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鏡虛, 1849~ 1912)는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한 대선사이다.
1849년 전주 자동리에서 아버지 송두옥(宋斗玉)과 어머니 밀양 박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본관은 여산(礪山)으로, 속명은 동욱(東旭)이다. 법호는 경허(鏡虛), 법명은 성우(惺牛)이다. 9세 때 경기도 의왕시 청계산에 있는 청계사로 출가하였다.
1879년 동학사 아래에 살고 있던 진사 이처사(李處士)의 한 마디,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 이 한마디를 전해듣고는, 바로 깨달았다. 콧구멍 없는 소(牛無鼻孔處: 우무비공처)는 중국 법안종의 종주 법안의 선사의 어록에 실려 있는 선어다. 당시 경허의 시봉을 받들던 사미승 원규는 경허의 사제인 학명의 제자였고, 이처사는 사미승 원규의 속가 아버지였다.
경허 선사의 수제자로 흔히 '삼월(三月)'로 불리는 혜월(慧月, 1861 - 1937), 수월(水月, 1855 - 1928)·만공(滿空, 1871 - 1946) 선사가 있다. 경허는 '만공은 복이 많아 대중을 많이 거느릴 테고, 정진력은 수월을 능가할 자가 없고, 지혜는 혜월을 당할 자가 없다'고 했다. 삼월인 제자들도 모두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 이들 역시 근현대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들이다.
경허스님 오도송
忽聞人語無鼻孔
頓覺三千是我家
六月岩山下路
野人無事太平歌
홀연히 사람에게서 고삐 뚫을 구멍 없다는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아 보니 삼천대천세계가 다 나의 집일세
유월 연암산 아랫길에
들사람 일이 없어 태평가를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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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시자승의 은사인 학명 도일이 아랫마을에 내려갔다가 이 처사를 만나 잠시 다담(茶談)을 나누었는데
이 처사의 말씀이 “중이 중노릇 잘못하면 중이 마침내 소가 됩니다”고 하였다. 학명 도일이 이 말을 듣고 “중이 되어 마음을 밝게 하지 못하고 다만 신도의 시주만 받으면, 소가 되어서 그 시주의 은혜를 갚게 됩니다”고 대답하자, 이 처사가 꾸짖으며 말했다. “어찌 사문의 대답이 이렇게 꽉 막혀 도리에 맞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학명 도일이 물었다. “나는 선지(禪旨)를 잘 알지 못하여서 그러하오니 어떻게 대답하여야 옳습니까.” 이 처사가 대답했다. “어찌 소가 되어도 콧구멍 뚫을 곳이 없다고 이르지 않습니까?” 이에 학명 도일은 더 이상 대답을 못하고 동학사로 돌아왔다. 학명 도일이 선사를 찾아가 예를 갖추고 앉아서 이 처사의 말을 전하였다. 이때 ‘소가 콧구멍이 없다’는 말에 선사는 활연대오(豁然大悟)하였다. 때는 고종 16년(1879) 겨울 11월 15일 선사의 나이 3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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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상좌 도일이 처사를 만나 불도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었다. 이 처사가 “ 중노릇 잘못하면 중이 마침내 소가 됩니다” 학명 도일이 “중이 되어 마음을 밝게 하지 못하고 다만 신도의 시주만 받으면, 소가 되어서 그 시주의 은혜를 갚게 됩니다”고 대답하자, 이 처사 일갈하며. “어찌 소가 되어도 콧구멍 뚫을 곳이 없다고 말하지 않은가? 도일이 곰곰 생각해도 의미를 파악치 못하여 선사를 찾아가 ‘소가 콧구멍이 없다’는 말이 무슨 의미입니까? 하니 大悟 하였다. 때는 고종 16년(1879) 겨울 11월 15일 선사의 나이 31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