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에다가 TV에는 왜 나오고 야단이야? 어? 뭔 상이야?’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부럽다는 듯이 쳐다봅니다. 이게 뭔 일이래? 저거 분명 내 남편은 맞는데, 도대체 뭔 일이 있던 거여? 물론 전혀 기대도 예상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지요. ‘용감한 시민상’이라고? 세상에, 우리 남편이? 뭔 일이래? 하기는 매양 경찰서 기웃거리더니 뭔 일을 저지르기는 한 모양이로구먼. 쥐구멍에 볕들었네 그려. 제법 큰소리께나 치겠구먼. 하지만 어림없지. 계속 만화방 비우고 딴 짓만 해봐, 이번에는 어림없어.
이 남편 진짜 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직 경찰관, 그것도 내노라하는 형사하고 짝이 되었습니다. 두 남자가 확실히 미치긴 미친 모양입니다. 이걸 믿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번의 실력발휘, 우연일까요, 실력일까요? 탐정이라고? 그게 밥벌어준대? 아내의 관심은 시민상도 명예도 존경도 실력도 아닙니다. 오직 다달이 걱정시키지 않는 생활비입니다. 저 인간 딴 짓하는 동안 나만 홀로 죽어라 고생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말입니다. 아이들은 커가고 있는데 말이지요. 더는 못 봐줍니다. 만화방이라도 지킬 거야, 안 할 거야? 안 할 거면 더 이상 못 봐줘. 당장 헤어져!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되는 줄 알았는데 신체검사에서 불합격이라니! 자신의 몸에 장애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하기야 다니는데 큰 지장도 없는데 그것을 구태여 장애라고 하여 불합격시키는 것도 못마땅했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그만한 자질과 재능도 있고 무엇보다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인데 그 길이 막히고 나니 좌절(?)이 왔는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결혼까지는 했는데 이렇다 할 직업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지하실 하나 얻어 만화방이라도 차려 꾸려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동네 다니며 아이들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잘 낳아 둘이나 있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큰 녀석은 그래도 아빠 편 들어줍니다. 문제는 젖먹이가 있다는 것이지요. 울며 보채는 아기를 돌보며 만화방을 지킵니다. 그러면서도 관심은 범인 색출하는 경찰서에 있습니다. 함께 자란 친구는 바라던 형사가 되어 있지요. 그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등 넘어 사건을 살피고 껴들기를 합니다. 형사의 친구이니 경찰서도 크게 간섭 받지 않고 들락거립니다. 문제는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고 껴들기를 하는 것이지요. 다른 형사들이 눈총을 주는데도 막무가내입니다. 하기는 그 추리력이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팀장 격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 눈엣가시입니다.
대단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광역수사대 출신 레전드 형사 ‘노태수’이지만 자기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형사 흉내를 내고 있는 강대만과 서로가 잘 맞지요. 이 남자들이 사건 해결에는 목숨을 걸 정도로 대단한 남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왜 아내들에게는 이렇게 연약할까요? 아마도 경제력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가정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비굴할 정도로 연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돌파구가 바로 바깥에서의 활동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하는 겁니다. 일에서라도 보상을 받아야 살맛을 회복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견디겠습니까?
처음에는 눈엣가시로만 여겼는데 그럴 듯한 추리력에 도움이 되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동행하게 됩니다. 사고로 인하여 후배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 되어버린 노태수, 자신의 직장 명운을 걸고 나섭니다. 이 사건을 제 때 풀지 못하면 책임자이지만 후배인 상사를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자리를 떠나겠다고 약속합니다. 누명을 쓰고 있는 친구 형사를 구하려는 대만이는 끈질기게 아내를 설득하여 ‘딱 한 번만’이라는 단서로 아내와 약속하고 사건에 뛰어듭니다. 사나이들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가 될 것입니다. 얽히고설킨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럴 리가 없지 하던 추리가 사실로 확인될 때 놀라움과 목숨의 위험까지 따라오지요. 모든 위험을 이기고 살아남았으니 상이라도 받습니다. 무엇보다 이 두 남자에게는 사건을 해결했다는 자부심과 아내에게 대한 떳떳함이 큰 소득일 것입니다.
형사가 되고 싶었던 사람, 아마도 만화 소설 영화 인터넷 등등 섭렵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친구를 형사로 두었기에 경찰서까지 드나들며 실제 상황을 접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요? 아무튼 열정 하나는 대단합니다. 물론 실력도 대단합니다. 신체검사 불합격이라 할지라도 그 머리 하나는 쓸모 있는데 말입니다. 수사극이면서 웃음도 선사해줍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괜찮다 여겨집니다. 영화 ‘탐정 - 더 비기닝’을 보았습니다. 속편에는 정식 탐정 사무실을 차리고 나서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 두 공처가의 수사극, 나쁘지 않겠는데요.^&^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