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계시제?
11월 마지막 주. 이 주 지나면 12월이다. 세월 흐름을 안타까워 하니 나도 늙기는 늙었는가 보다.
어제 서울 갔다왔다.
50년지기였던 친구 아들 결혼식.
고등학교 시절부터 3년 전까지 만났으니 참 오래도 만났다.
마지막 병문안 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 하고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 하면서 의사가 된 아들을 불러 친구들에게 인사 시키며 흐뭇해하던 모습이 떠 올랐다. 마지막 떠나면서 한번도 하지 않던 아들 자랑을 우리에게 했다. 그날 눈으로 마음으로.
대견하게 자란 아들에게 홀로 될 아내를 맡기고 안도의 숨을 쉬며 떠나지 않았을까.
그리도 자랑스러운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 하는 그 친구는 하늘에서 안타까워 했을까? 미소지으며 내려다 보고 있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짜든지 오래 살아야지.'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신부 아버지를 보면서 한 친구가 그러더군.
"딸 가진 애비는 결혼식장에 딸 손잡고 들어가기 전까지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
없는 딸 손잡고 입장하는 꿈을 꾸어본다. 참 실없는 상상이다.
부모가 건강하게 사는 게 자식들에게 큰 선물이라고 한다.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 건강하게 사는 선물이나마 해야겠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살아온 날에 비해 살아갈 날이 훨씬 짧다는 건 안다.
하루하루를 그냥은 보내지 말고
해야만 했던 일인데 못했던 일,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서 해야겠다.
그러다가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면 편안하게 떠날 수 있겠지.
잊어버리고 하지 못 한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 시외버스 타고 삼천포 고향집에 왔다. 마당 구석구석 쌓여있는 낙엽을 쓸어 태웠다. 낙엽 타는 냄새에 커피 향은 안 나지만 그리 싫지는 않았다.
어두워지니 기온이 내려가 좀 춥다.
마음만이라도 따뜻하게 지내려고 한다.
오는 겨울 행복하게 맞이하시기 바라네. 늘 건강하시길 기도한다.
2024.11.25. 삼천포에서
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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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상옥이 편지
241125 친구 아들 결혼
김영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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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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