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유행한 것, 지방까지 내려가는데 꼬박 3년 걸리더라’는 말이 있다. 지방에서 서울의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림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지방에서 먼저 출발해 서울로 상경하는 경우들도 더럭 존재한다. 무예 종목 중 하나인 킥복싱이 대표적인 사례다. WAKO 킥복싱이 대중에 알려진 후, 킥복싱은 단순히 치고받고 싸우는 종목이 아닌, 엘리트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킥복싱이 엘리트 스포츠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보다 훨씬 앞서, 이미 전북 정읍에서 킥복싱을 생활체육으로 넣어 보급에 꾸준히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정읍시 WAKO 킥복싱 선수들의 활약상은 단연 돋보인다. WAKO 프로 평택 김창희 선수의 챔피언 타이틀 매치가 오는 5월 10일이 개최되며, 이어서 5월 18일 일본 도쿄 고라쿠엔 홀에서 김윤진 선수의 랭킹전이 예정돼 있다. 이 정도면 지방 도시 정읍이, WAKO 킥복싱에서만큼은 단연 서울 못지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킥복싱이 정읍에서 꽃피울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정읍시 킥복싱 연합회 김현영 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킥복싱 발전에 젊음을 바친 정읍시 생활체육 킥복싱 연합회 김현영 회장을 만나봤다.
■ 킥복싱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 아들이 중국 유학을 떠났다 향수병에, 거식증까지 걸려 돌아온 적이 있었다. 이후, 한국에서 과식을 하던 아들의 다이어트를 위해 여러 운동을 알아보게 됐다. 택견, 검도, 수영 등 여러 가지 운동을 알아보다가 마침 킥복싱을 한다는 곳이 있어 찾게 됐다. 그때 처음 킥복싱과 인연을 맺은 것이 오늘까지 오게 됐다(웃음).
■ 킥복싱 연합회의 회장까지 맡고 있다.
-> 전임 회장은 도의원을 맡고 있어, 연합회가 정치적 색을 띄게 될까 우려하시곤 했다. 그로 인해 각종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는가 하면, 연합회 역시 유명무실해졌다. 이때 나는 핸드볼 연합회의 전무이사를 맡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시금 킥복싱 연합회를 일으켜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새로이 조직을 운영하고, 새로운 인연을 맺으며 운영을 시작했다. 어린 친구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 현재 WAKO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일한 킥복싱 단체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와 급성장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어떻게 보나.
-> WAKO 덕분에 많은 킥복싱인들이 어느 정도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운동하게 됐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 본다. 더욱이 WAKO는 체육 단체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킥복싱인들, 혹은 킥복싱 운동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 저변 확대다. 단순히 생활체육을 넘어, 엘리트 체육으로서도 각광받았으면 한다. 아마추어가 정식 프로 선수가 돼 ‘운동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좋겠다. 여전히 킥복싱은 프로의 등용문이 비좁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는 다이어트 외에도 호신술로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점에서 무엇보다 대외홍보가 절실하다고 느낀다.
■ 정읍시 킥복싱 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 연합회의 임원들과 회원들이 하나돼 따뜻하게 뭉치는 곳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화합’이다. 서로 이해하고 화합해 더욱 많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체육단체로 발전되길 기대해 본다. 이 밖에도 협회에서 서울이나 외국 등으로 진출할 터전을 마련, 운동이 진로가 될 수 있는 토대가 완성됐으면 한다.
무예신문 (http://mooye.net/)