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앞다투어 영어식 표현
10/11 인천일보 최모란기자 moran3022@
잘못된 국제화 인식 공공기관 한글 외면
도교육청부터 우리말 사용 노력 앞장을
어려운 영어를 써야 혁신일까? 국가적으로 '혁신' 바람이 불면서 '한글사랑'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이 앞다투어 영어식 표현을 남발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기관인데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공문서 등에 영어식 표현을 마구잡이로 사용, '우리말 외면(?)기관'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도교육청의 외래·한자어 사용 실태=경기도교육청의 올해 교육 기본방향은 '희망 경기교육 실현으로 세계일류를 지향하는 글로벌(global)' 인재 육성'이다. 이 때문인지 도교육청의 정책이나 사업명칭 등에는 유독 영어식 표현이 많다.
'비즈쿨(BizCool)', 'English zone', '옴브즈만', '멘토링(Mentoring)'같은 합성어부터 'BTL 사업(Build Transfer Lease·민간자본유치사업)',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교육행정정보시스템), 'FOF 영재교육' 등은 영어 단어의 앞 글자만 딴 명칭도 많다. 또 '캠페인(campaign)', '클린(clean)', '슬로건(slogan)', '프로젝트(project)', 브랜드(brand) 등 영어 단어나 'one-stop 종합민원실', '샤프론 봉사단', '학교 폭력 제로화', 로드맵(road map)' 같은 영어와 한글을 조합한 문장을 각종 문서에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영어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수월성 교육', '단설·병설 유치원', '복식수업', '증치교사', '유휴교실' 등 한자식 표기나, '반팅번팅', '~짱' 등 인터넷 용어들도 사용하고 있다.
▲공기관 영어사용 왜?=전문가들은 공기관들이 외래어와 영어식 표현을 선호하는 원인을 '잘못된 세계·국제화 의식'을 꼽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마치 선진·세계화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 영어식 표현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교육계의 무분별한 외래어·영어 사용은 학생들에게 전파돼 자칫 영어가 최고라는 '문화 사대주의'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대 국어국문과 차재은 교수는 "말이 오염되는 것은 곧 문화와 정신이 오염되는 것"이라며 "학교가 먼저 바른 우리말을 사용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글 사랑, 도교육청이 먼저 실천해야=도교육청의 무분별한 영어 사용은 지난 4월 열린 경기도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지적됐었다. 당시 도교육청 측은 기존 영문 표현된 사업이나 문구를 우리말로 고치고 국어애호교육을 강화했지만 결과는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최창의 교육위원은 "도교육청의 이번 추경예산 사업안에만 해도 'one for million 영재교육'이나 '브랜드', '클린화' 등 외래어와 영어식 표현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며 "도교육청이 신조어나 외래어, 영어식 표현을 남발하는 것은 교육행정기관으로서 본연의 모습을 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정책이나 사업내용, 공문 등에 우리말을 적극 사용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