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 최경주의 기도
프로 골퍼 최경주 선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PGA 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하던
톱 클라스였습니다.
최 선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골프는 파이널 라운드로 갈수록
압박감이 심해진다.
종교가 없을 때
내가 받는 불안감의 수치를 ‘10’이라고 하자.
그런데 종교로 인해 저는 ‘5~6’ 정도의
압박감을 받으며 경기를 한다.”
궁금했습니다.
종교가 있으면 왜 압박감의 수치가 내려가지?
하나님이 골프 스코어까지
일일이 챙겨주신다고 생각하는 건가?
저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왜 압박감이 내려가는지 말입니다.
“가령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후에
페어웨이를 걸어간다.
첫 샷과 두 번째 샷,
그 사이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아주 중요하다.”
신인들은 온갖 생각을 다 한다고 했습니다.
아이언을 꺼내서 칠까,
공이 벙커에 빠졌으니 나무를 피해서
이쪽으로 꺼낼까.
다음 샷에서는 버디를 노려야지 등등
숱한 고민을 하면서 걷는다고 했습니다.
그로 인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결국 무너지고 만다고 했습니다.
최 선수의 지적은 이랬습니다.
“심장박동 수가 빨라질수록
한 발짝 물러나야 합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최경주 선수는 첫 샷과 두 번째 샷,
그 사이를 걸으며 무엇을 하는지 말입니다.
“나는 골프 생각을 안 합니다.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한 수읽기는
경기 시작하기 전에 모두 끝냅니다.
시합 중에 그걸 생각하면
결국 에너지만 소모하게 됩니다.
대신 나는 성경 구절을 외며 걷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쪽지를 보면
스코어 카드를 보는 줄로 알지만,
실은 성경 구절을 읽는 것입니다.”
그는 성경 구절을 읽으면서 자동적으로
골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더 편안하고,
힘을 뺀 자연스러운 스윙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최 선수의 대답을 들으며
저는 그것이 그의 기도라고 생각했습니다.
PGA투어의 마지막 라운드,
중요한 승부처에서 그가 올리는 기도로 보였습니다.
그 기도에서 그는 스윙을 붙들지 않고 스윙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리듬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겼습니다.
그것은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기도였습니다.
출항의 뱃고동을 울리며
대해(大海)를 향해 떠나가는 기도입니다.
참 지혜로운 기도였습니다.
[백성호의 한줄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