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답사 : 영덕 <강구역> & 포항 <월포역>
1. 역과 바다, 이는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조합이다. 기차를 타고 내린 곳에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은 낭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역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시켜주는 교통수단이지만 때론 일상의 진부함에서 탈출하는 공간의 출입문이 되기도 한다. 한적한 역에서 내려 걷는 길은 고독하지만 무한한 자유의 가능성을 만나게 해준다. 특히 그 곳이 바다일 때 몸과 마음은 한없는 사색과 영감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2. 영덕의 <강구역>은 대게축제로 유명한 ‘강구항’으로 이어진다. 약 30-40분 정도 여유롭게 걸으면 바다냄새가 비릿하게 다가오는 항구가 나타난다. 길 중심에는 대게를 파는 음식점이 늘어서있고 수많은 어선들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항구는 언제나 생생하고 힘찬 열기로 충만되어 있다. 그 속을 걸으며 살아있는 생명력을 만난다. 삶이 무력할 때, 시장이나 항구를 가보라고 한다. 그 곳에는 힘든 노동 속에서도 살아가는 인간의 생의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 유독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삶을 위해서는 장소도 직종도 극복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실을 확인시켜 주는 모습일 것이다.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대게 전문점’이어서 홀로 여행자에게는 적합하지 못하지만 항구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강구역은 매력있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바다와 대게, 소박한 항구의 정취가 새로 완성된 <동해선>을 따라 끊임없이 유혹할 것이다.
3. <월포역>은 역과 바다의 최상의 조합을 만나게 해준다. 역에서 내려 약 5분만 걸으면 시원한 동해의 파도소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월포해수욕장’의 안내 표시가 여행객을 반겨준다. 과거 ‘해파랑길’ 탐사 때 이 곳을 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걸어서 이어져야만 닿았던 장소를 기차를 타고 다시 왔다. 바다를 실컷 만나고 고독과 함께 실강이하면서 밤을 만나도 돌아갈 걱정은 없다. 밤 10시 넘어 운행하는 막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물은 불이 꺼져있다. 바다을 향한 카페도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문을 닫는다. 어둠 속에서 밀려오는 파도의 기세가 점점 강해진다. 좀 더 날씨가 따뜻하다면 바다와 바람을 온 몸을 맞고 싶다. 하지만 너무 춥다. 배도 약간 불편해 어둠 속을 걷는 것은 포기했다. 다만 정말로 매력있는 장소를 찾았다는 확신은 든다. 역에서 내리면 반겨주는 바다를 발견했다. 조금은 멀지만 언제든 오고 싶은 역이 될 것 같다.(주변에 한식부페가 있다는 것도 이 곳의 장점이다)
첫댓글 - "한적한 역에서 내려 걷는 길은 고독하지만 무한한 자유의 가능성을 만나게 해준다. 특히 그 곳이 바다일 때 몸과 마음은 한없는 사색과 영감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