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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백성호
관심
#궁궁통1
김형석(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1920년생입니다.
올해 104세입니다.
그는
한국의 굴곡 많은
현대사를
몸소 경험하며
지나왔습니다.
그래서
김 교수가 말하는
‘한국 정치’ ‘한국 현대사’에는
학자나 이론가들이
담을 수 없는
‘삶의 생생함’이 녹아 있습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몸소 체험한 공산 치하의 북한 사회를 회상하며 "거기에는 자유와 인간애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김형석 교수와
마주 앉아서
직접 물은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한국의 정치,
한국의 현대사는
어떤 것이냐고
말입니다.
#궁궁통2
평양이 고향인 김 교수는
북한에 수립된
공산주의 정권의 한계를 절감하고
남한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는 평양에서
공산 치하의 북한 사회를
수년간
체험한 바 있으니까요.
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승만 박사가
정부 수립을 하고,
6·25 전쟁을 거쳐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다.”
그는 이 기간을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권력 국가”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김형석 교수는 "이승만 정부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까지 권력 사회였다. 김영삼 정부부터 법치 사회가 됐다. 김대중 정부도 법치 사회였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북한의 김정일은
대한민국 대표를 만나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당과 군대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북한 정권은 끄떡없다.”
김 교수는
김정일의 이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게
독재 국가이자 군사 국가란
말이다.
북한 사회가 권력 국가임을
스스로 시인한 거다.”
그런 식으로
남한과 북한에
각각의
권력 국가가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말을 듣다 보니
궁금해지더군요.
그렇다면
권력 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오는 걸까요.
#궁궁통3
김형석 교수는
권력 국가에서 더 발전하면
“법치 국가”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사회학이나 정치학의
한 이론이
아닙니다.
김 교수가
몸소 한국의 현대사와
한국의 정치사를 겪어내며
깨달은 안목입니다.
“권력 국가 다음에는
법치 국가가 온다.
권력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법이 다스리는
나라가 오더라.
우리나라는
권력 국가가 끝나는 고비에
김영삼 정부가 출범했다.
이후에 등장한
김대중 정부도 법치 국가였다.
그때는
국민이 정부를 믿고,
상식이 통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부터
운동권 출신이 대거 약진했다.
이승만 정부부터 내려오던
자유민주주의의 길이
이때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갈라지기
시작했을까.
그걸 물었습니다.
김형석 교수는 현대 사회의 정치 방향을 자유민주주의와 평등사회주의, 이렇게 둘로 봤다. 중앙포토
우리는 흔히
좌파를 진보라고 부릅니다.
김 교수는
더 정확한 명칭이 필요하다며
“평등사회주의”라고 불렀습니다.
“중국이나 북한을 보면
그렇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고
평등사회주의를 지향한다.”
김 교수가 바라보는
정치 방향은
크게 둘로 갈립니다.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또 하나는
평등사회주의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혁명”이란 단어가
적절치 못한 곳에
종종 쓰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5ㆍ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5ㆍ16 군사혁명’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여의도 광장도
‘5ㆍ16 광장’이라고 칭했다.
그런데
지금 이걸 혁명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촛불 혁명’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혁명은 정치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프랑스 혁명이 그랬다.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정치의 방향을 트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혁명이다.
프랑스 혁명은 혁명이다.
그런데
촛불 혁명은 다르다.
그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자유민주주의에서
평등사회주의로
정치의 방향을 틀어 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이론과 달리
평등사회주의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궁궁통4
대체 뭘까요.
‘평등사회주의’는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민주주의의 뿌리는
휴머니즘이다.
한마디로
자유와 인간애다.
그런데
북한 사회에는
자유와 인간애가 없지 않나.
인간다운 삶이란 게
뭔가.
개인에게는 자유이고,
사회에서는 인간애다.
그럼 평등은
자연히 따라온다.”
듣고 보니
그렇더군요.
만약
개인에게 자유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우리 사회에
인간애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누구라도
살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김형석 교수는 "권력 국가에서 법치 국가, 그다음은 법치 국가에서 질서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우리는
권력 국가에서
법치 국가까지
왔습니다.
궁금하더군요.
그럼 그다음은
무엇이 오는 걸까.
김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법치 사회 다음은
질서 사회다.
법이 아니라
도덕과 윤리로 굴러가는
사회다.
질서 사회는
법 없이 사는 사회다.
우리는 그걸
쉬운 말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고 부른다.”
김 교수는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선진 국가가 되려면
법치 사회에서
질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법과 질서를
연결해야 한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치 사회에서
질서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법치 사회에서
권력 사회로 후퇴할 것인가.
그러니
선거에서 정치인을
잘 뽑는 일이
참 중요합니다.
어떡해야
법치 사회에서
질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정치인을 뽑을 수 있을까요.
김 교수는
그 방법을
일러주었습니다.
“정치적 권력을
국민보다 더 사랑한다면
권력 사회로
역행하고자 하는 정치인이다.
반면
정치적 권력보다
국민을
더 사랑한다면
질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정치인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무척 간결한,
그러면서도
명쾌한
선택의 지침이
될 수 있겠더군요.
2024년은
청룡의 해라고
하지 않습니까.
법치 사회에서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질서 사회로
우리나라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에디터
관심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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