기와 언덕 위를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가/ 문득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호숫가 나무 아래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2. 은하수 별들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물가 따라 끝없이/ 줄지어 뻗쳐 있는 수선화나는 한 눈에 보았네,/ 수많은 수선화들이/ 머리를 살랑대며 흥겹게 춤추는 것을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3. 수선화 옆의 물결도 춤을 추었지만/ 그 반짝이는 물결은/ 수선화의 기쁨을 따를 수 없었네,/ 이토록 흥겨운 친구와 어울렸느니/ 어찌 시인이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유심히 바라보고 또 보았노라/ 그러나 이러한 장관(壯觀)이/ 어떤 값진 것을 가져다주었는지/ 나는 미처 알지 못했노라.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4. 이따금, 긴 의자에 누워/ 멍하니 아니면 사색에 잠겨있을 때/ 수선화들은/ 고독의 축복인 내 마음의 눈에 반짝이노라/ 그럴 때면 내 마음은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노라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수선화를 심신의 위안자로 묘사하는 이 구절은 앞에서 다루어지는 수선화의 역할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전반부에서는 수선화가 제공하는 ‘보는 즐거움’이 강조되지만 마지막 연에서는 마음의 즐거움을 부여하는 수선화의 도덕적 기능이 강조되어진다. 이러한 양면적 기능은 수선화의 속성이자 동시에 수선화가 속해 있는 자연의 속성이기도 하다. 시인은 기쁨의 원천이자 심신의 위로자인 수선화를 통해 자연의 무한한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 김동명(1900∼1968)의 시「수선화」에 1941년 만주 신경교향악단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던 김동진(1913∼2009)이 곡을 붙였다.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나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붙일 곳 없는 정열을/ 가슴에 깊이 감추이고/ 찬 바람에 쓸쓸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이 곡에서 수선화는 단순히 꽃의 이미지가 아니고 마음, 넋, 얼굴, 소곡, 애인 등으로 은유 되며 죽음과 다시 살아남, 쓸쓸함과 적막함, 애인과 사랑 등의 단어를 통하여 낭만적인 가곡의 서정성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용 면에서 수선화는 죽어서 멸망한 조선과 한민족을 상징할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난다는 광복운동을 노래한 시로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수록된 곡이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
아직 아침 기온이 춥습니다.
행복한 나날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