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육아종합지원센터 소식지에 실었던 글입니다. 참조하시고, 오늘도 행복하세요^^ -SmileJo-
성장을 도와주는 말과 방해하는 말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청소년학과 교수 조 주 영
우리가 쓰는 말에는 대단한 위력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잠언이다. 평소 무심결에 사용하는 말조차도 조심해야 한다는 경구(警句)이다. 긍정적이고 좋은 말은 그에 상응하는 바람직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부정적이고 나쁜 말은 그에 대응하는 옳지 않고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저명한 한의사 최인원은 그 사람이 주로 쓰는 말이나 마음이 병을 야기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못 산다, 못 본다’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고 시력을 상실하였는데 그가 쓰는 말과 마음을 적절히 다스려 치료하였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요통, 디스크, 골절, 오십견, 복통, 근육통, 혈압, 알러지, 화병, 우울증, 각종 암 등을 앓던 환자의 말과 마음을 다스려주어 몸을 고친 수백 건의 사례를 책 발간과 방송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言語)이 신령한 힘(言靈)을 지니고 있어서 말한 대로 된다는 믿음을 “언령사상(言靈思想)”이라고 한다. 새해에 덕담을 주고받는 풍습이라든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은 언령사상에 기인한 것이다. 말은 입으로 나오기 전에 뇌를 거치므로 뇌에 잔영을 남긴다. 말 속에 깃든 에너지, 혼(魂)은 이루어지는 힘이 있다. 언령사상은 동서양에서 모두 오래전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경에도 “혀를 잘못 쓰면 불과 같아서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고 하여 말의 힘을 신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말의 위력을 모르거나 실감하지 못하고 적절히 가려 쓰지 않으면 자신이 쓰는 말로 인하여 큰 폐해를 자초할 수 있다. 보도를 통해 정치인, 기업의 CEO, 연예인 등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폄하하는 말이나 실언을 하여 엄청난 대가를 치루는 것을 보아왔다. 누구든 자신이 쓰는 말로 스스로의 운명을 흥하게 할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다. 한 선지자의 표현처럼 “말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은 습관을 바꾸고, 습관은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운명을 바꾼다.”의 공식이 성립된다. 결국 ‘죽고 사는 권세가 혀에 달려있게 된다(성경)’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에는 험한 말(言)을 파묻은 말무덤(言塚)이 있다. 말무덤은 고분 형태의 대형 무덤으로 400~500년 전쯤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무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로 상처 주는 말들 때문이었다. 이 마을에 여러 성씨가 살았으며 각 문중 간에 서로 헤집고 부아를 지르는 말을 함부로 하여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나그네의 대책 제안으로 미움, 원망, 업신여김, 비방, 욕과 같은 험한 말들을 각자 사발에 뱉어 장사를 지냈으며, 그 이후 싸움이 없어지고 정이 두터워졌으며 평온한 마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한대마을의 말무덤은 요즘 교훈을 주는 지혜의 무덤이 되고 있다. 최근 말무덤 일대를 정비하고 말과 관련된 격언비를 세우는 등 테마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하였다. 한대마을의 이색적인 유산이 언어순화를 위한 산교육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격언비에는 ‘한점 불티는 능히 숲을 태우고, 한 마디 말은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린다(고종황제).’,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온다’등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로 관람객의 마음을 일깨워준다.
말의 위력, 언령사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준 실험이 있다. 일본 에모토 마사루 박사는 물을 얼려서 결정사진을 찍는 방법으로 수년간 물을 연구하였다. 물에 다양한 정신적 자극을 주어 그 결과를 사진으로 담아냈으며 책으로도 발간했다. 국내에는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물의 메시지』 등의 책으로 번역되어 있다. ‘고맙습니다’를 들려준 물은 잘 정돈된 깨끗한 형태의 결정을 보였고, ‘망할 놈’과 같은 상처를 주는 말은 한결같이 결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천사’라는 말은 작은 결정이 중심을 감싸고 있는 모양이었고, ‘악마’는 중심의 검은 부분이 주위를 공격하는 느낌의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 주세요’의 부탁 말은 형태가 예뻤고, ‘하지 못해!’의 명령은 악마와 비슷한 형상을 나타냈다. 그의 실험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밝은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말을 하며 살아야하는지 그 에너지의 비밀과 마음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MBC TV 『아빠! 어디가?』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연예인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엄한 선생님 같은 아빠의 서투른 대화, 무섭고 권위적인 아빠의 과도한 훈계, 안타깝고 난감한때의 어울리지 않는 불호령 등. 우리나라 많은 아빠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고, 그 적은 시간동안의 상호작용조차도 무뚝뚝하고 서투르며 감정이 교류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전문가의 도움으로 아빠들은 아이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고, 아이입장에서 대화를 시도하였다. 점차 마음이 열리고 칭찬과 피드백을 주며 상호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해갔다.
‘잘했다’, ‘멋있어’, ‘애썼어’, ‘할 수 있어’와 같이 격려하는 말, 생각하게 하는 말, ‘아하!’하고 느끼게 하는 말은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중요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만들며 자존감, 가치, 유능 감을 높여주고 성장을 도와준다. 더불어 손잡아 주고, 어깨를 감싸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고, 사랑으로 껴안아 주고, 뽀뽀하는 등 자연스럽고 솔직한 신체접촉을 통해 상호간에 애정과 신뢰가 깊어지게 된다.
반면에 ‘빨리 좀 해’, ‘좀 제대로 해봐’, ‘그것도 못하니?’, ‘혼나고 싶어’, ‘oo처럼 해봐’와 같이 비난하고 비교하는 말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하고 위축시키며 존재가치를 무시당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각을 못하게 막아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처럼 말을 잘못하면 상대에게 큰 상처를 주고 상호관계를 파괴하며 심각한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입(口)이 3개모인 것이 ‘품(品)’이고, 자신이 쓰는 말은 곧 ‘품격’이 된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는 그 사람이 갖추고 있는 기품, 위엄, 인격적 가치와 격을 드러내어 인생을 만들어가는 기초가 된다. 즉 그 사람이 쓰는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내면과 인격을 가늠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말을 돌아보자. 내가 주로 쓰는 말이 곧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말들이 자신의 삶을 바꿀 만큼 소중하고 힘을 발휘한다.
자신의 격을 어떻게 갖추고 싶은가? 자신도 가꾸고 다른 사람의 건강한 성장도 자극하는 품격 있는 삶의 시작이 일상에서 쓰는 긍정적이고 진실한 말에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