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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끼] 33 - 12월의 신기루
1 학교 사물함 앞
(성연, 사물함을 열고 안에 든 물건들을 하나하나 큰 가방 안에 챙겨넣고 있다. 광고 관련서적 몇 권, 지난 스토리보드, 싸인펜, 자, 풀 같은 소소 한 물건들까지....
성연, 사물함이 텅 비자 이번엔 사물함 안쪽에 붙어있던 광고 포스터를 떼어내 둘둘 말아 가방에 쓱 끼우고는 담담히 문을 닫는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빈사물함에 자물쇠를 잠그는 성연. 짤랑 열쇠를 주 머니에 넣고 돌아서다가 그제야 생각난 듯 피식 웃는다. 다시 돌아서서 자물쇠를 여는 성연. 자물쇠와 열쇠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주머니에 넣으 며 아쉬운 표정으로 그 앞을 떠난다.)
2 교정
(사진과 건물 쪽으로 걸어가는 성연. 기다렸다는 듯 맞은 편에서 내려오 는 민.)
민 (성연의 짐 보고) 그게 다 뭐야?
성연 응, 사물함 비웠어.
민 벌써?
성연 학기도 끝났고, 어차피 이젠 더 쓸 일도 없잖아.
민 그럼 나도 곧 정리해야 한다는 건가? 어째 좀 서운하네?
성연 (아쉬운 미소) .....
민 그래도 난 끝까지 버텨볼래. 벌써 그렇게 짐을 다 꺼내 버리면 마음까지 괜히 텅 비어버릴 것 같아서. 어쨌든 졸업하기 전까진 내 소유잖아.
성연 (고개 끄덕) 그럼.....
민 (성연 가방 빼앗아 들며) 자, 이리 줘. 내가 들어다줄게.
성연 어, 괜찮은데.....
민 내가 안괜찮아.
(따뜻하게 웃으며 걸어내려가는 민과 성연.)
3 자영 교수실
(양복을 쫙 빼입은 40대 초반의 남자(경호)가 남진에게 뭔가를 부탁하고 있는 중이다.)
경호 (고개 꾸벅 숙이며) 김감독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남진 (난처하다는 듯) 거듭 말씀드리지만, 전 아직 그런 거 심사맡을만한 사람 도 못되구요, 생각도 없습니다. 제 생각엔 다른 분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경호 일정이 워낙 빠듯해서요. 이번 한번만 좀 도와주십쇼.
남진 아, 참.....
(여간 난처한게 아닌데, 양손에 짐이 든 쇼핑백을 든채 문 벌컥 열고 들 어오는 달래.)
달래 이모! (하다가 경호 보고는) 어, 손님 계셨네? 좀 있다 다시 올까?
자영 아냐, 괜찮아. 지금 막 가시려던 참이었어. 이 일 말고도 바쁘실텐데 얼 른 가보셔야죠?
경호 (그제야 할 수 없다는 듯 일어나며) 그래도 혹시 마음 바뀌시면 연락 주 십시오. (명함 책상 위에 내려놓고 나간다.)
자영 진달래, 그게 다 뭐야?
달래 응, 오늘 사물함 정리했거든.
자영 그럼, 이게 다 그 안에서 나온거란 말야?
달래 응, 그래서 이거 좀 이모가 이따 차에 실어서 집에 가져놔 달라구. 애들 하고 약속 있는데 이거 들구 다닐 수는 없잖아.
자영 얘가 이래, 내 차를 아주 짐차로 알아.
(남진, 피식 웃는다. 경호, 나가다말고 그런 달래를 유심히 한번 뒤돌아 본 뒤 나간다.)
4 인터넷 까페
(우찬 혼자 텅 빈 까페에 앉아있다.
문 열고 들어오는 대주와 달래.)
달래 우찬아!
우찬 (약간 심드렁) 왔어?
대주 어, 넌 우리가 왔는데 반갑지도 않냐?
달래 우리가 요즘 바빠서 자주 안왔다고 너 삐졌구나, 그치? (친한 척) 야, 김 우찬! 야아.....
우찬 그런 거 아냐.
대주 에이, 아니긴 얼굴에 다 쓰여있다, 쓰여있어.
우찬 (픽 웃으며) 그런 거 아니라니까. 자, 일루들 앉아.
달래 (그제야 둘러보며) 근데 왜 너 혼자야? 택수 아저씨는?
우찬 응, 뭐 알아볼게 있으시다고 나가셨어.
대주 그래? 그런데 아저씨 한분 안계시다고 여기가 그냥 텅 빈 것 같네.
우찬 아저씨가 안계셔서 그런 게 아니라 아무도 없어서 그런거야.
달래 어머, 정말? 정말 아무도 없네? (시계 들여다보며) 어, 지금 시간이면 사람들 제법 있을 시간이잖아?
우찬 (고개 저으며) 이런지 꽤 오래됐어.
대주 이유가 뭔데?
우찬 글쎄,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여기 말고도 인터넷 까페들이 여럿 생 긴데다 요즘은 PC방을 더 즐겨찾는 추세라서.....방학들도 했구.
달래 그랬구나, 우린 까맣게 몰랐네.
우찬 그런데다 건물주인이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바람에 아저씨, 내색은 안하시 지만 많이 힘들어하셔.
달래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래?
5 은행
(대출계 앞에 앉아 상담하고 있는 택수.)
은행원1 (단말기 쳐보며) 글쎄요, 저희 은행에서도 더 이상은 추가 대출이 어렵겠 는데요.
택수 (웃으며) 잘 좀 부탁합니다. 제가 워낙 요즘 어려워서요.
은행원1 요즘 다들 어렵죠, 안 어려우신 분 어디 계신가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저도 도와드리곤 싶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더 이상 부탁 못하고 실망스런 표정으로 일어서는 택수.)
6 은행 앞
(기운없이 은행문을 열고 나오는 택수.
막막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본다.)
7 몽타쥬 / 다른 은행앞
(각각 다른 은행 앞에서 힘없이 돌아나오는 택수의 지친 모습이 여러 컷 오버랩되어 보여진다.)
8 인터넷 까페
(걱정스런 얼굴로 모여있는 광끼 아이들.)
우찬 어쩌면 이 까페 얼마 있다가 문을 닫아야할지도 몰라.
달래 말도 안돼.
성연 그래, 이 곳이 어떤 곳인데. 아저씨에게도 정말 소중한 곳이겠지만 우리한 테도 제2의 동아리방이나 마찬가지였는 걸. 이대로 문 닫게 할 수는 없 어.
달래 맞아, 맞아.
대주 임대룐 얼마나 올려달라는 건데?
유재 그런 건 뭐하러 물어보냐? 안다고 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금 액도 아닐텐데.
우찬 맞아.
대주 그래도 혹시 우리가 어떻게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모아보면.....
성연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아르바이트? 맞아, 바로 그거야!
민 뭔데?
달래 그래 뭐야? 빨리 말해 봐.
성연 대주 말대로 우리 모두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야.
유재 말도 안돼. 우리가 한달 내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얼마나 모을 수 있다고.
성연 맞아, 많이 모으진 못할거야. 하지만.....
민 하지만?
성연 하지만 열심히 하면 우리가 이 인터넷 까페 광고물을 제작할 수 있을 정 도는 모을 수 있을거야.
아이들 광고물?
성연 그래. 아까부터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유재 말대로 우리가 어떤 금전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아저씨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을 다시 이 까페로 불러모으는 일 밖엔 없는 것 같애.
민 광고를 해서 말이지?
성연 맞았어.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고 닦은 실력을 총동원해서 택수 아저씨의 이 인터넷 까페를 다시 살려내는 거야, 어때?
달래 정말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성연이 너 지금 하고있는 아르바이트는 어 쩌구?
성연 지난 번 인턴 나갔을 때 짤리고 아직 못구했잖아.
유재 하지만 그게 생각대로 될까?
달래 무슨 소리야, 얘가? 되든 안되든 무조건 해봐야지.
성연 그리고 아저씨가 혹시 부담스러워하실지도 모르니까 아직은 비밀로 해두 자, 우리. 알았지, 우찬아?
우찬 알았어.
9 거리
(가판대에서 아르바이트 정보지를 사고있는 달래와 광끼 일행.
달래와 성연, 정보지를 펼쳐들고 읽으며 앞서 걷고, 민, 대주, 유재가 그 뒤를 따라 걷고 있다.)
유재 그런데 꼭 우리가 다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나?
대주 내 말이 그 말이야.
민 그럼 다른 방법이 있어?
유재 그런건 아니지만 한, 두 명은 미리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주변 상권분석이라든가 뭐 그런 것도 미리 해놓아야 하지 않나?
대주 맞아, 맞아. 그런 일은 또 내가 딱이잖냐.
민 걱정마. 그런 건 우찬이가 알아서 다 해놓을거야.
(대주, 좋다 말았다는 표정)
민 솔직히 말해 봐. 너희들 다른 이유가 있는 거지? 그렇지?
(그제야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유재, 대주.)
민 뭔데?
유재 사실은 나 여행 가려고 계획 세워놓았던 게 있어서.....예약도 해놨구.
민 여행?
유재 인턴두 떨어지고, 다음 취직시험도 준비해야하고, 지금이 아니면 조용히 생각 정리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
민 (대주에게) 넌?
대주 나, 난...이번주 내내 소개팅 약속이 줄줄이 잡혀있어서.....
(어이 없어서 픽 웃는 민과 유재.)
대주 웃을 일이 아니야, 난 심각하다구. 그 스케쥴 겹치지 않게 잡는데 한달 이상 걸렸단 말야.
민 그래서 배신을 때리겠다.
대주 배신을 때리겠다는 게 아니라....생각해 봐, 너야 성연이가 있지만 난 당장 이번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여자 친구도 없다구.
민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뭐. 애들한테 양해를 구하는 수 밖에. 진달 래, 달래야!
(그러자 필사적으로 민의 입을 막는 유재와 대주.)
달래 (뒤돌아보며) 응? 왜, 왜 그래?
대주 아, 아냐, 아무 일도.
유재 아르바이트할만한 게 뭐있나 의논하는 중이야.
(무슨 일이지? 고개 갸웃하고는 다시 걸어가는 달래.)
민 (피식 웃으면서) 자, 그럼 이제 정말 아르바이트 할만한 게 뭐있나 의논하 면 되는 건가?
(대주, 유재 할 수 없다는 듯 에이, 포기한 얼굴이다.)
10 몽타쥬
(아이스크림 가게 / 실망한 표정으로 나오는 성연과 달래.
패스트 푸드점 / 유리창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생 모집'을 보고 기쁜 표 정으로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주인이 나오며 그 종이를 떼내어 들어 간다. 보면 안에 이미 한 학생이 서있다. 또 다시 실망하는 성연, 달래.
이동전화 대리점 / 대리점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있는 성연과 달래. 고개 끄덕이며 밖에 서있는 도우미 쳐다보면 추위에도 미니 스커트 입고 오들 오들 떨고있는 모습이 너무 불쌍하다. 울상이 되는 달래.
골프연습장 / 바닥에 떨어진 골프공을 줍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그 모습 을 보며 서있는 대주와 민. 그때, 사무실 쪽에서 여기도 틀렸다는 듯 고 개를 저으며 나오는 유재.
컴퓨터매장 / 민에게 필요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직원. 대주와 유재, 함 께 돌아서서 나오고.)
11 주유소
(미끄러져 들어오는 대주의 차. 민과 유재가 함께 타고 있다.
'어서 옵쇼' 일제히 인사하는 주유맨들.)
주유맨1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대주, 선뜻 말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사이 어느새 다른 주유맨2가 정성껏 앞 유리창을 닦고 있다. 그제야)
대주 저, 저, 우린 기름 넣으러 온 게 아니라 혹시 아르바이트 자리 있나해서 온건데.....
(순간, 유리창 닦던 손이 멈칫하고, 미소를 머금고 있던 주유맨1의 표정도 일그러진다.)
쥬유맨1 아, 그런 거면 저쪽으로 차 대셔야죠. 얼른 빼요, 얼른.
대주 미, 미안합니다.
(대주, 얼른 차를 다른 쪽으로 뺀다. 차를 구석에 대놓고는 사무실쪽으로 기웃기웃 다가가는 대주.
민과 유재는 차 안에 그대로 앉아 대주를 지켜본다.)
12 사무실 안
(난로 앞에 앉아 신문 보던 사장, 고개만 빠끔히 내밀고 바라보다가)
사장 우린 필요없고, 조 옆 세차장에서 사람 구하긴 하는 것 같던데? 그 사장 내 잘 아니까 우리 주유소에서 보냈다 그러고 한번 가 봐.
대주 저, 정말요? 감사합니다.
13 세차장
(고무장갑 낀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차를 닦고있는 민, 대주, 유재.
그러나 해보던 일이 아니라 엉망이다. 비눗물통을 실수로 엎지르기도 하 고, 물호스를 다른 방향으로 잘못 틀기도 한다.
지켜보던 사장의 눈꼬리가 불만족스럽게 올라가더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14 인터넷 까페
(지친 표정으로 모여있는 아이들.)
달래 그래서? 반나절만에 쫓겨났단 말야?
유재 반나절은 무슨, 그 자리에서 바로 쫓겨났지.
대주 그런데 그 잠깐동안 손이 다 텄다니까 난. 봐봐.
유재 정말?
대주 그래, 봐.
(달래, 엄살떠는 대주와 유재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자)
민 (픽 웃으며) 귀엽게 봐줘라. 얘네들 아르바이트 생전 첨이잖냐.
달래 아무리 아르바이트 첨이라도 그렇지. 겨우 그 정도 갖고 저렇게 엄살이 면 앞으로 어떡하려고 그런대?
대주 (억울해서) 그러는 넌? 지난번 설문조사할 때도 니가 한 게 얼마나 됐 냐? 다 주변 사람들이 해준거지.
달래 뭐야? 그래서 그래서 니가 해준 거 한 장이라도 있었어?
성연 그러다 싸우겠다. 그만들 해.
유재 그래서 결국은 너희도 아직 못구한거야?
성연 아니, 한군데 있긴 있는데, 달래가 좀 더 생각해보자고 해서.
유재 무슨 일인데?
성연 이동전화 아르바이트.
대주 이동전화 아르바이트?
성연 왜 길에 가판대 세워놓고 가입신청 받는 거 있잖아.
유재 에이 설마. 그건 키 크고 늘씬한 애들이 하는 거잖아.
대주 그럼 니들도 이런 미니스커트 입고.....?
(대주,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훑어보자 달래, 대주 한 대 때려주는데)
민 (단호하게) 그건 하지 마.
대주 어, 이 자식 생각보다 꽤 보수적인데가 있네.
민 그래서 그런 거 아냐. 그거 밖에서 하는 거잖아. 요즘같이 추운 날 그러 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구.
달래 좀 본 받아라, 본 받아. 너희하군 생각하는 차원이 틀려요, 틀려.
대주 아우, 남들은 쉽고 편한 아르바이트 자리 잘만 구하던데, 우린 왜 이러냐?
성연 방학이라 그래. 방학땐 괜찮은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거든.
달래 후, 모처럼 좋은 일 한번 해보려는데 하늘이 안도와주나?
(하는데, 택수가 다가온다. 택수가 다가오자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딴청 을 피우는 아이들.)
택수 좋은 일이라니? 무슨 일인데? 나도 돕자.
달래 아, 아녜요, 아무 일도.
택수 아무 일도 아니긴. 뭔 얘기들 하다가 내가 오니까 입을 싹 다물어?
대주 우리가 언제 입을 다물었다고 그러세요. (음료수 마시며) 보세요, 입 다 물면 어떻 게 이걸 마셔요. 그, 그치?
(썰렁하게 고개 끄덕이는 아이들.)
택수 짜식들, 싱겁기는. 참, 그런데 니들 중에 아르바이트 할 사람 있냐?
아이들 아르바이트요?
택수 그래, 요 앞에 피자 가게 새로 오픈했는데 아르바이트생 구하나 보더라. 보수도 괜찮고.
아이들 (눈 반짝) 정말요?
15 피자 가게
(기쁜 표정으로 서있는 성연, 민, 유재. 그러나 달래와 대주는 약간 뚱한 표정.)
지배인 그럼, 세 사람 정식으로 일하는 건 내일 12시부터 일하는 걸로 하고 오늘 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받고 돌아가는 게 어때?
성,민,유 네, 감사합니다.
16 피자 가게 앞
(잔뜩 볼 부은 달래. 배웅 나온 아이들.)
성연 어떡하지? 우린 곧 들어가봐야 하는데.....
달래 어떡하긴, 우린 다른 데 또 알아보러 다녀야지. (시무룩) 가자, 황대주!
대주 어, 그, 그래.
성연 그럼 이따 전화해.
달래 어.
17 거리
(퉁퉁거리며 걸어가는 달래와 따라걷는 대주.)
달래 어떻게 유재 같은 뺀질일 뽑으면서 나 같은 애를 떨어뜨릴 수 있는 거지?
대주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달래 그리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도 다 헛소리야. 우릴 보면 알잖 아.
대주 그 말이 또 내 말이구.
(하는데 누군가가 쓰윽 나타나 그들 앞을 가로막으며 멈춰선다. 깜짝 놀 라 멈춰서는 대주와 달래. 보면 돗수높은 뿔테 안경을 쓴 젊은 학생이다.)
달래 깜짝 놀랐네. 뭐예요?
안경 저.....
대주 뭐냐고 묻잖아요.
안경 저, 도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달래 도요?
안경 네. 제가 잘 아는 분중에 계룡산에서 20년간 도를 닦고 내려오셔서 세상 만물에 통달하신 분이 한 분 계신데, 한번 뵙고 좋은 말씀 들어보시는 것 이 어떠실까해서요. 마음이 맑아지실 겁니다.
(혹하는 달래와 대주.)
18 점집 안
(보통의 흔한 점 집 분위기. 뒤쪽에 탱화 몇 장이 붙어있고, 간단한 단상 이 마련되어 있는.
달래와 대주, 이게 뭐야 하는 표정으로 서로 쭈뼛거리며 들어서는데
40대의 남자가 한복을 정갈하게 입고 눈을 지긋이 감은채 앉아있는 모습 이 보인다.
달래, 고개 저어보이며 대주에게 다시 나가자는 제스추어를 보내는데
갑자기 눈을 번쩍 뜨는)
도사 뭐해, 앉아.
대,달 네? 네에.....
(도사, 빤히 대주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시선에 괜히 주눅드는 대주.
그러자 도사, 별안간 자기의 가슴을 탕탕 내리치며)
도사 내가 지금 여길 왜 쳤는지 알아?
대주 모, 모르겠는데요?
도사 위 조심해.
대주 (위 쳐다보며) 위요? 위에 뭐가 있는데요?
도사 그 위가 아니고...(가슴 가리키며)...여기.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젊 어서 조심 안하면 나중에 크게 고생해. 알았어?
대주 그럼 어떻게?
도사 난 도사지 의사가 아냐. 의료보험증 없어? 처방은 병원에서 받아야지, 왜 나한테 물어.
대주 (E) 도사면 그런 것도 다 알아야 되는 거 아냐?
도사 (마음의 소리를 읽은 듯) 물론 알지. 하지만 무면허로 의료행위하면 어떻 게 되는지 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이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야, 알아?
(어떻게 알았지? 번쩍 떠지는 대주의 눈. 진짜 도사?)
(도사, 이번에는 달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도사 쯧쯧 애써 구하지만 얻지 못하고, 의지할 곳 찾으나 의지할 곳이 없구나.
달래 어, 어떻게 아셨어요?
도사 동북쪽으로 가 봐.
달래 동북쪽이요?
도사 그리로 가면 귀인이 나타날거야. 그만 가봐.
(달래,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일어나는데)
도사 잠깐 그냥 가면 어떡해? 복채 내놓고 가야지.
대,달 네? 복채요?
19 거리
(찜찜한 표정으로 걷다가 뒤를 돌아보는 대주와 달래. 달래, 빈 지갑 보 며 속상해 있는데)
대주 우리 뭔가 크게 당한거지, 그치?
달래 이제 알았어? 도는 무슨 도. 순 돌팔이, 날강도, 사이비 도사 주제에. 뭐? 동북쪽에서 귀인이 나타나?
대주 그래도 아주 사이비는 아닌 것 같지 않냐? 아깐 내 속마음을 그대로 읽 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달래, 너 동북쪽이라고 그랬지?
(방위 살펴보며) 가만 어디가 북쪽이고 어디가 동쪽이야, 이거?
달래 (한심하다는 듯) 황대주!
대주 알았어, 알았어. 아무데로나 니 가고싶은대로 가. (그래도 미련...계속 동 북쪽을 찾는 대주)
20 이동전화 대리점 앞
(대리점 앞에 마련된 가판대에서 추위에 떨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도 우미들.
그 모습을 한숨 푹 내쉬며 지켜보고있는 달래와 대주.)
대주 야, 이 날씨에 밖에서? 장난 아니다. 다른 데 가보자.
달래 언젠 미니 스커트에 볼 만 하겠다며?
대주 그건 그냥 볼 때만 그렇다는 얘기지. 그, 그리고 난 남자라 안되잖아.
달래 아냐, 남자도 할 일 있댔어. 가볼만한 데는 다 가봤구 할 수 없어.
(달래, 굳게 결심하고 문을 밀고 들어가려는데 대주, 슬금슬금 뒷걸음)
달래 뭐해, 황대주!
대주 나, 난 못해. 요즘 날씨 말이 영하3도지,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나 다름없 다구.
(그러나 억지로 달래에게 끌려들어가는 대주. F.O.)
21 거리 / 이동전화 가판대
(새로 설치된 부스. 그 앞에서 짧은 미 니스커트 바람으로 덜덜 떨며 서 있는 달래. 바로 옆에는 대주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서서 지나가는 꼬마 들에게 풍선을 하나씩 나눠주고 있다.)
달래 (큰소리로) 이번 행사기간중 가입하시면 100분 무료통화에 가입비를 면제 해 드립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잘 터져요. 직접 시험 통화해보시고 신청하세요.
(그러나 관심없다는 듯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 달래, 기운이 쭉 빠지는 데, 한 아줌마가 다가와서는)
아줌마 정말 시험전화 해봐도 돼요?
달래 네, 그럼요.
(얼른 전화기 주면 아줌마, 얼른 받아들고 버튼을 누른다.)
아줌마 여보세요?...어, 난데....잘 들려?.....응, 이번 주에 희숙이네서 모이기로 한 거 안잊어먹었지?....니가 젤 출석률 나쁜 거 알지? 애들이 뭐라는지 알 아? (교양없이 웃으며) 혹시 너 바람난 거 아니냔다. 그러니까 이번엔 무 슨 일이 있어도 와, 알았지?....(수첩 꺼내며)...참, 그리고 지난 번 곗돈 안 부친거 통장번호 불러줄테니까 이리로 부쳐, 응....준비됐니?
(달래, 중간중간 전화기 다시 뺏어보려고 노력하지만 헛수고. 그때마다 엄청 스트레스 받는 달래의 표정.
그때 남자 한 명이 달래 앞으로 다가온다. 달래, 얼른 반갑게 웃으며)
달래 지금 행사기간중인데요, 100분 무료통화에 가입비도 면제해드려요. 보세 요, 기종도 다양해요.
남자 그래요?
(하고 하나 골라드는데 보면 씬3의 경호다. 그러나 달래는 누군지 기억 못하는 상태.)
달래 통화음질도 아주 좋아요. 한번 시험통화해보시겠어요?
경호 아, 아녜요, 그건 됐구요 사실은 나 학생하고 잠깐 얘기하고 싶은 게 있는 데.....
달래 저하구요? 무슨 일루요?
경호 그건 여기서 얘기하기 곤란한데....(명함 꺼내주며)....나 이런 사람이예요.
달래 (명함 읽으며) 피닉스 모델 에이전시 대표. 제1회 메가톤 모델 선발대회 준비위원?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면 대주도 어느새 옆에 다가와 명함 같이 들여다 보고 있다.)
22 피자가게
(한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 커피 마시고 있는 달래, 대주. 행주 들고 테이 블 닦으며 그 옆에 앉아있는 성연, 서서 지배인 눈치보며 얘기 듣고있는 유재.)
성연 그래서?
달래 (약간 우쭐) 내가 개성있게 생겼다나 어쨌다나 그러면서 CF모델 할 생각 없냐구.
유재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이고, 행여나?
달래 대주한테 물어봐.
(대주,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달래 그러면서 이번에 자기네가 주최하는 CF 모델 선발대회에 나갈 생각 없냐 구 그러더라. 내가 나가면 최소한 입상은 틀림없다구.
유재 하이고, 심사위원들 수준이 그렇게 낮냐?
달래 뭐야?
성연 그래서 뭐라 그랬어?
달래 너무 갑작스러워서 일단은 생각 좀 해보겠다 그랬지, 뭐.
유재 생각은 무슨, 그딴 거 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뭐 실속이나 있는 줄 알아? 괜히 헛꿈 꾸지말고 지금 하는 일이나 열심히 해.
달래 신유재, 넌 내가 그렇게 아무 생각없는 애로 보이니? 니가 말 안해도 그 정돈 나도 알아.
성연 그래, 이런 일은 좀 신중해야할 거 같아.
대주 야, 니넨 그만 가서 일 해. 아까부터 지배인이 이쪽을 보는 눈초리가 심 상치 않다, 어째.
성연 그래.
(서둘러 다른 쪽으로 가는 성연과 유재.)
대주 우리도 그만 가자. 점심시간이 너무 길다고 뭐라 그러겠다.
(하는데 바로 창 옆으로 와서 멈추는 배달 오토바이 한 대.
민, 헬맷을 벗고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대주와 달래가 앉아있는 창 옆을 톡톡 두드리며 씨익 웃는다. 마주 손 흔들어주는 대주와 달래.)
23 이동전화 가판대
(다시 부스 앞에 서있는 대주와 달래. 사람들 무심하게 지나가고, 달래와 대주는 추위와 일에 지친 표정이다.)
대주 (손 호호 불며) 야, 진달래.
달래 왜?
대주 아까 그거.....
달래 아까 그거 뭐.
대주 내 생각엔 한번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던데. 밑져야 본전 아냐? 상금도 있다 며? 혹시라도 니가 입상만 하면 우리가 다 이렇게 고 생하며 아르바이트 안해도 그 상금으로 충분히 택수 아저씨 도와드릴 수 도 있고. 야, 정말이지 춥고 힘들어서 더 이상은 이 일 도저히 못하겠어, 난.
(달래, 듣고보니 또 그럴 듯 하다. 생각해보는 달래의 얼굴에서)
24 건물 앞 (밤)
(메모지 들여다보며 두리번 두리번 걸어오는 대주와 달래.)
대주 (새로 지은 한 아담한 건물 가리키며) 저기, 저거 아냐?
달래 (살펴보며) 그런 거 같애.
25 사무실 안 (밤)
(유명 연예인 브로마이드로 도배를 해놓다시피한 사무실. 그리고 '제1회 메가톤 모델 선발대회' 포스터. 책상과 소파 등 최소한의 집기만 마련되 어 있다.
달래와 대주,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을 살피는데, 책상에 앉아있던 경 호, 반갑게 일어서며)
경호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달래 네? 네에.
(그제야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서는 달래. 그 뒤를 따라 들어서는 대주.
경호, 이건 뭐야? 하는 표정으로 대주, 탐탁치않게 보며)
경호 이 친군 누구?
대주 (나서며) 전 달래 매, 매니전데요.
경호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매니저?
대주 왜요? 매니저 있음 안되나요?
경호 아, 뭐 좋아요, 일단 앉아서 얘기하지. 진아씨, 여기 차 좀.
(그제야 사무실 안에 있던 또 한 명의 젊은 여자가 보여진다. 화장과 옷 차림이 화끈한 진아.)
진아 네.
(기다렸다는 듯 쟁반 들고와 내려놓는 진아.)
경호 인사하지, 우리 코디네이터 박진아씨. 이쪽은.....?
달래 아, 네. 진달래라고 합니다.
(그동안 대주는 진아의 화끈한 몸매에 벌어진 입을 다물줄 모르다가 달래 가 꼬집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그런 대주 보며 요염하게 한번 웃어주 는 진아.)
경호 그래, 생각은 해봤나?
달래 네, 그런데 몇가지 여쭤봐도 되요?
경호 음, 물론.
달래 아까 말씀하신 메가톤 모델 선발대회라는 거요, 제가 정말 거기 나가서 입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경호 백프로. 지금까지 내 판단이 틀린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 진실이, 시라, 승연이.....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걔네들 무명시절에 내가 말했어. 니넨 뜬 다, 틀림없이 뜬다. 그랬더니 봐. 지금 톱 클라스 아냐! 날 믿어. 내가 찍은 애는 반드시 뜨게 돼 있어.
대주 그런데 입상하면 상금은 얼마나 돼요?
경호 (같잖지만 참고) 그거야 순위에 따라 다르지. 장려상 백만원부터 대상은 천만원. 입상자 전원에게는 부상으로 CF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대주 배, 백만원!
경호 하지만 내가 밀면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지. 내가 또 마침 그 대회 준 비위원 아냐. 어때, 참가해 보겠어?
달래 어머, 전 그 정도까지 바라진 않구요, 그냥 입상만 해도 돼요. 사실 전 CF모델 같은덴 관심 없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참가하려는 건 상금 때문 이예요. 저희가 자주 가는 인터넷 까페가 하나 있는데 지금 그 까페 사 정이 어려워요. 그래서 그 까페를 다시 살리기 위해 저희가 힘을 모아 광고를 제작하기로 했는데, 전 그 비용만 벌 수 있으면 돼요.
경호 이런, 얼굴만 예쁜줄 알았더니 마음씨는 더 곱네. 걱정마, 입상 못하면 내가 개인적으로라도 그 비용 대줄테니까. 자, 그럼 결정한거야!
달래 자, 잠깐만요. 한가지 더요!
경호 뭐지?
달래 참가빈 어떻게 해요? 저흰 돈 없는데.....
경호 (웃으며) 하하하! 그런 문젠 걱정할 것 하나도 없어. 참가비 뿐만 아니 라 의상, 미용비 모두 우리 에이전시에서 지출할테니까. 그러니까 달래는 아무 걱정말고 아르바이트 당장 그만두고 내일부터 우리 코디 진아씨하고 대회 나갈 준비나 해.
(달래와 대주, 뜻하지 않은 행운이 믿기지 않는 듯 서로 팔뚝을 꼬집어 보며 꿈이 아닌가 확인한다.)
26 백화점 / 의류매장
(진아의 뒤를 따라 의류매장을 돌아보고 있는 달래, 대주.
진아, 한 매장에 들어가 옷 몇 개를 골라 달래에게 대보곤 고개를 젓는다.
다른 매장.
달래, 피팅 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포즈 취하는 달래. 아니라는 듯 고개 젓는 진아. 옷만 바뀌며 같은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다가)
진아 어머, 괜찮은 옷이 어쩜 이렇게 하나도 없지?
(백화점 직원의 인상이 찌그러진다.)
달래 (눈치보며) 난 이것도 괜찮은데.....
진아 무슨 소리야. 의상 하나가 얼마나 이미지를 좌우하는지 알기나 해? 옷 은 급한게 아니니까 나중에 사기로 하고, 피부관리나 하러 가자.
(그대로 매장을 나가는 진아. 얼른 따라나가는 달래와 대주. 백화점 직 원, 옷만 잔뜩 입어보고 나가는 그들을 째려보며 중얼중얼 욕한다.)
27 백화점 / 에스컬레이터
(진아와 나란히 타고 내려오는 달래, 대주.
대주는 아예 자기가 연예인이나 된 것처럼 선글라스에 한껏 폼을 내며 순 간순간 달래를 지키는 보디가드 흉내를 내곤 한다.)
28 미용실
(미용실 안으로 들어서는 진아와 달래, 대주. 진아, 들어서자 여기저기 아는체 하는 미용사들.)
미용사1 어머, 언니 오랜만이네.
진아 그래, 잘있었니? 실장님은?
미용사2 안에 계세요.
진아 좀 나오시라고 해. 손님 데려왔다고.
미용사2 네.
(그동안 제법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실내를 감탄하며 들러보는 달래.
그 사이 안에서 실장여자가 나온다. 40대의 마담 스타일.)
실장 어머, 누가 왔다구?
진아 저 왔어요, 실장님. 이 친구 피부관리 좀 받으러요.
실장 아, 이 아가씨가 최실장이 찍었다는 바로 그 아가씨야?
진아 네.
실장 어쩐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그랬어.
대주 (나서며) 하지만 매니전 접니다.
실장 (귀엽다는 듯 웃으며) 그래요? (달래에게) 자, 이쪽으로 앉아요.
달래 네.
(달래, 거울 앞에 앉으면 실장,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달래를 띄우기에 바쁘다.)
실장 어머, 이런 진주가 지금껏 어디 숨어있었대? 피부관리는 무슨 피부관리, 할 것도 없어. 아주 깨끗한데 뭘.
진아 그래요?
실장 그럼.
진아 그럼, 헤어스타일이라도 좀 손 봐줘요.
실장 그럴까?
(실장, 손뼉을 두 번 탁탁 치면 미용사들, 수레를 밀고 온다. 빗으로 달 래의 머리를 빗기기 시작하는 실장.)
실장 어머, 어쩜 머릿결도 좋은게 바로 샴푸 광고하면 되겠다.
(거울 속 달래,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 점점 표정이 도도해진다.)
29 피자 가게
(잔뜩 멋을 부린 달래와 대주,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앉아있다.
그러나 성연을 비롯해 민과 유재는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
대주 역시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야. 어떠냐, 달래 죽이지?
성연 (마지못해) 응, 그래 예뻐.
유재 예쁘긴 뭐가 예쁘냐? 원래 모습이 자연스럽고 훨 좋은데.
(흥! 못들은체 하는 달래.)
성연 (걱정스러워) 그런데 너희 정말 잘 알아보고 한 거야?
대주 당근이지. 나도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가는데마다 다 그러니까 달래 얘가 정말 최고로 예뻐보이는 거 있지? 게다가 그 최실장이라는 사람이 또 마침 그 대회 준비위원이래요. 죽이지 않냐?
민 그래도 난 어딘가 좀 찜찜하다.
대주 찜찜할 거 없어. 참가비랑 일체 경비 그쪽에서 다 댄다 그러고 우리야 밑져야 본전인걸 뭐.
성연 그래두.....
유재 그런데, 왜 아까부터 달래 얜 한마디도 안하냐?
대주 응, 이제부터 이미지 관리 해야하잖아. 그러니 앞으로 일체의 인터뷰는 다 이 매니저 황대주를 통해서 하도록! 하하하!
(뻥해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주와 달래를 쳐다보는 아이들.)
30 대주의 경차 안 (밤)
(앞에서 운전하는 대주. 뒷자리 상석에 앉아있는 달래. 그러면서도 뭐가 좋은지 대주, 연신 룰루랄라하며 운전한다.)
31 패밀리 레스토랑 (밤)
(패밀리 레스토랑 앞으로 와서 멈추는 차. 대주, 얼른 내려서 뒷좌석의 문을 열어준다. 달래, 내리면)
대주 (수첩 들여다보며) 음, 오늘은 이게 마지막 스케쥴이야.
달래 야, 남들이 들으면 우리가 진짜 엄청 바쁜 줄 알겠다.
대주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거야. 자, 들어가자.
32 패밀리 레스토랑 안 (밤)
(저녁을 먹고있는 최실장과 달래, 대주.
그런데 저녁을 먹는 내내 최실장 어두운 표정으로 가끔 한숨까지 내쉰다. 무슨 일인가 점점 궁금해지는 달래와 대주.)
달래 (조심스럽게) 무슨 걱정 있으세요?
경호 아니, 걱정은 무슨.
달래 근데 왜 저녁을 반도 못드세요.
경호 그냥 입맛이 없어서.....나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
달래 네, 그러세요.
(후 하고 길게 담배 연기 내뿜는 경호. 잠시 더 뜸을 들이다가)
경호 사실은 문제가 하나 생겨서 말야.
달래 문제라뇨?
경호 그 메가톤 모델 선발대회 말인데, 내가 준비위원이라고 말했잖아.
대주 그러셨죠.
경호 심사위원 명단을 확정지어서 빨리 주최측에 넘겨줘야 하는데, CF 감독 한 명이 계속 고사를 해서 말이야. 주최측에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 람은 꼭 넣어야 한다고 하고.....중간에서 내 입장이 여간 난처한 게 아냐.
대주 그 사람이 누군데요?
경호 두 사람은 아마 모를거야. 김남진 감독이라고.....
달래 김남진 교수님요?
경호 (전혀 모르는 척) 교수?
대주 네, 저희 과 교수님이세요.
경호 (놀랐다는 듯) 그래?
대주 그 문제라면 걱정마세요. 달래 얘 이모두 교수님이신데 두분이 둘도 없 는 친구 사이시거든요.
경호 (더욱 과장되게) 세상에, 그래서 세상이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다니까. (달래에게) 그럼 내가 달래 믿고 부탁 좀 해도 될까?
달래 해, 해보죠 뭐.
경호 (그제야 얼굴 확 피며) 그래, 그럼 난 달래만 믿어, 응?
33 학교 전경
(꽃을 한아름 들고 올라가는 달래.)
34 자영 연구실
(꽃을 화병에 예쁘게 꽂고있는 달래.
자영, 무슨 일일지 감 잡았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자영 그만하면 대충 분위긴 잡았으니까 그만하고 본론이나 말해.
달래 (기다렸다는 듯) 헤헤, 그럼 이모가 그렇게 나오니까 얘기할게. 저 있잖 아, 이모......
<시간경과>
(기막힌 표정의 자영.)
자영 (단호하게) 얘가 정말! 요즘 좀 수상하다 했더니, 너 정신이 있는 애니, 없는 애니? 당장 그만둬!
달래 이몬 왜 화부터 내고 그래. (애원조로) 그만둘 수 없으니까 부탁하는 거 잖아. 지금까지 그 프러덕션에서 나한테 투자한게 얼만데 이제 와서 관 두겠다고 하면 내가 뭐가 돼? 그리고, 내가 나쁜 일 하는 것도 아니고 택수 아저씨 돕겠다고 시작한 일인데, 이몬 겨우 그 정도도 못해줘?
자영 그래, 못해.
달래 (볼 매서) 정말 이럴거야?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냥 심사만 해주면 된다니까.
자영 그래도 난 못하니까 정 부탁하고 싶으면 니가 김교수한테 직접 부탁해!
달래 이모...이모...이번 한번만 딱 한번만...응? 애들한테 큰소리 탕탕 쳐놨는데 잘못되면 창피해서 어떡해, 응? 대신 앞으로 이모가 하라는대로 다 할게. 나 정말 다른 생각 있어서 이러는 거 아냐. 입상해서 상금만 받으면 그 걸로 끝이야. 시켜준다고 해도 CF 모델 같은 거 할 생각 없어, 정말이야. 응? 이모.....
(자영, 이 골칫덩어리를 어찌해야하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35 피자가게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성연, 민, 유재의 모습.
성연, 전화 받으며 메모하고 있다.)
성연 여보세요.....네......금용빌딩 301호요....콤비네이션 피자 라지 사이즈로요.... 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주방에 대고) 컴비네이션 라지 하나요. (민을 향해) 민아, 배달!
민 어, 그래, 알았어.
(민, 피자백 챙기며 성연이 있는 쪽으로 뛰어온다.)
36 사무실
(경호와 진아 둘 뿐이다. 경호, 책상 쪽에서 전화 막 끊고 오며)
경호 아휴, 배고파. 피잔 언제 시킨거야?
진아 조금만 기다리세요. 올 때 됐으니까.
경호 참, 저쪽 사무실에 전화 해봤어? 접수는 좀 많이 들어왔대?
진아 나 참, 장사 하루 이틀 하시나. 이제 겨우 포스터 하나 달랑 만들어놓고 뭘 기대해요? 알만한 사람들 이름을 심사위원으로 올려서 잡지나 신문에 광고 좀 때려야 몰리지.
경호 한 명당 참가비가 10만원씩이니까 한 이천명만 몰리면 2억인데 말야.
진아 아이고, 꿈도 크셔라. 난 딱 오백명만 와도 좋겠네.
(하는데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민이가 피자백을 들고 들어온다.)
민 피자 주문하셨죠?
진아 네.
(민, 피자와 콜라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민 만 오천원입니다.
진아 실장님, 만 오천원이래요.
경호 이거 미스 박이 사는 거 아냐?
진아 아니, 이거 치사하게 왜 그러세요? 얼마 안있어 돈 방석에 앉으실 분이.
(두 사람이 말하는 동안 민의 시선은 자연스레 벽에 붙어있는 '메가톤 모 델 선발대회' 포스터에 가서 머무는데)
경호 알았어, 알았어. 얼마라구?
민 만 오천원이요.
(경호, 지갑에서 돈 꺼내준다.)
민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진아 참, 진달랜가 하는 앤 잘 돼가요?
(그 소리에 문 열고 나가다말고 주춤 멈춰서는 민.)
경호 그럼 그렇게 약을 쳐놨는데, 안되면 안되지.
(하다가 민이 문가에 서있는 걸 발견하고는)
경호 거기, 안가고 뭐하고 있어?
민 네? 아, 네에.....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가는 민.)
37 사무실 앞
(선뜻 그 앞을 떠나지 못하는 민. 민, 문에 귀를 대고 안의 소리를 엿듣 는다.)
진아 (E) 걔, 달래라는 애도 참 주제를 몰라. 미용실이랑 몇 군데 데리고 다니 면서 좀 띄워주니까 이젠 정말 지가 이쁜줄 안다니까. 김남진 감독 좀 어떻게 심사위원 명단에 넣어보려고 지 끌어들인줄도 모르고.
경호 (E) 여자 애들은 원래 예쁘다 예쁘다 그러면 다 넘어오게 돼있잖아.
(표정 굳는 민.)
38 피자 가게 / 주방
(주방 쪽. 피자 반죽을 공중에 던졌다 받았다 하며 둥그렇게 만드는 모 습이 보여지는 한쪽 구석으로 심각한 표정으로 민과 성연, 유재가 모여있 다.)
성연 그게 정말이야?
민 틀림없어, 지난번 달래 얘기 들었을 때부터 뭔가 예감이 안좋더라니.
유재 내 그럴 줄 알았어. 내 말 안듣고 까불더니 꼴 좋다.
성연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든 달래를 말려야지.
39 피자 가게
(전화하고 있는 성연. 그러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메시지 (E) 가입자가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성연 어떡하지? 계속 연결이 안되는데.....
유재 대주, 대주한테 해 봐. 대주는 달래가 어딨는지 알 거야.
성연 맞다.
(다시 전화 거는 성연.)
40 인터넷 까페
(놀란 달래와 대주의 얼굴. 모여있는 아이들.)
달래 (설마) 그, 그게 정말이야? 너희들이 뭔가 잘못 안 거 아냐?
유재 아냐. 민이랑 내가 알아봤더니 그 프러덕션 유령회사고, 메가톤 모델 선 발대횐가 뭔가 주최하는 측도 같은 회사래. 건물주한테 알아보니까 사무 실도 딱 3개월만 쓰기로 하고 들어온 거고.
대주 어쩐지, 어쩐지.....너무 띄운다 싶더라니. 어떡하지?
(창피해 죽을지경이 되가는 달래의 얼굴.)
우찬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그만 두면 되지.
달래 (울상이 되어) 우리야 그만두면 그만이지만 김교수님은?
유재 뭐야, 벌써 김교수님까지?
달래 응, 심사위원 명단에 올려져서 오늘 벌써 신문광고까지 나갔어.
아이들 뭐야?
41 남진 사무실 (밤)
(고개 푹 숙인채 앉아있는 달래. 심각한 표정의 남진과 자영. 그리고 아 이들.)
달래 (훌쩍훌쩍) 죄송해요, 죄송해요, 교수님. 그런 줄도 모르고 전.....
자영 죄송하다면 다니? 김선생 이름에 먹칠을 해놓고 죄송하다면 다야? 어쩌 다 너 같은 애가 내 조카가 됐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 사기꾼들이 이쁘 다 이쁘다 좀 띄워주니까 하늘에 그냥 붕 뜨든? 도대체가 하나부터 열까 지 하는 일이 죄다 맘에 안들어.
남진 그만 해둬, 오선생.
자영 미안해, 내 잘못이야. 달래가 아무리 떼를 써도 너한테 그런 부탁 하는게 아니었는데. 정말 미안해.
남진 됐어. 그래도 더 큰 피해 보기 전에 이 정도에서 마무리된게 다행이 라면 다행이지 뭐. 경찰에서 그러는데 그 친구들 아주 상습범이라더라.
달래 죄송해요, 죄송해요, 교수님. (아이들에게) 너희들 볼 면목이 없다.
(더 참지 못하고 울며 뛰쳐나가는 달래.)
아이들 달래야, 달래야!
(아이들중 대주가 얼른 달래 뒤를 쫓아나간다.
사무실 안은 잠시 침묵. 그 침묵을 깨고)
유재 달래 용서해 주세요. 저희들이랑 다 같이 택수 아저씨 돕겠다고 시작한 일인데, 달래가 운이 나빴던 거죠.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남진도 이해한다는 듯 미소짓지만 자영 은 그것이 더 미안하고 속이 상해 어쩔줄 모른다.)
42 거리 공원 (밤)
(추위에 떨며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달래와 대주.)
대주 정말 집에 안들어갈거야? 조금만 더 앉아있다간 내 엉덩이 동상 걸리겠 다.
달래 그러니까 넌 그만 들어가라니까.
대주 너 안들어가면 나도 안가.
달래 왜?
대주 왜냐하면...(생각해보다)......난 니 매니저잖아.
(달래, 그제야 처음으로 픽 웃는다.)
대주 (수첩을 펼치며) 어디보자. 음, 다음 스케쥴은 일단 오교수님한테 걱정하 시지 말라고 전화를 한 후에 택수 아저씨네 까페로 가서 친구들을 만나라 고 돼있네? (달래 일으키며) 그만 가자. 다들 걱정하고 있을거야.
(그제야 마지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달래. F.O.)
43 거리 / 이동전화 가판대
(다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달래와 대주의 모습.
한 손님에게 기능을 열심히 설명하는 달래. 대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다가 누군가를 보고는 갑자기 멈칫한다.)
대주 (달래에게) 지, 진달래!
달래 응? 왜?
대주 저, 저기.....쟤 그때 그 사이비 맞지?
(대주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 보면 씬 17의 바람잡던 그 안경이 그때처럼 지나가는 사람에게 뭔가 얘기하고 있다.)
달래 어머, 맞아! 걔야.
(대주, 잘 걸렸다 하는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안경이 했던 것과 똑같이 정중하게)
대주 저, 혹시 도에 관심 있으십니까? 제가 잘 아는 분중에 계룡산에서 20년 간 도를 닦고 내려오셔서 세상만물에 통달하신 분이 한 분 계신데, 한번 뵙고 좋은 말씀 들어보시는 게 어떠실까해서요. 마음이 아주 맑아지실 겁니다.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서서히 고개를 돌리는 안경. 험상궃은 표정으로 떡 버티고 서있는 대주와 시선이 마주치자 비굴하게 씨익 웃어보이더니 갑자기 뛰어 달아난다.)
대주 어? 너 거기 서! 거기 안서? 달래야!
달래 어, 알았어.
(안경을 쫓아 거리를 뛰어가는 대주와 달래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