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덕유산 (1507m) & 전북 장수 경남 함양 ▶산의 유래는 지리산 다음으로 크고, 넉넉하고 덕이 있는 덕유산이며, 덕유산의 연봉들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덕유(德裕)산에 남녁 남(南)자를 앞머리에 붙여진 이름이다.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 일대를 북덕유산, 장수군에 있는 서봉을 장수덕유으로 일컫는다. 장수군 지역에서는 장수덕유산을 5대 명산의 하나로 꼽고 있다.
덕유산하면 북쪽의 북덕유산과 주봉인 향적봉, 그리고 무주구천동의 33경만 생각하기 쉬우나 장수덕유와 이곳 남덕유산까지 덕유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남한에서는 지리산국립공원 다음으로 웅장하고 넉넉한 산이다. 덕유산의 한 봉우리는 무주에서 시작되고, 또 한 봉우리는 장수에서 일어나는데, 장수의 봉우리를 남덕유산이라하며 해발 1,507m이고, 무주의 봉우리를 북덕유산이라 하는데 해발이 1,615m로서 남덕유산보다 북덕유산의 향적봉이 108m가 더 높다.
남덕유산의 산상에는 참샘이 있는데, 겨울에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온수이고, 여름에는 손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찬물이 솟아난다. 임진왜란때 일본인들이 이 산하에 와서 산을 보고는 크고 덕이 있는 산에서 싸울 수 없다 하여 퇴군했다고 전해진다.
남덕유산(동봉 1,507.4m, 서봉 1,510m)은 주봉인 향적봉(1,614m.북덕유산)을 먼 발치에 두고, 결코 낮지 않은 남덕유산 정상도 오르는 산행의 멋을 만끽하는, 일석이조의 시산제를 겸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또한 남도 산의 조종인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남덕유산 하면 1,507.4m의 동봉을 두고 일렀다. 하지만 백두대간 종주가 성행하면서 서봉을 거치는 등산인들이 많아졌고, 서봉이 동봉보다 높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서봉을 남덕유산의 주봉으로 치는 것이 자리잡고 있다( 장수 덕유산이라고도 부름). 영각사에서 등산로 표시판을 따라 부지런히 2시간 정도 오르면 동봉에 오른다.
▶ 영각사에서는 동봉의 남동릉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가닥이다. 덕유교육원을 통해 계곡으로 들어섰다가 계곡 상단부에서 샘터를 경유해 올라서는 길과 영각사 뒷 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이 그것이다. 남동릉에서 계속 오르면 동봉 직전에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철사다리가 놓여 있으므로 미끄러움에 조심해야 한다. 동봉에서 월성재쪽으로 약 5분쯤 내려서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동쪽)으로 꺾어 사면을 조금 질러 나간 다음 서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탄다. 이후 육십령까지도 백두대간을 타게 된다. (동봉서 서봉까지는 약 30분 거리). 서봉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육십령까지 내려서거나(3시간 소요), 서봉 - 할미봉(1,026.4m) 구간의 중간 지점에 있는 안부에서 상남리 조산마을로 내려선다(안부에서 1시간 거리). 육십령으로 내려설 때에는 할미봉 암부 구간에서 조심해야 한다. 특히 인원이 많은 경우에 눈이 많이 쌓이면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구간이다. 영각사로 진입하려면 우선 함양(또는 안의)이나 장수(또는 장계)를 경유해 서상으로 진압한 후 영각사로 연결한다. 거창과 진주에서 서상으로, 전주에서 서상으로 가는 직행버스편이 운행되고 있다. ▶조용하고 깊이있게 단풍을 즐기려면 덕유산 제2의 고봉인 남덕유산이 좋다.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면 푸른빛의 구상나무와 어우러진 단풍이 한껏 멋을 풍긴다. 삿갓재에서 왼쪽 골짜기(거창방향)로 내려서면 원통골인데 원시림지대여서 단풍이 더욱 찬란하다. 하류쪽에 조성된 잣나무 단지의 푸른빛과 참나무들의 갖가지 단풍빛이 썩 잘 어울린다.
▶ 함양군 서상면에 속한 영각사 바로 밖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부터 시작되며 부근의 덕유교육원 진입로변(약50m정도) 배나무 과수원 옆길을 따라 매표소를 통하여 오르면 된다. 이 코스는 약 자그마한 계곡이 있어 미처 식수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계곡을 이용할 수 있다. 영각사에서 매표소까지 약 400여 미터 구간은 제법 넓직한 길이 이어진다. 잠시 후, 매표소가 나타나고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육산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바위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토질이 한동안 이어지며, 길도 완만한 편이다. 하지만 매표소에서 시작하여 처음 만난 다리를 지나 조금 오르면 가파른 길이 거의 능선안부까지 약 1시간 가까이 계속된다. 그렇지만, 수림이 울창하여 한여름에도 거의 해볕이 들어오지 않아 힘든 산행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은 탓인지, 국립공원의 등산로 치고는 등산로도 잘 보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매표소에서 시작하여 1시간 20여분 정도 오르면 어느듯 능선 안부에 올라서게 되는데, 오른편으로 난 길은 황점으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지금은 등산로가 아님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남덕유산은 좌편으로 난 능선을 타고 오르면 된다. 이제부터는 사방이 넓게 트인 등산로가 정상까지 계속된다. 남으로는 멀리 지리산의 연봉들이 아스라이 보이고 백운산, 가야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철계단이 계속하여 이어지고 기암괴석을 타고 오르는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이제 정상인가 싶지만, 정상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능선 안부에서 남덕유산 정상까지 약 1km 구간은 산행의 묘미를 한껏 맛볼 수 있는 구간으로 약 30여분 소요된다. 1,507m를 알리는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면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능선을 따라 아스라이 이어지고 서쪽으로 서봉과 그뒤의 운장산도 발아래 놓이게 된다. 하산 코스는 서봉을 경유하여 덕유교육원으로 내려선 후, 영각사로 돌아올 수 있고, 다시 오던길로 하산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약 2시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된다 ◆산행 코스◆ ○ 영각사 - 왼쪽담장 - 숲길 - 임도 - 계곡안부 - 영각재 - 왼쪽길 - 철계단 - 암봉 - 옛 구름다리 - 오른쪽길 - 안부 - 정상 - 영각재 - 영각사(14km, 5시간30분) ○ 영각사 - 동능 - 수림 - 월성재 - 우측경사길 - 바랑골 - 폭포.담소 - 황점 - 거창군 월성리(14.8km, 6시간) ○ 영각사 - 영각재 - 정상 - 헬기장 - 1,082봉 - 계북(16km, 6시간30분) 1 코스 (4시간): 영각사 - 덕유교육원 - 중봉 - 남덕유산정상(2시간) - 하산 2 코스 (5시간): 육십령고개 - 북능선 - 할미봉 - 샘터 - 남덕유산 - 영각사 3 코스 (4시간): 거창군 북상면 명천리버스종점 - 삿갓골재 - 월성재 -남덕유산 - 영각사 4. 주능선 등정(7시간:북덕유산정상~남덕유산정상) 영각사 - 남덕유정상 - 월성재 - 삿갓골재 - 무룡산 - 동엽령 - 향적봉 - 백련사 덕유산(德裕山)은 한없이 여유롭고 부드러운 이름. 주봉인 향적봉에서 중봉을 지나 온유한 덕유능선을 만나면 그 넉넉한 산세에 푹 빠져들며 가슴 설레는 그리움에 젖게 된다. 덕유능선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남덕유산(1507m)은 마치 이 ‘넉넉하고 부드러움’을 수호하는 성(城)처럼 솟아있다. 육산(肉山)인 주봉쪽과는 달리 암봉들로 산줄기를 이루고 있다.
산길은 영각매표소(경남 함양군 서상면)를 출발해서 남동릉을 따라 정상에 오른 뒤, 월성재-삿갓봉-삿갓골재대피소-황점(거창군 북상면 월성리)으로 내려서는 코스로 잡았다. 국립공원인 덕유산의 산길은 뚜렷이 잘 나있고, 이정표도 촘촘히 서있어 코스 선택에 따라 다양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차량을 가지고 간다면 정상에서 서봉-교육원 삼거리, 영각매표소 옆의 교육원으로 내려서는 원점회귀 산행도 권할 만하다.(예상소요시간 6시간30분)
매표소를 지나 한동안 평탄한 길로 이어지던 산길은 계곡의 마지막 다리를 지나 돌탑을 만나면서부터 경사가 급해진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짙은 숲속 길을 한바탕 땀을 쏟으면서 오르면 능선에 이르고 왼쪽으로 방향이 꺾인다. 오른쪽 길은 황점으로 내려서는 길인데 ‘비지정등산로’다. 매표소에서 약 1시간30분 소요된다.
능선에 접어들어 약 100m 가면 ‘남강의 발원지’ 참샘을 알리는 말뚝과 정상까지 8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제 비로소 시계가 트이며 남동릉의 절경지대를 만나게 된다. 기암괴석을 따라 가파르고 아슬아슬하게 드리워져 있는 철계단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아찔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오르면 3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남덕유산 정상은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분수령. 백두대간 산줄기는 금강과 낙동강의 수계를 이루며 서남쪽으로는 육십령, 덕유주능선쪽으로는 백암봉으로 이어진다. 남쪽 저 멀리로 지리산이 아련히 보이고 북동방향으로는 덕유산의 연봉들이 장쾌하게 이어진다. 남쪽으로 힘찬 산줄기를 이루는 함양의 산들도 눈부신 모습이다. 정상 서쪽에 우뚝 서있는 봉우리는 서봉으로 장수 덕유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서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월성재 방향으로 내려서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정상에서 서봉 갈림길을 지나 주능선 쪽으로 약 30여분 내려서면 사거리를 이루는 안부인 월성재에 닿는다. 진행방향 오른쪽 길은 월성계곡을 거쳐 황점으로 내려서고, 왼쪽 길은 전북 장수 계북면 양악리로 이어지는 토옥동 계곡길이다. 토옥동 계곡은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다닐 정도로 유순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지만 아쉽게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비법정 탐방로’로 출입을 금하고 있다. 이 길 약 100m 아래에 수량이 적은 샘이 있다. 정면 능선을 따라 삿갓봉을 거쳐 삿갓골재 대피소까지는 약 1시간 30분 소요되며 대피소에서는 오른쪽 삿갓골로 내려서서 황점에 닿으며 산행을 마치게 된다. 하산 1시간 30분 소요. 교통 안내 대전-통영간 고속도 서상IC에서 빠져 나와 덕유교육원 방향으로 진입. 영각사 주차장 이용. 함양으로 이동한 후(서울 동서울터미널), 함양→영각사까지 가는 버스는 첫차 6시30분, 막차 오후5시이다.(055-963-3281)·황점→거창 하루 6회 운행(막차 오후 6시30분 (055-942-3633)·서상 택시(010-9963-0094,055-963-0094) 덕유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063-322-3174
- [백두대간 대장정 제4구간] 덕유산 르포
- 덕유능선 얼음꽃 터널에서 바람, 예술의 경지를 넘어서다
육십령~합미봉~남덕유~백암봉~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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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앓이가 유난스러웠다. 늦된 성장통 같은 삼월 큰 눈 탓인지 남녘의 꽃타령도 예년보다 늦다. 그렇지만 또 이렇게 봄은 왔다. 양지바른 산기슭엔 생강나무가, 사람의 눈길 가까운 곳엔 산수유가 노란 꽃불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발길은 봄기운과는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 퇴장하는 겨울을 배웅하는 길이다. 얼음꽃 만발한 덕유산에서 우리는 장엄한 모습으로 사라져가는 겨울의 뒷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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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적봉에서 맞는 덕유산의 아침. 빛. 그리고 첩첩 산. 우리네 삶의 자궁. |
어둠살이 스멀거리기 시작할 무렵, 육십령(734m)에 선다. 서쪽으로 전라북도 장수, 동쪽으로 경상남도 함양을 잇는 고갯마루다. 여기서 우리는,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내려설 일만 남은 고갯길의 운명을 배반한다. 인간의 길을 따를 때는 늘 올려다볼 수밖에 없던 고갯마루가 금방 눈 아래로 멀어진다. 기분 좋은 단절감. 이제 온전히 자연의 길에 들어섰다는 모종의 우쭐함. 먼 옛날, 수렵시대의 남자들이 여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사냥터를 떠날 때의 기분도 이렇지 않았을까.
참나무 사이로 적당히 소나무가 섞인 느긋한 오름길은 참나무 일색으로 바뀌면서부터 조금씩 키를 올리기 시작한다. 어둠살이 촘촘해진다. 나무도 먼 산도 어둠 속에서 실루엣으로 되살아난다. 헤드램프를 켠다. 불빛을 스치는 입김이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기차 화통의 연기처럼 짧고 급하다. 이렇게 40분 정도를 오르자 한 봉우리가 나타난다. 헬기장이다. 한참 숨을 고르고 나자 고집스럽게 곧추선 봉우리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요즘 대간 종주자들 사이에 할미봉(1,026.4m)이라 불리는 암봉이다.
할미봉은 합미봉으로 고쳐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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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덕유산 기슭에서 만난 얼음꽃의 햇빛춤. | 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일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는 고도만 표기돼 있을 뿐 이름이 없다. 그러나 최근 월간山에서 발간한 <신상경표>에는 ‘합미봉’으로 적혀 있다. 편자인 박성태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사연을 물었다. 앞선 어느 지도에도 할미봉이라는 표기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일람표에는 합미봉이라고 고시(1961년)돼 있다고 했다. 확인해 본즉, 옛날 한 도승이 이 산속에 우리나라 군사가 수년 먹을 쌀이 쌓여 있는 격이라 했다 하여 합미봉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지명 유래까지 붙여져 있었다.
예언성 지명이었을까? 아니면 훗날 만들어진 것일까? 어쨌든 도승의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일제시대에 합미봉(할미봉) 아래엔 수연, 즉 몰리브덴 광산이 생겼고, 전국 곳곳에서 광부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들 중 다수는 ‘굴병’(규폐증)에 걸려 동네를 과부촌으로 만들고 말았다. 광산은 곧 폐광이 되었다. 그러나 80년대 초쯤부터 다시 차돌광산으로 개발되어 마을 형편이 좀 나아졌다 한다. 이 마을이 바로 육십령 초입 합미봉 아래의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반송 마을이다(<뿌리깊은나무>에서 펴낸 ‘한국의 발견’ 전북편의 장수군 기사 참조).
한편 반송 마을 맞은편에, 역시 육십령 초입인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에 군장동(軍藏洞)이라는 마을이 있다. 군사를 숨겨둔 곳이라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렇게 본다면 ‘합미봉’이라는 이름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감춰둔 군사가 있으면 당연히 군량미가 있어야 할 테니까.
갈 길이 먼데 샛길이 너무 길었다. 알면서도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백두대간 전 구간, 아니 우리나라 전역에 이런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허술한 기록 문화의 폐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주관적인 견해나 문학적 감성의 표현이 아니라면 최대한 엄정을 기해야 한다. 특히 명명의 오류는 개념의 오류를 낳고, 같은 사물에 대한 세대간 교감의 다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
헬기장을 지나 10분쯤 가볍게 출렁거리듯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자 동쪽 산마루 위로 달빛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보름을 갓 지난 달빛은 습기 머금은 대기를 노을처럼 붉게 물들인다. 비록 아침 조망이 좋은 캠프사이트를 찾기 위한 야간산행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산을 오르는 즐거움은 다리의 수고에 비해 과분하다.
헤드램프를 끄고 달빛에만 의지하여 20분쯤 나아가자 합미봉 정상이다. 상당히 까탈스런 암봉이다. 이런 봉우리를 어찌 할미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성미 괴팍한 노파라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합미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맑은 날 환한 대낮이라도 팽팽한 긴장을 요구한다. 필요한 곳마다 줄을 걸어 놓긴 했지만, 잠깐이라도 두 다리가 딴 생각을 하면 잠시 후의 안녕을 보장 받기 힘들다. 거벽등반가들이 들으면 웃을 얘기지만, 이럴 때마다 나는 마치 기도를 하듯 바위에 속삭인다. 제발 나를 한 몸으로 여겨달라고. 기도발이 먹힌 건지, 무사히 암릉을 벗어난다. 돌아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마음은 잠깐이다. 얼치기 자연주의자의 가소로운 기도를 들어준 산신에 영광 있기를.
얼어붙은 눈으로 빚은 바람의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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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덕유산 정상 언저리에서 조망을 즐기는 취재팀. |
합미봉을 내려서서 서봉(장수덕유산) 오름길 전까지는 평탄한 능선길이다. 1시간 가량 나아가자 서쪽으로 크게 휘는 지점이 나타난다. 캠프사이트로도 맞춤한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봉을 1시간쯤 남겨둔 지점까지 가서야 배낭을 내린다. 산뜻한 출발이다.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 침낭 속으로 들어가자 바람 소리가 심상찮다. 내일 아침 멋진 상고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너무 추워서 한숨도 자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뒤섞기는 순간 혼곤히 잠속으로 빠진다. 적당한 피로와 긴장보다 좋은 수면제는 없다.
백두대간 등성마루에서 또 하루를 연다. 텐트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춥다. 인간이 광합성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잠에서 깨어나서도 침낭에 파묻혀 한참 더 꼼지락댄다. 맛난 것 몰래 꺼내 먹듯이 최대한 게으름을 즐긴다. 아침형 인간? 이 달콤한 기분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일이다. 확신하건대, 아담도 이브도 이런 시간에는 선악과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한다. 무박으로 구간 종주하는 대간꾼들의 걸음이 빈번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취재팀의 일원이 돼 버린 진주 산악인 김종현씨의 부지런한 아침 준비도 더 이상 게으름 필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다. 우리도 선악과를 먹어야 할 시간이다. 그래야 사람 구실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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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룡산 정상에서 아침을 맞은 취재팀.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도 이처럼 장엄한 아침을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
밥 당번인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물과 불을 조절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만 잘 하면 코펠 뚜껑을 한 번도 열어보지 않고 맛있게 밥을 지을 수 있다. 나는 열 번에 일곱 번 정도의 성공률로 취재팀의 입을 즐겁게 한다. 산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다(여기서 잠깐 독자의 이해를 구할 것이 있다. 취사 야영 문제인데, 취재 특성상 불가피하여 산림청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사전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독자라는 ‘빽’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한 시도 잊지 않는다).
햇살이 목덜미쯤을 파고들 쯤 서봉(1,500m)을 향한다. 20분쯤 나아가자 헬기장이 나타나면서 덕유교육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계속 오르막이다. 20분쯤 지나자 암릉이다. 서봉과 남덕유산이 사이좋은 이웃처럼 손 맞잡고 다가서는 조망처다. 바위 봉우리인 서봉과 남덕유산(1,507.4m)의 둥두렷한 서쪽 기슭이 자못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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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봉 정상에서 남덕유로 향하는 대간꾼들. |
서봉 정상 직전에서 한바탕 흩뿌리는 눈을 만난다. 파란 하늘에 눈이라니. 산기슭을 오르던 바람의 장난이다. 바람의 장난?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서봉 정상에 이르면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암벽에 붙은 상고대는 섬세한 바람의 올을 정교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보다 더 빼어난 조각이 있을까. 역광으로 보이는 나뭇가지의 상고대는 또 어떤가. 이보다 더 아름다운 보석이 있을까. 하지만 아직 최고의 감탄사는 남겨둬야 한다. 서봉에서 남덕유산을 향하는, 연줄처럼 휘어진 능선의 얼음꽃 터널에서 바람은 예술의 경지를 넘어선다.
봄기운 머금은 햇살과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눈으로 빚은 바람의 연금술. 투명한 사슴의 뿔인 것도 같고, 하늘에서부터 드리운 고드름 같기도 한 얼음꽃의 아름다움은 시각적인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절정은 바람결에 부딪치는 얼음꽃의 합창으로 완성된다. 편종 소리 같다 싶으면 풍경소리 같고, 실로폰 소리 같다 싶으면 마림바 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 지상의 어떤 악기로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응원 산행 나온 진주팀 김밥, 그렇게 맛있을 수가
자연현상 가운데 바람만큼 변화무쌍한 것도 드물 것 같다. 이름부터가 다채롭기 그지없다. 봄에 부는 바람은 당연히 ‘봄바람’일 텐데, 느낌에 따라 꽃바람도 되고 꽃샘바람도 된다.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서는 갈바람(서남풍), 높바람(북북동풍), 높새바람(북동풍), 높하늬바람(서북풍), 늦하늬바람(서남풍), 마파람(남풍), 된마파람(동남풍), 된바람(북풍), 샛바람(동풍), 하늬바람(서풍)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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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갓봉에서 남덕유와 서봉(장수덕유산)을 향하는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 |
바람의 세기나 느낌 혹은 꼴에 따라서는 건들바람, 고추바람, 남실바람, 노대바람, 돌개바람, 명주바람, 산들바람, 살바람, 서늘바람, 서릿바람, 선들바람, 소소리바람, 소슬바람, 손돌바람, 솔바람, 실바람, 싹쓸바람, 왜바람, 용숫바람, 피죽바람, 황소바람, 회오리바람, 흔들바람 등으로 불린다. 이밖에도 장소나 때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런 이름을 거의 잊(잃)어 버리고 산다. 우리와 거리가 먼 대서양의 허리케인이나 북아메리카의 토네이도, 히말라야와 인도양을 오가는 몬순은 알면서도.
오늘날 우리 고유의 바람 이름이 사라진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이름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농경 사회에서 천하태평은 ‘비바람이 조화로운 것(雨順風調)’에서 시작된다. 당연히 농부는 바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뱃사람들은 바람에 더 예민하다. 뒤집히면 저승이다. 그들은 세 치(배의 판자 두께) 아래에 저승을 두고 삶을 경영했다. ‘바람은 대기의 숨결’이라는 신화적 상상력이 농부와 어부들에겐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이었던 것이다. 근대는 신화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감각도 가져가 버렸다.
서봉과 남덕유산 사이의 안부에서 약간의 갈등을 한다. 대간 트레일은 이곳에서 월성치와 남덕유산으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월성치로 곧장 가는 것이 편하다.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든 대간종주임은 분명하다. 시간과 체력에 따라 종주자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능선과 기슭 전체를 일컫는 것이지 등성마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상당 부분 대간 종주 트레일은 능선을 벗어나 있다. 글자 그대로의 능선을 밟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뿐더러 발상 자체가 기계적이다. 앞으로는 사태 지역이나 심하게 훼손된 능선은 우회하는 방식으로 트레일을 보호하는 것이 누구나 대간 종주를 즐기면서 보호하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남덕유산을 오르지 않을 수 없다. 독자에 대한 직무유기가 될 것 같아서. 얼굴은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얼한데, 입속에서는 단내가 풀풀 난다. 얼음꽃을 따서 입속에 넣는다. 달다.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참나무 수액이 섞였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남덕유산 아래에서 빵과 과자로 점심을 해결하고 월성치로 향한다. 월성치에서 물을 보충하려던 계획은 미수에 그치고 만다.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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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치에서 삿갓골 사이의 얼음꽃 터널. | 갈증과 허기가 겹쳐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겨울 무렵, 반가운 얼굴이 나타난다. 지난 산행에 동행했던 왕현수씨가 응원 산행을 나온 것이다. 함께한 이정한(진주 KBS여성산악회 회장), 이순자씨(진서산악회)가 건네주는 김밥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쌀로 만든 음식을 먹어본 지가 한참만으로 느껴질 정도다. 한국인은 밥 앞에서 너무 정직하고 또한 무력하다.
삿갓골재대피소에서 물과 가스를 보충한 다음 진주팀과 작별한다. 그리고 2시간쯤 더 걸어서 도착한 곳은 무룡산(1,492m) 정상. 덕유산 주능선의 중간쯤 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또 하루를 접는다. 멀리 산 아래로 넘어가는 태양을 아끼며 바라본다.
햇살이 고개를 들기도 전부터 무룡산 정상은 일출을 기다리는 주말산행객으로 왁자지껄하다. 세찬 바람은 촌각을 다투어 구름을 흩날리며, 깨어나는 아침 산의 다채로운 표정을 만들어낸다.
무룡산에서 순한 내리막을 이루는 트레일은 동엽령 직전에서 가파르게 내려섰다가 곧추서듯 백암봉(1,480m)에 닿는다. 남쪽으로 지리산 연봉, 동쪽으로 가야산 정상이 첩첩 산 그림자 위로 하늘에 머리를 담그고 있다. 북쪽으로는 중봉을 향하는 덕유평전. 가장 덕유산다운 풍광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부터 대간 트레일은 덕유산과 작별을 고한다. 동쪽으로 크게 휘돌아 차츰 고도를 낮추며 잦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귀봉을 지나면 송계사 갈림길에 닿는다. 동남쪽으로는 송계사, 그 반대쪽은 백련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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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갓재 대피소 전 조망처에서 진주 산악인들과 함께한 취재팀. |
송계사 갈림길에서 지봉(池峯?못봉?1,302.2m)까지는 허기지고 지친 자에게는 야속할 정도의 가팔막이다. 정상 직전은 헬기장. 지봉에서 바라보는 대봉(약 1,190m)은 또 한 번 지친 다리의 맥을 풀어 놓는다. 까마득히 떨어졌다가 솟구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계단처럼 경사각을 접어가며 오르기 때문에 오히려 지봉 오름길보다 쉽다.
대봉에서 40분쯤 진행하면 갈미봉(1,039.3m). 이 봉우리에 서면 빼재가 눈 아래 걸린다. ‘다 왔다’는 안도감으로 허기진 배를 속여 본다. 하지만 손에 닿을 듯한 그 거리가 보통이 아니다. 컨디션이 좋다면야 1시간 정도로 족하겠지만 기진한 걸음으로는 1시간 반이나 걸린다.
빼재에 도착하자 사위는 깊은 어둠 속이다. 무룡산에서 꼬박 10시간, 백암봉에서는 6시간이 걸렸다. 산을 두고 가는 아쉬움, 뼈만 남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산 그리움 다시 차오르는 데는 한 순간으로 충분할 것임을 나는 안다.
/글 윤제학 현대불교신문 논설위원 사진 손재식 사진작가
덕유산 ~ 남덕유산 2박3일 종주산행
중후한 산세와 멋진 설경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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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덕유산 북쪽의 안부 월성재. 토옥동계곡으로 내려서는 갈림목이다. | 덕유산 주능선 종주는 여러 모로 보아 2박3일을 잡아두는 것이 무난하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1박2일로도 마칠 수 있으나, 적설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정답이다. 겨울철을 기준으로 북에서 남으로 종주해 내려간다고 가정할 경우 첫날은 향적봉대피소까지, 다음날은 삿갓재대피소, 제3일째에 남덕유 넘어 영각사로 하산하도록 일정을 잡는다.
향적봉 북쪽의 무주리조트 스키장의 곤돌라를 이용한 산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곤돌라는 기상 상태에 따라 운행을 멈추는 경우가 잦아 신뢰하기 어렵다. 게다가 곤돌라가 정상적으로 운행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게 오전 9시30분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산행 첫날 아침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다면 이 날 중으로 삿갓재까지 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가 짧고 소요시간이 긴 겨울에는 무리다. 겨울에는 향적봉대피소에서 1박한 후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해야 무리 없이 삿갓재대피소까지 갈 수 있다.
곤돌라를 염두에 뒀다고 해도, 운행이 안 될 경우를 생각하고 2박3일 산행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아침에 무주리조트로 문의해 보아 곤돌라가 운행한다면 여유 있게 향적봉으로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삼공리로 가서 백련사~향적봉대피소 코스를 밟으면 된다.
삼공리 관광단지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 백련사까지 약 6km 구간은 거의 경사를 느낄 수 없는 구천동계곡 탐방코스다. 백련사 일주문을 지나 매월당 김시습의 부도를 지나 계단길을 오르면 백련사 앞뜰이 나오고, 대웅전 앞을 가로질러 오른쪽 뒤로 가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표고차 약 700m의 급경사 계단길이다. 거리는 짧지만 무척 힘이 드는 구간이다. 정상에 닿기 직전 왼쪽 사면에 향적봉대피소가 자리하고 있다. 무주리조트의 곤돌라 터미널은 정상을 넘어 가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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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쾌한 산줄기가 첩첩이 펼쳐지는 덕유산 주능선 풍정. | 향적봉 정상에서 삿갓재까지는 오르막보다는 내리막 구간이 많은 편이다. 크게 힘들지 않으나, 제법 긴 데다 눈이 많거나 바람이 심하면 운행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게다가 주능선 서쪽으로 치우친 산길은 바람에 날린 눈이 깊게 쌓여 있어 체력 소모가 심해진다.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될 구간이다.
향적봉에서 20분 거리의 중봉(1,594.3m)에 서면 눈앞에 거대한 덕유평전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푸른 초원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고산의 화원이지만 한겨울에는 넓은 설원이다. 무령산~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까지 주능선의 힘찬 모습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덕유평전에 내려서면 양쪽으로 나무 울타리를 두른 등산로가 송계사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백암봉 정상인 송계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갈려나가는 능선은 빼재(신풍령)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다. 백암봉 삼거리에서 동엽령까지 완경사 내리막길에 이어 능선 오른쪽 사면길이 나타난다. 이후 동엽령을 지나 무룡산 정상까지는 오르내림이 반복되다 작은 봉우리들을 거쳐 삿갓재로 떨어진다.
삿갓재대피소에서 남덕유를 거쳐 육십령까지 갈 계획이라면 이튿날도 산행을 서둘러야 한다. 영각사로 하산하기로 계획한 팀은 조금 여유가 있다. 삿갓재에서 삿갓봉까지는 경사가 상당히 급한 편이다. 산길은 삿갓봉 정상을 서쪽으로 우회해 급경사 내리막으로 연결된다. 이후 작은 봉우리 몇 개를 넘어 다시 고도를 낮추면 월성재에 닿는다. 월성재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황점 마을로 내려선다.
월성재에서 남덕유 정상까지는 다시 급경사 오르막이다. 300m쯤 급경사를 오르면 경사가 잠시 누그러졌다가 다시 급해지면서 봉우리를 두어 개 넘어게 되고, 서서히 남덕유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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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 주능선 종주객들이 반드시 묵어가는 삿갓재대피소. 현대식 2층 건물이다. | 남덕유 정상 직전 안부 갈림목에서 왼쪽 길이 남덕유 정상~영각사 코스고, 오른쪽 길은 서봉을 거쳐 육십령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이 갈림길에서 남덕유 정상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 오른 뒤 남서쪽의 날카로운 암릉의 철계단을 타고 내려선다. 샘터 안내판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영각사로 내려가는 계곡 입구다. 골짜기 상단부는 가파른 바윗길이지만, 10분쯤 내려가면 완만해진다.
육십령까지 산행을 이어나간다면 남덕유산 정상 직전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른다. 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잠시 동안 완만하지만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로 바뀐다. 서봉 정상에서 육십령까지는 약 4시간 거리. 길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여러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고, 바위지대가 곳곳에 산재해 체력 소모가 많다. 겨울산행 경험이 적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무주 남부시외터미널(서초동·02-521-8550 ARS)에서 1일 1회(08:30) 운행하는 직행버스(구천동까지 연장 운행) 이용. 1일 4회(06:30~18:40) 운행하는 무주 경유 장수행 직행버스 이용해 무주에 하차. 3시간20분 소요, 요금 12,100원.
무주→삼공리 공용터미널(063-322-2245)에서 1일 19회(07:25~20:50) 운행. 50분 소요, 요금 3,000원.
대전→구천동 동부시외버스공용터미널(042-624-4451 ARS)에서 1일 9회(07:10~20:00) 운행. 2시간40분 소요, 요금 6,800원.
영각사→서상→함양 영각사에서는 서상까지 버스나 택시로 나가서 전주·대구행 버스를 이용한 다음 행선지에 맞는 버스를 탄다. 서상 경유, 함양행 버스는 1일 6회(07:45 08:55 10:55 14:55 16:45 18:25) 운행.
서상→거창→대구 거창 경유 대구행 직행버스가 30분~1시간 간격(08:00~19:00) 운행. 서상 시외버스정류장 전화 055-963-0303, 서상 택시부 전화 055-963-0054.
영각사의 숙박시설은 절 앞 덕유민박(055-963-0434)뿐이다. 2인1실 15,000~20,000원. 매식은 어렵다. 민박 문의 영각사매표소 전화 055-962-1508.
삿갓재대피소의 수용인원은 70명. 라면이나 과자류, 참치캔, 건전지, 휴지 등 간단한 필수품만 판매한다. 자가발전과 더불어 난방을 한다. 이용료는 1박에 7,000원. 담요 대여료는 1장에 1,000원. 삿갓재대피소는 휴대폰밖에 없다(011-423-1452).
다시찾는 근교산 눈꽃산행(1)-남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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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걸음걸음 눈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이 동화의 세상마냥 하얗게 변했다. 멀리 서봉도 햐얀 꽃잎으로 몸을 덮었다. |
| 산에는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 겨울철 눈꽃산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산은 어떤 산일까. 산악동호인들은 첫째가는 눈꽃산행지로 덕유산을 손꼽는다.
상고대 핀 주목, 그뒤로 첩첩이 이어진 덕스런 능선, 능선을 감싸며 피어오르는 아침 운무…가히 한국 겨울산을 대표할 만하다. 그래서일까, 사진작가들이 자신있게 내놓는 눈꽃사진에는 덕유산 사진이 빠지는 일이 없다.
덕유산 일대에서도 눈꽃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 향적봉부터 남덕유산에 이르는 주능선이다. 건너편 산자락은 잿빛이라도 이곳 능선에서는 언제나 순백의 세계를 만날 수 있어 신비롭다.
명성에 걸맞게 남덕유산은 초겨울부터 일찌감치 눈꽃을 터트렸다. 지금 주능선에는 20~30㎝ 깊이의 눈길이 패이고, 머리 위로는 하얀 설화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번 산행은 ‘황점매표소~월성재 입구~마지막 계곡~월성재~남덕유산(1507.4곒)~바위봉~능선 삼거리~영각매표소~영각사’를 지난다. 일반 산행시간은 4시간 가량. 그러나 심설산행에서는 눈깊이에 따라, 날씨여건에 따라 산행시간이 달라진다. 심설이 깔려 있다면 5~6시간은 잡아야 넉넉히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거창 군내버스정류장에서 황점행 버스를 타고 가다 종점에서 내린다. 종점상회에서 50여곒 떨어진 곳에 황점매표소가 보인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100여곒 더 들어가면 길이 꺾이는 모퉁이 오른쪽으로 흙길이 보인다. ‘월성재 3.7㎞’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곳이 월성재 입구.
경사가 거의 없는 산판길이 이어진다. 개울을 건너면 ‘덕유 08-01’이라 적힌 표지목이 있다. 이 표지목은 250~500곒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길은 뚜렷하지만 눈과 얼음이 뒤엉켜 걸음이 더뎌진다. 산판길은 ‘마지막 계곡’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약 40분간 느긋하게 올라간다.
산판길이 끝나는 ‘덕유 08-04’표지목 부근부터 급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미끄러운 산사면에는 로프가 설치돼 등반을 돕는다. 월성재까지 계속 치고 올라가야 한다. 마지막 계곡에서 월성재까지 1.6㎞에 불과하지만 시간으로는 한시간 가량 걸린다. 눈덮인 지금은 90분도 모자랄 수 있다.
하얀 능선과 파란 하늘이 금을 긋는 오르막 끄트머리가 월성재다. 계곡너머로 서봉이 솜털같은 하얀 고깔을 쓰고 있다.
월성재부터 남덕유산 정상까지 1.4㎞에 이르는 환상적인 설화능선이 이어진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눈꽃에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하얀 눈더미는 숫제 ‘동화의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원근감을 알수 없는 무채색 세상에 산꾼은 아예 몽롱해질 정도다.
그러나 이곳은 낭만만 있는 곳이 아니다. 계곡에서 올라오는 찬바람이 거센데다 깊은 눈길에 체력소모가 심하다. 볼을 얼얼하게 만드는 강추위는 조금만 방심해도 금세 사위를 조여온다.
월성재부터 남덕유산까지의 길은 순탄하다. 첫 300여곒에 다소 급한 경사가 기다리고 있다. 경사는 잠시 죽었다 급해지기를 반복하면서 봉 두어개를 넘는다.
40여분이면 남덕유산 정상아래 안부에 다다른다. ‘덕유 01-46’표지목이 있는 안부에서 정상까지는 0.3㎞. 이곳은 삼거리다. 왼쪽 산사면을 따라 2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서봉을 거쳐 육십령으로 떨어진다.
정상에는 돌무더기가 산행객을 반기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가히 일품이다. 흰눈을 머리에 인 백두대간의 고봉들이 파도치듯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남쪽으로 내려다보면 공무원교육원이 보인다. 하산은 이쪽이다. 햇살을 받는 남쪽 사면은 주능선만큼 눈이 많지 않다. 돌부리 사이로 얼음이 짙게 깔려 내리 닫는 경사가 부담스러울 뿐이다.
아래로 떨어지던 능선은 암봉이 되어 다시 치솟는다. 초록색 페인트칠이 된 철계단이 바위봉을 에돈다. 아래로 떨어지던 철계단은 두번째 암봉에서 다시 걸터 올라선다. 두 암봉 사이에는 시멘트 구조물이 있다. 과거 구름다리를 받치던 지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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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계단을 내려서면 참샘이 기다린다. ‘경남의 젖줄, 남강 여기서 발원하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영각매표소까지는 2.6㎞다.
10여분 내려오면 삼거리다. 영각매표소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 계곡으로 내려선다. 침목이 설치된 계단길이라 하산이 쉽다. 두개의 나무다리를 건너 40분이면 영각매표소에 닿는다. 매표소에서 임도를 따라 10여분 걸어 내려가면 영각사다.
/ 글·사진=박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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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남덕유산~서봉 눈꽃 산행
겨울 산행의 백미는 역시 눈꽃 산행.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소위 '눈폭탄'이 서울을 비롯한 중서부 지방에 이어 호남지방까지 강타하고 있다지만 올 겨울 눈이라고는 아예 보지도 못한 부산 지역 산꾼들은 '원 없이 눈길 한번 걸어 봤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품고 있을 뿐이다.
근교산 취재팀은 겨울 특집 눈꽃 산행지를 고심하다 결국 남부지방 산꾼들에게 영원한 눈꽃 산행지로 손꼽히는 남덕유산(1507.4m)을 택했다. 영각사에서 출발, 남덕유산과 서봉(장수덕유산)을 거치는 원점회귀 코스이기 때문에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다면 낮이 짧은 겨울일지라도 여유있게 당일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전국 그 어떤 눈꽃 산행 코스에도 뒤지지 않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눈꽃 산행 코스'로 평가 받는 만큼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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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영각재에서 남덕유산으로 향해 가던 도중 만난 전망대 암봉 철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방이 눈에 뒤덮여 얼핏 보면 마치 히말라야 산맥 어느 봉우리를 오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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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영각사 앞 버스정류소~영각매표소~출렁다리 1, 2~영각재~남덕유산 전망대(철계단)~남덕유산~삼거리~서봉~로프구간~잇단 갈림길~계곡~덕유교육원~영각사 입구 순. 총 10.5㎞의 원점회귀 코스. 동절기를 제외하면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걸리지만 적설량이 많은 한겨울에는 5시간30분은 족히 잡아야 주파 가능하다.
경남 함양군 서상면에 있는 영각사 앞 버스정류소에서 '남덕유산 3.8㎞' 이정표를 보고 산행을 시작한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가면 덕유산국립공원 영각매표소. 무료 입장이며 지금은 공원탐방센터 역할만 하고 있다. 등산로 안내판을 보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평일이지만 적지 않은 산꾼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아름다운 설화(雪花)를 만끽하고 싶어서인지 앞다퉈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완만한 계곡길은 마치 '눈의 천국' 속으로 빠져드는 오솔길 같다. 제법 다져진 등산로는 그나마 걸을만 하지만 한 발만 비켜나도 무릎 위까지 눈 속에 파묻힐 정도로 아주 많은 눈이 쌓였다. '뽀드득 뽀드득'. 개선장군처럼 30분가량 걷다보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곧이어 이정표가 나오고 10분 뒤 두 번째 출렁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정면 능선을 치고 오른다. 서서히 가팔라지면서 영하 10도의 혹한에도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눈의 나라'를 찾은 산꾼들의 기분도 덩달아 데워지는 느낌이다. 40분 뒤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선 곳은 영각재.
이정표가 있는 능선 안부지만 어느새 해발 고도는 1300고지를 넘고 있다.
영각재는 영각사에서 올라온 길과 오른쪽의 하봉을 거쳐 남령으로 가는 길, 그리고 왼쪽의 남덕유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 동시에 남덕유산에서부터 하봉 남령 월봉산 황석산 기백산으로 연결되는 진양기맥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각재에서 남령에 이르는 오른쪽 능선길은 자연휴식년제에 따른 입산통제 구간이다.
이제 남덕유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서운 칼바람이 코끝과 볼을 할퀸다. 하지만 만개한 눈꽃의 향연이 있기에 "이정도 칼바람쯤이야"라며 가벼운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분가량 능선길을 걸으면 '남강발원지 참샘'이라는 안내판을 만난다.
참샘은 능선에서 살짝 비켜 100m정도 왼쪽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지만 무릎 위까지 차오를 정도의 엄청난 적설량을 핑계 삼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남덕유산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은백색으로 뒤덮인 덕유산 주능선의 환상적인 겨울 풍광이 광할하게 펼쳐진다.
남덕유산 오름길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뭐니뭐니해도 철계단을 오르내리며 2개의 암봉을 통과하는 구간. 첫 번째 암봉을 오르면 콘크리트 흔적이 남아 있다.
이는 이후 만나는 암봉 허리 부분과 연결됐던 구름다리 구조물의 잔해다. 정면에 우뚝 솟은 두 번째 암봉은 일명 남덕유산 전망대로 일컬어지는 곳.
그 왼쪽 멀리 드디어 남덕유산 정상이 보이고 전망봉을 중심으로 오른쪽 저 멀리 덕유산 주능선 상의 월성치 삿갓봉 무룡산 향적봉 등이 끝없이 이어진다.
'자연이 빚은 위대한 한 폭의 수묵담채화' 앞에서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다. 층계가 도대체 몇 개인지 셀 수조차 없을 것 같은 철계단을 오르는 산꾼들의 모습을 보니 순간적으로 아찔하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한 뒤 살짝 내려섰다가 본격적으로 계단을 오른다. 총 420계단이라고 한다. 계단 층마다 눈이 쌓여 있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급경사인 탓에 오를 때 보다는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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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각재에서 남덕유산을 향해 가고 있는 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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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모두 올라 두 번째 암봉 정상에서 뒤돌아보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광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직전의 첫 번째 암봉을 통과하는 산꾼들 등 뒤로 하봉과 월봉산이 일렬로 도열해 있고 월봉산을 중심으로 왼쪽 저 멀리 거창의 금원산과 기백산이, 오른쪽에는 황석산 거망산이, 남동쪽으로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주능선이 거대한 성처럼 하늘 높이 솟아있다.
길을 재촉한다. 살짝 내려선 뒤 다시 오르막길에선 경량 아이젠을 착용한 산꾼들이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있어 진행 속도가 갈수록 느려진다.
그래도 이 지점부터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상고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힘든 줄 모르고 발길을 옮긴다. 전망대 암봉에서 20분이면 남덕유산 정상에 올라선다.
사실 영각매표소 앞 등산로 안내판이나 기타 여러 가지 등산지도 상에는 영각재에서 남덕유산 정상까지 0.9㎞를 가는데 40분이면 된다고 표시돼 있지만 겨울철 산행의 경우 실제로는 1시간 이상 잡아야 될 듯싶다.
그래도 이 구간을 오르고 나면 왜 산꾼들이 "겨울 덕유산 눈꽃 산행은 역시 북덕유(향적봉) 보다는 남덕유가 좀 더 낫다"고 평가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해발 1507.4m인 남덕유산 한겨울 풍광은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압권 중의 압권이다. 우선 백룡(白龍)이 용틀임하는 듯한 덕유산 주능선이 가장 쉽게 눈에 든다. 그뿐인가. 남동쪽 멀리 천왕봉~재석봉~반야봉~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서쪽의 서봉에서부터 육십령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백두대간 능선 등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풍광이다. 하지만 강풍과 체감온도 영하 30도는 정상에서 1분 이상 서 있도록 허락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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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유산 정상~서봉 구간은 활짝 핀 눈꽃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다. 취재팀이 '눈꽃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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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서봉으로 내려선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삿갓봉 방향으로 200m쯤 가면 갈림길. 동북쪽으로 직진하면 월성치 삿갓봉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길이지만 왼쪽길을 택해 서봉으로 향한다.
산꾼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게 닿는 구간이다. 그 덕분에 서봉에 이르는 구간은 이번 산행에서 최고 절정의 상고대를 보여주었다.
안부를 거쳐 다시 계단을 오른 후 해발 1492m인 서봉 정상석에 닿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봄 가을에 비해 20분가량 더 걸렸다.
'장수 덕유산'으로도 알려져 있는 서봉에서는 남덕유에서 북덕유(향적봉)까지 이어지는 덕유산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지만 갑자기 몰려온 구름에 가려 볼 수가 없다. 아쉬움을 접고 육십령 방향인 남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내려서는 이 길 또한 비할데 없이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로프를 잡고 살짝 올라서야 하는 구간을 통과한 후 10분쯤 가면 갈림길. 즉, 서봉에서 40분가량이면 닿는 갈림길인데 이곳에서 계속 능선을 타고 직진하면 할미봉을 거쳐 육십령까지 가지만 취재팀은 영각사로 원점회귀를 하기 위해 왼쪽 지능선으로 길을 잡고 가파른 내리막을 탄다.
외길이어서 헷갈리는 부분은 거의 없다. 다만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
지능선을 타고 20분쯤 가다 왼쪽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로 좀 더 내려서면 어느새 계곡 상단부에 닿는다. 뚜렷한 계곡 옆 길을 따라 20분가량 더 내려서면 널따란 덕유교육원 야영장에 닿는다. 덕유교육원 정문을 통과해 영각사 입구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 떠나기 전에
- 해발 700m서 산행 시작, 스노체인 준비를
남덕유산~서봉 원점회귀 코스의 들머리이자 날머리 역할을 하는 영각사(靈覺寺)는 남덕유산이라는 큰 산 자락에 있으면서도 절 자체의 명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한때는 영각사 역시 '명산에 대찰'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큰 사찰이었다고 한다. 876년(신라 헌강왕 2년)에 심광(深光)이 창건한 고찰로 지금은 해인사의 말사로 돼 있지만 창건 초기에는 규모 면에서 해인사에 못지않은 큰 수행도량이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영조때인 1770년에는 상언(尙彦)이 장경각을 짓고 '화엄경' 판목을 새겨 봉안하기도 했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상언이 이 절의 승려들에게 절을 옮기지 않으면 수해를 당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아무도 새겨듣지 않았는데, 얼마 후 큰 홍수가 나 절이 무너졌다고 한다.
산행에 앞서 주의할 점은 해발 7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영각사 앞까지 자가용으로 가기 위해서는 스노체인을 반드시 준비할 필요가 있다.
4륜구동형 차량이라면 체인 없이도 접근 가능하지만 주의 운전이 필요하다. 또한 남덕유산과 서봉 정상부의 체감온도가 영하 30도에 육박하고 강풍이 분다는 점을 명심, 별도의 보온용 의류도 준비하자. 아이젠은 등산화 크기에 딱 맞게 조절해야 한다.
이번 취재 산행 도중 만난 한 산꾼은 "아이젠을 새로 샀는데 자꾸만 등산화와 이격이 발생해 덜렁거린다"며 애를 먹고 있었다.
◆ 교통편
- 함양읍서 영각사행 버스 오전 9시30분 출발
원점회귀 코스이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대전~통영고속도로 서상IC에서 내려 곧바로 서상면소재지 쪽으로 좌회전한다.
서상버스터미널 앞 갈림길에서 우측 길로 직진한 후 500m쯤 가다가 우회전 한 뒤 26번 국도를 타고 장계 방면으로 좌회전해 1.5㎞가량 가면 중남삼거리에 닿는다.
우측 2시 방향으로 37번 지방도를 타고 5.5㎞쯤 가면 영각사 앞 버스정류장이다. 주차는 인근 도로변에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시외버스(경유)와 무정차 직행버스 중 선택할 수 있다. 진주 산청 등을 경유하는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10~2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함양읍까지 요금은 1만3000원이다.
3시간이나 소요되는 것이 단점. 직행버스는 오전 7시, 9시에 있다. 1시간40분이면 도착하고 요금도 1만 원이기 때문에 소요시간과 경제적으로 이익. 함양읍에서 영각사까지 가는 버스는 함양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30분, 7시30분, 9시30분 등 3회만 출발하기 때문에 적어도 9시30분 버스는 타야한다. 이에 맞춰 부산에서 함양행 버스를 선택하자.
영각사에서 함양읍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2시15분, 4시45분, 6시25분(막차)에 출발한다
남덕유산과 북덕유산(향적봉)을 이어주는 힘찬 산세

영각사 들머리

장쾌한 남덕유의 기상






육십령에서 할미봉을 거쳐 오는 백두대간(?) 같은데 이쪽도 나뭇가지 사이로 등산객 행렬이 꼬물거리는 개미떼처럼 이어진다. 
저 건너 실루엣으로 펼쳐지는 능선이 어느 산이더라? (찍은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시나브로 걸어서 위에 사진을 찍은 위치를 내려다 보니 등산객 행렬이 능선을 가득 채운다.


삿갓봉-무룡산-동업령을 거쳐 북덕유산으로 이어지는 호쾌한 능선
더딘 움직임으로 추위를 참으며 오른 남덕유 정상, 인내심이 필요했으나 장쾌한 전망을 볼 수 있음은 축복이었다.

한겨울 칼바람 속에서도 어김없이 새 봄을 준비하는 잎눈과 꽃눈을 틔우고 있는 나무들




* 남덕유산 정상석 (1,50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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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겨울 산행의 환상적인 코스 빨리 예약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