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풍미통닭'
36년째 한자리에서 통닭 팔아
저가 옛날통닭과 차별화한 지역 명물
국내산 재료·주문 즉시 조리 고집
내년 순천서 직영점 개점 목표
풍미통닭의 대표 메뉴인 '마늘통닭'
[순천=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옛날 통닭은 왜 '싸구려'여야 하나요? 품격 있게 만든 통닭으로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를 일구고 싶습니다."
전남 순천시 소재 '풍미통닭'은 닭 한 마리에도 가치를 담아 판매한다. 옛날 통닭은 볼품 없다는 편견을 깨고 푸짐한 켄터키 프라이드식 통닭으로 36년째 전통을 이어왔다. 박세근 풍미통닭 대표(37)는 "특유의 맛을 유지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는 통닭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박 대표의 모친인 1대 강영애 사장(62)이 1984년 풍미통닭을 개업했다. 1990년대 프랜차이즈 통닭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강 사장의 노력 끝에 지금은 지역 치킨·통닭계를 평정했다. 풍미통닭이 자리 잡은 순천버스터미널 일대에는 프랜차이즈 치킨·통닭집이 없다.
박 대표는 "자영업 중에서도 치킨집은 오래 살아남기가 어렵다. 한자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영업한 곳은 전국에서 손꼽힌다"며 "어머니께서 36년 동안 고생한 결과"라고 말했다.
풍미통닭은 2012년 순천시가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면서 관광객들에게 알려졌다. 2015년 유명 TV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크게 성장했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온다. 휴일 손님 10명 중 6명이 외지인이다. 평일에는 하루 약 200마리, 주말에는 300~400마리를 거뜬히 팔아치운다.
대표 메뉴는 생마늘 양념을 바른 '마늘통닭'이다. 첨가물을 넣지 않은 다진 마늘이 그대로 통닭에 얹어 나오는데 갓 튀긴 통닭의 열이 마늘의 매운맛을 중화시켜 단맛을 낸다. 식자재는 좋은 품질의 국내산을 고집한다. 최고 호수의 신선한 닭을 엄선해 천일염으로 숙성해 잡내를 없앤다. 튀김반죽에는 치킨파우더 같은 인공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강, 청주 등을 섞은 발효 육수로 감칠맛을 낸다.
또 주문과 동시에 닭을 반죽하고, 압력 튀김솥에서 담금질하며 정성껏 조리한다. 일반적으로 반죽물에 미리 담가 튀기거나 초벌을 하는 치킨과는 다른 점이다. 박 대표는 "프랜차이즈 치킨·통닭은 엇비슷해서 맛의 한계가 있다"며 "우리는 좋은 재료로 독특한 맛을 내고 있어 손님들에게 특별한 통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풍미통닭 2대 박세근 대표와 1대 강영애 대표가 미소짓고 있다.
창업 1대 강 사장 시절에는 통닭만 잘 팔았다면, 2대째에는 체계를 함께 갖춰가고 있다. 2016년부터 가업에 뛰어든 박 대표는 가게를 재단장하고 정식으로 직원들을 채용했다. 포장·배달, 매출분석 등을 개선하고 직원·경영 교육에 힘쓰고 있다. 그는 "후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외양을 탄탄하게 키우려면 장사만 하는 게 아니라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학생과 젊은이들까지 고객층을 넓히고자 소소한 이벤트도 도입했다. 박 대표는 "이제는 맛있는 것만 팔아서는 장사가 안된다. 맛은 지켜가야겠지만 오래됐다고 해서 꼭 옛날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손님들이 재미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가게로 바꿔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여러 지역에 직영점을 여는 것이다. 유명 커피 체인점 못지 않게 전국에 풍미통닭 매장을 세우고 싶다는 게 꿈이다. 박 대표는 "가게 이름처럼 맛을 널리 알려서 순천의 명물을 넘어 한국인이 사랑하는 통닭집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부터 순천에 직영 1호점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직영점은 함께 일한 직원들이 운영하도록 해 저뿐 아니라 직원들도 평생 일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