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파로 덜덜 떠는 요즘이네요.
심지어 추위에 회사 갈 엄두가 안 나서 월차까지 썼다니까요. 추우면 교정도 보기 어렵더군요.
손이 곱아서 점자 읽기가 안 돼요.
집에서 쉬는 김에 서평을 끄적여 올려봅니다.
이번 작품은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3부에 해당하는 책이에요.
도서명: 크레스
저자: 마리사 마이어
* 이 책은 넓은 마을 전자 도서 1번 소설에 1번 일반 코너에서 다운 가능합니다.
* 소개글 서평
오래 전부터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를 기다려왔다. 예전에 1부 ‘신더’와 2부인 ‘스칼렛’을 읽고 서평을 남긴 기억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동화적인 소재를 SF적으로 변형해 풀어놓아 흥미도와 몰입도가 높았다.
1부인 ‘신더’는 신데렐라가 모티브였고, 2부인 ‘스칼렛’은 빨간모자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3부는 소식만 있고 전자 도서로는 제작되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종이책이라도 사서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그런데 최근 드디어 3부 ‘크레스’가 나왔다. 오오, 탄성을 지르며 당장 다운받았다. 그럼 서론은 접고 ‘크레스’의 소개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천재 해커 소녀 크레스와 사기꾼 함장님, 불타는 인공위성을 타고 지구에 불시착!
달과 지구 사이 어딘가, 조그마한 인공위성에 한 소녀가 갇혀 있다. 길게 땋은 금발을 늘어뜨리고, 기계와 네트워크만을 벗 삼아 지내는 소녀의 이름은 크레스. 마법 능력이 없는 껍데기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헤어져 벌써 7년째 인공위성에서 루나의 레바나 여왕을 위해 첩보 활동을 하고 있는 천재 해커이다. 더불어 신더에게 레바나 여왕의 야욕을 알려 무도회 대소동의 불씨를 지폈던 인물이기도 하다.
고독한 소녀 크레스에게는 취미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네트워크 서핑이요, 또 다른 하나는 공상 내지는 망상이다. 그녀는 최근에 이 두 가지 취미를 결합해 새롭고도 너무나 중요한 다른 취미를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신더의 일행 카스웰 함장에 대한 짝사랑이었으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눈뿐만 아니라 머리에까지 콩깍지가 아주 단단히 씌었다.
카스웰 함장을 사랑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그를 대상으로 온갖 소설을 쓰며 영웅시하는 모습이란...... 좋아하는 연애인 포스터를 보면서 황홀해하는 여고생을 보는 것 같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에 나왔던 여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소녀다웠다. 그녀는 공상을 좋아하고 순수하다. 이걸 소녀답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귀엽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표현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읽다보면 크레스라는 소녀가 꽤나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신더랑 스칼렛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신더가 통신을 걸어 크레스를 구출하러 가겠노라고 말한다. 그것만으로도 기쁜 소식인데, 사랑하는 카스웰 함장까지도 만날 수 있다. 크레스가 흥분으로 한껏 들뜨는 것도 당연하다. 그 탓에 일이 꼬인 것일까?
아뿔싸, 그녀의 주인이자 왕실 마법사 시빌에게 계획이 들통나고 만다. 거기다 엎친 데 덮쳤다고 크레스와 카스웰은 불붙은 인공위성에 갇혀 지구로 추락하게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또 불시착한 장소가 드넓고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였으니...... 과연 크레스와 카스웰은 신더 일행과 합류할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 끝에 신더 일행에게 새로운 만남과 더불어 위기가 닥쳐온다. 1권에서 등장했던 얼렌드 박사. 그와의 만남으로 전염병 레투모시스에 얽힌 진실이 들어난다. 모종의 일을 겪으며 합류하게 된 제이신. 루나의 마법사를 경호하는 근위병인데, 하는 행동이 뭔가 수상하다.
한편 지구를 차지하려는 레바나 여왕의 손이 시시각각 다가든다. 동방연합의 카이토 황제와 결혼하여 황후가 되고 그를 발판 삼아 지구를 꿀꺽 정복하려는 야심. 신더 일행은 레바나 여왕의 야욕을 막기 위해 카이토를 납치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런 난리통에 스칼렛이 포로로 잡혀가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소식을 듣고 울프는 작외감과 절망, 그리고 슬픔과 분노에 빠지는데...... 크레스와 카스웰, 신더와 이코, 울프, 그리고 스칼렛의 운명은? 과연 루나 크로니컬 3부 ‘크레스’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동화와 SF의 결합, 해커로 탄생한 라푼젤과 날건달 사기꾼 왕자님!
‘크레스’는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3부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신더와 스칼렛이 합류한 끝에서 크레스의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이다. 소설은 동화 ‘라푼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화의 스토리와 상징을 SF적으로 각색했다는 말이 옳겠다. 그래서 작품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물론 작가 마리사 마이어의 변형을 거쳐서 말이다.
예를 들면 라푼젤은 탑에 갇혀 있지만 크레스는 인공위성에 갇혀 있고, 라푼젤은 노래를 부르는 게 특기지만 크레스는 천재 해커이다. 물론 동화와 똑같은 설정도 있다. 크레스와 카스웰이 떨어진 황무지가 좋은 사례이다. 라푼젤도 황무지로 쫓겨나지 않았는가. 왕자가 눈을 다치는 것도 그렇다. 카스웰도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하니까. 작품을 독서하며 이런 부분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동화의 설정을 확 깨는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라픈젤 크레스의 왕자님 카스웰이 그렇다. 세상에, 도둑놈 날건달한테 푹 빠지다니...... 글쎄, 카스웰은 소위 여자를 울리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기보다는 해픈 성격에 ‘바람둥이’에 더 가깝다. 그러나 어쨌든 순진한 소녀 크레스에게는 좀 버거운 상대 같다. 그렇지만 카스웰과 크레스의 조합이 무작정 싫지만은 않았다. 알콩달콩한 감정선과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변화해 가는 과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크레스가 카스웰에게 느낀 것은 동경이 아닐까 싶다. TV 속의 연애인을 보며 멋대로 상상하는 그런 감정 말이다.
그녀는 사막에서의 여정을 겪으며 스스로의 감정을 깨닫는다. 한편 카스웰도 크레스의 무대포적인 실뢰와 애정을 보며 ‘자기반성 + 성찰’의 과정을 겪는다. 그녀가 상상한 자신의 이미지와 현실의 자기 자신을 놓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성장하고 바뀌는 과정은 무엇보다도 큰 기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혁명의 불씨, 라푼젤의 합류로 서서히 점화가 임박하다!
‘크레스’는 1부인 ‘신더’와 2부인 ‘스칼렛’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긴박감이 떨어지고 스릴이 살짝 감량된 느낌이다. 이야기 속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이 짧은 데 반해 전개는 슬로우였다. ‘신더’와 ‘스칼렛’에서 준비해 왔던 일들을 차례차례 풀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는 약간 지루하다는 인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루나 크로니클’ 세계의 SF적이고 심각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1부 ‘신더’에서는 전염병이 전쟁을 상징했고, 안드로이드와 사이보그의 인권 문제도 다루었다. 2부 ‘스칼렛’에서는 문화 유산의 파괴가 전쟁의 상흔을 나타냈고, 인간 생체 실험의 단면도 엿볼 수 있었다. 3부 ‘크레스’에서는 황폐화된 사막으로 상징되는 자연과 생화학 무기, ‘껍데기’들이 당하는 비율리적인 처우로 전쟁의 상실이 들어난다. 또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루나인들의 방침으로 차갑고도 암울한 세계관을 선보인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얼렌드 박사의 진실이었다. ‘신더’에서 사이보그 소녀 신더에게 셀린 공주와 관련된 출생의 비사를 알려준 바로 그 박사 말이다. 1부에서부터 2부까지 오면서 설마 했는데 크레스가 그의 딸일 줄이야.
레트모시스에 관련된 사실도 꽤나 충격적이다. 그 전염병을 루나가 개발했다는 것. 게다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 ‘껍데기’들을 희생시키다니. 마법을 못쓴다고 구박하고 천대하고, 그러면서도 이용할 건 다 이용해 먹고. 인간의 존엄과 인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런 진실과 황폐한 사막의 풍경이 지구와 달 사이의 ‘전쟁’으로 인한 참혹함을 들어내는 장치 같았다. 루나의 레바나 여왕이 꾸민 일로 인해 무수한 목숨이 희생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얼랜드 박사가 해온 여러 가지 일들은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앗아갔다.
그렇지만 변화를 주려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중심에 ‘신더 일행’이 있다. 루나의 레바나 여왕의 야망을 막고 왕위를 탈환하려는 신더. 할머니의 원수를 갚고자 하는 스칼렛.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는 황제 카이토. 루나의 첩보 요원이었지만 다른 길을 택한 울프. 전직 우주선 도둑이지만 슬슬 착해질 기미를 보이는 카스웰. 머리는 똑똑하지만 다른 면은 엄청 어설픈 크레스. 그리고 약방에 감초이자 분위기 메이커 안드로이드 이코. 이들이라고 두렵지 않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없으랴.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살아 남는 것을 떠나 살아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카이토는 앞으로 닥칠 일이 무섭다. 신더는 해내야할 책임이 버겁다. 울프는 자신의 반쪽을 잃어 좌절한다. 크레스는 자신감이 없고 모든 것이 두렵다. 카스웰은 설렁설렁 살아온 자신이 후회된다. 스칼렛은 적진에 잡혀서 죽을 둥 살 둥 목숨이 바람 앞의 등불이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땅을 쳤다. 다른 커플들이 순풍을 탄 것과 달리 울프와 스칼렛 커플만 이게 뭐냐고요! 게다가 스칼렛이 당한 만행은 정말...... 지구인이 루나인을 괴물 취급하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게야.
하지만 이들은 주저앉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웨이!’를 온몸으로 말하며 성큼성큼 나아간다. 고난과 역경 가운데서도 혁명의 불씨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뭐랄까, 서서히 임계점을 향해 타오르는 느낌이다. 혁명을 앞두고 임전 태세를 갖추고, 계획을 수립하고, 인재를 확보하고 배치하는 인상이 들었다. 불씨는 확 타오르지 않는다. 연소될 물질이 필요하고 인화성의 무언가가 보조해야 한다. 그래야 커다랗고 화려한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3부 ‘크레스’에서는 주인공 크레스뿐 아니라 신더와 카이토, 울프와 스칼렛 등 각각의 인물들이 발전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읽을 맛이 났던 것 같다.
게다가 복잡한 관계와 무거운 사건들 사이에서도 작가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귀여운 안드로이드 이코가 특히 그렇다. 읽다 보면 ‘여동생’ 내지는 ‘친구’로 삼고 싶어진다. 어두운 분위기에서도 꿋꿋하게 ‘마이웨이’를 하니까.
바야흐로 혁명의 때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천재 해커 소녀 <크레스>가 합류한 신더 일행. 신더와 카이토, 크레스와 카스웰, 울프, 그리고 이코. 이들은 레바나 여왕을 폐위시키고 신더 ‘셀린’ 공주의 왕위를 되찾고, 루나와 지구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까? 때마침 전자도서관에 4부 ‘윈터’가 올라왔다. 얼른 가서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대단언을 마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