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3 -마흔네번째이야기
(성경의 창세기에서는 한 처음의 천지창조를 ‘빛이 생겨라!’로 시작하지만, 과학은 빛 대신 ‘수소가 생겨라!’로 우리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2부. 생명
17장. 수소 1
* 이 글은 <유레카3>의 44번째 글입니다. 우주와 생명에 대한 철학적 진실을 탐구하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부 우주, 2부 생명, 3부 길로 구성되어 있으며, 26장 73편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글을 접하시는 모든 분들이 제가 깨달은 것을 함께 깨달아, 지성의 즐거움을 함께 만끽하며, 인류와 생명의 진보와 진화의 길을 함께 걸어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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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수소(水素, Hydrogen)
성경의 창세기에서는 한 처음의 천지창조를 ‘빛이 생겨라!’로 시작하지만, 현대 물리학이 찾은 천지 창조인 빅뱅 이론에서는 빛은 우주가 생긴 지 38만년 후에나 생긴다. 과학은 빛 대신 ‘수소가 생겨라!’로 우리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수소는 우주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졌다. 우주가 대폭발 한 뒤 1초에서 3분 사이에 지금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수소가 만들어진다. 우주 전체에는 수소와 헬륨이 질량비로 3:1 정도로 섞여 있고 다른 모든 원소의 합은 1퍼센트 정도 밖에 안 된다. [탄소]글에서도 말했지만 개수비로 따지자면 우주에 있는 탄소의 양을 1개라고 하면 산소는 6개, 헬륨은 1,000개, 수소는 10,000개가 존재하고, 나머지 모든 원소들을 다 합쳐봐야 1개가 되지 않는다. 수소의 질량을 1이라하면 헬륨은 2, 대부분의 탄소는 12, 산소는 16이다.
(수소는 모든 원소의 으뜸인 1번원소이다. 지금까지 자연계에 발견된 원소는 수소(Z=1)에서 우라늄(Z=92)까지의 92종 중 90종이다. 테크네튬(Tc, Z=43)과 프로메튬(Pm, Z=61)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지구에는 수소보다는 산소가 더 많이 눈에 뜨인다. 참조 그림과 표에서와 같이 수소는 지구를 구성하는 8대 원소에도 들어가지 않으며 기타 원소에 포함되는 지구상의 9번째 원소이다. 수소는 질량비로 지구 전체질량의 0.9%를 차지한다. 우리 삶의 터전인 대지의 성분인 흙과 바위의 대부분이 산소와 결합된 규소와 알루미늄의 산화물이다. 산소는 오대양에 가득찬 물의 질량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물은 수소2개와 산소 1개의 결합인데 수소의 질량을 1이라 하면 산소의 질량은 16이므로 질량비는 2:16이 되어 수소가 12.5%, 산소가 나머지인 87.5%를 차지하는 것이다. 철이 가장 많은 이유는 지구의 핵이 철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기의 20% 정도도 산소이다. 산소는 지구 전체의 약 30%, 지각의 약 절반(46.6%)를 차지하는 원소이다. 이런 이유로 ‘수소의 우주, 산소의 지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구의원소 분포 : 수소는 기타에 포함되어 있다)
(태양계와 지구의 원소 비교표 : 태양계 전체의 수소의 양은 전체원소 질량의 3/4을 차지하지만, 지구에서는 너무 미미해 표시되지도 않는다.)
또한 생명체라고 하는 것은 유기물을 뜻하는 것이고 유기물은 탄소가 중심이 된 탄소 화합물이므로 언뜻 생각하면 생명에게는 탄소 제일 중요한 원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 산소가 풍부한 지구의 특수 상황을 생각하면 생명에서 산소가 제일 중요한 원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탄소가 없으면 우리 몸이 구성되지 않고, 산소가 없으면 당장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수소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기본적으로 수소는 모든 원자들의 어머니이다. 이미 앞의 글들을 통하여 알고 있듯이 수소 핵융합을 통하여 헬륨이 만들어지고, 별들이 폭발할 때 헬륨 핵융합을 통하여 다른 모든 원소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원자핵에 들어있는 양성자는 원래 수소의 것이다. 모든 원소는 결국 기본 원소인 수소가 여러 개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수소는 자연의 모든 원소의 조상이다. 수소는 원소 세계의 이브인 것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수소, 탄소, 산소의 결합물이고 단백질은 여기에 질소가 첨가된다. 그림에서와 같이 우리 몸은 대부분 물과 단백질,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뼈를 구성하는 무기염류가 4%, 탄수화물은 0.5%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사람은 쌀, 밀, 감자 등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지만 소화과정을 통하여 단백질과 지방으로 변화한다.
물론 우리의 몸도 질량비가 아닌 개수비로 따지면 수소가 가장 많다. 우리 몸의 약 66%를 차지하는 물도 수소2개에 산소1개이고, 나머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에도 탄소나 산소보다 많은 수의 수소가 들어있다. 대부분 질량비로 원소의 구성을 따지기 때문에 수소가 적어 보이는 것이지, 개수비로 따지면 수소의 양이 가장 많다. 이렇게 된 것은 수소가 워낙 작고 가볍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소는 공기 중에 잡아두기가 어렵다. 너무 가볍기 때문에 지구의 중력을 무시하고 우주로 탈출하려한다. 물론 우리 지구에서는 탈출하려는 수소를 대기의 20%나 차지하고 있는 산소가 다시 붙잡아 물로 변화하여 수소의 탈출을 억제한다.
태양이 불타고 있는 것은 수소가 핵융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소가 합쳐져 중수소를 만들고 중수소가 다시 합쳐져 헬륨을 만들면 수소의 질량의 합과 헬륨의 질량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 질량이 아인슈타인의 에너지등가 법칙 E=mc2의 규칙에 따라 모두 에너지로 전환하여 빛과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빛과 열이 지구에 도달하여 지구 생명체의 에너지 근원이 된다.
결국 태양 에너지의 근원인 수소가 사실 지구의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린다고 할 수 있다. 생명체는 에너지를 얻어야 생활을 할 수 있다. 동물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을 먹어서 에너지를 취하는데 반해, 식물은 자체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광합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광합성에 필요한 엽록소는 육상 식물이 생겨나기 이전에 바다 속의 단세포 생명체에 의해 개발되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모든 생명체의 아버지란 말을 한 적이 있다.
114. 물과 수소
사람이 단식을 할 때 음식을 먹지 않으면 꽤 오래 버틸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며칠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된다. 2014년 8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을 찾아 온 교황 프란치스코 1세를 애가 타게 부르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던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의 깡마른 얼굴이 나의 뇌리에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최종적으로 46일을 단식하였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고통을 수반하였을 것이다. 예수님도 40일간 광야에서 단식하셨다한다. 서바이벌 3333이란 말이 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다. 인간은 공기 없이 3분, 온기 없이 3시간, 물 없이 3일, 식량 없이 3주 이상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그 전에 탈출을 하거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핵산같이 특수한 생리적 기능을 가진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음식을 안 먹어도 몇 주씩 견딜 수 있지만 물은 꼭 마셔야만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것일까?
(세월호의 올바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던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가 2014년 8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교황 프란치스코 1세를 만나고 있다)
물은 생체의 생명활동에 기본 조건 역할을 한다. 물이 어떤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 없이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물이 없다면 세포내의 생체 분자들이 콘크리트의 자갈과 같이 꼼짝을 할 수가 없다. 물은 모든 생체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조성해준다. 물이 없으면 생명 유지를 위해 생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물질의 화학변화인 물질대사(物質代謝)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체온을 유지하고, 세포와 생체의 각 기관을 유지시켜주는 항상성(恒常性) 유지, 생식 활동, 유전과 진화에 관계된 일들을 할 수 없게 된다. 즉 생명활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은 대부분의 생체 분자들을 녹여서, 이들이 서로 만나고 상호작용을 통하여 화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유동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이외 행성에서의 생명 존재 가능성을 조사할 때는 가장 먼저 물을 찾는다.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지구 이외에 생명이 있었거나 있을 수도 있는 곳을 말하라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 그리고 화성을 꼽을 수 있다. 달보다 약간 작은 유로파는 표면 온도가 영하 160도 정도로 위성 전체를 수십Km의 얼음이 뒤덮고 있는데 얼음 아래 거대한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곳에 탐사선을 보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탐사선을 착륙시킨 뒤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하여 얼음을 뚫고 들어가 유로파의 바다와 거기에 혹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생명체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유로파는 1610년 1월 8일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4번째로 큰 위성이다. 얼음으로 둘러쌓여있고 얼음 아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NASA가 제공한 유로파 대호수의 가상 이미지. 미국 오대양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유로파 바다에 살고 있을지로 모를 생물의 상상도. 김칫국을 너무 먼저 마시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상상도라도 있어야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할 수 있고, 관심이 커질수록 탐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쉬워진다.)
엔셀라두스도 유로파보다 훨씬 더 멀어 표면온도는 영하 200도 정도이지만, 남극의 갈라진 틈으로 물과 얼음을 분사하는 4개의 커다란 분사공을 확인하였다. 유로파나 엔셀라두스가 비록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어 표면 온도는 매우 낮지만 모성인 목성과 토성을 공전하면서 생기는 조력에 의한 열과 위성 내부의 에너지로 얼음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할 것이라 추정하는 것이다.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 남극의 분사공은 얼음과 물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다.)
화성은 최근까지도(여기서 최근이라 함은 수억 년 이내를 말함. 우주 시간에서 1,2억 년 전은 최근에 속함) 물이 흘렀던 흔적이 뚜렷이 발견되었다. 이밖에도 태양계 행성들의 몇몇 위성들에게 물의 흔적을 발견하고 조사를 하고 있는 위성들이 있다.
이처럼 물은 생명체의 존재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만큼 물의 구성 요소인 수소가 중요하기도 하다는 뜻이다.
115. 물과 수소결합
원소의 결합에는 크게 이온결합, 공유결합, 수소결합의 방식이 있다.
이온결합은 양이온과 음이온간의 결합력이다. 양이온과 음이온은 정전기적 인력에 의한 결합이다. 이온결합물질은 비교적 끓는점, 녹는점이 높지만 강한 극성을 띠어 물 등의 극성 용매에 매우 잘 녹고, 고체는 부도체이지만 용융된 상태의 액체나 수용액 상태는 해리(解離)되어 전해질이 된다. 또 힘을 받았을 때 잘 부서지는 것도 중요한 특성이다. 염화나트륨, 즉 소금의 염소와 나트륨이 대표적인 이온결합의 예이다.
공유결합은 원자 간에 전자쌍을 공유함으로써 성립하는 결합이다. 당연히 결합의 정도가 가장 큰 결합이다. 물에서 수소와 산소의 결합을 생각하면 된다. 전기분해나 자외선과 같은 특수한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 둘은 분리되지 않는다. 이온 결합 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자와 원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분자들은 공유결합의 형태를 이룬다.
수소결합은 수소와 전기음성도가 큰 원소(플루오르, 산소, 질소)가 갖는 분자 간 인력(引力, 끌어당기는 힘. 반대말 척력(斥力);미는 힘)이다. 플루오르, 산소, 질소는 전기음성도가 매우 커서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고 수소는 크기가 매우 작다. 따라서 위 원소들이 다른 분자의 수소를 잡아당기는 힘이 발생하는데, 이 분자들 간에 결합하는 인력이 수소결합이다. 물을 예로 들면 물분자 하나에서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1개는 공유결합을 하여 물분자가 되지만, 물분자와 다른 물분자 사이에서 한 물분자의 수소와 다른 물분자의 산소와의 전기적 인력에 의하여 물분자끼리 느슨한 결합력을 가진다.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은 결합력이 매우 큰 분자, 또는 결정 내부의 화학적인 결합력이고, 수소 결합은 이에 비해 결합의 정도가 약한 수소의 인력에 의한 분자들 간의 결합이다. 상대적으로 수소결합은 다른 결합들에 비하여 결합력이 매우 약하다. 즉, 쉽게 결합하고 쉽게 분리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에 비유하면 사람 몸을 구성하고 있는 신체 장기들의 결합을 공유결합이라 하면, 옆 사람과 손을 꼭 잡고 있는 상태를 수소결합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상온에서 수소도 기체, 산소도 기체인데 이 둘의 결합인 물이 액체인 것은 물 분자의 수소가 이웃 물 분자의 산소와 수소 결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 결합이 없다면 지구상의 모든 물은 수증기로 증발하고 말 것이다. 기체가 서로 잡은 손을 풀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상태라면, 액체는 손을 잡았지만 발은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이고, 고체는 꽉 끌어안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부피의 차이도 액체와 고체는 큰 차이가 안 나지만, 액체와 기체는 거의 1,00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아무튼 지구에서 물이 액체의 물로 존재하는 것은 수소결합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소 결합은 우리 생명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4년 11월 8일
이 글은 원문의 수정 글이 아니고 새로 2차 수정 때 새로 쓴 글이다. 탄소와 산소는 있는데 정작 중요한 수소를 빼 먹은 것 같아 첨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